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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 일본 가고시마현 활화산 트레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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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anonymous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4-07-19 10:50 조회2,14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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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에 연기 내뿜는 분화구…살아있는 뜨거운 지구를 밟다

일본 남쪽지방 규슈(九州)의 가고시마(鹿兒島)현은 한국과 인연이 깊은 땅이다. 규슈올레 12코스 중 2개 코스가 가고시마현에 있다. 

그중 기리시마(霧島)·묘켄(妙見) 코스(11㎞)를 품은 기리시마시에는 ‘한국악(韓岳)’이라는 묘한 이름을 쓰는 산 가라쿠니다케(1700m)가 있다. 산 이름에 ‘한국’이 들어 있는 사연도 궁금하지만 활화산의 위협적인 자태를 피부로 느낄 수 있어 국내의 수많은 산악인이 마음에 품고 있다는 일본의 명산이다.


04.gif 산행 도중 마주친 현지 관광객들.(좌측사진) 가라쿠니다케는 기리시마(霧島)시의 대표적인 여행 코스다.(우측 지도)


살아 꿈틀대는 산 가라쿠니다케

‘신들이 깃든 일본 신화의 대지’.

가고시마 공항에서 손에 넣은 가이드맵에선 기리시마를 이 한 줄로 요약하고 있었다. 일본인이 기리시마를 거창히 여기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일본 신화의 발상지이자, 활화산을 품은 대자연의 땅이 기리시마다. 잠깐 숨을 죽이고 있는 기리시마의 화산은 산자락 곳곳에 온천이 둥지를 틀도록 허락했다. 화산 현장이 일본에서 휴양지로 거듭난 셈이다.

가고시마현과 미야자키(宮崎)현에 걸쳐 있는 화산군을 ‘기리시마 렌잔(連山)’이라고 한다. 일본 최초의 국립공원이다. 그 기리시마 렌잔의 최고봉이 가라쿠니다케다. 가라쿠니다케는 2년 전만 해도 함부로 오를 수 없는 금지의 영역이었다. 아직도 멈추지 않는 화산 활동 때문이다. 기리시마 렌잔 등산로 입구에 붙어있는 수많은 경고문에서 이 산 밑에 아직도 용암으로 들끓고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기리시마 렌잔에는 현재 활동 중인 화산이 20개가 넘는다. 하여 화산이 활동하는 정도에 따라 오를 수 있는 산이 바뀌곤 한다. 가라쿠니다케는 1991년부터 2004년까지 13년간 입산이 금지된 적도 있다. 가라쿠니다케 정상에서 눈앞에 보이는 신모에다케(新燃岳)는 2011년 폭발 이후 지금까지 입산 금지 상태다. 기리시마 렌잔의 산을 오르는 건 살아 꿈틀대는 뜨거운 지구를 밟는 일이다. 

가라쿠니다케에 오르기 전에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다. 한자 표기가 ‘韓岳’이 된 이유인데, 여기에는 여러 전설이 전해온다. 한반도가 보일 듯이 높이 솟아 있기 때문이라는 설부터 가야의 후손이 건너와 이 산자락에 자리를 잡았다는 설까지 다양하다. 깊이 파고들면 일본 고대 신화를 적어둔 『고사기(古事記)』에서도 그 흔적을 찾을 수 있다. 

하나 굳이 그 까마득한 시절의 이야기까지 먼 이방인이 헤아릴 필요는 없다. 한나절 산행의 피로를 보상해 주고도 남을 장엄한 풍경과 산행 뒤 즐기는 아늑한 온천만으로도 가라쿠니다케를 찾을 이유는 충분하기 때문이다. 가고시마현 관광연맹에서 나온 나카무라 가나코(中村加奈子)도 현실적인 대답을 내놨다. 

