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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 떠들썩했던 '임세령 패션' 알고보니 모두 거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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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anonymous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5-01-10 05:53 조회2,30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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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위 정보, 왜 만들어지고 어떻게 진짜로 둔갑하나

아들러 "자존감 떨어지면 조종 욕구" 
거짓 정보 유포로 영향력 행사하려 해
과거엔 정보기관 아니면 불가능한 일 
이젠 초등생도 스마트폰 하나로 가능 

윤대현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정신의학과 교수 

새해 첫날 대기업 오너의 딸과 유명 연예인의 열애 소식이 온라인을 달궜다. 그리고 열애 사실보다 더 관심을 끈 건 두 사람이 만날 때 이 재벌가 여성이 입고 있던 패션이다. 누군가 사진마다 친절하게 브랜드와 가격을 달았다. 힐피거X브라운토닉 롱 퍼 코드 3200만원, 에르메스 퍼플레인 버킨 백 2400만원, 에크니시 울프릭 앵클 부츠 670 만원, 볼라뇨 마르셸 피트인 바디 블루진 360만원…. '역시 셀러브리티 패션은 다르군, 부츠 가격이 670만원이라니. ' 처음 들어보는 생소한 이름이지만 뇌는 힐피거X브라운토닉이나 에크니시를 최고급 브랜드로 저장한다. 

에르메스 백 등 일부 진짜 브랜드가 섞여 있어 다른 정보도 다 진짜라고 믿지만 실은 이 브랜드들은 존재하지도 않는다. 그런데 이 거짓정보가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확산되고 이를 일부 언론이 확인없이 받아 쓰면서 진짜 정보로 둔갑해버렸다. 진실과 거짓을 구분하기 어려운 세상에 살고 있는 셈이다. 

차이니스 위스퍼(chines whisper)라는 서양 놀이가 있다. 한 아이가 만든 문장을 다른 아이에게 아주 작은 소리로 속삭여 전달한다. 이를 몇번 반복한 후 마지막 사람이 자기가 들은 문장을 외칠 때 재미있는 일이 벌어진다. 문장이 돌고 도는 동안 조금씩 바뀌어 결국 전혀 모르는 중국어 같은 문장이 남는 거다. 이렇게 몇 사람만 거쳐도 처음 문장을 알아들을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된다. 한 루머 연구에 따르면 5~6회만 입에서 입으로 전달되도 원래 메시지의 70% 가 훼손된다고 한다. 디지털 세상에서는 5~6회 정도가 아니라 순식간에 수천 번 이상 전달되니 훼손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차이니스 위스퍼는 단지 정보가 여러 단계를 거치며 왜곡되는 것이지만 고의적으로 거짓 정보를 만드는 경우도 있다. 허위정보(disinformation)는 고의성이 있다는 점에서 오보(misinformation)와는 다르다. 허위정보를 퍼뜨리는 가장 흔한 전술은 진짜 정보 몇 개에 가짜 정보를 섞어 자신이 원하는 결론으로 조작하는 것이다. 또는 현재의 중요한 정보를 숨기기 위해 과거 숨겨뒀던 정보 일부를 공개하기도 한다. 이같은 허위정보 전술은 국가나 특정 조직간 이해 관계 다툼에서 정보전의 하나로 활용된다. 

에크니시 울프릭 부츠에 그런 거대한 음모가 숨어 있는 걸까. 아마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누가, 그리고 왜 이런 허위정보를 만든 것일까. 그리고 이게 어떻게 진실로 둔갑한 걸까. 

우선 허위정보란 상대를 조정하기 위해 만든다. 국가·조직 간 허위정보 전술은 어떤 목적을 달성하겠다는 뚜렷한 동기가 있다. 그렇다면 아무런 동기가 없는 개인의 허위정보 유포는 어떻게 봐야 할까. 이 역시 상대에 대한 통제력을 확보하려는 데 목적이 있다고 봐야 한다. 어떤 특정한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가 아니라 통제력 자체가 목적이다. 프로이드·융과 더불어 대표적인 정신분석학자로 꼽히는 알프레드 아들러(1870~1937)는 "자존감이 떨어져 열등감에 사로잡혔을 때 주변에 대한 강력한 조정 욕구가 일어난다"고 했다. 주변에 강력한 영향을 끼치면서 바닥으로 떨어진 자존감을 보상받는다는 얘기다. 

