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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의학 | [다니엘 한의원의 체질칼럼] 고들빼기와 민들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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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권호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5-04-13 11:11 조회4,40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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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 기능 회복에 탁월한 효과 발휘하는 민들레

초등학교 쯤이었을까, 그 때가 겨울이었던 것 같다. 하루는 밥상에 고동색의 좀 칙칙한 것이 고추가루에 버무려져 있었다. 분명 김치는 아닌데 채소라고 한다. 

김치먹는 것도 이제 막 적응해 나갈 그 나이에, 생긴 것부터 거무칙칙한 것을 좋은 것이라 먹어보라니 좀 거부감이 있었지만, 한 입 억지로 입에 댄 이후에는 그 기막힌 맛에 정말 반해 버리고 말았다. 

어쩜 이리 맛있을까! 쓴 맛인데 약처럼 쓰지 않고 단 맛인데 설탕맛같은 인공적이 아닌. 입에 들어가면 침이 춤추면서 형용할 수 없는 맛을 낸다. 그 나이에 그런 맛을 알았다니. 

그 이후로 겨울 내내 끼니 때마다 그것을 즐겨 먹었다. (그 때는 몰랐다. 엄마가 만들었지만 엄마의 손에서 그리도 정갈하고 달콤한 맛이 나오는지를) 그리고 나중에 그 이름이 ‘고들빼기’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려서 먹었던 그 고들빼기 맛을 잊지 못해 어른이 되어서도 (한국에 있을 때) 간혹 고들빼기 김치를 시중에 사서 먹기도 했지만, 그 맛이 나지 않는다. 어, 이 맛이 아닌데.. 70년대 초의 한국 산야에서 야생으로 자라난 고들빼기가 아니어서 그럴까. 아니면 어머니의 손맛이 들어가지 않아서 그럴까. 아니면 나 자신의 입맛이 변했기 때문일까. 

2주 전 쯤, 저녁을 먹는데, 거무칙칙한 것이 밥상에 놓여 있길래, 이것이 무엇인가 물어보니 그냥 먹어보라고 한다. 고들빼기인가. 약간 쓴 맛이 나고.. 맛이 어떤가 물어오니, 잘 모르겠다고 답하면서 고들빼기인가 물어보니 ‘민들레’라고 한다. 

어, 민들레라고. 이것을 어디서 났나. '지천에 깔린게 민들레 아닌가' 하면서 집 안팎에 있는 민들레란 민들레는 죄다 파다가 물에 (소금물이라 했던가?) 몇 시간 이상을 담가 놓았다가 한 번 만들어 보았다는 것이다. 

정성이 대단하지 않느냐는 듯이. 내색하지는 않은 체, 그래 정성은 정성이고 맛은 어떨까 입에 대 보니, 그 맛이 어려서 먹었던 고들빼기와 약간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 그런데 분명 고들빼기도 아니고 고들빼기 맛도 아니며,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어려서 느꼈던 행복한 맛도 아니었다. 그래도 정성은 정성이니, '맛이 괜찮네' 한 마디 덧붙이고.
 
민들레는 겉으로 크지 않음에도 그 기세가 드세어 보인다. 한 여름 뙤약볕, 모든 풀들이 덥다 더워 하면서 맥을 못추고 잔디는 아예 드러누워 버릴 때, 민들레는 고개를 숙이지 않는다. 와, 정말 그 생명력이 대단한 것 같다. 물없으면 아무것도 생존할 수 없을 터인데, 저 민들레는 깊게 내리지도 않은 뿌리에서 어떻게 수분을 흡수하는 지, 저 작열하는 태양빛에 타들어가는 모습을 보이기는 커녕 고개를 무슨 원한이 서렸다고 쳐 들고 있는데, 자연계의 터프 가이 (tough guy)임이 틀림없다. 

민들레의 입들은 좀 거칠어 보이는 것과는 달리 그 꽃은 동그랗게 가지런히 모여있는 것이 아담하면서 깨끗하고 또 아름답기 그지없다. 잔디를 생각하면 저 민들레가 괘씸하기 짝이 없는데, 산길을 가다가 여기저기 자리잡은 민들레꽃은 어이 그렇게 눈길이 가고 아름다울까.

