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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처앤잡 | 게임방 같은 교실서 IT 첨병 탄생…프랑스 '에꼴42'를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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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중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8-02-09 11:57 조회73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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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 4차 산업혁명 위원장께.

 
이제 제법 바람이 서늘합니다. 성큼 다가 온 가을, 저는 수취인이 없는 이 편지를 씁니다. 4차 산업혁명 위원회의 수장으로 오실 그 누군가를 위해 펜을 들었습니다.
 
피할 수 없는 세계사적 흐름이 됐지만, 4차 산업혁명은 다소 두려움으로 다가오는 것도 사실입니다. 200여년 전 산업혁명기, '기계가 일자리를 빼앗아 갈 것'이라 생각한 영국 노동자들의 관념이 2017년을 배회하고 있습니다. 이 두려움부터 걷어내는 것이 4차 산업혁명 위원회의 첫 과제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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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의미에서 초대 위원장께 소개해드리고 싶은 교육기관이 하나 있습니다. 일자리가 사라질 것을 마냥 두려워하기보다 인공지능 생태계에 필요한 인재를 공격적으로 양성하는 곳입니다. 프랑스 파리에서 시작해 미국 실리콘밸리·남아프리카공화국·우크라이나·루마니아·몰디브 등으로 확대되고 있는 정보기술(IT) 인재 사관학교 '에꼴42'입니다. 파리 몽마르트르 언덕 너머에 있는 이 학교는 지난 2013년 프랑스 이동통신사 '프리모바일'의 회장 자비에 니엘(Xavier Niel)씨가 사비를 털어 세웠습니다. 한국에서도 황창규 KT 회장이 최근 대통령과 기업인간 만찬에서 '4차 산업혁명 교육센터' 설립을 제안한 적이 있지요. AI 인재난을 대비하려는 IT 업계의 고민은 프랑스나 한국이나 마찬가지가 아닌가 싶습니다. 

 

 

"RPG처럼 배우는 코딩…과정 끝내기도 전에 취업하기도." 


저는 이곳을 지난 6월에 다녀왔습니다. 강의실을 둘러본 느낌은 대학이라기보다는 마치 거대한 PC방 같았습니다. 교실에는 교수도, 교단도 없었습니다. 오직 코딩 작업(컴퓨터 프로그래밍)에 몰두하는 학생과 100여 대의 컴퓨터만이 있을 뿐이지요. 모니터를 자세히 보면 마치 RPG(역할수행) 게임 속에 들어온 듯 합니다. 전사·마법사·궁수·기사 등 자기 역할을 골라 공격 스킬을 연마하듯 그래픽·정보보안·웹·알고리즘 등 원하는 분야를 골라 단계별로 코딩 기술을 습득합니다. 모바일 게임 개발에 몰두하던 싱가포르 출신 학생 브라이언은 "게임하듯 코딩 교육에 몰두하다 보면 학교에서 밤을 새우는 '대학교 노숙자'가 되는 친구도 여럿 봤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미션을 수행할수록 경험치를 얻고 경험치가 차면 레벨이 올라가는 비디오게임 방식의 교육 프로그램도 에꼴42가 직접 개발했습니다.

 

 

프랑스 IT 전문 교육기관 '에꼴42'에 입학한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출신 학생 엘리자베스. 그는 RPG(역할수행) 게임처럼 단계별로 코딩 기술을 습득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소개 중이다. [김도년 기자]

프랑스 IT 전문 교육기관 '에꼴42'에 입학한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출신 학생 엘리자베스. 그는 RPG(역할수행) 게임처럼 단계별로 코딩 기술을 습득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소개 중이다. [김도년 기자]

 


대다수 대학엔 있지만, 이 학교에만 없는 3가지가 있습니다. 바로 교수와 졸업장·학비입니다. 기존 소품종 대량 생산형 산업구조에선 인재를 평가할 기준으로 졸업장이 중요했습니다. 졸업장은 일정한 지적 소양과 성실성을 입증할 유일한 증서였기 때문이겠지요. 또 교육자의 강의 위주 수업은 대량 생산형 산업사회에 필요한 인재를 길러내기에 충분하기도 했습니다. 더러는 예외도 있지만, 프랑스에선 공업 단기대학 졸업생은 블루컬러, 일반 대학 졸업생은 화이트컬러 노동자가 돼 생산과 판매 업무의 분업을 이뤘습니다. 고급 전문대학(Grandes E`coles) 출신들도 경영과 회계·법률 등 전문적인 영역을 맡으면서 교육 시스템이 산업사회에 조응하는 구조를 갖춰 나갔습니다. 이런 교육 형태는 산업화된 나라라면 어디나 비슷하지요.
 
