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힘세설] 민족성에 관하여 > 칼럼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칼럼

역사 | [한힘세설] 민족성에 관하여

페이지 정보

작성자 심현섭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8-03-06 14:09 조회3,217회 댓글0건

본문

태어난 땅과 사람들로 말미암아 내가 존재, 따라서 어머니와 조국 그리고 고향은 말이 다를 뿐으로 한 뜻


민족성이란 없다. 여기서 민족성이란 변하지 않고 모든 사람에게 적용될 수 있는 민족적인 고유하고 보편적인 성향을 뜻하는 데 그런 건 없다는 말이다. 왜냐하면 지역적으로 시대적으로 전체 인구에 항상 적용될 수 있는 민족성향은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이라는 나라가 작다하더라도 경상도가 다르고 전라도가 다르다. 또한 평안도 함경도로 가면 북쪽 사람들의 성향이 또 다르다. 중부지방인 충청도와 강원도는 또한 나름대로 지방색을 지니고 있다. 이 모든 지방을 통틀어서 공통적으로 말할 수 있는 성격이나 취향은 가히 말하기 어려운 것이다.

여기다가 고조선 때나 삼국시대나 근세조선에 이르기까지 한결같이 관통하는 우리 민족의 민족성이라 할 만한 것이 존재한다고 주장한다는 것은 애초 출발부터 편견에 지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이것은 우리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 어느 지역 어느 민족에게도 적용되는 말이다.

로마제국시대 사람들의 성향과 현재 이태리 사람들의 성향에서 어떤 민족성을 이야기하기에는 너무 당혹스러운 면이 있다. 서부활극시대의 미국인과 현재 뉴욕의 맨하탄을 걸어가고 있는 사람의 공통점을 보편적으로 말하기는 곤란하다. 재미로 억지로 말할 수는 있다.

근간에 이런 민족성의 문제가 크게 대두된 것은 다름 아닌 한국민족을 비하하고 못난 놈으로 취급하는 일제 식민사관에서 비롯된 인식이 아직도 더구나 한국인 스스로의 입에서 흘러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떤 대상을 바라볼 때 어떤 마음과 눈으로 보느냐에 따라서 엄청난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을 알게 된다. 애정과 연민의 바탕 위에서 바라볼 때 긍정적인 시각으로 볼 수 있다. 업신여기는 마음과 착취의 대상으로 바라볼 때 부정적이고 혐오스런 시각이 생겨나게 된다.

어머니는 미인이라서 어머니가 아니다. 어머니를 바라볼 때 미인이냐, 아니냐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나를 낳아주시고 길러주시고 세상에서 가장 아껴주시던 분으로써의 어머니는 미인을 초월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국은 위대해서만이 조국이 아니다. 조국을 생각할 때 강대국이냐, 후진국이냐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내가 태어난 땅,그 땅과 그 땅위에 사람들로 말미암아 내가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조국은 숙명적인 끈으로 나와 연결된 끊을 수 없는 대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머니와 조국 그리고 고향은 말이 다를 뿐으로 한 뜻이다.

▶ 한국 사람의 민족성을 말할 때 늘 운위되는 것이 ‘게으르다’ ‘위생관념이 없다(더럽다의 점잖은 표현이다)’ ‘단결을 할 줄 모르고 분파성이 강하다’ ‘시간관념이 없다’ ‘의타심이 강하고’ ‘사대주의적이다’ ‘창의성이 없고 모방적이다’ 등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지경이다. 하여간 듣고 있다 보면 마치 세상에 나쁘다는 것은 다 모아놓고 그게 한국 민족의 민족성이라고 억지를 쓰는 듯이 보인다. 거기에 한 술 더 떠서 이웃나라 일본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그리고 웃음을 참을 수 없는 것은 이런 말을 천연스럽게 하는 사람은 자기도 거기 해당되는 데도 마치 자신만은 예외라는 듯이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태연하다. 듣고 앉아 있는 당신들 한국인들은 이에 해당되고 ,말하고 있는 나는 한국인이지만 해당 안 된다는 표정이다. 힐난하는 사람에게는 한 가지 변명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니까 우리의 잘못 된 점을 고쳐나가자는 뜻’이라고 한다.