민들레는 한방에서 포공영(蒲公英)이라는 약재로 쓰여진다. 약리학적으로 민들레는 실리마린이라는 성분이 잎과 줄기에 있어서 간세포 손상을 치료하고 간의 독성을 중화시키는 효능이 있어 간기능 회복에 효과가 있다. 또한 고름을 없애는 효과가 있어 외부의 바이러스를 막는 효능이 탁월하다. 그래서 종기를 삭히며 멍울을 헤쳐서 병을 낫게 하고 출산한 산모의 젖몸살과 여러 부위의 종기에 사용한다. (체질따라 약이 되는 224) 민들레에는 한편 리놀산이라는 성분이 풍부하다. 

리놀산은, 혈관을 막으므로서 혈관계 질환을 유발하는 주요 물질인 유해 콜레스테롤의 배설을 촉진하는 효능이 좋다고 알려져 동맥경화를 비롯하여 혈관계 질병예방에 쓰여진다.  

한방 본초학에 의하면 민들레 (포공영)는 그 맛이 단맛과 쓴맛을 아울러 갖고 있으면서 성질이 차서 解毒散結 (해독산결: 인체의 염증이나 종기를 치료한다는 의미)의 要藥(요약)으로 쓰여진다. 

구체적으로 위염, 위궤양 등의 위장병, 만성간염, 지방간 등의 간질환, 변비, 만성장염에 좋은 효과를 발휘한다. 한편 산모의 젖이 잘 안 나올 때 쓰여지기도 하고, 그 외 신경통이나 천식 그리고 기침에 효과를 낸다. 그러나 민들레의 차가운 속성은 모든 사람이 모든 경우에 쓸 수는 없다는 것을 알게 해 준다. 

체질적으로 찬 소음인이 위가 약할 때는 사용할 수 없고 변비에도 조심해야 한다. 열독을 풀 정도로 차가운 속성이 있고 강력하게 혈맥을 여는 민들레가 소음인의 남아 있는 더운 기운까지 쓸어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할 때 기운은 더욱 소진되고 혈맥의 흐름이 더 나빠진다. 민들레가 적절히 쓰여질 수 있는 경우는 태음인이 비만하면서 열감을 느끼고 만성적으로 피로감이 있고 또한 변비나 과민성 대장 증후군이 있을 때다. 

태음인의 과항된 간 기운을 내리면서 부족한 폐기운을 올려주는 이상적인 약재가 포공영이다. 한편으로는 체질을 불문하고 (그러나 여전히 소음인 체질에는 조심해야 한다.) 몸 안의 일절 종기 그리고 변비에 유효하게 사용될 수 있다. 밴쿠버에 살면서 민들레를 잡초 정도로 취급할 때가 있다. 

여린 잔디 사이로 터를 잡고 야금야금 땅의 영역을 넓혀 나갈 때면 꽃의 아름다움이니 약으로서의 가치니, 뭐 그런 것은 생각도 나지 않고 불청객이다 못해 괘씸하기 이를때가 없어 보일 때가 있다. (해마다 여름이 되면 그런 것 같다.) 그런데 그런 민들레의 약용 가치를 떠올리고 또 민들레를 캐서 상에다 놓고 보니, 귀하기가 이를데가 없다.  

천지사방에 지천으로 깔려있는 민들레에 저런 효용가치가 있다니. 하지만 그 효용가치를 떠나서 민들레의 생명력 하나는 정말 끈질긴 것 같다. 

그 뜨거운 태양빛에도 꼿꼿하고, 누가 자기의 뿌리를 채 가려해도 아랑곳 하지 않으면서 다시 그 자리에서 혹은 저 만큼 새로운 자리에서 새롭게 터를 잡고. 누가 자신을 싫어하든 혹은 잡아 채려고 하든, 민들레는 자신의 자리를 지킨다. 

너희들은 너희 하고 싶은 대로 해라, 나는 내 자리를 지키련다. 세속 풍파에 초연했다는 듯이. 그래서 일편단심 민들레란 말이 생겨난 것일까. 누군가를 향해 연분이나 정분을 간직했다기 보다는 자신의 존재에 대한 확고한 신념과 강인한 생존본능을 알리려는 듯한. 마치 세상 끝날까지 가려는 듯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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