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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 남궁옥분 '내 주름 포토샵으로 지우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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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온라인중앙일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5-08-17 11:11 조회1,25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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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남궁옥분의 인터뷰를 기다리는 내내 ‘꿈을 먹는 젊은 이’를 흥얼거렸다


딱 꿈을 먹고 살았던 고등학교 시절에 들었던 노래였다. 
뭘 해도 힘들 때였으니 청아한 목소리와 가사는 ‘청춘의 위로’로 다가왔었다.

수십 년간 잊고 있었던 그 노래가 그 시절의 기억으로 빠져들게 했다. 
스튜디오 떠나갈 듯 높은 볼륨으로 음악을 듣고 있는 데 그녀가 왔다.

그녀의 목소리만큼이나 통통 튀는 반가운 인사를 건넸다. 
인터뷰를 먼저 한 후에 사진을 찍자고 요구했다. 
그녀의 삶이 어떠했는지 들어보고 싶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그녀의 이야기가 이어졌다. 
첫 마디부터 그녀의 고해성사였다. 
“포커가수로 순수하게 시작했었어요. 10대 가수니 뭐니 하며 내가 아닌 덧씌운 모습으로 살아왔어요. 내 정신이 가고 싶은 곳과 내 몸이 있는 곳이 일치하지 않았죠.” 
당시 수많은 젊은이에게 위로를 준 가수가 스스로 자신의 모습이 아니었다고 했다. 
도대체 왜일까? 또박또박한 그녀의 고백에 어느새 몰입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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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로 사람들에게 행복을 주겠다는 사명감이나 책임감도 점점 사라져갔어요. 연습도 없이 무대에 오르기도 했어요. 정말 책임감 없었죠. 실력없이 목적지가 돈이었던 시절이었죠. 낯뜨거웠습니다.” 
더 이상의 질문이 필요 없었다. 그녀의 고백은 계속 이어졌다. 
“그냥 기타 치며 노래를 시작했어요. 나중에 사상누각이란 걸 알았어요. 학생들을 가르친 적 있어요. 내 스스로 배운 게 없이 가르치다 보니 학생들에 대한 모독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너무나 새로운 것을 배우고 싶어하는 애들에게는 모독이었죠. 스스로 그만두었습니다.” 
난 사실, 예전 그녀의 노래가 좋았었다. 그런데 그녀는 예전의 자신이 부끄러웠노라 스스로 고백을 하고 있는 게다.

“사실 TV에서 한창 ‘공기 반 소리 반’ 그럴 때 뭔 소리인가 했습니다. 3년 전부터 노래를 처음부터 다시 배웠습니다. 나이 어린 선생에게 배우는 게 부끄러운 게 아니죠. 대중들에게 부끄러운 게 더 부끄러운 일이잖아요. 타이거우즈도 레슨받잖아요. 예술이든 인생이든 완성은 없는 거 같아요.”

어느 순간 그녀의 고백을 하나하나 받아 적고 있었다. 그녀의 고백이 마치 내 자신의 이야기처럼 여겨졌던 탓이다. 

이제야 노래할 때가 된 것 같아 앨범을 내었다고 했다. 그녀가 내민 앨범의 뒷면에 ‘광복 70주년’이란 글귀가 적혔다. 이제야 때가 되어 낸 앨범이 ‘광복 70주년’을 위한 것이란 의미다. 
그녀의 첫 고백을 되짚어 봤다. 
내 정신이 가고 싶은 곳과 내 몸이 있는 곳이 일치하지 않았다는 삶의 고백, 그것으로 되짚어 보자면 정신과 몸이 일치하는 곳이 이 앨범이란 의미로 여겨졌다.

곡 제목들이 '금강산' '아리랑' '봉선화'(일본군 위안부를 위한노래) '함께'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이다. 
예사롭지 않은 제목들, 이 앨범의 주제가 뭐냐고 물어봤다. 
‘평화와 힐링’이라고 답했다.

그녀와 함께해온 기타와 함께 사진을 찍으며 ‘평화와 힐링’의 표정을 보여 달라고 요구했다. 그녀가 활짝 웃었다. 

그 나이 때의 여느 여인들, 웬만해선 카메라 앞에서 활짝 웃지 않는다. 
바로 주름살 때문이다. 

그녀는 주름살 하나하나도 몇십 년 걸려 만들어진 것이니 포토샵으로 지울 필요 없다고 했다. 과거의 시행착오가 다시 가수로 서있게 한 역사이듯, 그 주름살 하나도 오늘의 그녀를 보여주는 삶의 역사란 얘기다.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가며 당신의 그림을 선물로 내어놓았다. 스튜디오 빈 벽에 두었다. 
오가며 그림을 볼 때마다 그녀의 고백을 곱씹는다. 
그것으로 내게 물어본다. 덧씌운 모습으로 살고 있지 않은가? 정신과 몸은 같은 곳에 있는가? 그리고….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shot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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