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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 체력은 ‘쑥’ 혈압은 ‘뚝’ 텃밭 가꾸는 게 명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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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온라인중앙일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5-08-31 07:57 조회2,16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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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을 가꾸면 신체 움직임이 활발해져 운동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건강 증진과 유아의 정서 발달에도 도움이 된다. 하씨는 평소 서울 강동구에 위치한 공동체 텃밭에서 작물을 경작하며 고혈압을 관리한다. [서보형 객원기자]



도시농부 100만 명 시대. 남녀노소 모두가 텃밭 가꾸는 재미에 빠졌다. 텃밭은 도심에서 잊혀진 향수를 자극한다. 촉촉한 흙과 따뜻한 햇빛, 시원한 바람은 절로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땀 흘려 키운 작물은 수확의 기쁨과 성취감도 선사한다. 특히 텃밭은 때때로 놀라운 치유 기능을 발휘한다. 만성질환자의 맞춤운동 처방전이자 은퇴 노인의 상실감을 털어낼 좋은 반려자다. 아이에게는 산 교과서이며, 암환자에게는 생명의 경이로움을 되새기는 희망 같은 존재다. 도심 속 텃밭 열풍에 숨겨진 ‘가드닝 세러피(Gardening Therapy)’의 효과를 찾아봤다. 

서울 강동구에 사는 백모(72·여)씨는 요즘 텃밭 일구는 재미에 산다. 고추·깻잎·상추·파·여주 같은 각종 신선한 채소를 손수 기른다. 마치 자식을 키우는 기분이다. 땀 흘리며 키운 채소를 가족과 나눠 먹을 때 가장 큰 행복을 느낀다. 하루가 멀다 하고 텃밭으로 향하는 백씨는 사실 우울증 환자였다. 1년 전만 해도 집 밖에 나가는 것조차 힘들었다. 하지만 텃밭을 가꾸기 시작한 후 그의 삶은 180도 달라졌다. 백씨는 “우울증이 찾아와 삶을 포기하다시피 했다”며 “텃밭에서 채소를 기르며 삶의 재미와 기쁨을 되찾았다. 텃밭은 매일 와도 또 오고 싶은 곳”이라고 말했다.

지자체·공공기관에서 분양하는 공공텃밭, 건물 옥상 공간을 활용한 옥상텃밭, 도시의 휴경지를 이용한 주말농장…. 농림축산식품부는 도시농업 참여자 수가 급속히 증가해 2010년 15만 명에서 지난해 108만 명으로 7배 넘게 늘었다고 밝혔다. 바쁜 도심 속에서 현대인들은 왜 ‘텃밭’에 주목하는 것일까.

진료실서 못하는 암환자 사회 복귀 도와

이대여성암병원 원내에 있는 ‘희망텃밭’. 유방암·갑상선암·난소암 같은 여성암 환자 20여 명이 경작하는 텃밭이다. 통원치료하는 암환자들로부터 신청을 받아 운영한다. 봄·가을마다 쌈 채소를 비롯한 제철 작물을 키운다. 채소를 재배할 땐 환우와 가족, 의료진이 모여 수확의 기쁨을 나눈다. 직접 수확한 농산물을 이용해 병원에서 건강식을 만들어 먹는다. 

이대여성암병원 문병인 유방암·갑상선암센터장은 “암 치료와 폐경기를 동시에 겪는 40~50대 환자는 신체 기능 약화와 함께 심각한 불안·초조·불면증·우울증에 시달린다”며 “텃밭 활동을 체험한 환자는 성취감이 크고 작물을 가꾸는 과정에서 삶의 열정을 되찾는다”고 설명했다.

유방암은 다른 암에 비해 생존율이 높은 편이다. 하지만 재발 가능성 역시 높아 10년 생존율을 완치 기준으로 잡는다. 지속적인 건강관리가 생존만큼 중요하다는 의미다. 텃밭 활동은 수술과 항암치료를 겪으며 약해진 체력을 키우는 데 안성맞춤이다. 환우끼리 주기적으로 만나 질환 정보를 교환하고 고충을 토로하며 심리적 위안을 얻기도 한다. 문병인 센터장은 “텃밭 프로그램은 치료 효과를 배가시킬 뿐만 아니라 정서까지 치유한다”며 “여성암 환자의 진정한 사회 복귀를 돕는다. 진료실에서 해결할 수 없는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텃밭 활동, 심장박동수·산소 소모 증가
 

땅 파기, 잡초 뽑기, 파종하기, 수확하기, 물주기 같은 텃밭 일은 자연스럽게 신체활동을 유도한다. 고혈압약을 복용 중인 하모(62)씨의 사례가 그렇다. 텃밭 일을 운동삼아 하고 있다. 만성질환자에게 운동이 필수인 건 알지만 실내 헬스장은 답답해 꺼렸다. 하씨는 “텃밭에 나와 파종하고 물을 주며 수확하는 과정이 운동하는 것만큼 몸을 많이 움직이는 일”이라며 “재미있어 지루하지 않다. 운동 대신이라는 생각으로 더욱 열심히 한다”고 말했다.

