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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센의 재미있는 과학 이야기-156회] 꿈이 알려준 과학적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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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석준영 작성일17-06-29 09:32 조회9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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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를 간절히 바랄 때 우리는 가끔 ‘꿈속에서라도…’하고 소망하곤 합니다. 수험생들은 시험문제를 알려주는 꿈을 꾸기를 바라고, 또 누군가는 돌아가신 할아버지께서 나타나 내일 발표될 복권 번호를 알려주길 기대하기도 합니다. 가끔은 정말 꿈 덕분에 좋은 결과를 얻었다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흥미로운 이야기로 회자됩니다. 과학계도 예외는 아닙니다. 그 중 단연 유명한 이야기는 벤젠(benzene)이라는 탄소화합물의 구조를 발견한 독일의 화학자 아우구스트 케쿨레(Friedrich August Kekule von Stradonitz, 1829-1896)의 이야기입니다. 

 

벤젠(benzene, C6H6)은 6개의 탄소원자와 동일 수의 수소원자로 이루어져 있는 휘발성 탄화수소물질입니다. 향긋한 냄새를 특징으로 갖지만, 독성이 강한 발암물질로서 근로현장에서 주요 관리대상으로 분류 및 감시되고 있습니다. 이 물질은 1825년 런던의 가스공장에 남아있는 기체들을 분석한 영국의 과학자 마이클 파라데이(Micheal Faraday, 1791-1867)에 의해서 처음 발견되었습니다. 파라데이는 전자기 유도현상을 발견한 유명한 물리학자이기도 합니다. 처음 파라데이는 이 기체를 바이카부렛(bicarburet)이라고 불렀습니다. 벤젠이라는 이름은 이후 아일하드 미체리히(Eilhard Mitscherich, 1794-1863)이라는 독일 화학자에 의해 정해졌습니다. 당시 동남아시아에서 생산된다고 알려진 향기나는 천연수지(gum benzoin)이라는 이름에서 가져온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몇가지 실험을 통해 앞서 말씀드린 대로 벤젠이 탄소와 수소 각각 여섯 개씩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하지만, 그 구조는 반세기가 지난 1865년까지 쉽게 이해되지 못했습니다. 이는 그때까지 알려진 다른 탄화수소물들과 탄소, 수소의 비율이 너무 크게 차이가 났기 때문입니다. 알려진 대부분의 유기화합물들은 탄소와 수소의 비율이 거의 1:2 정도로 탄소에 비해 두배정도 많은 수소를 갖고 있습니다. 이런 구조는 지네의 모습과 비슷하게 이해될 수 있습니다. 탄소가 서로 연결된 긴 체인이 지네의 몸통과 같다고 보고, 각각의 탄소에 지네의 다리와 같이 양쪽으로 수소가 붙어있는 구조로 상상을 하면 탄소와 수소의 1:2 비율이 쉽게 설명이 됩니다. 하지만, 이러한 구조로는 탄소와 수소가 동일 수로 존재하는 벤젠의 구조를 찾을 수 없습니다. 이는 마치 다리가 왼쪽 줄 밖에 없는 이상한 지네의 모습이 되기 때문입니다. 단지 이상한 지네의 모습이라서가 아니라 이런 구조로는 탄소와 수소의 결합조건을 만족시킬 수 없습니다. 당연히 케쿨러를 포함한 유기화학자들은 벤젠의 구조를 알아내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었습니다. 케쿨레는 벨기에의 헨트지역 대학에서 교수직을 맡고 있던 어느날 우연한 기회에 벤젠구조에 대한 영감을 얻습니다. 교과서를 집필하던 중 잠시 잠이 들어버린 케쿨레는 뱀이 자기 꼬리를 물고서 뱅글뱅글 돌고있는 꿈을 꾸었다고 합니다. 케쿨레는 꿈에서 깨자마자 지네 모양의 탄화수소 체인의 양 끝을 연결해서 만들어진 고리형태의 구조를 생각하였고, 이를 바탕으로 벤젠이 육각형구조를 갖는다면 모든 결합조건을 만족하는 안정구조를 갖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아낸 것입니다. 

