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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 [주호석 칼럼] 공(公)과 사(私)는 철저히 구별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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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주호석 작성일18-01-12 10:08 조회8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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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사람들의 해외이주 열기가 대단하다. 본국의 총 인구는 1억4백만명 정도인데 인구의 10%에 달하는 1천만명이 해외에 이주하여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캐나다의 경우 연방통계청 발표에 의하면 지난 2011년부터 2016년까지 5년 사이 캐나다에 이민온 필리핀인은 총 18만8천8백 여명에 달한다. 이는 같은 기간 전체 이민자수 1백20 여만명의 15.6%를 차지, 나라별 순위에서 중국이나 인도를 제치고 1위를  기록한 수치다. 같은 기간 2만2천여명에 불과하여 전체의 1.6%를 차지한데 그친 한국인 이민자수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수치이기도 하다. 

 

필리핀 사람들의 이민 열기는 캐나다에서만 눈에 띄는 게 아니다. 미국의 경우에는 현재 4백만 명에 달하는 필리핀인들이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중국출신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이민자 수치다. 미국내 한인 이민자는 약 2백70만명 정도로 집계되고 있다. 미국이든 캐나다든 필리핀 이민자들은 대부분 저임금 노동일에 종사하고 있을 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두개 이상의 직업을 갖고 있다. 또한 이를 통해 버는 돈 상당부분을 필리핀 본국의 가족들에게 송금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미국내 필리핀인들의 경우 연간 2백억 달러 이상을 본국에 송금함으로써 필리핀 경제에 큰 힘이 되어주고 있다고 한다. 한국의 이민자들 가운데 상당수가 현지에서 돈을 벌기는 커녕 본국에서 송금받아 생활하고 있는 현실과 비교하면 양국 이민자들의 살아가는 모습이 얼마나 큰 차이가 나는지 알 수 있다.

 

필자는 직장에서 필리핀 출신 이민자들을 꽤 많이 만나는 편이다. 그래서 그들과 대화를 자주 하게 된다. 그들과 얘기를 할 때마다 필리핀 출신 이민자들 대부분이 한국의 경제발전에 대해 무척 부러워하고 있음을 확연히 느끼게 된다. 그들에게 한국인은 부자여서 돈 잘 쓰는 사람들로 인식되고 있기도 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이 삼성 LG 현대 등 한국 기업들이 만드는 TV나 스마트폰 자동차 등을 직접 구입해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필리핀 사람들이 70년대까지만 해도 한국보다 자기 나라가 더 잘 살았었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는 터여서 오늘날 필리핀이 한국보다 상대적으로 못사는 나라가 된데대해 자격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됐다.

 

그런 그들과 대화를 하면서 내가 자주 하는 질문이 '한국보다 잘 살던 너희 나라가 왜 한국보다 더 못 사는 나라가 되었느냐' 고 묻는 것이었다. 그 때마다 공통적으로 돌아오는 그들의 대답은 'It is corruption' 이다. 자원도 풍부하고 인구도 많아 잘 사는 나라가 될 수 있는 요건을 갖추고 있는데도 나라가 부패하여 빈국 대열에서 탈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지금도 관공서에 가서 일을 볼 때 뇌물없이는 되는 일이 없을 정도라고 한다. 아직 한국도 고위 공직자들의 부패와 비위행위가 자주 도마 위에 오르고 있지만 필리핀은 그 정도가 훨씬 심할 뿐 아니라 일반 국민들조차 그같은 현상을 아예 치유불가능한 것으로 여기고 있다고 한다. 부정부패가 후진국 탈출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이라는 걸 온 국민이 알고 있지만 그것을 고치는 것은 불가능한 일로 치부하고 있다는 것이다. 남의 나라지만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없는 일이다.

 

그러면 국민 전체를 가난하게 만드는 그 부정부패(Corruption) 라는 것은 왜 사라지지 않는 것일까. 부정부패의 본질은 돈과 같은 댓가를 매개로 공(公)과 사(私)가 구별되지 않을 때 일어나는 현상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어느 분야에서든 부정부패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직.간접의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특성을 갖고 있다. 대표적인 공적 조직인 정부의 관료들이 부패하면 그 나라의 국민들이 피해를 입게 되어 있다. 비록 규모가 작은 공적인 단체의 경우도 그 단체를 이끌어가는 지도부가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할 경우 부정부패가 고개를 들게 되고 그 결과는 그 단체 구성원들에게 반드시 피해를 가져다 주는 것으로 이어지게 된다.

 

밴쿠버 한인회가 한인회관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매각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고 새 회관을 구입 이전하는 일이 뒤따르게 될 것이다. 따라서 밴쿠버 한인회 역사상 가장 큰 일을 추진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필자는 기존 한인회관을 매각하고 한인타운 근처에 새로 회관을 마련한다는 데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찬성하는 입장이다. 우선 주지하다시피 지금의 한인회관은 위치상 한인들이 쉽게 접근하고 참여하는데 한계가 있다. 말이 한인회관이지 밴쿠버 거주 한인 중에 한인회 관련 인사들을 제외하고 한인회관을 한번이라도 가본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있겠나. 필자는 이민 초기 한인회관에 잠시 들렀다가 위치는 말할 것도 없고 건물 상태 등에 대해 엄청나게 실망했던 경험이 있다. 필자가 한인회관 이전에 적극 찬성하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문제는 기존 한인회관의 매각과 새 회관의 구입 과정이 얼마나 투명하고 깨끗하게 이뤄질 것인가하는데 있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즉 한인회관 이전의 성패는 그 일을 추진하는 사람들이 일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공과 사를 철저히 구별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달려 있다고 믿고 있다. 가뜩이나 회관 건물 지분문제, 기존 회장들간의 알력 등으로 이미 평탄치 못한 상황에서 진행해야 하는 일인데 만에 하나 현 한인회 집행부가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하는 우를 범한다면 한인사회에 괜한 평지풍파만 일으킬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번에 추진하는 한인회관 이전사업이 아무 탈없이 진행되면 구심점없이 뿔뿔이 흩어져 있는 밴쿠버 한인사회를 하나로 결집시키는데 결정적인 모멘텀이 될 것이고 그렇지 못할 경우 한인회는 지금보다도 더 한인들로부터 외면받게 되는 것은 물론 한인사회는 영원히 구심점 없는 소수민족으로 남게 것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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