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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의학 | [다니엘 한의원의 체질칼럼] 유고슬라비에서 온 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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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다니엘 작성일17-05-31 16:38 조회21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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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저녁을 먹고 그날따라 입이 궁금했는지 평소에 먹지 않던 ‘떡 한 조각’을 입에 넣으면서, “이러면 안 되는데…”하는 후회 비슷한 생각까지 삼킨 적이 있다. ‘떡 한 조각이라..’ 그 전 (몇 년 전)에는 떡 한 조각이 아니라 팩에 들어 있는 한 덩어리를 다 먹기도 했고, 아무 문제도 없었는데, 그깟 ‘떡 한 조각’이 혹시라도 맞지 않는다고 해서 무슨 문제를 일으킬 것인가…라고 생각하면 아무 문제없을 것인데, 지금은 어쩌다 한 조각 먹으면 “괜히 먹었네..”라는 생각이 떨쳐지질 않는다. 그래서 그랬을까. 속이 편치 못하다. 그러면 그 떡 한 조각이 위장을 불편하게 하여 속이 조금 부글거리게 한 것일까, 아니면 조금의 부정적인 생각이 뇌를 타고 장에 도달하여 그 같은 반응을 일으킨 것일까. 이러고 보면 예민해도 보통 예민한 것이 아니다. 생각이…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체질에 기초한 생각이. 

체질의학으로 진료하는 필자 같은 한의사에게는, 침이나 약을 체질에 입각해서 처방하는 것의 중요성은 말할 나위 없고, 체질에 맞는 식이를 환자들에게 제공해주는 것이 보통 중요한 사안이 아니다. 그런데 이 ‘음식’면에서 어려움이나 아쉬움을 느낄 때가 있다. “체질이 태양인입니다. 육식, 밀가루, 커피 그리고 고춧가루를 금하세요.” 그런데, 체질적인 치료를 잘 받고 건강이 많이 회복됐음에도 음식 가리는 것을 힘들어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고기가 먹고 싶어서 먹었어요… 커피 한 잔이면 어떨라구요. ..칼국수가 하도 맛있어 보이길래…” 태음인으로 감별 받고 건강이 좋아지는데, 그 맛있는 생선회를 어떻게 끊느냐며 웃으면서 넘어가려고 할 때, 남의 인생이지만 조금 난감함을 느낀다. 음식을 가려야 하는데…. 그런데, 드물지만 너무나 음식을 꼼꼼히 가리는 사람을 만나는 경우도 있다.

보름이나 됐을까. 오전 8시 정도에 예약 전화를 받은 적이 있다. 오전 8시 정도에 예약하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 (체질과 관련이 있다.) 환자는 예약 시간보다 15분 정도 일찍 도착했다. “어디가 불편하신가요?” 환자는 최근 두통이 극심하여 진통제를 복용하였지만 차도가 없어 수년 전 침 치료 받은 것을 기억하여 (필자에게 받은 것은 아니다.) 어떻게 어떻게 하여 필자를 방문한 것이다.

체질은 수양인. (소음인 중의 양인으로 이해하면 된다.) 혈압은 정상이다. 감기 증상도 아니다. 평소에 위장 장애가 있지도 않다. 혀에 태가 짙으면서 노란색을 띈다. 그렇다면 대개는 스트레스성 혈관 수축으로 기인되는 두통인 경우가 많다. (체질의학에서는 속에 있는 음이 내려가지 못해 생기는 두통이라 표현한다.) 필자는 환자에게 아주 쉬운 표현으로 몸 안에 ‘toxin’ (독)이 있어 혀에 그러한 태가 나타나고 두통이 생긴 것이라 설명해 주자, 쉬이 받아들인다.

체질에 맞게 치료를 몇 차례 하니 다행히 두통이 가라앉았다. 그 때부터 음식에 대해 몇 가지 지침을 주니 아주 흥미롭다는 듯이 하나하나 받아 적는다. “밀가루와 해물 그리고 오이를 먹지 않거나 줄이는 것이 좋습니다.” 환자는 오이에서 조금 놀라는 반응을 보이더니 즉시 그리하겠노라고 한다.   아울러 바나나가 맞지 않다는 말에 조금 난감한 모습을 보이더니 역시 받아들인다. 그리고 간단히 환자 본인의 체질적 장기 구조에 대해 설명을 해 주니, 별 어려워하는 기색없이 이해하는 눈치다. 이 정도 체질에 대한 인식과 식이에 대한 이행이라면 체질의학의 가르침에 대한 훌륭한 학생(?)이라고 할 수 있다.

수양인. 수양인 체질은, 필자의 소견으로 말하면,  뭐라 할까, 꼭 신선 같다. 좀 우스워 보일 수 있지만 필자의 느낌이 그렇다는 것이다. 속세를 떠나 좀 신비스럽게 산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른 이들 보다 덜 세속적이라는 의미도 아니다. 그냥 좀 사람이  端雅(단아:모습이나 생김새가 단정, 아담)하다고나 할까. 대개는 몸이 크지 않다. 혹은 몸동작이나 말투가 크거나 빠르지 않다. 그러면서도 민첩하다. 그리고 뭔가 단정한 이미지가 있다. 꼼꼼하다. 세심하다. 생각이 많고 깊다. 조직적이다. 셈에 정확하다. (그래서 장부 정리나 회계에 능하다.) 치밀하다. 일 처리를 대충 대충하지 않는다.  

