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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 [한힘세설] 문화의 힘이 국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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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심현섭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8-03-06 13:43 조회3,89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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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탐방을 마치면서- 

 

다른 어떤 나라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문화 갖고 있는 대한민국, 자부심 갖는 것이 중요

 

 

유네스코(United Nations Education, Science and Cultural Organization)가 한국의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한 11곳을 2개월에 걸처 탐방하기로 작정하고 지난 3월 말에 한국으로 떠났다. 이제까지 주관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던 문화유산에 대한 개념을 유네스코는 세계적인 관점에서 평가하기 시작하였다.

 

우리에게는 익숙하고 평범해 보이는 유산들이 새롭게 평가되고 세계적으로 보존 관리되어야 할 유산으로 떠오르게 되었다. 문화유산은 이 땅 위에서 오랜 세월 우리 선조들이 이룩해온 역사의 총체라고 말할 수 있다. 유형무형의 유산을 통해서 실제적으로 역사를 체감할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왕조사가 아닌 문화사 중심의 역사를 탐색해 보기로 하였다.
 

과연 문화란 무엇이며 문화가 가지고 있는 힘은 어떻게 작용하며 한 민족과 국가의 운명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 것일까? 민족과 국가는 역사적으로 흥망성쇠를 거듭하며 흘러간다. 흥하기도 하고 망하기도 하며, 융성하기도 하고 쇠퇴하기도 하는 것은 역사의 천리이다. 아주 망해서 없어지기도 하고 없어질 듯하면서도 다시 일어나며 영원히 지속할 것 같던 제국도 어느 날 사라지고 만다. 그렇다면 흥망성쇠의 밑바탕에 깔린 원인과 조건은 무엇인가.


중국은 전설시대를 끝내고 기원전 11세기에 주나라가 선다. 그 후 기원전 221년에 진 시황제가 처음으로 중국을 통일하여 동아시아의 최대 국가가 되었다. 움직일 수 없는 최강국이었던 중국은 이후 끊임없이 북방의 이민족으로부터 침입을 받게 된다.

 

심지어는 중국 땅에 이민족들이 들어와서 왕조를 세우고 한족을 통치하기도 하였다. 틈틈이 처 들어 온 기간은 제외하고 왕조가 섰던 기간만 무려 900여년에 이른다.

 

5호16국 시대와 요, 금과 원나라, 청나라의 지배기간을 합한 기간이다. 그렇다면 주나라 이후 중국 역사 3천년 동안 거의 3분의 1을 이민족이 다스린 나라가 중국이다.

 

우리나라는 한사군 이래 수많은 외적의 침입이 있었지만 조선 땅에 이민족의 왕조가 선 적은 없었다. 한고조는 북방의 이민족을 결혼과 조공으로 협상하고, 한무제는 강한 군사력으로 정복위주의 정책을 펼쳤으며 진시황 이래 만리장성을 건립하여 이민족의 침입을 막으려 했으나 긴 역사의 시간 속에서 보면 결코 군사력으로 이민족을 원천봉쇄하지 못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런데도 오늘날 중국을 침입했던 이민족들의 자취를 찾을 수 없다. 중국을 침입한 수많은 이민족들은 모두 중국문화에 흡수되어 스스로의 정체성을 상실하고 말았기 때문이다. 중국을 정복했던 사실은 역사에 남아있지만 그네들의 자취는 찾을 수 없다.

 

이차대전이 끝난 뒤 패망한 독일과 일본은 그야말로 남은 것이라고는 완전히 폐허화된 공장과 수많은 실업자, 주체할 수 없는 절망뿐이었다. 다시 일어선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최악의 상황이었다.

 

그러나 독일은 현재 유럽에서 가장 강력한 경제력을 가진 주도국이 되었으며 일본은 전 세계가 일본에서 배워야 한다고 할 정도로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루면서 이제 군사력까지 갖춘 새로운 강국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이 모든 원인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인가. 
 

이민족의 끊임없는 침입을 받았거나, 전쟁에서 아주 패망하고 말았거나 상관없이 그네들이 가지고 있던 문화의 힘은 상실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 민족이나 국가가 축적해온 문화역량은 외형적인 모든 것들이 파괴되고 사라져도 결코 없어지지 않는다.

