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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 디올 향수의 메카 신비로운 향 ‘솔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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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redbear300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5-06-13 09:22 조회1,45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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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그라스 지역 장미농장을 가다

 

 

프랑스 그라스의 마농 농장에서 한 여성이 향수 원료로 쓰이는 장미 꽃송이를 채취하고 있다.[사진 프랑소와 뒤랑·크리스찬 디올 퍼퓸]



아침 해가 비치면 장미 꽃 송이가 벌어지기 시작한다. 향도 진해진다. 향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손으로 송이 전체를 딴다. 장미 농장 사람들은 그래서 오전 8시부터 바빠진다. 아침에 수확을 시작해 아무리 늦어도 정오 전에는 그날의 꽃송이 따는 작업을 마무리 지어야 한다. 다음날 새벽 또 꽃이 피고, 똑같은 수확 과정이 반복된다. 


5월부터 6월 초까지 한 달여 간 지속되는 향수의 고향 프랑스 그라스(Grasse)지역 장미 농장의 수확 풍경이다. 유럽 부자들의 휴양지이자 칸 영화제로 유명한 프랑스 남부 칸(Cannes) 지역에서 북서쪽으로 약 10㎞를 가면 그라스가 나온다. 이곳 그라스에 있는 ‘도멘 드 마농(Domaine de Manon·마농 농장)’는 글로벌 명품 브랜드 크리스찬 디올의 독점 공급업체다. 이곳에서 나오는 장미는 모두 디올이 사간다. 향수 쟈도르(J’adore)의 원료로 쓰이기 때문이다. 
 



지난 5월13일 아침 찾은 마농 농장에선 장미 수확 작업이 한창이었다. 수확철 임시로 고용된 인부들이 배에 캥거루 주머니처럼 생긴 면 주머니를 차고 꽃 송이를 따서 넣느라 땀을 흘리고 있었다. 

향수 원료로 쓰이는 장미는 관상용과 다르게 생겼다. 꽃 형태가 장미보단 카네이션과 비슷하다. 온 농장이 진동할 듯한 향을 예상했지만 장미의 향은 의외로 그윽하다. 꽃송이 향을 직접 맡아보니 기존 장미와는 다른, 복잡하면서도 고급스러운 향이 난다. 꿀·장미·자스민·후추·바닐라 등이 복합적으로 섞인 듯한 향이 신비롭다.

높이 300여m 분지 지역, 염분 섞인 지중해 바람과 강한 태양, 산 아래 비옥한 ‘테루아(땅의 질)’가 이 장미를 만들어 낸다. ‘센티폴리아’라고 불리는 향수 전용 품종이다. 비가 많이 내리지 않고, 낮·밤의 기온차가 크고 일조량이 많은 지역이라 방향성 식물이 자라는 데 최적지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타 지역 장미가 쏟아지는 가운데서도 그라스는 여전히 향수 원료의 터줏대감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1930년대만 하더라도 5000여 개에 이르던 그라스 장미 농장의 수는 20여 곳으로 줄었다. 대신 남은 곳들은 철저한 고품질·유기농 재배 방식으로 고급화에 성공했다. 이곳의 농장주들은 대부분 글로벌 명품 업체와 고가 수제 향수에만 원료를 공급하고 있다.

마농 농장의 농장주 캐롤 블랑칼라나(아래 작은 사진)는 “농약을 뿌리는 대신 무당벌레가 벌레를 잡아먹고, 제초제도 화학 비료도 뿌리지 않는 완전 유기농 방식으로 키운다”고 강조했다. 따고 나르는 방식에도 공을 들인다. 일일이 손으로 따는 것은 물론, 꽃송이를 모으거나 나를 때도 면·마·나무 등 천연 소재 바구니와 주머니를 고집한다. 플라스틱과 닿으면 꽃이 산화하기 때문이다.

그날 딴 꽃송이들은 마로 만든 포대에 모아 향이 사라지기 전 바로 트럭으로 10분 거리인 인근 디올의 로베르테 추출 공장으로 보낸다. 이 꽃송이는 공장에 도착하자마자 추출과 농축 과정을 거쳐 밀랍 형태로 바뀐다. 한 달여 동안의 한해 장미 수확철이 끝나면 매일 매일 만들어놨던 밀랍을 모아 향수의 원료인 압솔뤼(농축액)를 만든다.