처음에는 몰랐는데 언제부턴가 그러한 성향이 얼굴에 쓰여 있는 것을 볼 때가 있다. 그러면 속으로 웃는다. “당신은 수양인. 완벽주의자, 수에 밝고 의심이 많고 단정하고..” 그런데 그러한  성향 때문에 얼마나 (마음이) 피곤할까. 수양인 체질은 신경증에 걸릴 소지가 많고, 필자의 진료 경험상도 그렇다. “돌다리도 두들기고 건넌다”라는 우리 속담에 딱 부합되는 체질이다. 그런데 의심이 많다는 것은 정확하거나 합리적인 것을 추구하고 원한다는 것이요, 한 번 의심이 풀리면 전적으로 의지하고 신뢰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그 환자는 필자의 체질음식에 대해 아주 꼼꼼히 받아 적고 그리 하겠노라고 흔쾌히 답변을 한 것이리라.

사람의 외모만 가지고 논한다면, 미남미녀 가운데 수양인(소음인)이 단연 으뜸이다. 육감적인 (glamorous) 외모보다는 얼굴이 오밀조밀하게 미와 멋이 잘 잡혀있는 편이다. 여자는 단아한 미인이 많고 남자 역시 잘 균형잡힌 미남형이다.

필자의 눈에 신선 같아 보이는 수양인 체질은 자신의 성격 때문에 스스로 애를 먹는 경우가 많다. 내색은 안하면서 너무 세심해서 탈이다. 타의든 자의든, 어떤 rule (법칙)이 있으면 지키려고 한다. 그리고 잘 안되면 자책이나 낭패감을 느낀다.  이 체질은 머리가 좋고 의심이 많다. 그리고  지나치게 완벽주의를 추구하는 성향 그리고 어떤 경쟁심이나 자존심 때문에 마음의 상처를 입기 쉽고 그러한 상처가 오래 진행되면 신경증에 이르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래서 수양인 체질은 자꾸만 마음을 터는 법을 익혀야 한다. 굳이 가까운 사람, 마음에 맞는 사람만 선호하기 보다는 사람과의 관계성을 좀 넓게 갖는 것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한 가지 일에 지나치게 몰입하거나 과거사에 집착하지 않는 것이 심신 건강에 중요하다. 의심이 많고 완벽을 추구하는 이 체질이 자신이나 남의 실수를 용납하거나 인정하고 자꾸만 마음을 느긋하게 한다면 필시 건강하게 장수할 수 있는 체질이다.

환자는 유고슬라비아에서 왔다. 유고슬라비아가 지금은 여러 국가로 나눠진 것으로 알고 있었지만, 그를 통해서 정확히 일곱 국가로 분리된 것을 알게 됐다. 한 나라에서 일곱 나라라…인구도 많지 않은 한 나라가 굳이 나눠질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의아함을 그는 간략한 설명으로 풀어준다. 그 분리가 경제적으로는 불리할 것이라 하면서 전체적으로는 잘 된 것이라고 하는 그는 그 분리의 격변기 때 새 삶을 찾아 조국을 떠났다고 한다. 그의 선택은 현명한 것 이었을까하는 또 하나의 궁금함에 대해 그는 지금 자신의 가정과 함께 비교적 안정돼 살고 있어 보인다. 어쩌면 그의 선택이 옳았을지 모른다. 체질의학에 입각해 볼 때. 수양인 체질 (소음인)이 현실을 비관하여 적당히 자리보전하려 하기보다, 격변기 때 자리를 떨치고 자신의 모국과 부모형제를 떠나 새로운 삶을 향한 모험은 음에서 양으로의 전환이기에 전혀 무리가 아니고 위험스럽거나 허황된 객기도 아니다. 어쩌면 자신의 오랜 세월의 혈연과 지연의 터를 과감하게 떠났기에 현재의 위치에까지 왔는지도 모른다. 필자와 거의 동년배의 중년을 넘긴 수양인 체질의 신사. 그가 건강히 잘 살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그것은 어쩌면 그가 유고슬로비아라는, (분리된 이후의 세르비아) 한 때 공산주의 치리 하에 (억압과 고통가운데) 있었던 나라에서 왔기 때문인지 모른다.

수양인 체질의 기운은 그 얼굴에서 필자에게 곱게 전해진다. 집념이야 어떤 체질이든지 마음  먹기에 따라 겉으로 표출되는 것, 그런데 어떤 강력한 완력같은 것 보다는 은근하면서 공격적이지 않은 기운이 들어 있다. 그래서 그 얼굴이 부담스럽지가 않다. 아주 좋게 말한다면 평화스럽다고나 할까.

 얼굴에서 풍기는 기운만 가지고 말한다면 수양인 체질에는 어떤 온화한 면이 있다. 그래서 좋고 편하다. 이 세상은 약육강식의 정글 같은 살벌한 곳이라고 하는데, 최소한 얼굴에서만이라도 평화스러움이 있고 그 평화가 사람들에게 전달된다면, 사람 사는 세상에 조금이라도 위안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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