 

문명은 사라져도 문화는 남는다. 부국강병이 근대국가의 철저한 국가목표였다. 그러나 군사력만이 나라의 생존을 지켜낼 수 있다고 믿는 것은 틀렸다는 것을 역사는 곳곳에서 지적하고 있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자다"라는 진화론의 명제는 역사에서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한국역사의 특징은 끝까지 끈질기게 살아남았다는데 있다. 어떻게 오늘날까지 수많은 외침과 강대국 사이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우리보다 월등 강했던 이민족들이 다 망하고 난 지금까지도 말이다. 그것이 한국문화가 가지고 있는 강한 생존력 때문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한국은 유구한 역사 속에서 동아시아의 강대국인 중국의 영향을 받으며 생존해 왔다.

 

서구인들이 멀리서 보면 중국과 한국의 특이점을 찾기 힘들 수도 있다. 그러나 엄연히 중국문화와 한국문화는 다르다. 다르다는 것은 한국이 독자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일본도 또한 한국과 비슷한 듯하면서도 전연 다른 문화양상을 가지고 있다. 한국이 독자적인 문화역량을 가지고 있었고 그것을 스스로 발전시켜 왔기에 주변 강대국에 흡수되지 않고 생존할 수 있었던 이유이다. 
 

<총,균,쇠>로 유명한 제레드 다이야몬드 교수는 최근 그의 저작 "나와 세계"에서 한국은 과거 더 나은 경제력을 가지고 있던 많은 나라들보다 월등하게 발전해 왔고 이제 세계10위권의 선진국이라고 부추기면서 약점이 강점이 된 나라라고 했다.

 

"어떤 의미에서 한국은 다이아몬드 광산과 유전이 없어 복 받은 나라, 달리 말하면 다이아몬드와 석유로 인한 문제로 피해를 입지 않는 복 받은 나라일 수 있습니다."고 했다. 석유나 다이야몬드에 의존했다면 한국이 가지고 있는 강한 저력을 발휘하기 힘들었다는 것이다. 그 저력은 바로 문화의 힘이었기 때문이다.

 

강한 나라를 만드는 데는 강한 군사력과 풍부한 경제력이 필수이다. 그러나 그것은 외적인 것이고 단기적인 것이다. 장기적으로 강한 나라는 문화의 힘을 키워내는 데 있다.

 

문화의 힘은 칼로 베어지지 않고, 일시적인 배고픔으로 사라지지 않는다. 먹장구름 위에서도 항상 찬란하게 빛나는 태양처럼 보이든 보이지 않든 국가와 민족을 지켜내는 원천적인 힘이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지정을 통해서도 한국이 문화강국 중에 하나라는 것이 증명되었다. 이제껏 한국인들은 왜 한국에는 만리장성도 없고, 자유의 여신상도 없고, 에펠탑도 없으며, 로마의 베드로 대성당도 없느냐고 물었다.

 

이제부터는 세계 최고최대의 팔만대장경, 금속활자로 찍은 직지심체요절, 종묘와 조선왕조실록, 석굴암과 불국사, 동의보감과 승정원일기, 미륵사석탑 같은 문화유산이 왜 다른 나라에는 없느냐고 물어야 한다. 선조들이 물려준 위대한 유산만이 자랑거리가 아니라 여기에 더해서 우리가 새롭고 독창적인 문화를 발전시켜나가야 한다는 사명의식을 투철하게 가져야 할 의무가 있다. 


경제력이 최우선인 시대에 경제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경제에만 치중해서 될 일이 아니라는 것을 조성장 전 프랑스문화원장은 밝히고 있다. "한 나라의 국가 경쟁력을 경제가 좌우 한다면, 경제에서 최고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은 그 나라의 '문화의 힘'이란 것을 잊어서는 안 되겠다." 

 

김구선생께서는 그의 자서전 <백범일지> 말미에 우리나라가 나아갈 길을 다음과 같이 간곡한 심정으로 밝혔다.


"내가 원하는 우리나라,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남의 침략에 가슴이 아팠으니, 내 나라가 남을 침략하는 것을 원치 아니한다. 우리의 부력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강력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 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 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겠기 때문이다."

 

한힘 심현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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