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한 듯 유려하고, 어색한 듯 어울리네 > LIFE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LIFE

여성 | 무심한 듯 유려하고, 어색한 듯 어울리네

페이지 정보

작성자 redbear300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5-04-28 07:34 조회1,614회 댓글0건

본문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펼쳐진 올 가을ㆍ겨울 패션쇼에는 북유럽 디자인 특유의 간결함에 참신한 개성을 더한 의상들이 많이 선보였다. 제이린드버그ㆍ칩먼데이(사진 왼쪽부터), 카린웨스터ㆍ필리파케이맨(오른쪽 부터), ‘H&M 디자인 어워드’ 수상자인 사이먼 리의 작품(가운데)이다. [사진 각 브랜드]



최근 몇 년 동안 디자인 업계의 화두는 ‘스칸디나비아 스타일’이다. 스웨덴·핀란드 등 북유럽 디자인은 가구·생활용품 등 인테리어 분야에서 각광을 받고 있다. 

북유럽 하면 떠오르는 청정한 자연 이미지에다 실용성을 갖춘 깔끔한 디자인 덕분이다. 그렇다면 패션 디자인은 어떨까. 지난달 26~28일(현지시간),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에서 열린 ‘2015 가을·겨울 패션위크’에서 북유럽 패션 동향을 살폈다. 

새롭게, 더 새롭게
 

북유럽 국가 스웨덴의 인구는 약 970만 명이다. 숫자라는 객관적 지표만 놓고 보면 패션을 즐길 사람도, 패션을 만들어낼 자원도 그다지 풍부하지 않다는 얘기다. 하지만 디자인 강국답게, 스웨덴 스톡홀름은 새로운 물결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있었다. 대표적인 예가 스웨덴 태생의 국제적 패션 브랜드 ‘H&M’이 벌인 ‘H&M 디자인 어워드’다. 스톡홀름 패션위크는 시내 중심 지역인 베느슈(Berns)와 부코스키스(Bukowskis) 일대에서 펼쳐졌다. 이 기간 H&M은 세계 각국 신예 디자이너 경연의 최종 우승자를 발표했다. 주인공은 한국계 중국인 사이먼 리(24)였다. 영국·프랑스·스웨덴·일본·미국 등 전세계 16개국 37개 패션학교 재학생 400여 명이 참여한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해 5만 유로(약 6270만원)의 상금을 받았다. 한국 전쟁 때 조부모가 중국 만주로 이주했다는 그는 “나고 자란 만주의 황량함이 경연 대회 작품 구상의 출발점이고 영감이 됐다”고 소개했다. 미국 뉴욕의 유명 패션학교 파슨스(Parsons)를 졸업할 예정인 그는 “무작정 떠난 러시아 여행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도 했다. “너무 어린 시절이라 기억이 선명하진 않지만 만주와 맞닿은 중국 북부 지역에서 내가 태어났다. 그곳의 쓸쓸함 같은 것이 나를 러시아로 이끌었고 거기서 버려진 고아들을 만났다. 그들은 거리에서 스스로를 돌봤다. 주워 입은 옷을 아무렇게나 겹쳐 입으면서.” 

사이먼은 당시 러시아의 무심하고 웅장한 건축물의 형상까지 더해 우승 작품을 만들어 냈다. 소비에트 시절의 건축물은 신체보다 훨씬 큰 품의 재킷으로, 눈 덮인 러시아의 풍경은 빛 바랜 데님으로 다시 탄생했다. 스톡홀름 패션 위크 둘째 날, 공식 스케줄로 열린 ‘H&M 디자인 어워드 패션쇼’ 무대에서 그는 자신의 컬렉션 20여 벌과 함께 생애 첫 데뷔 패션쇼를 열었다. 경연의 심사를 맡은 안소피 요한손 H&M 창조부문 총괄은 이 경연대회가 “창조성과 혁신성을 발굴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H&M은 2012년 이 대회를 시작해 올해로 4년째다. 우승자의 작품은 매번 스톡홀름 패션위크의 공식 무대에 올려져 새로운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이 밖에도 스톡홀름 패션위크에선 스웨덴패션브랜드연합회(ASFB)가 ‘미래의 기술과 패션’을 주제로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 모인 디자이너와 브랜드 관계자들은 ‘제2의 피부’가 될 미래의 옷감은 어떤 것이 될 것인가를 예측하는 등 열띤 토론을 벌였다. 산업적 관점에서 패션의 미래를 고민하는, 여느 패션 위크에선 볼 수 없는 흥미로운 광경이었다.

