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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 일본 정가 여풍 … 오부치·이나다 첫 여성 총리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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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anonymous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4-09-12 15:44 조회2,76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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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여성 장관 사상 최다 5명 중용

일본 정계에 여풍을 일으킨 도이 다카코 당시 사회당 총재가 1989년 중의원 선거를 앞두고 주먹을 쥔 채 연설하고 있다. 그는 이 선거에서 자민당의 과반 의석을 저지하며 돌풍을 일으켰다. [중앙포토]
“산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일본 사회당(현 사민당)의 최초 여성 총재 도이 다카코(土井多賀子·86)가 1989년 9월 참의원 선거 승리를 자축하며 내놓은 말이다. 도이 총재는 이 선거에서 여당 자유민주당(자민당)의 과반석 독주 견제에 성공하며 여성 정치인 돌풍을 일으켰다. 그가 총재로 취임한 86년 7.9%에 머물렀던 참의원 여성 의원 비율은 89년 17.5%로 뛰었고 이듬해 중의원 선거에서도 여성 의원 비율은 이전 1.2%에서 2.4%로 올랐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일본 사상 첫 여성 총리 후보로도 거론됐다.

 일본 언론은 도이 총재가 연단에서 주먹을 쥐고 선거 승리 구호를 외치는 모습을 두고 ‘마돈나 돌풍이 분다’고 표현했다. 일본 여성 정치인의 본격 약진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여겼다. 도이 총재가 말한 ‘산’은 좁게는 자민당을, 넓게는 남성 중심의 정치 풍토를 뜻했다.

 25년이 흐른 지금, 그 산은 여전히 존재한다. 사라진 건 도이 총재다. 11선 의원으로 승승장구했던 그는 2003년 지역구에서 자민당의 신인 후보에게 패했다. 비례대표로 가까스로 회생했으나 총재의 위신은 땅에 떨어졌다. 사민당 의석도 18석에서 6석으로 줄면서 그는 총재직을 내려놓았고, 일본 정치는 자민당 대 민주당의 양강 구도가 공고해졌다. 그는 2008년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그가 주역이었던 마돈나 돌풍은 일본 정치 여풍의 한계를 보여주는 사례로 역사에 남게 됐다.


 이달 초 일본은 다시 한 번 여성 정치인의 돌풍을 기대했다. 주인공은 오부치 유코(小淵優子).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전 총리의 차녀인 그는 41세의 나이에 5선의 관록을 자랑한다. 34세에 이미 전후 일본 최연소 장관으로 아소 다로(麻生太郞) 총리 내각에서 저출산담당상을 지냈다. 그가 주목을 받은 건 지난달 말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그를 간사장으로 임명할 것을 고려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간사장은 자민당의 돈과 사람을 움직이는 실권자다.

 TBS 방송국 PD로 일하다 아버지에게 후계자로 낙점 받고 99년 총리 개인 비서로 정계에 입문한 그는 현재 일본에서 차기 여성 후보감 1위로 꼽힌다. 여성 총리의 꿈은 그에게 낯설지 않다. 아버지 오부치는 그를 어린 시절 영국 총리 마거릿 대처의 성과 그의 이름 ‘유코’에서 한 글자씩 따온 별명인 ‘유처’로 부르곤 했다. 세간의 평가도 우호적이다. 다나카 아이지(田中愛治) 와세다대 정치학과 교수는 최근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일본에서 첫 여성 총리가 탄생한다면 그건 오부치가 될 것”이라 단언했다. 블룸버그 일본어판이 그를 인터뷰한 1일자 기사의 제목은 “일본의 여성 총리, 먼 미래가 아니다”였다.

 그가 사상 최연소이자 최초 여성 간사장으로 임명된다면 여성 총리의 꿈에 확실한 일보전진을 이룬 셈이었다. 그러나 아베 총리의 선택은 그가 아니었다. 아베 총리는 3일 개각을 발표하며 11선의 남성 의원 다니가키 사다카즈 전 총재를 간사장으로 낙점했다. 오부치 의원은 대신 경제산업상으로 입각했다.

 이를 두고 “아베 총리가 오부치에게 양날의 검을 쥐어줬다”(박철희 서울대 일본연구소장)는 분석이 나온다. ‘오부치 간사장’ 카드로 오부치에게 세간의 이목을 주목시키는 대신 요직으로 꼽히는 경제산업상 자리를 맡겨 능력 검증까지 하겠다는 전략이다. 박 소장은 “경제활성화를 위한 세 번째 화살은 대부분 경제산업상 담당”이라며 “중책을 맡은 오부치가 잘 해낸다면 당연히 나쁠 게 없고 못 해낸다면 해임하면 되니 아베 총리로선 잃을 게 없는 노련한 수”라고 설명했다. 일본 언론 역시 개각 분석 기사에서 오부치가 “시련의 중책을 맡았다”(아사히신문)거나 “국론이 분열된 원자력 발전 문제도 담당하는 만큼 앞으로의 행보가 더 주목된다”(산케이신문)는 분석을 내놨다.

