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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 그 길 속 그 이야기- 대관령옛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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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redbear300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5-06-13 09:19 조회1,13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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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신·범일국사 혼 깃든 신의 땅을 걷다"

 

명승 제74호로 지정된 대관령옛길은 국사성황사(왼쪽)와 산신당(오른쪽)이 있는 재궁골 신터에서 시작된다. 김유신 장군과 범일국사의 넋이 깃들어 있다는 재궁골은 나무 하나 범상치 않은 분위기다.



스스로 문화유산인 길이 있다. 문화유산을 찾아가는 길이 아니라, 길 자체가 문화재인 길이 있다. 강원도 강릉시와 평창군을 이어주는 대관령옛길은 문화재청이 지정한 명승 제74호다. 전국에는 대관령옛길을 포함해 명승으로 지정된 길이 모두 7개 있다. 이 중에서 대관령옛길을 골라서 걸은 건, 강릉단오제 때문이다. 강릉단오제는 대관령 국사성황사와 산신당에서 제를 지내는 것으로 시작한다. 제례를 마친 유림과 무당 행렬이 풍악을 울리며 옛길을 걸어 내려와 강릉 시내로 들어오면 비로소 인간의 축제가 시작한다. 대관령옛길은 사람과 사람을 잇는 길 너머의 길이다. 신계(神界)와 인간계를 잇는 연결고리다. 먼 세월을 걷는 마음으로 대관령옛길을 걸었다. 올해는 강릉단오제가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지 10주년이 되는 해다. 


신들의 땅 대관령
 

국사성황사에 걸려 있는 범일국사 탱화



대관령은 강릉 사람에게 ‘신들의 땅’이라 불린다. 강릉 사람들은 영동지방을 지켜주는 산신(山神) 김유신(595~673) 장군과 국사성황신(國師城隍神) 범일국사(810~889)가 대관령에 깃들여 있다고 믿는다.

김유신 장군은 말갈족으로부터 강릉을 지켜냈다. 강릉에서는 김유신 장군이 죽어서도 강릉을 지켜준다고 믿고 대관령 산신으로 떠받들었다. 범일국사는 강릉 지역에 선종을 전파해 깨달음을 준 사람이다. 김유신이 무력으로부터 강릉을 보호했다면, 범일국사는 강릉의 정신적 지주였던 셈이다.

대관령 정상에서 약 300m 떨어진 재궁골 신터에서 산신과 국사성황신을 모신다. 깊은 숲 안에 국사성황사와 산신당이 자리해 있다. 음력 4월 15일이 돌아오면 강릉 사람들은 이 깊은 숲에 들어와 산신제와 국사성황제를 지낸다. 그래야 비로소 강릉단오제가 시작한다. 최소한 천 년을 지켜온 전통이다.

산신과 국사성황신이 재궁골에 들기 이전부터 대관령은 신성한 장소였다. 농경사회 이전의 사람들은 대관령에서 나물을 캐먹고 계곡에서 물을 얻었다. 산을 고마운 존재라고 생각했고, 나무와 바위에 신이 깃들여 있다고 믿었다. 강릉에서 대관령을 신성히 여긴 까닭은 대관령이 거대한 장벽이기 때문이기도 했다. 내륙으로 가기 위해 강릉 사람들은 몇 날을 걸어 험준한 산을 넘었다. 

매월당 김시습(1435∼93), 신사임당(1504 ~51), 송강 정철(1536~93) 등 당대 유명 문인이 대관령을 넘고 시를 남겼다. 이 중에서 백미는 신사임당이 쓴 ‘유대관령망친정(踰大關嶺望親庭)’이다. 친정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러 고향 강릉에 들렀던 신사임당이 서울로 돌아가는 길에 지은 한시로, 홀로 남은 어머니를 그리는 마음이 담겨 있다.


천 년 역사 강릉단오제
 

대관령 정상 표지석



대관령옛길은 2010년 문화재청으로부터 명승으로 지정됐다. 그 배경에 강릉단오제가 있다. 강릉단오제는 다른 축제와 달리 이름 앞에 ‘몇 회’가 없다. 설이나 추석처럼 세시풍속으로 전해져 내려오는 전통이기 때문이다. 파종을 끝낸 동네 사람들이 모여 액막이 제사를 지내고 한바탕 노는 잔치에서 단오제가 비롯됐다. 

민속학자들은 농경사회가 열리면서 어떤 형태로든 단오제가 시작됐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그러나 정확한 기원은 전해지지 않는다. 다만 강릉단오제를 소개할 때마다 ‘천 년 역사’라는 어구가 등장한다. 김동찬(57) ㈔강릉단오제위원회 상임이사의 설명을 옮긴다. 

“대관령 치제(致祭)를 강릉단오제의 시작으로 봐요. 조선 광해군 때 쓰인 『임영지』에 처음으로 대관령 치제가 등장하는데 ‘936년 강릉에 사는 왕순식이 태조 왕건을 도우려 병사를 이끌고 원주로 향할 때 대관령에 있는 사당에서 제사를 지냈다’는 문장이 나와요. ‘전쟁에서 이긴 이후로 계속 제사를 지내오고 있다’는 기록을 근거로 강릉단오제의 역사가 약 천 년이 됐다고 계산을 하는 거죠.” 

