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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 샤넬 총괄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 '버선·색동저고리 … 한복에서 패션 영감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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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redbear300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5-05-09 06:48 조회2,74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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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 DDP서 ‘크루즈 컬렉션’
한국 그림·박물관 사진 보며 공부
한국 버전으로 진화한 샤넬

 

 
칼 라거펠트(왼쪽)가 ‘샤넬 크루즈 서울’ 패션쇼 전날인 지난 3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최종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다. 현장에 동석한 기자들에게 한국의 전통에서 얻은 영감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샤넬]
“세계 패션이 어디로 향하는지 알고 싶다면 한국을 봐라.”

 패션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Karl Lagerfeld·82)의 메시지는 분명했다. 그는 프랑스 브랜드 ‘샤넬’(Chanel)’의 창조 부문 총괄로 34년째 일하고 있다. 그는 지난 4일 저녁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샤넬의 연례 행사인 ‘크루즈 컬렉션’에 한국 전통미를 적극 응용한 의상을 다수 선보였다. 모델은 버선을 닮은 구두를 신고 가체(加<9AE2>)를 활용한 머리 장식을 한 채 무대에 올랐다. “한복 치마 선에서 따왔다”는 여러 벌의 드레스도 소개했다. 주조로 쓰인 무늬는 “색동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었다. 

크루즈 컬렉션은 샤넬 같은 대형 브랜드가 봄·여름, 가을·겨울 컬렉션 사이에 한 차례 선보이는 휴양지풍 의상 패션쇼다. 전 세계 주요 언론인과 바이어, VIP 고객 등 1200여 명을 서울에 불러 모아 연 대규모 행사다. 샤넬은 2000년부터 세계 패션을 이끄는 주요 도시를 돌며 크루즈 패션쇼를 개최해 왔다. 지금까지 미국 뉴욕·로스앤젤레스·마이애미, 이탈리아 베네치아, 프랑스 파리·생트로페·캅당티브·베르사유, 싱가포르·두바이 등에서 크루즈 패션쇼를 열었다. 

아시아에선 세 번째로 서울에서 패션쇼가 열렸다. 패션 잡지 엘르의 강주연 편집장은 “패션 세계에선 올림픽이나 월드컵과 같은 기념비적인 행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개최 소식이 실시간으로 전 세계에 퍼져나가는 데다 개최지의 문화적 배경과 맥락이 의상에 크게 반영되기 때문이다. 소개된 의상이 라거펠트 같은 대가의 작품인 만큼 세계 패션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샤넬은 이번 패션쇼에 전 세계 300여 언론 매체를 초청했다. 라거펠트는 그중에서 중앙일보를 포함한 12개 매체의 기자들을 직접 패션쇼 준비 현장으로 초대했다. 컬렉션 콘셉트를 상세히 설명하기 위해서였다. 패션쇼 바로 전날인 3일 오후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한국의 미(美)’에 감동한 그를 만나 해설을 들었다.

 “저 머리 장식 좀 봐라. 처음 보는 것 아닌가. 물론 한국 기자는 잘 알고 있겠지만.” 가체를 얹은 모델이 라거펠트에게 다가오자 그가 자랑하듯 먼저 말을 꺼냈다. 현장엔 프랑스·영국·미국 기자도 함께였다.
 
지난 4일 열린 ‘샤넬 크루즈 서울’ 패션쇼. 깃·소매, 옷의 전체 형태가 한복과 많이 닮았다. 무늬는 민화 화조도(花鳥圖)를 연상케 한다. [사진 샤넬]

 실크를 얇게 가공한 연분홍 오간자 민소매 드레스는 모델의 쇄골 바로 아래서 시작돼 가슴을 모두 덮고 흘러 내렸다. “가슴선이 ‘엠파이어 라인’ 드레스보다 훨씬 위로 올라간 것이다. 한국 전통의 비율 분할법(proportion)은 정말 대단하다. 저건 ‘한국 드레스 라인’이다.” 패션 디자인에서 비율을 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옷을 입은 사람의 전체 매무새가 어떻게 보일지를 결정하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서양의 민소매 드레스에 흔히 쓰이는 건 ‘엠파이어 라인’이다. 대개 가슴을 덮는 정도여서 가슴선이 한복 치마보다 아래에 있다. 한복의 전통미는 서양 패션을 50년 넘게 좌우해온 ‘패션 제왕’에게 또 다른 옷 짓기 방법을 제시했다.

 ◆한국 그림, 박물관 사진 보며 공부=기자들이 질문을 던질 사이도 없이 그는 신이 나서 작품을 해설해 나갔다. 버선 모양을 닮은 가죽 구두며 한복 저고리의 소맷부리처럼 둥글린 샤넬 재킷 설명이 이어졌다. 잠시 숨을 돌린 그가 탁자에 놓인 다과 그릇을 들어 기자들에게 권했다. 한과인 다식이었다. 틈을 타 “왜 한국, 왜 서울을 택했느냐”고 물었다.

 “사람들이 잘 모르니까. 중국·일본에 대해선 다 알지만 한국에 대해선 많이 모른다. (그래서) 이거다 싶었다.” 새로운 영감과 소재를 끊임없이 발굴해야 하는 패션 디자이너에게 한국이 신선한 영감이 됐단 얘기다. 
 