“가라쿠니다케 이름만 보고 오는 사람은 드물다고 봐요. 한국에서 올 때 항공편이나 선박요금이 저렴한 편이고, 무엇보다 산행 코스가 재미있기 때문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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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라쿠니다케 등산로 입구.(좌상)가라쿠니다케에서는 사슴을 흔하게 볼 수 있다.(우상) 가라쿠니다케 정상 바로 아래에 있는 지름 900m, 깊이 300m의 대형 분화구.(우하)일본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호수, (우하)


가고시마 공항에서 가라쿠니다케 입구 에비노(えびの)고원(1200m)까지는 자동차로 약 1시간 거리였다. 꼬불꼬불한 산길을 오르다 보니 곳곳이 온천이었다. 가고시마현에는 온천이 2700개가 넘는다. 일본에서 두 번째로 온천이 많은 고장이다. 

가라쿠니다케를 오르는 길은 여러 개가 있었다. 이 중에서 에비노 고원에서 가라쿠니다케 정상을 오른 뒤 화구호(火口湖) 오나미노이케(大波池)를 한 바퀴 돌고 원점으로 돌아오는 9.7㎞ 길이의 코스를 선택했다. 등산객이 가장 많이 찾는 길이다.

에비노 고원에서 가라쿠니다케 정상까지는 2.5㎞ 거리밖에 되지 않았다. 그러나 험준한 돌산이라 산행이 녹록지만은 않았다. 안산암·현무암 등의 화산암으로 이루어진 산이라 발을 디딜 때마다 돌이 차였다.

볼거리는 많은 편이었다. 나무가 적어 삼림욕을 하는 기분은 덜했지만, 시야가 탁 트여 산야의 너른 풍광을 감상하기엔 그만이었다. 평화로이 풀을 뜯는 사슴도 심심치 않게 보였다. 기리시마 렌잔에는 사슴 2만 마리를 비롯해 흰뺨검둥오리·너구리·토끼·여우 등 다양한 동물이 살고 있었다. 산행 가이드가 “사슴은 기리시마 렌잔에만 자생하는 일본의 천연기념물 야생화 노카이도우(ノカイドウ)를 먹어 치우는 골칫덩이”라며 “절대로 먹이를 주지 말라”고 주의를 줬다.

2.5㎞ 산길을 1시간30분에 걸쳐 올랐다. 정상에 올라 내려다 보니 폭탄이라도 맞은 것처럼 가운데가 움푹 파인 분화구가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었다. 당장 발 아래로도 지름 900m, 깊이 300m에 달하는 거대한 분화구가 입을 벌리고 있었다. 지금도 뜨거운 연기가 뿜어져 나오는 활화산 신모에다케는 물론이고 저 멀리 화산섬 사쿠라지마(櫻島)까지 시야에 들어왔다.


일본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화구호 오나미노이케(大波池).
가라쿠니다케에선 일본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화구호 오나미노이케(1239m)도 한눈에 내다보였다. 푸른 수풀로 겉을 두르고, 안으로는 호수를 품은 오나미노이케의 자태는 그저 장관이었다. 정상에서 오나미노이케까지 내려오는 데 약 1시간이 걸렸다. 오나미노이케로 내려오는 길은 돌 더미 가득한 가라쿠니다케와 달리 꽃과 나무가 울창했다. 5월 중순의 오나미노이케 주변은 붉은 산진달래가 한창이었다. 

오나미노이케는 녹색으로 포장한 콜로세움이 연상될 만큼 규모가 컸다. 화구호의 안 둘레는 1.9㎞지만 바깥 둘레는 4.2㎞에 달해 한 바퀴 돌아보는 데만 1시간30분이 걸렸다. 물이 괸 수준에 불과한 한라산 백록담과 달리 오나미노이케의 못은 수심이 12m에 달한다고 했다. 백록담에선 볼 수 없는 물에 비친 푸른 장벽의 그림자도 볼 수 있었다.

산을 내려와 온천호텔에 짐을 풀고 잽싸게 온천에 몸을 담갔다. 돌산을 누비며 고장 난 발바닥이 온천수에 닿자 정신이 몽롱했다. 오나미노이케 절벽바위에 앉아 내려다보았던 깊은 못 속에 빠져든 착각에 한참을 허우적댔다. 


글·사진= 백종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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