단오제 풍습은 한국·일본·중국 등 동북아시아에서 공통으로 발견된다. 동북아시아 3국 중에서 한국의 강릉단오제만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것은 한국에서만 맥을 이어오기 때문이다. 중국은 단오가 기원 전 300년 초나라 때 생겼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문화혁명(1966∼76) 시기 단오제를 금지한 역사가 있었다. 중국 공산당 정부가 단오제 풍습이 구시대 잔재라고 없앴다. 반면에 우리의 단오제는 늘 우리의 곁에 있었다.

“어머니는 단오 시장에 가서 쓰려고 몇 달 전부터 돈을 모았고, 아버지는 회사에서 단오 보너스를 타왔어요. 동네 어르신들은 굿당에서 10시간도 넘는 심청굿을 보며 울고 웃으며 소원을 빌었고요. 1년 중에 가장 큰 장이 서는 날이 단오였어요.”

김동찬 이사가 떠올린 40년 전 강릉단오제 풍경은 공동체가 하나가 되는 축제였다. 지금도 그 전통은 면면이 전해온다. 


발 닿는 곳이 전부 문화재
 

2008년 강릉시가 복원한 옛 주막터



대관령옛길은 강릉 성산면 구산리와 평창 도암면 횡계리를 잇는 길이었다. 현재는 국사성황사부터 성산면 어흘리까지 강릉 지역에 약 7㎞ 구간만 남았고, 이 구간이 명승으로 지정돼 있다. 대관령옛길은 강릉바우길 2코스에 포함된다. 길 관리도 ㈔강릉바우길에서 하고 있다. 지난달 22일 ㈔강릉바우길 이기호(56) 사무국장과 함께 대관령옛길을 걸었다. 자동차로 해발 832m 대관령 휴게소에 오른 뒤, 걸어서 고개를 내려왔다.
 

대관령 정상에 오르면 강릉시내와 동해가 한눈에 들어온다.



“바람 세게 부네. 이따 나가보세요. 휘청휘청할 겁니다.” 이기호 사무국장이 차창 밖을 보며 말했다. 대관령 휴게소에는 벌써 관광버스 10대가 들어차 있었다. 대관령양떼목장으로 현장학습을 나온 학생들이었다. 바람에 맞서 힘겹게 발을 내디뎠다. 양떼목장 입구를 지나쳐 숲에 들자 거짓말처럼 바람이 잦아들었다. 

“신기하죠? 여름에는 강릉 시내보다 4∼5도가 낮아요. 가을에는 단풍이 예쁘고 겨울에는 눈길을 걷는 것이 또 매력입니다.” 

앞서 가던 이 국장이 자랑을 쏟아냈다. 능선에 오르자 양떼목장과 횡계리가 내려다보였다. 옛날에는 이 능선을 넘어 횡계까지 길이 이어졌을 것이다. 바우길 1코스와 2코스가 갈리는 지점을 지나서는 숲이 더 깊어졌다. 짙은 녹음을 뚫고 한줄기 빛이 내렸다. 그렇게 찬란한 환대를 받으며 신의 땅에 들어섰다. 멀리서 징소리가 들렸다. 재궁골 신터에서 굿판이 벌어진 모양이었다. 행여 신이 노할까 발걸음이 조심스러워졌다. 

강릉 구산리와 평창 횡계리의 중간지점인 반정(半程)을 지나 옛 주막터에 도착했다. 2008년 강릉시가 복원한 초가 주막이 있었는데, 음식을 팔지는 않았다. 널찍한 평상에 앉아 시원한 바람을 맞고 있으니 막걸리와 파전 생각이 간절했다.

대관령옛길은 옛 주막터에서 1.5㎞를 더 내려가 어흘리에서 끝났다. 길옆에는 정성스레 쌓은 돌탑이 유난히 많았다. 어떤 구간은 땅이 2m 정도 꺼져 있었다. 의도적으로 길을 판 것도 아니고 자연재해에 흙이 쓸려 간 것도 아니었다. 사람들이 밟고 지나다니면서 자연스레 파인 것이랬다. 대관령옛길은 어마어마한 세월이 쌓이고 수많은 사람의 소망과 기원이 얹어진 다른 차원의 길이었다.

 



●길 정보=대관령옛길 7㎞ 전 구간은 강릉 바우길 2코스에 포함돼 있다. 대관령옛길 이정표가 따로 없으므로 바우길 표식을 보고 걸으면 된다. 바우길 2코스는 대관령휴게소∼국사성황당∼반정∼옛 주막터∼어흘리∼보광리로 이어지는 14㎞가 정식 코스지만, 어흘리에서 대관령박물관으로 빠지는 방법도 있다. 그 길을 택하면 길이가 11㎞로 줄어든다. 대관령옛길은 국사성황당부터 보광리에 이르는 7㎞ 구간이다. 어느 종착점이든 콜택시를 불러 강릉 시내로 나오는 것이 편하다. 강릉콜택시 033-653-2288. 보광리에서 강릉 경포해수욕장까지 요금 2만5000원. ㈔강릉바우길(baugil.org) 033-645-0990, ㈔강릉단오제위원회(danojefestival.or.kr) 033-641-15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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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홍지연 기자 jhong@joongang.co.kr 
사진=안성식 기자 anses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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