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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 고풍스런 멋 가득한 도심, 야생 넘치는 큰 산맥 … 알프스 못잖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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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redbear300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5-06-19 10:24 조회1,27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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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슬로바키아는 낯선 듯하면서도 친숙한 나라였다. 처음 밟은 땅이었지만, 생경한 먼 나라이라기보다는 정겨운 이웃나라라는 인상이 더 강했다. 유럽의 정중앙에 숨은 이 작은 나라는 용케도, 여태 때묻지 않은 풍경을 간직하고 있었다. 예스러운 분위기의 도심도, 거친 협곡도 그저 자연스러웠다. 겉만 번지르르한 풍경이 여기에는 없었다. 수도 브라티슬라바(Bratislava)에서 웅장한 하이 타트라(High Tatras) 국립공원까지, 슬로바키아의 구석구석을 누비고 왔다. 


역사와 낭만이 흐른다
브라티슬라바&반스카 비스트리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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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티투어 버스를 이용하면 브라티슬라바 구석구석을 구경할 수 있다.



브라티슬라바는 슬로바키아의 관문이다. 수도이자 여행의 중심이다. 슬로바키아 서쪽 끝자락에 치우쳐 있는 브라티슬라바는 자동차로 오스트리아 빈에서 1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2시간 거리에 불과하다.

우선 브라티슬라바성에 올랐다. 해발 150m 언덕 위에 있는 이 성은 빼어난 전망 덕분에 여행자라면 빠지지 않고 들러야 하는 명소다. 성벽 위에 올라섰다. 도시를 가로지르는 도나우(Donau)강과 브라티슬라바의 랜드마크 모스트 SNP 다리, UFO타워가 파노라마로 펼쳐졌다. 도나우강을 사이로 나뉜 구도심과 신도심의 풍경이 흥미로웠다. 성·교회 등 유적이 많은 강남과 달리 강북은 고층 빌딩으로 빽빽했다. 우리나라와는 정반대인 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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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티슬라바 곳곳에 익살스런 표정의 조형물이 설치돼 있다.



발길은 당연히 강남으로 향했다. 구도심은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고풍스러웠다. 옛 건물과 노천 카페, 기념품 노점상, 거리의 예술가들이 뒤섞여 있는 중앙 광장의 풍경은 분주하고도 평화로웠다. 스타벅스·맥도널드 따위는 보이지 않았다. 슬로바키아의 청춘과 관광객 대부분이 광장 분수대 주변에서 수다를 떨고, 커피를 마시고, 사진을 찍었다.
 

브라티슬라바 구시가지에서는 고풍스런 건물과 노천 카페가 흔한 풍경이다.


“슬로바키아의 역사는 짧아도 도시의 역사는 짧지 않다.” 가이드 마르틴이 여러 차례 강조한 말이다. 마르틴의 말마따나 브라티슬라바는 19세기 중반까지 약 300년간 헝가리 왕국의 수도였다. 지금도 도시 곳곳에 역사적인 건물이 남아있다. 구시가지의 성 마르틴 대성당을 찾았다. 헝가리 왕국 시절 국왕의 대관식이 거행됐고, 베토벤 성악곡 ‘장엄 미사’가 초연된 곳이다. 성당 앞 노천카페에 앉아 커피를 주문했다. 뿌리 깊은 대성당 앞에서 맛본 1.2유로(약 1500원)짜리 에스프레소는 왠지 달콤했다.


브라티슬라바에서 자동차로 2시간 거리에 있는 반스카 비스트리차(Banska Bystrica)도 빠뜨릴 수 없는 역사문화 도시다. 이 도시에서 슬로바키아의 숨가쁜 역사가 교차한다. 슬로바키아는 제2차 세계대전 중인 44년 독일군에 대항해 민족 봉기를 일으켰는데, 그 본거지가 반스카 비스트리차였다. 아니나 다를까, 도심 한복판 너른 자리에 민족 봉기를 기리는 SNP(Slovenskoho Narodneho Povstania) 박물관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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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세기에 세워진 반스카 비스트리차 성문탑. 기념사진 명소다.



반스카 비스트리차는 여행자의 쉼터기도 하다. 폴란드와 헝가리를 방문하는 여행자의 상당수가 중간 지점인 반스카 비스트리차에 내려 한낮의 여유를 즐기고 끼니를 때운다. 번화가는 SNP 박물관 인근의 돌나(Dolna) 거리다. 약 600m 길이의 ‘차 없는 거리’인데, 4차선 도로처럼 폭이 넓은 데다 5층 이상 건물이 없어서 인파가 몰려도 붐비는 느낌이 없었다. 거리의 가장자리 SNP광장은 성모마리아 석조상, 독일군의 패망을 기념하는 탑 등 슬로바키아의 역사와 문화를 상징하는 기념물이 노천 카페와 어우러져 있었다. 피 끓던 민족 봉기의 거리가 지금은 걷고 싶은 거리, 편안한 여유를 즐기는 광장으로 달라져 있었다.

“저 관광안내소가 15세기 건물이고, 저기 고딕풍의 레스토랑 건물이 16세기에 세워진 성문을 개조해 만든 거야.” 마르틴의 설명처럼, 사방이 기념탑이고 유장한 세월을 버틴 옛 건물이었다. 셔터를 누르다 보니 어느덧 해가 저물었다. 저녁을 알리는 클래식 음악이 거리에 울려퍼지는 사이 길바닥과 분수대, 시계탑에 은은한 조명이 들어왔다. 반스카 비스트리차의 저녁은 로맨틱했다.


대자연 속으로
말라 파트라&하이 타트라 국립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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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곡을 따라 야생을 누비는 말라 파트라 국립공원.



