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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센의 재미있는 과학 이야기] 덜 익은 햄버거의 용혈성 요독 증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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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석준영 작성일17-07-12 12:28 조회5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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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에서 지난 해에 어린 아이가 덜 익은 패스트푸드점 햄버거 패티를 먹은 후 용혈성 요독 증후군(Hemolytic Uremic Syndrome, HUS)에 걸렸다며 해당 음식점을 고소한 사건이 많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이 병은 ‘햄버거병'이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단지 이번 사건으로 인해 햄버거병이라는 이름이 생긴 것은 아닙니다. 1982년 미국 미시건주와 오리건주의 맥도날드 음식점에서 햄버거를 먹은 40여명의 사람들이 식중독에 걸린 사건에서 유래된 이름입니다. 당시 조사된 햄버거 패티 샘플에서 대장균 O15:H7균이 검출되었으며, HUS 질병의 원인이 되는 세균을 처음 발견한 것이기에, 이후 햄버거병이라는 별명을 얻게 되었습니다. 햄버거병이라는 이름 때문에 잘못 만들어진 햄버거를 먹으면 걸리는 병, 더 심하게는 햄버거만 먹지 않으면 걸리지 않을 수 있는 병이라고 오해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햄버거 패티에 사용되는 간고기(ground meat)를 먹는 경우, 덩어리채로 굽는 스테이크를 먹는 것보다 세균에 감염될 가능성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간고기를 먹지 않으면 걸리지 않을 수 있는 병으로 인식되는 것은 큰 문제가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이 세균은 대장균의 일종입니다. 소화기관 중에 하나인 대장에 서식하는 균이기에 붙여진 이름입니다. 균이라고 하면 무조건 나쁜 것으로 생각되기 마련이지만, 사실 대부분의 대장균들은 인간(또는 다른 동물 숙주들)과 공생(symbiosis)관계에 있습니다. 공생관계는 두 생명체가 서로에게 이득이 되어주는 상리공생(mutualism), 한쪽은 이득을 얻지만 다른 한쪽은 이득도 해도 받지 않는 편리공생(commensalism), 그리고 기생충처럼 한쪽만 이득을 얻고, 다른 쪽은 해를 입는 기생(Parasitism)로 구분됩니다. 대장균이 숙주의 대장에 서식하는 것은 기생충처럼 기생관계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이 둘의 관계는 서로 도움이 되는 상리공생관계입니다. 대장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수분흡수입니다. 수분흡수와 함께 비타민을 흡수하기도 하고, 배출되기 전의 대변을 잠시 저장하는 기능도 담당합니다. 변이 대장에 오래 머물러 있으면 수분을 과하게 빼앗기게 되기 때문에 변비가 생기게 됩니다. 부가적인 기능으로 비타민을 흡수한다고 했는데, 이 때 흡수되는 비타민은 섭취한 음식물에서 직접적으로 얻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이 비타민을 합성하는 것이 바로 대장균들입니다. 혹시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 대장균이 있다 하더라도, 역시나 대부분 해로운 존재는 아니기 때문에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대장균이 검출되었으니 위험한 음식이라고 분류하는 이유는 검출되는 대장균때문이라기 보다는 대장균이 있는 것으로 보니 다른 균들에도 감염되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인식되기 때문입니다. 

 

