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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 카멜레온 가창력 살아있네 엄마 박기영, 팝페라 스타 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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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온라인중앙일보 작성일15-10-23 06:04 조회20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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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속 가수 박기영은 당당하다. 사진을 찍기 전 포즈 주문을 그리 했다. 사진 밖 그는 33개월 된 딸의 재롱과 잘 챙겨주지 못해 늘 미안한 남편 이야기로 바쁜 워킹맘이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출산, 육아 전쟁, 경력단절, 워킹맘의 고충…. 이런 이야기를 나누다 깜빡했다. 그가 가창력으로 손꼽히는 가수 박기영(38)이라는 것을. 새 앨범을 낸 이야기는 어느 순간 경력이 단절될 뻔한 여가수의 도전기가 됐다. 그것도 아주 솔직한.

대중가수 첫 도전 … 노래 인생 2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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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페라 싱글곡 ‘어느 멋진 날’

 박기영이 팝페라 앨범 ‘어 프리메이라 페스타’(A Primeira Festa)를 오는 28일 낸다. 국내 대중가수가 내는 최초의 팝페라 앨범이다. 국내에서 팝페라 앨범은 대개 성악가의 영역이었다. 앨범 발매에 앞서 미리 공개한 곡 ‘어느 멋진 날’은 이미 온라인 클래식 음원차트 1위를 휩쓸고 있다.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의 대표 OST 수록곡인 ‘더 홀 나인 야즈’(The Whole Nine Yards)에 박기영이 노랫말을 붙였다. 그가 팝페라 앨범을 낼 것이라는 것은 이미 예견됐다. 2012년 TV 오페라 경연 프로그램 ‘오페라 스타2’에서 우승하면서다. 무대에서 오페라를 부를 때 선보인 호흡, 발성, 고음 처리 등은 박기영을 대중가수가 아닌 오페라 스타로 자리매김하게 했다.

 그리고 4년이 흘렀다. ‘박기영은 그 시간 동안 국내외 성악가들에게 기본기를 사사했다’는 게 공식적인 사정이다. 직접 만난 박기영은 “방송 끝나고 그해 딸을 낳았다. 빨리 복귀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아이가 ‘엄마 껌딱지’여서 두 돌까지 한 몸처럼 지냈다”고 했다.

 육아의 기쁨도 컸지만 그는 두려웠다고 한다. ‘경단녀’(경력단절여성)가 될까봐, 세상에서 잊힐까봐. 아이를 낳으니 성대가 예전 같지 않았다. 아이를 키우니 잠이 부족해서 목 컨디션도 엉망이었다. 그의 말대로 ‘바닥을 기어 다니며’ 청소하며 아이를 키우면서 그는 조금씩 체념했다고 한다.

 ‘돌아갈 직장이 있다면 앞일을 조금 계획하겠지만, 가수는 콜을 받지 않으면 무언가를 못하는 존재다. 누군가 불러주지 않고 선택받지 못한다면 영영 이대로 있을 수밖에 없다. 받아들이겠다.’

 오페라 스타 프로그램에 나오기 전 사실 그는 비슷한 경험을 했다. 2010년 정성껏 내놓은 7집 앨범이 잠잠히 잠기며, 그는 다시는 정규 앨범을 내지 않겠다고 결심까지 했다. 박기영은 “어떻게 보면 이번 앨범에서 나는 재도약이 아니라 ‘재재재도약’을 하는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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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떻게 극복했나.

 “작아져 있을 때마다 꼭 격려해주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예를 들어 이창동 감독의 영화 ‘시’에서 나온 ‘아네스의 노래’라는 시를 노래로 만들었다. 그 인연으로 남편과 함께 식사를 했다. 그때 이 감독이 ‘노래를 만들고 부르는 아내분께서 천부적인 재능을 가졌다’고 말했다. 쓰레기통에 구겨져 있던 가수 박기영이 쫙 펴지는 기분이었다.”

 - 대중가수가 팝페라 앨범을 낸 건 처음이다.

 “그 이야기를 듣고 오히려 놀랐다. 내가 아무리 열심히 한다 해도 성악을 평생한 분들의 실력을 따라잡을 수 없다. 다만, 클래식이 좀 더 알려졌으면 하는 바람에서 도전했다. 제가 마중물이 되어, 다양한 장르의 음악인이 여러 악법으로 클래식에 접근하고 대중화되어 더 실력 좋은 사람들이 동참하면서 시장이 커졌으면 좋겠다.”

 팝페라 스타로서 소양을 이야기할 때 그는 초지일관 겸손했지만 전문가들도 그의 실력을 인정하고 있다.

 “대중가요와 성악의 창법은 여러 면에서 많은 차이가 있다. 가수 박기영은 놀랍게도 이런 차이를 거의 느끼지 못하게 하는 특별한 사람이었다. 그녀의 성대는 흡사 카멜레온과 같다.”(오페라 연출가 이경재)

 - 오페라 경연 프로그램에 출연 계기는.

 “예쁜 드레스 입는 거 좋아하고, 클래식을 정말 좋아해서 제의가 들어왔을 때 냉큼 하겠다고 했다가 생방송인 걸 알고 놀랐다. 노래 부르는 모습을 잘 보면 손가락을 달달 떨고 있다. 오죽하면 성악 선생님이 저를 ‘반’이라고 불렀다. 무대에서 연습할 때의 반밖에 못 부른다고.”

 - 데뷔 17년차 실력파 가수도 무대에서 떨리나.

 “어릴 적에는 당당하게 하는 것에 도취되어 있었다. 그런데 알면 알수록 무섭다. 객석은 무대보다 온도가 섭씨 1.5도 가량 낮다. 가수는 36.5도를 유지하면서 객석의 온도를 천천히 끌어올려야 한다. 두려움에 묻혀도, 자신감이 확 앞서도 안 된다.”

 - 록가수로 데뷔해 아내이자 엄마이자 팝페라 스타가 됐다.



 “돌이켜 보면 고마운 게 참 많다. 고맙다. 감사하다. 음악적인 것뿐 아니라 사람으로서도 기본에 충실한 사람이고 싶다.”

글=한은화 기자 onhwa@joongang.co.kr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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