자신의 실제 모습과는 전혀 다른 가짜 정체성을 만들어 놓고 이에 맞추기 위해 거짓된 말과 행동을 병적으로 반복하는 사람을 리플리 증후군이라고 한다. 리플리 증후군처럼 병적인 성격장애는 드물지만 우리 모두 어느 정도는 스스로를 포장하느라 노력하다 지쳐 있는 상태다. 남에게 나를 멋지게 보여 사랑 받고 싶고, 성공하려고 경쟁하다 지쳐버린 것이다. 이럴 때 거꾸로 어딘가 숨고 싶은 회피 반응을 보인다. 아날로그 세상에서는 아마 혼자 숨어버렸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누구나 너무나 쉽게 '가짜 진실'을 만들 수 있는 시대이다보니 허위정보가 넘쳐난다. 그렇게 자신의 파워를 과시해 자존감을 보상받는 것이다. 

허위정보 전술은 과거엔 하고 싶다고 해서 개인 차원에서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막강한 권력의 정보기관이 유력 언론매체를 조정해야 겨우 다수의 사람에게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누구나 세상을 뜨겁게 달구는 거짓정보를 만들어낼 수 있다. 앞서 언급한 부츠 이름 가운데 '울프릭'은 스카이림이라는 롤플레잉 게임의 한 캐릭터라고 하니, 게임을 좋아하는 어린 학생이 만든 허위정보일 수도 있다. 그런데 이렇게 만들어진 허위정보가 수많은 사람에게 전달되어 진실로 굳어진다. 한 개인이 익명성 아래 엄청난 정보 통제 능력을 가질 수 있는 세상이 됐다는 얘기다. 

허위정보가 진짜로 자리잡는 데는 이를 공급하는 사람 뿐 아니라 그 정보를 받아들이는 사람 책임도 있다. 살기 힘들면 사람은 상상 속에서 유토피아를 구축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거짓일 수도 있는 정보지만 굳이 검증하려 들기보다 다수가 연결된 거짓 네트워크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서로 모르는 사이지만 한 팀이 돼 세상에 대한 통제력을 더 크게 확보하는 것 같은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무의식적으로 느끼는 그런 힘이 잠시나마 힘든 세상에서 나를 강력한 존재로 느끼게 한다. 결국 허위정보를 받아들이는 사람도 조용한 동업자인 셈이다. 

외로워서 SNS를 시작했는데 SNS 중독이 될 정도로 빠지니 더 외롭다는 사람이 적지 않다. 또 남들 시선을 신경 쓰느라 자신의 경제력을 넘어서는 무리한 소비를 하는 사람, 유행을 좇느라 좋아하지도 않는 문화 콘텐트를 억지로 감상하는 사람도 있다. 모두 주변 시선에 따라 내 삶의 가치를 결정하다 보니 벌어지는 일이다. 거짓정보를 만드는 일도 비슷하다. 나에 대한 자신감이 없으니 주변을 조정하는 파워, 즉 자신이 만든 허위정보가 마치 진짜인양 탈바꿈하는 것을 보며 쾌감을 느낀다. 스스로 이만큼 영향력이 있으니 가치가 있다고 느끼는 것이다. 그러나 공공에 아무 유익이 없는 이같은 가짜 영향력은 더 큰 외로움과 자괴감만 불러온다. 

요즘 일본에서 『미울받을 용기』라는 심리서 한권이 베스트셀러라고 한다. 일부러 남을 괴롭혀 미움 받자는 게 아니다. 인생은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10명 중 1명은 나를 좋아하고 7명은 그저 그렇고 나머지 2명은 나를 싫어할 수밖에 없으니 그런 인생의 진실을 받아들이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내용이다. 뇌가 행복을 느끼기 위해 필요한 첫 번째 요건을 심리학적 용기라고 하는데, 내 마음 속 부끄러움이나 콤플렉스 등을 솔직히 꺼낼 수 있는 용기를 말한다. 허위정보로 영향력을 과시하는 게 아니라 마음을 열어야 행복할 수 있다. 