 여성 총리 1호 전망은 도로 안갯속이지만 아베 총리는 이번 개각으로 자신의 친여성 행보를 강화하는 효과를 극대화했다. 숫자부터 일본 사상 최다 여성 각료 숫자인 5명(2001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내각)과 동수로 맞췄다. 아베 총리는 새 내각 기념 촬영에서도 자신의 앞뒤로 여성 장관 5명을 배치시켜 시각적 효과를 노렸다. 그가 취임 후 “여성이 빛나는 일본을 만들겠다” “2020년까지 지도층 여성 비율을 30%로 늘리겠다”고 외친 것이 공허한 구호가 아님을 보여주기 위한 장치다. 실제로 일본 여성 각료 비율 순위는 이번 개각 전엔 11.1%로 세계 124위에 머물렀으나 개각 후엔 27.8%로 세계 39위로 껑충 뛰었다.

 이번에 입각한 여성 장관을 보면 오부치의 경쟁자의 윤곽이 드러난다. 주목되는 인물은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53) 총무상과 자민당 3대 당 중역 자리인 정무조사회장(정조회장)을 맡은 이나다 도모미(稻田朋美·55)다. 우리에겐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 극우 인사로 익숙한 이들은 아베 측근이다.

 다카이치는 아베 총리가 “맹우(盟友)”라고 부르며 신임한다고 일본 언론은 전했다. 마쓰시타(松下)정경숙 출신인 다카이치는 정통 자민당파는 아니다. 93년 무소속으로 당선했다 신진당을 거쳐 96년 “(야당에 있자니) 시간이 아까워졌다”며 자민당에 입당했다. 이후 군 위안부 부정 등 아베 총리의 극우 날개로 활약했으며 2006년 아베 총리 1차 집권 당시 내각부 특명담당대신으로 첫 입각했고, 2012년엔 자민당의 첫 여성 정조회장을 맡아 아베 총리 측근으로 입지를 굳혔다.

 아베 총리는 그러나 이번에 정조회장으로 임명된 이나다에게 더 각별한 관심을 쏟는 듯하다. 산케이신문 등 일본 언론은 아베 총리가 최근 측근들에게 “이나다를 여성 의원의 별과 같은 존재로 만들고 싶다”고 했다고 전했다. 3선에 불과한 이나다가 정조회장이라는 중책을 잘 해낼 수 있도록 7선인 시오노야 류(鹽谷立) 전 문부과학상을 정조회장 대행으로 배치한 것은 아베 총리의 특별한 배려라고 아사히신문은 분석했다.

 아베 총리가 이번 개각으로 당정의 장악력을 다지며 장기 집권을 위한 틀을 짰지만 그 틀 밖에서 틈을 노리는 여성도 있다. 그중 대표격이 노다 세이코(野田聖子) 중의원이다. 오부치 전 총리 시절인 98년 당시 37세로 최연소이자 홍일점으로 우정상으로 입각한 노다는 자민당 총무회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는 아베 총리가 3일 저녁 개각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을 당시 총리 관저 인근에서 정치자금 모금행사를 열었다. 약 1000명이 몰린 이 행사에서 참석자들은 노다 의원을 향해 “여성 총리가 돼라”는 구호를 외쳤다고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25년 전 도이 전 의원이 움직이지 못한 산을 움직이고자 하는 노력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전수진 기자 

[S BOX] 오부치 동갑 남편은 스타 PD

일본 TBS 방송국 드라마 PD 세토구치 가쓰아키(瀨戶口克陽·41·사진)에겐 여러 수식어가 붙는다. ‘도쿄대 출신 엘리트 드라마 PD’‘TBS 드라마국의 스타 PD’‘정치 명가 오부치(小淵)의 데릴사위’.

 세토구치는 지난 3일 경제산업상으로 임명된 오부치 유코(小淵優子) 의원의 남편이다. 나이는 동갑, TBS 입사 동기(1996년)다. 연애가 공개된 건 오부치가 정계에 입문한 뒤인 2001년이며 2004년 결혼했다. 오부치가를 이어야 하는 부인의 호적에 입적하는 방식을 택했으나 대외적으론 자신의 성을 사용한다.

 세토구치 PD도 부인만큼이나 내로라하는 경력을 자랑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리메이크된 ‘꽃보다 남자’(2005)부터 기무라 다쿠야(木村拓哉) 주연으로 당시 역대 일본 드라마 시청률 3위에 올랐던 ‘굿 럭!!’(2003) 프로듀서로 활약했다. 한·일 합작 드라마 ‘프렌즈’(2002) 제작을 맡는 등 한국과도 인연이 있다.

부인의 영향 때문인지 여성에 대한 관심도 연출작에서 드러난다. 2008년작 ‘어라운드 40’은 40대 전후 여성들의 고민을 그려내 ‘어라 포 세대’라는 신조어까지 낳았다. ‘어라운드 40’ 공식 홈페이지에서 그는 “일·육아에 정신없는 여성들의 진정한 삶은 무엇인지 다루고 싶었다”고 밝혔다. 오부치 의원은 이런 그를 “집안일을 잘 분담하는 남편”이라며 “남편과 2인 3각으로 육아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둘 사이엔 7세·5세 된 아들이 있다.


전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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