슬로바키아에는 바다가 없다. 대신 북쪽에 장대한 산맥 말라 파트라(Mala Fatra)가 뻗어있다. 말라 파트라가 있는 테르초바(Terchova)로 향했다. 몇몇 아담한 나무 집과 펜션을 스쳤지만, 인적은 드물었다. 가이드 마르틴의 얘기를 들어보니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말라 파트라 산맥은 67년 자연보호지역으로 묶어 출입을 금지했다. 자연 그대로 꼭꼭 숨겨뒀다가 88년 국립공원으로 지정해 공개했다. 야생동물의 천국이자 원시림 자체의 상태로 말라 파트라 산맥은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국립공원의 규모는 226㎢(약 6836만 평)나 됐다.

국립공원에서 가장 아름다운 트레일로 꼽히는 자노시코브(Janosikove) 계곡으로 방향을 잡았다. 날씨가 좋지 않은 탓에 세 코스 중에서 가장 난이도 낮은 코스를 택했다. 해발 575m의 공원 입구를 출발해 해발 750m에 달하는 산 아래 계곡까지 다녀오는 3시간 코스였다.

“노인도 어린이도 어려움 없이 걷는 길”이라는 가이드의 말과 달리 길은 녹록치 않았다. 등산화를 신고 오길 잘했다는 생각을 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너른 풀밭을 지나 숲으로 들자마자 곧장 곡류가 흐르는 계곡이 나타났다. 수심은 얕았지만 물살이 거셌다. 첨벙첨벙 물을 헤치고 앞으로 나갔다.

말라 파트라 국립공원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기 위해 사람을 위한 배려를 최소화했다. 도저히 지날 수 없을 만큼 경사가 심하고, 물살이 센 곳에만 발판을 설치했다. 그마저도 폭이 좁고 밑이 훤히 보이는 철길이어서, 큰 바위를 넘거나 계곡 옆을 지날 때는 간이 콩알만해졌다.

계곡을 오르내리는 길에는 쓰러진 나무가 많았다. 바람의 짓인지, 급류의 짓인지 갈기갈기 찢어진 나무의 절단면이 거칠었다. 우연히 바위 틈으로 사슴의 사체도 목격했다. 절벽에서 발을 헛디딘 모양이었다. 말라 파트라의 숲은 아름다운 동시에 무서웠다. 그야말로 야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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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발 1751m에 생성된 호수를 따라 여유를 즐기는 하이 타트라 국립공원.



하이 타트라 국립공원으로 발을 옮겼다. 하이 타트라는 우크라이나에서 폴란드까지, 장장 1200㎞에 이르는 카르파티아 산맥(Carpathians) 가운데 가장 높은 산맥이다. 슬로바키아에서 가장 오래된 국립공원인데,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지 4년 만인 49년부터 국립공원으로 지정돼 관리를 받았다.

말라 파트라가 야생의 산이라면, 하이 타트라는 스키 리조트의 느낌이 강했다. 호텔과 펜션, 렌탈숍이 즐비했고, 길도 훨씬 수월했다. 2634m 높이의 타트란스카 롬니카(Tatranska Lomnica) 정상까지 케이블카를 타고 오를 수 있었다.

겨울이라면 스키어로 만원을 이루었겠지만, 여름인데다 날씨까지 흐려 케이블카는 한산했다. 두 차례 케이블카를 타고 정상에 올랐지만, 구름에 가려 산세는커녕, 1m 앞도 보이지 않았다. “알프스 못지 않은 절경을 갖춘 곳”이라는 가이드 말은 확인할 길이 없었다.

다시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오는 길, 환승역이 있는 스칼라테 플레소(Skalate Pleso)에 내리자 거짓말처럼 구름이 걷혔다. 스칼라테 플레소는 해발 1751m에 생성된 호수로, 하이 타트라를 찾는 관광객이면 누구나 기념사진을 찍고 가는 명소다. 원래는 눈에 파묻히는 곳인데, 날씨가 따뜻해지면 산 정상으로부터 물이 흘러내려 120만㎡ 넓이의 호수가 생긴단다.

스칼라테 플레소의 풍경은 예상치 못한 선물이었다. 날이 갠 순간, 호수 안으로 구름과 함께 장대한 산 기둥이 반사돼 들어왔다. 산 아래로 이어진 등산로에서 구름에 가려져 있던 백발의 노부부가 보였다. 노부부는 흡사 구름을 밟고 내려가는 듯 보였다. 그들도 나도 신선놀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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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정보=한국과 슬로바키아 사이에 직항노선은 없다. 오스트리아 빈을 경유하는 것이 가장 수월하다. 인천공항에서 빈국제공항까지는 11시간이 걸린다. 공항에서 슬로바키아 수도 브라티슬라바까지는 버스나 기차를 타면 1시간 거리다. 브라티슬라바에서는 시티투어 버스를 이용해 도시 곳곳을 돌아볼 수 있다. 10유로(약 1만2500원). 반스카 비스트리차, 말라 파트라, 하이 파트라 등 관광지로 가는 버스와 기차는 브라티슬라바에서 탈 수 있다. 슬로바키아는 우리나라와 날씨가 비슷하다. 6월 평균기온 16~26도. 유로화를 사용하는데, 물가는 저렴한 편이다. 시내 마트에서 캔 콜라 0.5유로(약 630원), 0.5ℓ짜리 캔맥주 0.7∼1.4유로(약 900∼1800원) 수준이다. 한국과 시차 7시간(서머타임 적용). 슬로바키아관광청 한국사무소 02-2265-2247.


글·사진=백종현 기자 jam1979@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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