대중성 넓혀가는 북유럽 패션
 

스톡홀름 패션위크 공식 무대에 진출한 브랜드는 총 30개. 브랜드 이름 자체가 낯선 것이 많지만 일부는 이미 한국 소비자들에게 소개되고 있다. 필리파케이(Filippa K), 칩먼데이(Cheap Monday), 제이린드버그(J. Lindberg) 같은 브랜드다. 발 빠른 한국의 일부 소비자는 자신만의 개성과 취향에 따라 해외 온라인 쇼핑몰 등에서 이들 스웨덴 패션 브랜드를 직접 구매하고 있다. 깔끔한 재단, 무심한 듯 유려한 실루엣이 강점인 남성 브랜드 ‘필리파케이 맨’은 패션쇼 무대를 독특하게 꾸몄다. 패션쇼 무대인 ‘런웨이’를 걷던 모델들이 무대를 한 바퀴 돈 후 군데군데 놓인 전신 거울 앞에 섰다. 쇼가 끝난 후에도 이들은 무대 밖으로 사라지지 않고 각자의 거울 앞에 미동도 하지 않고 서 있었다. 이내 무대에 등장한 디자이너 알렉산더 샤퍼(Alexander Schaper)도 인사를 끝내고 자리에 그대로 선 채로 말을 이어 나갔다. 자신의 컬렉션을 세계 각국에서 온 기자·바이어에게 설명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올 가을·겨울용으로 창작한 의상이 “과장한 실루엣의 외투와 그 안에 받쳐 입은 단순한 옷을 조화시키는데 중점을 뒀다. 각각의 옷을 취향에 따라 섞어 입기 좋게 만든 것도 특징”이라고 해설했다. 

청바지 종류인 ‘데님’ 의상으로 유명한 ‘칩먼데이’는 스톡홀름 패션위크 둘째 날 패션쇼를 열었다. 칩먼데이도 한국 직구족들이 많이 찾는 브랜드다. 브랜드의 모토는 ‘개성은 넘치지만 점점 비싸지는 청바지 값을 견디기 어려운 소비자를 위한 옷’이다. 이런 선언에 걸맞게 칩먼데이의 주력 상품은 100유로(약 12만3000원) 안팎의 데님 의상이다. 스톡홀름 시내 쿵슈트래드(Kungstrad) 공원 광장에서 야외 패션쇼를 연 칩먼데이는 불꽃 점화로 패션쇼A를 시작해 관객들을 놀라게 했다. 바이킹의 야외 천막을 닮은 쇼 준비 장소에서 걸어 나온 모델들은 숯검정 같은 파격적인 화장을 한 채 런웨이를 걸었다. 해진 청바지, 해진 데 덧댄 청바지 등 거리 감성이 잔뜩 묻어나는 의상들이 주로 선을 보였다. 모델들은 남녀 가릴 것 없이 목이 긴 장화 형태의 신발을 신고 나와 자유분방한 이미지를 한껏 고조시켰다. 

간결한 실루엣이 강점인 브랜드 ‘제이린드버그’는 좀체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색상을 조합하는 방법으로 새 의상을 소개했다. 짙은 회색 외투 안에는 청록색 스웨터를, 하의는 은빛으로 반짝이는 바지를 조합한 차림 등이 등장했다. 

3명의 자매 디자이너가 이끄는 브랜드 ‘다그말(Dagmar)’은 여성적인 주름을 내세워 은근한 멋을 드러낸 컬렉션을 내놨다. 디자이너 예드윈 트리예(Edwin Trieu)는 굵직굵직한 면을 분할한 특유의 색상 조합으로 가을·겨울 의상을 만들어냈다. ‘스칸디나비아 감성의 우아미’를 지향하는 브랜드 ‘카린 웨스터(Carin Wester)’는 ‘70년대에 바치는 송가(頌歌)’를 주제로 컬렉션을 완성했다. 이에 따라 재킷은 품이 넉넉하고 깃은 작은데다 기장은 요즘 것보다 다소 길어 70년대 풍(風)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스톡홀름=강승민 기자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LIFE 목록

Total 5,754건 37 페이지
게시물 검색
회사소개 신문광고 & 온라인 광고: 604.544.5155 미디어킷 안내 개인정보처리방침 서비스이용약관 상단으로
주소 (Address) #338-4501 North Rd.Burnaby B.C V3N 4R7
Tel: 604 544 5155, E-mail: info@joongang.ca
Copyright © 밴쿠버 중앙일보 All rights reserved.
Developed by Vanple Netwroks Inc.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