알록달록 색동 무늬도 많이 보인다. 창조 부문 총괄인 칼 라거펠트가 한국을 알릴 의도로 한 작업이다. [사진 샤넬]

그는 “한 지역의 패션을 세계화하고 싶었다”고 했다. 앞서 설명한 여러 가지 한국적 요소가 “동양의 어떤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한국만의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한국에 처음 왔다”는 그가 한국 전통의 아름다움을 어떻게 이해하게 됐을까. “한국 스태프가 큰 도움이 됐다.” 그가 언급한 한국 스태프는 라거펠트를 도와 샤넬의 소재 개발을 책임지는 김영성씨다. “킴(※김영성씨를 지칭)이 ‘그걸론 부족해’라고 할까 봐 노심초사했다”는 농담도 던졌다. 좌중을 유쾌하게 만든 그의 말을 옆에 서 있던 김씨가 거들었다. “너무 많이 한국적이에요.” 라거펠트는 “방대한 한국 관련 자료를 공부했다. 전통 그림, 박물관의 사진 자료 등이 토대가 됐다. 저 드레스 봐라. 한국의 구름이다”라고 했다. 모델은 흰 오간자 치마를 입고 서 있었다. 오간자 위엔 실리콘으로 코팅한 은빛 장식이 덧대져 있었다. 수묵화의 구름을 표현한 듯했다. 라거펠트는 창 밖을 보며 “한국에 와서 보니 저 구름이 그 구름이었다”고 말했다. 그가 그림에서 느낀 한국은 샤넬의 치마로, 다시 현대 한국의 자연에 대한 예찬으로 돌아왔다.

 ◆한국 전통미와 현대 첨단 기술의 조화=라거펠트는 ‘샤넬 크루즈 서울’에서 색동을 주조로 삼았다. 문헌에 따르면 청·황·녹·홍 등 다양한 색상의 천을 이어 붙인 게 색동이다. 삼국시대부터 사용했다고 전해진다. 라거펠트는 “쇼 전날이라 비밀이지만 살짝 공개하겠다”며 휴대전화로 찍은 사진을 보여줬다. DDP에 마련한 패션쇼장 전경이었다. 바닥부터 벽·천장까지 새하얀 공간에 빨강·파랑·노랑 등 의자가 놓였고 군데군데 청사초롱을 연상케 하는 등이 있었다. 

“이번 패션쇼는 한국 버전으로 진화한 샤넬”이라고 했다. 그는 의상의 군데군데에 한국 전통 요소를 조화시키면서 첨단기술 국가인 한국의 현대적 이미지도 패션쇼에 녹여냈다. 샤넬이란 브랜드를 상징하는 꽃 ‘카멜리아(Camellia)’를 새로운 기술·소재로 만들어 “더 현대적으로 보이도록 했다”는 것이다. 카멜리아는 고무의 일종인 신소재 ‘네오프렌’으로 제작됐다.

 라거펠트와의 인터뷰에 동석했던 미국 기자 어맨다 카이저는 “칼 라거펠트는 한국 홍보대사”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썼다. 세계 최대의 패션 전문 일간지 WWD에서 일하는 그는 “많은 패션 디자이너가 아시아의 문화 대국인 중국·일본풍을 수용하고 이를 활용해 왔다. 그에 비해 한국은 미지의 영역이었다. 이제 라거펠트가 기존 지형을 변화시키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아시아를 중심으로 세계로 퍼져 나간 한국 드라마·가요는 현대 한국 문화다. 다음 차례는 한국 전통의 아름다움이 될 수 있을까. 칼 라거펠트라는 패션 거장의 작업이 그 디딤돌이 될지 모른다. 

강승민 기자 quoique@joongang.co.kr


[S BOX] 한식으로 패션쇼 뒤풀이 

지난 4일 저녁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벌어진 ‘샤넬 크루즈 컬렉션’ 패션쇼는 뒤풀이도 남달랐다. 한복 등 한국 전통미를 적극 응용한 패션쇼가 끝나고 열린 뒤풀이엔 한식이 등장해 관객들을 즐겁게 했다. 쌈장과 생고추, 각종 전, 쌈밥, 얇은 쇠고기로 감싼 채소 등이 차려졌다. 한국에서 인기 많은 길쭉한 과자 ‘빼빼로’를 닮은 디저트도 준비됐다. 그릇도 예사롭지 않았다. 무형문화재 장인들이 만든 한국 전통의 방짜 유기 1000여 개와 달항아리에 한국 음식을 담아냈다. 음식 장만을 총괄한 사람은 한국인이 아닌 이탈리아 사람 스테파노 디살보였다. 그는 JW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 호텔의 총주방장이다. 샤넬다운 장식을 한국적 풍경과 접목한 실내 장식도 있었다. 브랜드의 상징처럼 쓰이는 동백꽃 ‘카멜리아’ 6000송이는 나무를 닮은 샹들리에로 변신해 있었다. 마치 마을 어귀의 수호신인 당산나무를 닮은 듯했다.

 한편 이날 패션쇼에는 다국적 스타들이 총출동해 관객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세계적인 수퍼모델 지젤 번천, 할리우드 여배우 크리스틴 스튜어트와 틸다 스윈턴 등이 참석했다. 한국 배우 고아성과 한류 스타인 가수들도 여럿 모습을 나타냈다. ‘빅뱅’의 지드래곤과 태양, ‘슈퍼주니어’의 최시원, ‘소녀시대’의 윤아, ‘에프엑스’의 크리스탈 등이 자리를 빛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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