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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 [주호석 칼럼] 캐나다 가치와 이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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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주호석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7-12-05 11:53 조회3,23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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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을 비난하거나 비판하는 사람들이 종종 사용하는 말 중에 미국의 가치(American Value) 라는 표현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가치를 훼손하고 있다는 비난을 할 때 자주 사용하는 표현이다. 여기서 미국의 가치는 미국인들이 건국이래 지금까지 지켜오고 있는 고유의 정신적 유산이라 할 수 있다. 그것은 사람에 따라 다르게 정의되기도 하는데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몇가지핵심가치를 꼽자면 개인주의(Individualism), 평등주의(Equality), 경쟁원칙(Competition) 등이 있다.  

그런데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고나서 인종 및 종교에 대한 차별 정책을 구사함으로써 개인주의와 평등주의가 후퇴하고 America First를 외치며 보호무역 정책 등을 구사함에 따라 경쟁의 원칙 등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게 트럼프 비판론자들의 주장이다.

그럼 캐나다에도 이웃나라 미국처럼 캐네디언들이 지키고자하는 어떤 밸류, 즉 캐나다 가치가 존재하고 있을까. 미국과 캐나다는 건국 과정이나 생활양식 등에 있어서 비슷한 면이 많아 언뜻 보기에 캐나다의 가치는 미국과 별로 다르지 않아 보인다. 인권을 매우 중요시하고 정의를 앞세우는 것 등 두 나라가 공통적으로 추구하는 가치가 여럿 존재하기도 한다.

그러나 필자가 캐나다 이민생활을 통해 보고 느낀 바로는 캐나다에도 미국과는 분명히 다른, 캐네디언들만이 갖고 있는 정신적 가치들이 존재하고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캐나다가 중요시하는 가치들 가운데 특히 공익우선주의는 미국의  개인주의와 반대되는 개념으로 캐나다의 핵심 가치이자 국가의 정체성을 규정짓는 개념이라 할 수 있다. 그것은 국민 또는 사회구성원 모두가 더불어 잘 사는 것을 추구하는 핵심가치라 할 수 있다. 다른 말로 공존공영주의(Principle of live-and -let-live)라고 표현할 수 있다.

개인주의를 핵심가치로 내세우는 미국은 정치 경제 사회 등 각 방면의 시스템이 개인의 권리와 이익을 최대한 보호하는데 촛점이 맞춰져 있다. 따라서 미국은 경쟁에 기초한 기업이나 개인들의 영리행위에 대해 정부의 개입을 최소화하는 것을 기본 원칙으로 하지만 캐나다의 경우는 공공의 이익을 우선으로 하기 때문에 민간부문까지도 정부의 통제와 관리가 일반화되어 있다. 일부 이민자들이 캐나다는 사회주의 국가와 비슷하다는 말을 하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의료시스템의 경우 미국은 의료보험회사, 제약회사, 병원, 의사 등 각 의료관련 주체들이 철저하게 사익을 추구하는데 촛점이 맞춰져 있다. 반면에 캐나다는 정부의 지원 및 관리에 의해 전국민이 고르게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공공의료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이러한 캐나다의 의료시스템도 따지고 보면 국민 모두가 차별없이 더불어 행복하게 사는 것을 추구하는 공존공영의 원칙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사익보다는 공공이익을 우선시 하는 공존공영의 원칙은 국가차원의 제도나 시스템에만 적용되고 있는 게 아니라 개인들의 일상 생활속에도 널리 자리잡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다른 나라 국민들에 비해 공중도덕을 잘 지키고 남을 배려하고자 하는 생활태도가 몸에 배어 있는 것들이 그러한 예이다. 

필자의 경우 캐나다 이민생활을 시작하면서 가장 만족스러웠던 게 바로 캐나다 사람들의 남을 배려하고 포용하며 살아가는 생활문화였다. 즉 공존공영의 정신이 생활속에 깊숙히 뿌리박혀 있다는 사실에 매우 고무되었던 것이다. 아마도 한국과 너무나도 대조적인 것이었기에 그랬던 것 같다. 그리고 그런 생활문화가 그대로 유지되기를 바라왔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그런 모습들이 점점 사라져가고 있는 것같은 생각이 들어 안타깝기 그지없다. 예를 들어 도로에서 운전을 하는 경우 예전에는 난폭운전하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거의 모든 운전자가 양보운전을 하고 다른 운전자를 배려하는 운전태도가 일반적인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것을 기대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물론 어느 국가 또는 사회든 인구가 늘어나면 그에 비례하여 공공질서가 문란해지고 경쟁이 치열해짐으로써 남을 배려하기보다는 서로 다투고 충돌하는 일이 빈번해지는 게 일반적인 현상이다. 캐나다의 경우는 특히 이민문호가 폭넓게 개방되어 있어 세계 각국에서 각기 다른 민족 출신자들이 계속 밀려들어오고 있기 때문에 그런 현상을 피할 수 없는 실정이기도 하다. 

정부통계에 의하면 캐나다 인구 중 이민자가 차지하는 비율이 21.9%에 이른다. 또 앞으로 이민문호를 더 확대하여 향후 3년에 걸쳐 1백만 명의 신규 이민자를 받아들이겠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전체 인구가 3천만 명을 약간 넘어서는 수준임을 감안하면 엄청나게 많은 이민자들이 새로 캐나다에 유입될 전망이다.

캐나다가 이민자의 나라이고 인구를 더 늘려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정부의 개방적인 이민정책을 부정적으로 바라볼 수는 없다. 하지만 이민인구 증가로 인해 캐나다 가치인 공존공영 정신이 훼손되어서는 곤란하다.  특히 다민족 다문화국가인 캐나다가 민족간 사회적 갈등없이 더불어 잘 사는 나라로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는 출신 민족별 고유문화를 지켜나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특정 민족이 아닌 캐나다 국민으로서 공통의 가치 또는 정체성을 지키고 유지해나가는 게 더욱더 중요하다. 

종교를 포함한 이질적인 문화가 상호 충돌할 때 인류에 얼마나 큰 재앙을 가져다 주는지는 역사를 통해 여러번 증명된 바 있다. 대표적인 다문화 국가로서 모자익 형태의 사회구조를 유지하고 있는 캐나다는 언제든 이질 문화간 충돌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공적인 회의(Official Meeting)을 하는데 공용어인 영어를 사용하지 않고 특정민족 언어를 사용하려다 충돌이 일어난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앞으로도 캐나다가 이민자들의 정착지로 선망의 대상이 되고 그 이민자들이 평화롭고 안전하게 더불어 잘사는 나라가 되기위해서는 캐나다 고유의 가치이자 정신적 유산인 공존공영의 원칙이 절대로 훼손되거나 무너져서는 안되겠다는 게 필자의 소신이다. 그리고 그것은 어느 민족 출신이든 이민자 개개인 모두가 지켜나가야 할 기본 가치라고 믿고 있다. 

 

주호석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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