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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 독일 가전·일본 차·미국 영화, 한국 소비자 반응 먼저 살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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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온라인중앙일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5-12-04 12:42 조회1,73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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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네티즌이 ‘고기 구워 먹다가 불판이 폭발해서 난장판 됐습니다’라는 제목으로 인터넷 커뮤니티 ‘오늘의 유머’에 글을 올렸다. 단순히 불판의 문제점을 지적한 수준이 아니다. 불판을 사게 된 과정에서 본 광고, 막 구입하고 포장을 개봉했을 때의 사진, 설명서, 그리고 불판으로 고기를 굽다가 폭발해 기름이 튄 책꽂이·벽·소파, 화상을 입은 피부까지 사진을 찍어서 제시했다. 마치 과학수사대의 기록처럼 치밀하다.

 

 이 정도로 끝나지 않는다. 이 불판으로 인한 다른 소비자들의 불만이 있었는지를 포털에서 검색하고 제조사가 보상을 제대로 해주지 않는다는 댓글을 발견한 끝에 직접 폭발을 재현하는 작업을 시도한다. 이번에는 DSLR 카메라로 실시간 영상까지 촬영해 유튜브에 올리고 그 내용을 걸었다. 이 정도 근거에도 적절한 해명을 하지 못한다면 제조사는 꼼짝 못하고 보상을 해줘야 할 뿐만 아니라 소비자의 강력한 비난에 직면하게 될 것 같다.

 네티즌은 꼭 이렇게 문제 된 제품에 날카롭게 비판만 하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괜찮은 서비스에 대해서는 아낌없이 칭찬도 한다. 최근 멋진 글솜씨로 더욱 화제가 된 ‘낭만닥터’의 A380 퍼스트 클래스 이용기는 말 그대로 붐을 일으켰다. 그는 마일리지를 탈탈 털어 흔히 꿈의 비행기라는 A380을 탔다. 또 라운지에서 기다리는 장면, 일등석 기내 사진, 제공되는 와인과 음식, 라면, 서비스로 받는 장미 꽃송이 사진까지 일반인이 궁금해하는 최고급 서비스를 온몸으로 보여줬다. 이 글 덕분에 저절로 광고가 된 항공사는 아마 입이 찢어졌을 듯싶다.

 우리나라 제품 가운데 세계 최고 수준의 제품이 많은 이유는 이렇게 엄혹한 네티즌의 검증이 늘 촘촘히 이뤄지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가끔 사소한 문제를 물고 늘어지며 억지를 쓰는 사람도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상당수는 인터넷에서 제품을 구입해 사용하는 과정을 낱낱이 기록하고 분석하며 공유한다. 그래서 ‘개봉기’라는 독특한 장르가 인기를 얻고 이런 글을 쓰는 사람을 리뷰슈머(reviewsumer)라는 신조어로 따로 부를 정도다.

 글만으로 부족하면 직접 자신이 출연한 동영상으로 제품을 분석하기도 한다. 최근 한 변호사는 직접 구매한 스마트밸런스휠을 타고 집안 청소하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선보여 큰 인기를 얻었다. 또 ‘뽐뿌’라는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는 한 네티즌이 요즘 한번 걸리면 복구가 불가능할 만큼 위험하다고 알려진 크립토락커라는 랜섬웨어(몸값을 요구하는 악성 프로그램)를 직접 걸려가면서 원인을 파악하고자 한 글이 눈길을 끌었다

 새우깡이나 고래밥 개수를 일일이 세고, 무게를 재 비교를 한다거나 편의점 컵라면을 종류별로 디자인·크기·식감·조리시간 등을 비교하기도 한다. 휴대전화 서열, 라면 서열 같은 계통도를 만들기도 하고 TV 드라마의 사극을 역사연대표에 대비하고 연기와 시나리오, 고증, 주제까지 분석하기도 한다. 이런 열성을 보면 ‘한국소비학’이라는 학문 분야가 생기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단순히 제품에 대한 호불호를 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렇게 다양한 시각에서 디자인·기능·내구성·유행 등을 분석하고, 이를 다른 사람과 열심히 공유하는 적극성은 우리나라 소비자의 남다른 역동성을 보여준다. 특히 새로운 것에 대한 세계 최고의 호기심과 꼬치꼬치 따져보는 심리는 얼리어답터(early adopter) 수준을 넘어서기 때문에 별도로 ‘코얼리어답터’(한국형 얼리어답터)라는 명칭까지 얻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동해안에 가면 바다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 것 같다. 바닷물 끝까지 다가가 꼭 발을 적셔보거나 친구를 떼밀어 한번쯤 빠뜨리는 장난이라도 해봐야 동해안 왔다는 실감을 느낀다. 무엇을 하든 온몸으로 체감하고 싶어하고 끝까지 해보려는 열정이 있다. 외국인도 우리나라의 이런 다이내믹 경험에 동화되는 모양이다. 최근 닉네임 ‘영국남자’를 쓰는 영국인의 경우 한국 음식이나 제품을 영국 지인들에게 먹여보고 소개하면서 그 반응을 꼼꼼히 촬영해 유튜브에 올리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미 한국은 글로벌 브랜드들의 테스트 베드다. 인구는 5000만 명으로 적지만 정보기술(IT)·화장품·패션·게임·영화 등에서 세계 유행과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독일의 가전제품, 일본의 자동차, 미국의 ‘트랜스포머’ ‘어벤져스’ 같은 영화 등이 한국 시장에서 먼저 소비자의 반응을 살필 정도다. 이 뜨겁고 용솟음치는 소비자의 힘만큼이나 기업도 분발해 경제가 팔팔 살아났으면 좋겠다.

임문영 인터넷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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