이런 태도는 절대로 후세들에게 물려주지 말아야 한다. 주눅 들고 열등감에 사로잡혀서는 미래를 떳떳하게 살아갈 수 없다. 한국인, 한국민족을 애정 어린 마음으로 바라보면 이런 말이 나올 수 없다. 위에 말한 한국 민족의 단점이라는 것은 고의적인 비하의식에서 나온 것이지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그런 결점은 어느 민족, 어느 나라 사람을 찾아가도 다 일부는 가지고 있는 보편적인 결함이기 때문이다.

오래전 일본 도쿄에 갔을 때 밤길을 걷던 술 취한 남자가 태연하게 담벽에다 소변을 누는 것을 여러 차례 보았다. 신쥬꾸 뒷골목 식당 화장실에 어지럽게 그려진 낙서와 악취를 두고 일본인은 더럽고 위생관념이 없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한 가지 사실만을 보고 그것을 과감하게 전체에 확산해서 해석하려는 것은 상대를 존중하는 마음이 없을 때 생겨나는 것이다.

사계절이 분명한 나라에 사는 사람들은 게을러서는 살아갈 수가 애초부터 없다. 때맞추어 씨를 뿌려야 하고 거두어야 하고 겨울을 준비해야 한다. 잠시도 손 놓고 있다가는 제 일을 망치고 만다. 옛날 서울역 앞, 지게꾼이 손님이 없어 지게를 버텨놓고 낮잠을 자고 있는 것을 보고, 지나가는 여행자가 한국인들은 게으르다고 말했다. 맞는 말인가?

일본인들의 모방은 장점이 되고, 한국인들의 모방은 창의력 부족인가? ‘예술은 자연의 모방이라 했다’ 인간은 본원적으로 창조적일 수가 없다. 모방을 통해서 창작이 나온다. 한국 역사에 사대주의는 능란한 외교술이었고 자신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오랜 세월을 면면히 버텨온 지혜였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고려시대 세계를 정복한 강력한 원의 지배하에 있으면서도 내치의 자율성과 고유문화의 유지 등 당시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독특한 지위를 누리고 있어 ‘만국 가운데 오직 하나’라고 말하고 있다.

「無有 萬國獨一焉」 元 姚燧 <收庵集> 권3

▶ 최근 인도 단체관광객들을 대형관광버스로 빅토리아 관광을 했다. 그들의 모습이 인도라는 큰 나라를 온통 대신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분명 그들을 통해서 한국 사람들이 보였다. 버스에서 내리고 타는 데 한국 사람에 비해서 아마 2-3배는 더 걸리는 것 같았다. 행보가 느릿느릿 하다. 가이드가 20분 후에 출발한다고 했지만 시간 내에 도착한 사람은 몇 사람 안 된다. 그렇다고 누구 하나 채근하는 사람도 없다. 몇 분이 지났건 다 왔으면 출발할 뿐이다. 한국인 단체관광에서는 결코 없는 현상이다.조금만 시간이 지나도 미안하다고 쩔쩔매는 게 한국 사람이다. 점심을 준비해서 자기네들끼리 먹으면서 누구도 운전기사한테 권하는 사람이 없다. 한국 사람끼리 있을 때라면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한국 사람은 뭘 먹을 때 주위에 사람이 있으면 알건 모르건 식사를 권한다. 야박하다는 인상을 주어서는 한국사람 틈바귀에서 살아가기 힘들다. 나를 남의 입장에서 성찰하고 그에 맞추어 살아가려고 애쓰며 예의와 체면을 지키려는 선비의식을 가진 민족이 한국인이다.


심현섭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칼럼 목록

게시물 검색
권호동
그레이스강
김경태
김양석
민동필
박혜영
서동임
심현섭
아이린
안세정
유상원
이경봉
이용욱
조동욱
조영숙
주호석
최광범
최재동
최주찬
한승탁
Total 1,836건 24 페이지
칼럼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게시물이 없습니다.
회사소개 신문광고 & 온라인 광고: 604.544.5155 미디어킷 안내 개인정보처리방침 서비스이용약관 상단으로
주소 (Address) #338-4501 North Rd.Burnaby B.C V3N 4R7
Tel: 604 544 5155, E-mail: info@joongang.ca
Copyright © 밴쿠버 중앙일보 All rights reserved.
Developed by Vanple Netwroks Inc.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