'에크니시' 등 아예 존재 않는 브랜드 
1억원이라던 조현아 코트도 거짓 
가짜가 진짜로 둔갑하기 쉬운 세상 

임세령 대상 식품사업총괄부문 상무와 배우 이정재의 열애 소식이 새해 첫날 전해졌을 때 세간의 이목을 끈 건 지난 몇년동안 루머로 떠돌던 이 두 사람의 관계가 아니었다. 바로 파파라치 사진 속에 등장하는 임 상무 패션이었다. 대기업 오너의 딸인만큼 최고급 브랜드를 입었을 거라는 예상을 누구나 하던 차에 한 네티즌이 임 상무가 걸치고 있던 패션 품목의 브랜드와 가격을 세세하게 공개했다.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평소 알기 어려웠던 재벌가의 소비행태를 엿보는 재미에다, 수천만원대의 코트와 가방 등 사진 찍힌 날 걸친 패션의 가격만 합해도 웬만한 서민의 전세값에 맞먹는다는 '사실'이 사람들을 자극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타고 순식간에 이 정보가 퍼졌고, 보도전문채널인 YTN을 비롯해 채널A등 일부 종편과 거의 모든 인터넷 언론이 앞다퉈 이 '사실'을 전했다. 시청자와 독자는 당연히 이를 진짜 정보로 받아들였다. 

에르메스 핸드백 등 일반인도 잘 아는 초고가 브랜드가 섞여 있어 다른 브랜드 정보도 진실이라고 믿기 쉽지만 사실 이 정보는 대부분 거짓이었다. 패션업계 관계자들은 "파파라치 컷 브랜드 설명에 등장하는 '힐피거X브라운토닉'이라든지 '에크니시'라는 브랜드는 들어본 적도 없다"고 입을 모은다. 온라인 상에 떠돌고 있는 네 컷의 파파라치 컷에 재킷(코트)과 핸드백, 구두에 대한 각각의 상세한 브랜드 정보와 가격이 나오지만 이 가운데 맞는 정보는 거의 없다는 것이다. 
『쇼핑의 기술』의 저자 이선배씨는 "원래 이런 뉴스에 큰 관심이 없는데 하루종일 네이버 메인 페이지에 주요 기사로 떠있길래 한번 클릭해봤다가 깜짝 놀랐다"며 "발렌티노 코트를 '릴리 마들레디나'라는 식으로 아예 존재하지 않는 브랜드로 포장하거나 생로랑 핸드백을 에르메스라고 설명했거나, 아니면 기껏해야 수백만원대 가방을 수천만원대로 부풀렸는데 많은 언론이 아무 확인도 하지않고 재생산하는 통에 다들 가짜 정보를 진짜로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패션 전문가가 자료를 올리는 과정에서 실수한 게 아니라 의도적으로 꾸며낸 포스팅"이라고 덧붙였다. 

한 패션홍보업체 관계자도 "한국에 유통되지 않는 초고가의 낯선 브랜드거나 수백만원대로 알려졌지만 특별주문제작을 해서 수천만원대로 가격이 오른 가방이 있을 수는 있다"며 "만약 그렇다면 이를 구매한 본인만 아는 정보이기 때문에 남이 사진 한장 보고 판별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사실 유명인 패션과 관련해 거짓정보가 퍼진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말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이 이른바 '땅콩 회항'사건으로 검찰에 출두했을 당시에도 그가 입은 검정색 코트가 이탈리아 명품 로로 피아나의 1억원대 제품이라는 내용이 SNS에 떠돌았다. 하지만 로로 피아나 측은 "우리 제품이 아니다"며 부인했다. 대한항공측도 "수십만원대의 국내 브랜드"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지금도 네이버 등 포털 사이트에 '조현아 코트' 또는 '조현아 머플러'를 검색하면 수천만원대의 로로 피아나 제품이라는 기사와 블로그가 수도 없이 뜬다. 

임세령의 파파라치 패션과 조현아의 검찰 출두 패션은 누군가 의도적으로 퍼뜨린 거짓 정보가 지금 우리 사회에서 실체가 있는 진짜 정보로 둔갑하기가 얼마나 쉬운지 잘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안혜리 기자 hyer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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