꽃송이 700㎏을 따면 1㎏의 압솔뤼가 나온다. “1㎏ 압솔뤼를 만들기 위해 꽃을 따는 데에만 2000시간이 걸린다”고 블랑칼라나 농장주는 말했다. 어떤 날은 꽃 양이 적고, 어떤 날은 더 많고, 매일의 향이 조금씩 다를 수도 있지만 이렇게 한 달여의 장미 향이 모여 그 해의 향을 결정한다. 제초제와 농약을 일절 쓰지 않다 보니, 종자 자체가 튼튼하고 강인해야 한다. 그래서 전지와 접목에 많은 공을 들인다. 야생 장미에 센티폴리아 품종을 접목시키는 방법으로 야생의 힘을 빌리는 것이다.

“어느 해 많이 따고, 어느 해 적게 딸지는 자연에 달렸지요.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할 뿐이고, 결과는 어머니인 자연이 결정할 뿐”이라고 블랑칼라나 농장주는 담담히 말한다. 다만 적게 나건 많이 나건 디올이 100% 미리 정해진 가격에 수매해 주기 때문에 품질에만 신경쓰고 있다고 했다.

장미 수확이 끝나면 8~10월엔 자스민 수확이 시작된다. 이곳에서 자라는 자스미눔 그랑디플로럼(자스민의 한 종류)은 다른 곳보다 강렬하면서 동시에 자극적이지 않은 향을 갖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장미 꽃은 아침에 피지만 자스민 꽃은 밤에 피기 때문에, 자스민꽃을 따려면 새벽 5시에 수확을 시작한다. 햇빛이 나서 주변이 밝아지면 수확을 멈춘다.
 



블랑칼라나 농장주는 ‘그라스의 특별한 꽃 연합회’의 공동 창업자이나 대표이기도 하다. 젊은 꽃 재배자들을 연합해 그라스가 향수의 종주 도시 위상을 잃지 않도록 재배 방식을 고급화하고 노하우를 전수하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마농 농장’은 블랑칼라나의 딸 이름을 땄다. 예쁜 숙녀로 자라난 마농은 농장에서 어머니 일을 돕고 있다. 농장을 물려준 블랑칼라나 농장주의 아버지도 아직 농장 일을 살핀다. 블랑칼라나 일가는 이 농장에서 블랑칼라나의 할아버지 때부터 장미를 재배해왔다.

그라스는 향수 원료의 재배지면서 원액 생산과 조향사 교육, 향수 판매까지 이뤄지는 향수의 메카다. 중세 시대엔 주로 가죽을 생산했던 소도시였다. 16세기 가죽 생산에서 나는 악취를 가리기 위해 향수를 만들어내면서 향수의 도시로 탈바꿈한다. 영화로도 제작된 독일 작가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소설

『향수:어느 살인자의 이야기』도 그라스가 무대다. 쥐스킨트도 소설을 쓰기 전 이곳에 취재여행을 왔다고 알려져 있다. 향수의 역사와 제조 과정 등 향수의 모든 것을 체험할 수 있는 국제 향수 박물관도 있다.

그라스 시내는 중세 도시의 느낌이 그대로 남아 있다. 빛바랜 노란 색의 18세기 집들 사이로 구불구불 난 골목길을 걷다 보면 향수뿐 아니라 비누·향초·방향제 등 향기와 관련된 다양한 제품들을 만날 수 있다. 꽃 연합회 관계자들을 비롯한 그라스 시민들은 최근 유네스코에 향수 원료의 탄생지 그라스를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하는 신청을 했다.

 


 

프랑소와 드마쉬



디올 향수의 조향사 드마쉬

디올의 향기는 그의 손끝에서 나온다. 프랑소와 드마쉬(66·사진)는 디올뿐 아니라 디올이 소속된 LVMH그룹의 모든 향수 개발을 지휘하는 조향사다. 프랑스 칸에서 태어나 향수의 고향 그라스에서 자라고 배운 그에게 향수와 향기에 대해 물었다.

