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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 영화의 무대, 삶의 현장 부산 '국제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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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anonymous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5-01-05 04:53 조회1,76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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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국제시장’이 개봉 18일 만인 4일 누적 관객 700만 명을 넘어섰다. 예매율 1위를 지키며 ‘1000만 영화’에 다가서고 있다. 영화는 1950년대부터 현재까지, 고단한 삶을 살아 온 한 남자 ‘덕수’의 일대기를 그린다. 포레스트 검프처럼 덕수는 격동기의 주요 사건을 헤쳐 나간다. 흥남철수·파독(派獨)광부·월남전파병·이산가족상봉 등 굴곡진 역사가 덕수 인생의 배경이고 무대였다. 
수많은 시공간 중 영화는 ‘국제시장’을 제목으로 선택했다. 덕수가 뿌리내린 곳이기도 하지만 시장이야말로 수많은 덕수의 삶의 애환이 서린 공간이다. 아버지 세대가 국제시장에서 전쟁의 폐허를 딛고 산업화 시대를 달렸다면, 그의 아들·손자들은 21세기의 또다른 삶을 꾸려가고 있다. 시장은 여전히 삶의 최전선이다. 세밑의 끝자락인 지난해 12월 31일, 영화의 무대이자 삶의 현장인 부산 국제시장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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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중구 신창동의 ‘국제시장’엔 6개 공구, 약 1500 점포가 있다. 일반적으론 인근의 전통시장을 통칭한다. 신창동 만물의거리와 창선동 창선상가, 도로 건너편 부평동 부평깡통시장이 하나의 상권이다. 2009년 부산시는 이 일대를 통합해 국제마켓타운으로 출범시켰다. 

국제시장의 탄생은 해방 후로 거슬러 간다. 일본인들이 두고 떠난 가재도구를 내다 파는 노점이 전쟁으로 피난민이 몰려들면서 시장으로 번성했다. 전성기였던 70년대엔 매출이 경기도 성남시 예산과 맞먹었다. 미군 물품과 어선의 선구(船具)까지 '없는 것 빼고 다 있다'는 만물시장이었지만 지금은 생활용품을 주로 취급한다. 

기자가 시장을 둘러보니 그릇가게·지물포·침구가게·포목점 등이 가장 눈에 띄었다. 영화 흥행으로 옛 명성을 되찾았을 것으로 기대했는데 시장은 차분했다.하지만 발길을 영화에 등장한 ‘꽃분이네’로 돌리니 시끌시끌했다. 영화 속 수입잡화점인 ‘꽃분이네’는 실제로는 액세서리 잡화점이다. 4년 전 ‘영신’이라는 간판을 달고 문을 열었는데 2013년 여름 영화 촬영을 위해 보름 동안 가게를 빌려줬다. 신미란(37) 사장은 "촬영 기간엔 소품으로 '꽃분이네' 간판을 걸었는데 다시 원래 간판인 '영신'을 걸었었다"며 "영화가 인기를 끌어 장사에도 도움이 될 것 같아 개봉 1주일만인 지난달 24일 꽃분이네로 간판을 바꿨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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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처럼 수입잡화점인 줄 알고 찾아오는 이들이 많아요. 과자 같은 걸 팔면 장사에 도움이 될텐데, 다들 구경만 하고 가요. 그렇다고 업종을 바꿀 수도 없고….” 신 사장은 유명세를 치르고 있지만 장사엔 별 도움이 안 된다고 했다. 찾는 이는 많지만 물건은 팔리지 않고 이웃 가게 영업에도 지장을 줘 눈치보는 일이 생겼단다. 이날도 연신 셀카봉을 든 사람들이 좁은 통로를 막고 사진을 찍었다. 

야시장 생기자 전국의 명소로 

정작 특수를 크게 누리는 건 범(汎)국제시장에 속하는 건너편 부평깡통시장이다. 2013년 10년 개설한 야시장이 요즘 가장 뜨겁다. 오늘의 덕수가 꿈을 일구는 장소이기도 하다. 

어둑어둑해지자 시장이 북적인다. 저녁 6시 30분, 점포 사이 약 100m 길이의 통로에 30대의 카트가 줄 맞춰 등장했다. 카트가 행진하는 길을 따라 사람들이 멈춰서 구경하고 있다. 야시장 개설 후 매일 밤 반복되는 진풍경이다. 이때부터 두 시간은 점포와 노점이 함께 장사를 한다. 통로가 카트를 중심으로 좁게 나뉘자 진행요원이 나섰다. “우측통행 하세요. 그래야 다닐 수 있습니다.”

먹거리와 액세서리 등을 파는 노점은 자정까지 영업한다. 야시장은 콘텐트 있는 전통시장을 만들기 위해 출발했다. 1년의 밤을 밝히는 동안 명물이 됐고 또 다른 성과도 얻었다. 