 

지금 생각하면, 무슨 과학자가 꿈 속의 영감으로 이론을 성립하나 싶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탄소와 수소들로 이루어진 유기화합물들의 존재는 1800년대부터 알려져왔지만, 그 구조들의 정확학 이론적 설명은 1900년대이후 양자역학(quantum mechanics)이 알려지고 나서야 가능해졌습니다. 그 이전에는 정확한 이론이 뒷받침되지 않았기 때문에, 유기화학자들은 나름의 방법으로 물질의 화학구조를 상상하고, 여러 실험을 통해 그 구조가 합리적인지를 재확인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매우 비과학적이라고 생각될 수도 있지만, 정확한 이론없이 실험적 현상에 의해 먼저 알려진 과학적 지식들은 대부분 이와 같은 방식으로 성립되었습니다. 

 

케쿨레가 꿈 속에서 엄청난 발견의 실마리를 얻은 건 정말 우연히 생긴 기적같은 일일까요? 이에 대한 대부분의 뇌과학자들의 대답은 ‘우연히 생긴 기적이라고 볼 수 없다'입니다. 뇌과학자들이 생각하는 꿈은 잠을 자고 있지 않은 동안 생긴 여러가지 데이터들의 연결과정을 수면 중에 재정리하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부산물입니다. 심지어 일부 신경과학자들은 꿈을 수면 중에 일어난 뇌 내부의 전기적 자극들에 대한 자의적 해석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전기적 자극이 뇌에서 ‘단맛'을 전달하는 신경계에서 일어났다고 가정할 때, 꿈의 내용은 꿈을 꾼 사람의 경험에 따라 다양해진다는 것입니다. 낮에 단것을 먹고 싶었지만 엄마의 제지에 의해 먹지 못하고 잠에 든 아이는 정말 맛있는 커다란 솜사탕을 먹는 꿈을 꾸었다고 기억할 수 있는 반면, 무서운 치과치료를 받고 잠든 아이에게는 충치균들이 마구 공격하는 꿈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아직도 꿈에 대한 연구는 정확한 답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적어도 케쿨레가 꾼 꿈은 우연히 일어난 것이 아니라, 낮밤을 가리지 않고 유기화학에 대한 연구에만 몰두하면서 지낸 케쿨레에게 어떤 이미지가 뱀의 형상으로 ‘해석'된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상상의 나래 위에 만들어진 모든 구조가 맞을 수는 없습니다. 유기화학의 초창기에는 여러 화학자들에 의해 화학구조에 관한 이론들이 난무했었습니다. 케쿨레 역시 지금은 완전히 사라진, 매우 독창적인 화학구조를 제안했었습니다. 그가 독일인이었던 것이 관련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재밌게도 그는 유기화학 분자구조를 ‘소시지'를 연상하여 만들어 냈습니다. 가장 단순한 형태의 탄소화합물인 메탄(methane, CH4)의 구조로 설명드려 보겠습니다. 메탄의 구조는 당구공모양의 탄소를 중심으로 네개의 수소가 사방으로 연결된 구조라는 것이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지식이 없었던 당시 케쿨레는 탄소가 소시지와 같이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상상했습니다. 비엔나 소세지 네 조각이 연결된 형태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탄소는 주변의 수소의 수에 따라서 이렇게 네개의 소세지가 될 수도 있고, 여섯개의 소세지가 될 수도 있는 변형 가능한 구조라고 이해를 하고, 그 주변에 수소가 주렁주렁 매달리는 형태일 것이라고 주장한 것입니다. 지금은 중고등학교 화학정도만 공부한다고 해도, 말도 안되는 모델이라고 코웃음칠 수 있지만, 아무도 참된 모델을 모르던 당시에는 매우 흥미로운 주장이었을 것입니다. 독일식 소세지를 매우 좋아하는 저에게는 지금도 그의 상상력을 흠모하게 만드는 모델입니다. 물론 이제는 아무도 믿지 않는 모델입니다. 

 

현재도 많은 과학적 사실들은 실험적으로는 존재함이 알려져 있지만, 정확한 원리가 설명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이들을 풀어나가기 위한 결정적 실마리도 케쿨레의 벤젠구조와 같이 전혀 과학적이지 않은 상상력이나 꿈 해몽에서 시작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아마도 그 누구보다도 진실의 실마리를 찾고자 노력한 자만이 그 꿈을 꿀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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