당신은 향수 제조자를 작가이자, 작곡가로 표현한 바 있다. 조향사란 어떤 직업인가.

“예술가(artist)라기보다는 장인(craft man)이라고 생각한다. 단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 내는 예술가와는 달리 대중이 쓰는 수만 개의 작품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향수를 만들 땐 어떤 하나의 컨셉트 또는 이미지에서 시작한다. 영감의 기초가 되는 무언가에서 출발해 수만 가지 옵션으로 서로 어울리는 향을 섞는다. 향의 세계에도 어떤 향이 어떤 향과 어울린다는 식의 화음이 존재한다. 이 화음을 바탕으로 컨셉트와 어울리는 향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향수에도 옷처럼 유행이 존재하나. 요즘 유행하는 향수에 대한 생각은.

“물론 옷보다 덜 자주 바뀌긴 하지만 분명 유행이 존재한다. 미국과 유럽에서 요즘 유행하는 향수는 달콤하고 맛있는 향인데 개인적으로는 별로다. 과일 향이 많이 나는 이런 향수들은 만들기도 쉬울 뿐 아니라 향도 너무 강하다. 또 인공 감초나 에틸 멘솔 같은 인공 향이 많이 쓰여 유감이다.”
 



자연 성분을 많이 쓴 향수가 왜 좋은가.

“100% 자연성분만 쓴 향수는 없다. 다만 좋은 향수는 향을 내는 핵심 성분에 자연 원료가 많이 들어간 것이다. 그라스 마농 농장에서 재배한 장미로 만든 쟈도르(오른쪽 사진)처럼 말이다. 이런 향수는 사람이 원래 가진 체취와 자연스레 어울린다. 향수는 인간의 체취와 교환·교류되는 영역이다. 원래의 몸 체취와 섞여 자연스레 바뀌면서, 전혀 새롭지만 자연스럽고 은은한 향으로 태어난다.”

조향사로서 가장 만족스런 순간은.

“길거리에 가다가 지나치는 여성이 내가 만든 향수를 뿌린 것을 느낄 때다. 그때의 만족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조향사로서의 능력을 최고조로 유지하기 위해 일상 생활에서 피하는 것이 있다면.

“마늘을 너무 좋아하는데 향수를 만들 땐 먹지 않는다. 마늘을 먹으면 피부에서 마늘 냄새가 나서 기본 향을 맡는데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너무 맵고 향이 강한 음식도 일할 땐 피한다. 그래서 휴가 때 마늘과 맵고 향이 강한 음식을 ‘폭풍흡입’한다.”

장미를 독점공급하는 그라스의 농장을 직접 정하는 등 원료도 꼼꼼히 감독한다고 들었다.

“그라스에서 자라고 교육받았기 때문에 이곳의 원료가 지닌 장점을 잘 알고 있다. 유기농과 자연친화적인 재배 방법으로 키워냈다. 농장 현장은 캐롤(장미 농장주)에게 완전히 믿고 맡긴다. 어떻게 해야 좋은 장미가 나오는지 그가 가장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라스의 농장들이 옛날보다 많이 줄어들어 안타깝다. 농장을 이어받은 후손들이 농사 일이 힘들어 땅을 분할해 비싸게 팔고 그라스를 떠나고 있다. 이런 일을 조금이라도 막고 싶다.”

향수의 원료로 장미를 선호하는 이유는.

“사람들은 3000여 년 전부터 향수의 원료로 장미를 선호해왔다. 장미는 요즘에도 여전히 트렌드다. 기분을 좋게 하고 피부에도 부드럽게 와닿는다. 향 또한 복합적이고 다양하다. 또 재배되는 지역마다 다른 향이 난다. 그라스산 장미에선 꿀 향과 꽃 향은 물론 페퍼(후추) 향도 난다. 아몬드·바나나 향과 미세한 동물 향이 나기도 한다.” 그라스=최지영 기자


그라스(프랑스)=최지영 기자 choi.ji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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