상인회는 심사를 거쳐 노점상을 선발했다. 사회적 약자가 우선이었다. 바다 건너서 시집 온 며느리, 자리 한 칸 마련하지 못했던 장사꾼, 빚더미에 허덕이는 가장에게 희망의 공간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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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번 노점에서 냉면구이를 파는 한단(33)씨는 중국 하얼빈에서 시집 온 지 8년차다. 친정엄마와 나란히 서서 조리를 하는데 이날은 중국에서 온 남동생도 함께했다. 면발 부침개처럼 부쳐내는 냉면구이가 생소한 손님에게 “하얼빈에서 많이 먹는 음식인데, 맛있어요”라며 호객도 열심이다. 그는 한국에 온 뒤 중국에 한 번도 가지 못했다. 돈 벌어 친정에 가는 것이 세밑 소원이다. 베트남 출신 누에니트(28)의 가게에선 인도네시아 볶음면을 판다. 한국인 입맛에 맞는 음식을 찾아 친구에게 특별히 배운 메뉴다. 

시장은 벼랑 끝까지 갔던 이들에게도 힘이 된다. 치즈를 굽고 꿀타래를 마는 김대웅(53)씨에겐 야시장이 처음 찾은 희망의 터다. “장사는 목이라는데, 안 가본 데 없이 돌아다녔어도 (자리 찾기) 어려웠다”는 그에게 가로 80cm, 세로 50cm 남짓한 카트 한 대는 세상 무엇보다도 귀중하다. 케냐 유학생이 연 노점도 있다. 아프리카 장신구를 판매하는 매튜(25)는 부경대에서 국제경제를 공부한다. ‘사장’인 친구 대신 1일 사장을 맡았다. 서툰 한국어로 판매에 나선 그는 “장사가 아니라 문화 교류”라고 했다. “한국인들이 우리 가게에서 목걸이·팔찌를 사서 착용하는 것이 바로 문화교류 아니겠냐”는 얘기다. 

다문화 한국 사회의 덕수라 부를법한 이들이 장사를 시작하고 미래를 위해 일할 수 있는 건 기존 상인들이 함께 살자며 자리를 내준 덕이다. 
부평깡통시장 상인회는 매일 야시장을 찾는 사람이 평균 5000명에 이른다고 했다. 잘 버는 집은 하루 매출이 50만원을 넘는단다. 아니나다를까, 씨앗호떡집과 문어·낙지호롱집엔 불을 지피기도 전부터 길게 줄이 늘어섰다. 서울에서, 대구에서, 포항에서 왔다는 많은 이들이 밤 늦도록 시장을 채웠다. 시장은 조만간 구간을 확장해 야시장 노점을 늘릴 계획이다. 

부산시, 촬영지 관광코스 운영 

이제 시장에서 덕수같은 이를 찾기는 쉽지 않다. 1세대는 대부분 은퇴하거나 세상을 떴다. 그나마 30~40년 머문 터줏대감들이 옛이야기를 들려줄 따름이다. 국제시장 일대가 미군부대서 흘러든 구호품을 팔고 ‘깡통골목’ ‘양키아줌마’란 말이 생겨나던 시절 얘기다. 

수입상사를 운영하는 고영수(70)씨는 1980년 사업을 시작했다. 해방둥이로 태어나 흥남 철수 때 일곱 식구가 함께 부산으로 내려왔다. 고씨는 흥남비료공장 근처에 있던 고기집 ‘만세옥’ 아들이었다. 넉넉한 살림 때문에 가족은 피란을 망설였다. 

“재산을 두고 아까워서 어떻게 떠나냐고, 어머니가 끝까지 안 가려고 하셨지. 다 떠나니까 마지못해 배를 탔어요.”

부산에서 그의 부모는 자갈치시장서 노점을 했다. 고생한 부모 덕에 그는 대학을 마쳤고 직장을 잡았다. 덕수처럼 파란만장하지 않고도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 

번영회의 김영출 회장도 시장 터에서 40여 년을 살았다. 70년대 초 지물포를 열면서 시장 사람이 됐다. 그는 영화를 보면서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국제시장이라는 영화 제목만 들어도 우리는 울컥하는 게 있어요. 여기가 처음엔 징용 다녀온 사람, 피란 온 사람들이 가진 거 교환해서 먹고 살았던 데에요. 애환이 있을 수 밖에 없지.” 

부산시는 3일 국제시장 촬영지를 안내하는 관광코스 운영을 시작했다. 남포동에서 출발해 피프광장-먹자골골-꽃분이네-부평깡통시장-용두산공원에 이르는 코스다. 영화콘텐트로 관광객을 잡고 시장도 살리겠다는 시의 계획에 상인들이 기대하는 바는 크다. 

저녁 8시를 넘으면 국제마켓타운도 하루를 정리한다. 면적 5만6596㎡, 3000여 개의 점포가 채워진 시장통에 대낮처럼 환한 곳은 30개 노점이 남은 야시장 뿐. 연말 대목에 시장을 찾은 이들이 좁은 공간을 꽉 메우며 떠날 줄을 몰랐다. 그리고 야시장이 오늘의 장사를 마치는 자정. 밤이면 밤마다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오늘만은 특별한 마감이다. 2015년이 밝았다. 

부산=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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