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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 안성식 기자의 새 이야기 -잣까마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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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anonymous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4-09-12 15:26 조회1,53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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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열매’ 찾아 대청봉까지 훨훨


































대청봉은 비바람이 거셌다. 어둠을 뚫고 정상에 오른 산객은 일출 구경은커녕 제 몸 추스르기도 급급했다. 산등성이 너머로 강풍에 떠밀린 새 한 마리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까마귀과 새 가운데 가장 작은 잣까마귀다. 흰 점이 촘촘히 박혀있는 이 새는 고산지대가 아니면 관찰이 쉽지 않다. 리처드 바크는 “가장 높이 나는 새가 가장 멀리 본다”고 했지만, 잣까마귀가 이 높은 곳에 오르는 이유는 따로 있다.

설악산에는 키 작은 눈잣나무가 산다. 강풍을 피해 낮게 누워 자라는 모양에서 ‘눈’자가 붙었다는 이 나무의 남방한계선이 설악산이며, 대청봉 일대는 국내 유일의 눈잣나무 군락지다.

잣까마귀가 이곳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눈잣나무에서 잣송이가 열리는 초여름이다. 그러나 기후온난화와 탐방객 증가로 군락지가 줄어든다고 한다. 설악산국립공원사무소는 종자 증식을 위해 잣송이에 보호망을 씌웠다. 잣까마귀나 청솔모 등이 잣송이를 따먹는 것을 막기 위한 고육책이란다. 잣까마귀는 귀한 수종에 해를 끼치는 존재로 눈총받는 신세가 되었지만, 눈잣나무의 증식에 도움을 주는 것도 사실이다. 잣까마귀가 묻어 놓은 종자에서 이듬해 싹이 트기도 한다.

열망하는 자만이 꿈을 이룰 수 있는 게 세상 이치다. 그러나 산 아래 까마귀도 있고 대청봉 잣까마귀가 있는 것처럼, 많은 사람이 쉽게 딴 열매에 만족할 때 어떤 이는 아무도 꿈꾸지 못했던 열매를 찾아 까마득히 높은 곳으로 오른다. 대청봉 잣까마귀는 꿈을 찾아 더 높이 날아오르는 또 다른 조나단이 아닐까? 당신처럼.



안성식 기자 anses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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