실제 텃밭 활동은 걷기 수준의 운동 효과가 있다. 신체 활동은 움직임 정도에 따라 저(앉아 있기)·중(걷기)·고(뛰기) 강도로 구분한다. 65세 이상 노인 20명을 대상으로 텃밭 활동의 운동 강도를 측정해 봤더니 밭일 시작과 함께 심장박동수와 산소 소모가 증가했다. 에너지도 소비됐다. 건국대 보건환경과학과 박신애 교수는 “연구 결과 노인의 텃밭 활동은 저강도에서 중강도 수준의 신체 활동”이라며 “신체 활동을 많이 할수록 만성질환을 예방·관리하는 데 좋다. 텃밭 활동이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직접 재배한 친환경 작물로 식단 교육

서울 강동구보건소에서는 대사증후군·만성질환자를 대상으로 건강 텃밭 가꾸기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사전에 신청자를 받아 텃밭을 내주고 활동을 지원한다. 강동구보건소 유성환 의사는 “당뇨·고혈압 같은 만성질환자에게 주 3회 이상 걷기나 산책 같은 유산소 운동을 권한다”며 “텃밭 활동을 하면 움직임이 자연스럽게 늘어 운동하는 효과를 얻는다”고 말했다. 특히 직접 재배한 친환경 먹거리를 이용해 식단 관리를 할 수 있어 일석이조다. 한 달에 한 번 직접 기른 채소 활용법, 저염 쌈장·김치 만드는 법 같은 건강 레시피를 공유한다. 유혜련 영양사는 “싱싱한 음식 자재를 활용한 건강한 조리법을 교육해 식습관 교정을 유도한다”고 전했다.

텃밭 활동은 재활치료에도 쓰인다. 성남시에서는 2013년 2개 병원의 척추·뇌 손상, 중풍 후유증으로 거동이 불편한 환자에게 텃밭을 가꾸게 했다. 직접 흙을 만지고 채소를 키우면서 몸의 움직임을 유도하고 균형감각을 익히는 식이다. 서남의대 명지병원 재활의학과 최정화 교수는 “텃밭 활동은 흥미를 유발하고 의료기기 의존도를 줄여 몸의 활동량을 자연스럽게 늘린다”고 말했다.

근육 자주 풀어줘 통증 예방

특히 텃밭은 유아에게 지적 호기심과 상상력을 자극하는 놀이터다. 또래의 협동심을 기르고 생명체의 소중함을 느끼는 교육 터전이기도 하다. 5세 유아 70명을 대상으로 35명에게는 18주 동안 텃밭 가꾸기 활동을 하게 하고, 나머지는 일상적인 수업을 진행했다. 그 결과 텃밭 활동을 한 35명은 일상수업을 받은 유아에 비해 정서지능과 행복감이 모두 높게 나타났다. 연구를 진행한 광주대 유아교육과 최민수 교수는 “꽃과 채소를 가꾸는 일은 유아들이 겪는 일상적인 정서문제 해결을 돕고, 궁극적으로 행복감을 높여줄 수 있는 교육 활동”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건강하게 텃밭 활동을 하려면 몸 상태와 계절 여건을 고려해야 한다. 봄·가을같이 선선한 시기가 제격이며, 여름에는 뙤약볕이 내리쬐는 시간대를 피한다. 특히 노약자는 하루에 1~2시간씩 시간을 정해 텃밭 활동을 하는 게 좋다. 적어도 한 시간마다 10분 이상 휴식을 취하고, 텃밭일 중간에 수분을 충분히 섭취한다. 같은 동작을 반복하면 허리·다리·어깨에 통증이 생기기 십상이다. 근육을 자주 풀어줘 후유증을 사전에 예방한다. 박신애 교수는 “몸과 마음의 건강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식물 가꾸기를 추천한다”며 “신체활동을 증진함으로써 긴장감 완화, 고립감·소외감 감소 같은 심리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선영 기자 kim.sun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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