물론 모든 대장균이 다 좋은 것은 아닙니다. 예외적으로 변형되어 인체에 치명적인 질병을 일으키는 대장균들이 존재합니다. 대장균 분류에 나오는 알파벳  ‘O’, ‘H’ 등은 항원의 종류를 알려주는 코드인데, ‘O’로 시작되는 이름을 갖고 있는 대장균은 대부분 나쁜 변형 대장균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HUS 질병을 유발하는 O15:H7균도 이에 해당합니다. 이 균은 장출혈성 대장균이며 시가독소(Shiga Toxin)라는 나쁜 물질을 생성하는 시가톡신 배출 변형 대장균(Shiga Toxin-Producing E. Coli)입니다. 이 독소는 혈관 세포에 큰 해를 입힙니다. 신장은 우리 몸의 노폐물을 걸러내는 중요한 기관으로 미세한 혈관들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혈관덩어리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시가독소가 혈관을 공격하다 보니, 혈관뭉치인 신장에 심각한 문제가 생깁니다. 그 결과 노폐물이 제대로 배출되지 못하고 몸에 쌓이게 됩니다. 이를 ‘요독증'이라고 합니다. 오줌 독이 몸에 퍼지는 병이라는 뜻입니다. HUS가 바로 이러한 요독증입니다.

 

문제는 이러한 대장균이 어떻게 환자의 몸 속에 들어가게 되는가 입니다. O15:H7균은 대장균의 일종이지만, 인간의 대장이 아닌 소, 돼지 등의 가축, 그 중에서도 소의 대장에 삽니다. 우리 몸에 있는 대장균이 우리에게 아무 해가 되지 않듯이 이 균도 소에게는 아무 문제가 되지 않지만, 우리 몸에 들어왔을 경우 위에 설명 드린 것과 같이 심각한 질병을 일으킬 수 있는 것입니다. 소의 대장에 있던 균이 도축, 정육 과정에서 고기의 모든 부분에 옮겨 묻혀질 수 있습니다. 다행히 이 균은 높은 온도에 약합니다. 그래서 높은 온도의 불에 익혀 먹으면 자연히 균이 죽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스테이크와 같은 덩어리 고기의 경우, 안쪽 부위에는 외부로부터 균이 들어갈 방법이 없기 때문에 겉에만 익혀 레어(rare)로 즐겨도, 이런 대장균에 대한 감염 확률이 낮습니다. 하지만, 다져진 고기는 내부에 까지 균이 들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완전히 익히지 않는다면 패티 가운데에 숨어 있던 균이 몸 속으로 들어갈 가능성이 생기는 것입니다. 

 

여기서 간과할 수 없는 또 하나의 중요한 문제는 이러한 세균은 인간에서 인간으로의 전염도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이 경우 병원균을 가지고 있는 보균자가 화장실에서 일을 본 후, 손을 깨끗이 씻지 않고 나와서 음식을 한다거나, 음식도구를 만진다면, 병균이 옮겨갈 수 있습니다. 이렇게 보균자를 통해 이동하는 균은 고기가 아닌 채소나 다른 음식 등을 통해서도 전달이 가능하니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야채까지 다 구워 먹을 수는 없을테니 말입니다. 적은 양의 균이었다면, 어른에게는 설사와 복통정도로 끝날 수 있더라도, 어린 아이의 경우에는 치명적인 질병이 될 수 도 있습니다. 1982년에 있었던 사건과 같이 감염된 소고기를 사용한 패티를 먹은 다수의 환자가 한꺼번에 생긴 경우를 제외하고, 한 두 명의 환자에게서 이 병균이 발견된 경우에는 다수의 환자들이 어린 아이들였다는 점은 주목할 만한 사실입니다. 

 

이번에 알려진 감염 어린이의 경우 정확하게 어떠한 이유로 감염이 된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조사 중이라고 합니다. 이유가 무엇이던지 간에, 고통 받는 어린 아이가 하루 빨리 건강을 되찾기를 바랍니다. 어린 딸이 있는 아빠로서, 아이가 아프다는 사실 자체가 얼마나 안타까운지 모르겠습니다. 햄버거 패티가 아니더라도 덜 구어 진 간고기를 먹을 때에는 완전히 구워졌는지 꼭 확인하는 것도 좋은 예방책일 것입니다. 하지만,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용변 뒤에는 항상 손을 씻고, 음식점에서는 철저한 위생관리를 하는 등 가장 기본적인 것부터 철저히 지키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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