그러나 4차 산업혁명의 흐름에선 기존 교육 시스템과는 어울리지 않는 일자리가 생겨납니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사물인터넷(IoT) 등 IT 기술을 활용해 사회에 필요한 솔루션을 만들어내는 직업군에선 졸업증서가 쓸모 없어지게 된 것입니다. IT 기업들은 당장 현장에 투입해 프로그램을 개발해 낼 수 있는 '코딩 능력'을 원했습니다. 에꼴42는 이 때문에 졸업장 없는 코딩 전문 학교가 된 것입니다. 
올리비에 크루제 에꼴42 교무부장은 "재학생 중에선 수료 전에 이미 취업하는 사례가 허다하다"며 "기업들은 인턴십을 거친 에꼴42 교육생의 셋 중 한 명은 당장 현장에 투입해도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한다"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교수·졸업장 없는 학교…24시간 개방에 개강·종강 날짜도 없어

교수의 존재도 창의성·독창성을 앞세워야 하는 IT 세계에선 거추장스런 존재로 판단했습니다. 학생이 배워야 할 정보는 모두 인터넷에 널려 있고, 자신이 모르는 것은 동료와의 팀프로젝트 속에서 스스로 배울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올리비에 교무부장은 "우리가 기업에 취업하면 교수 없이도 생전 처음 해보는 임무를 매일 수행해 낸다"며 "동료끼리의 조언은 기성세대인 교수가 조언하는 것보다 더 교육 효과도 높다"고 말했습니다. 
 


 


파리의 IT 인재 교육 기관 '에꼴42'의 설립자 자비에 니엘 프리모바일 회장. [김도년 기자]

파리의 IT 인재 교육 기관 '에꼴42'의 설립자 자비에 니엘 프리모바일 회장. [김도년 기자]


학비와 기숙사비가 없는 것은 학비로 인해 자퇴를 한 저소득층 가정에도 IT 인재들이 많다는 점 때문입니다. 다만, 세상에 공짜는 없듯 라 삐신(La Piscine·프랑스어로 수영장)이라 불리는 에꼴42의 입학시험은 까다롭기로 유명합니다. 미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에꼴42에 입학한 학생 테오는 "시각적인 논리와 추론 능력을 보는 온라인 시험을 통과하고 한 달 동안 전반적인 문제 해결 능력을 평가한다"며 "주말도 없이 하루 15시간 이상 공부를 해야 합격할 수 있을 정도였다"고 설명했습니다.
 
입학하긴 어렵지만, 일단 들어오면, 학교는 학생을 위해 모든 프로세스를 맞춥니다. 시설은 24시간 개방되고요, 획일적인 개강·종강 날짜도 없습니다. 생활비 마련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가정사로 인해 교육에 참여할 시간이 부족한 학생들을 배려한 것입니다.
 
이 학교를 운영하는 데는 정부 자금도 들지 않습니다. 스스로 정부 지원을 받기를 거부하기 때문이지요. 자비에 니엘 회장은 "정부 지원을 받게 되면 제도권 공교육으로 편입돼 '24시간 학교 개방'과 같은 독특한 교육 방식이 정부 당국의 규제를 받게 된다"며 "올랑드 전 대통령이 이곳을 방문했을 때도 여기저기서 잠을 자는 학생들이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파리의 에꼴42 설립에는 총 2000만 유로(260억원)가 들었습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선 3000만 유로(390억원)가 들었지요. 이후 캠퍼스 1곳 당 매년 500만~700만 유로(65억~91억원)가 들어갑니다. 그럼에도 이동통신사 회장인 자비에 회장이 사비를 털어서라도 이 학교를 설립한 이유는 AI 생태계에 근본이 되는 창의적인 인재가 더 절실하기 때문입니다. 인공지능으로 대체되는 일자리가 있는 반면, 거금을 털어서라도 찾고 싶은 인재가 있기도 한 것입니다. 이 때문에 에꼴42는 18세부터 30세까지의 청년이라면 국적 제한 없이 입학을 허락하고 있습니다. 청년이라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입학 자격을 주는 진정한 '블라인드 면접'이 이곳에서 이뤄지고 있었습니다.
 
기회가 되면 위원장께서도 이곳을 한번 둘러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한국판 에꼴42' 설립에 대한 고민도 필요해 보입니다. '창조경제'란 명목으로 부정한 데 쓰였던 자금들이 진짜 창조적인 경제 구조의 주춧돌을 놓는 데 쓰인다면 참 좋겠습니다.
 

파리=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퓨처앤잡]게임방 같은 교실서 IT 첨병 탄생…프랑스 '에꼴42'를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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