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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 [한나의 우아한 비행] 재즈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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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dino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6-10-11 16:08 조회22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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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 색소폰이 그리워지는 밤, 아련한 추억에 파묻혀

 

열일곱 살에 국경을 넘은 나는 소프라노 색소폰에, 동생은 알토 색소폰에 끌렸다.

 

콘서트 밴드 수업 이외에 방과후 활동으로 재즈밴드에서 연주했다. 그때 꿈중에 하나는 어른이 되면 재즈바를 갖는 것이었다.

 

어린것이 재즈를 듣고 연주하며 한량처럼 살고 싶었다. ‘언어가 끝나는 곳에서 음악은 시작된다.’는 모자르트의 말처럼 색소폰은 타국에서 어떤 말로도 표현 할 수 없었던 그때 내 마음을 이야기 할 수 있는 유일한 언어였다.

 

폐로부터 시작된 숨이 나무 리드(reed)로 따라 들어가 뿜어져 나오는 관악기의 소리가 좋았다. 열일곱 살의 혼란과 불안을 호흡으로 쏟아내 다 없어져 버렸으면 했다.

 

타국에서 살아 남아야 한다는 다짐이었다. 그 마음이 구슬픈 소리로 터져 나왔는지도 모르겠다. 무엇보다 학교 밴드 안에서의 합주는 흥겨웠다. 낯선 땅에서 낯선 이들과 음악으로나마 하나가 될 수 있었던 외로운 소속감은 고맙기까지 했다.

 

이번 가을방학은 어떻게 보낼까 고민할 때 ‘재즈 페스티벌’에 함께 가자는 지인의 초대가 반가웠다. ‘자라섬 국제 재즈페스티벌’은 매년 가을마다 경기도 가평에 있는 자라섬에서 사흘 동안 진행된다.

 

청평댐이 완공되면서 생겨난 자라섬에 다양한 국가에서 초청된 재즈 뮤지션들이 연주하고 노래하며 춤추는 국제적 축제가 열린다. 일상을 떠나 그윽하고 황홀한 휴식이 될 것이다.

 

미국 흑인 음악과 유럽 백인 음악의 결합이라는 재즈에는 삶의 가장 큰 변화를 겪은 내 유년시절이 아련하게 묻어있다. 이제는 새로운 타국이 되어버린 한국에서의 타향살이를 재즈를 들으며 외로움을 달랜다. 일행들이 하나씩 도착하고 잔디밭 한쪽에 자리를 잡고 지는 노을을 배경 삼아 음악을 들었다. 오후내내 가을볕을 잔뜩 쪼이고 음악과 가을 바람에 나를 내어주었다.

 

자라섬에 밤이 내리자 음악은 절정에 달했다. 각 팀마다 선보이는 연주는 자라섬에 멀리멀리 울려 퍼졌다.

 

건반과 한몸이 된듯한 피아니스트, 혼을 다해 숨을 불어넣는 색소폰 연주자, 춤을 추듯 연주하는 드러머, 리듬을 타며 저음을 품어내는 콘트라 베이시스트. 각자의 소리가 하모니를 이루며 자신들의 강렬함을 표출 하였다.

 

머리가 희끗한 연주자들의 깊이 있는 음악에 환호했다. “Music is all banalities suddenly turn into beautiful pearls.” 영화 ‘비긴 어게인’의 대사처럼 음악은 시시한 우리의 일상을 아름다운 진주로 만들어준다.

 

지극히 쓸쓸했던 나의 유년시절도 결국 빛날 수 있었던 것처럼. 색소폰을 놓은지 한참이다. 금빛 소프라노 색소폰이 그리워지는 밤이다.  

 

 

김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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