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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 후루룩~ 20종류 우동 뚝딱 … 쫄깃쫄깃 추억에 또 군침 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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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anonymous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4-09-26 07:12 조회2,08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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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일본 ‘사누키 우동’ 본고장 가가와현



사누키 우동은 국물보다 면 본연의 맛을 즐기는 음식이다. 탱글탱글한 면의 식감이 탁월하다. 붓가케우동은 차가운 물로 헹군 면에 뜨거운 국물을 부어 먹는다

쾌재를 불렀다. ‘사누키 우동’의 본고장 일본 가가와(香川)현 우동 여행에 앞서 마냥 신이 났었다. 하나 삼시 세 끼 내리 우동만 먹는 것은 실로 곤욕이었다.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도 그의 책 『하루키의 여행법』에 가가와 우동 여행기를 실었다. 하루키는 사흘간의 우동 여행 끝에 ‘일 년 치 우동을 다 먹은 기분’이라고 토로한 바 있다. 

week&은 더 독했다. 나흘 동안 20종류의 우동을 먹어 치웠다. 마지막 우동 그릇을 비웠을 때 눈앞이 우동 면발처럼 하얘지긴 했다. 한데 쫄깃쫄깃한 우동의 추억에 다시금 군침이 돈다. 

후유증이 남을 것 같다. 이제 사누키 우동이 아니라면 그 어떤 우동도 시시할 테니 말이다. 


2 살짝 양념을 쳐 비벼먹는 가마다마우동. 3 카레를 얹은 카레우동. 4 간장을 뿌려 먹는 쇼유우동.

텁텁했던 입안이 침으로 흥건해졌다. 일본 다카마쓰(高松) 공항에 들어서자마자 짭조름한 향기가 솔솔 풍겨왔기 때문이다. 냄새의 주범은 공항 2층 출국장에 있는 수도꼭지였다. 우동 국물 10ℓ를 담을 수 있는 탱크와 연결돼 있었다. 이곳에서는 물은 돈을 주고 사도 우동 국물만큼은 공짜로 마실 수 있다.

가가와현은 일본을 이루는 4개의 큰 섬 중에 가장 작은 섬인 시코쿠(四國)에 있다. 또 일본 47개 현 중에 가장 면적이 작다. 이 시골 동네는 한국에서도 제법 유명하다. 가가와는 몰라도 ‘사누키 우동’은 안다. 사누키가 바로 가가와의 옛 지명이다. 

가가와는 자타공인 우동 왕국이다. 가가와 사람은 자신을 우동현 출신이라고 소개한다. 디저트를 먹듯이 우동 한 그릇을 뚝딱 비워낸다. 가가와현청 오카시타 켄이치로(34) 주임은 “가가와 사람은 밥 배와 우동 배는 따로 있다고 생각한다”고 눙쳤다. 심지어 반죽부터 면 뽑기까지 배울 수 있는 우동 학교도 있다. 통계도 가가와의 우동 사랑을 뒷받침한다. 지난해 가가와 주민이 우동을 먹는 데 쓴 돈은 1인당 1만5299엔(약 14만7000원)이다. 전국 평균(5734엔, 약 5만7000원)의 갑절이 넘는다. 가가와 지역의 성인 남자가 1년에 먹는 우동면은 310뭉치나 된다.

전문가들은 우동 왕국의 탄생 배경으로 기후를 꼽는다. 가가와는 비가 적게 오고 볕이 풍족해 양질의 밀가루와 소금을 생산했다. 

우동 버스

쫀득쫀득한 사누키 우동면은 이 둘의 조합으로 빚어졌다. 지금은 호주산 밀가루를 수입해서 쓴다. 하지만 가가와에서는 밀가루가 국산이든 수입산이든 상관하지 않는다. 맛만 있으면 그만이다. 우동은 하늘이 아니라 사람이 만든다. 우동 장인은 오로지 맛을 위해 반죽의 소금 농도, 면을 뽑는 길이, 면의 두께, 면을 익히는 시간을 조절해가며 자신만의 스타일을 확립해 왔다. 




우동 택시 타고 떠나는 우동 여행

매일 한 끼는 우동을 먹는다고 가정해 보자. 그래도 가가와현의 모든 우동집을 섭렵하려면 2년이 부족하다. 인구 99만여 명의 가가와현에는 우동집이 자그마치 751개나 된다. 우동집은 대부분 시골동네에 콕 박혀있다. 맛집을 찾아가려면 우동 버스나 우동 택시 투어가 유리하다. 우동 전문가가 직접 우동집을 안내하는 서비스다. 정해진 코스를 운행하는 우동 버스의 요금은 1인 800엔(약 7700원)이다. 택시는 코스와 시간 제약이 없다. 1시간에 5000엔(약 4만8000원)으로 비싼 게 흠이다. 

2003년부터 우동 택시를 운전한 이토다 가와(65)씨는 “가가와 남성이 여성에게 선사하는 가장 로맨틱한 이벤트”라고 우동 택시를 소개했다. 그를 따라 고토히라(琴平)시의 우동집 야마우치로 향했다. 기와 공장을 개조한 가게인데 장작을 때 물을 끓인다. 대표 메뉴는 가케우동. 면을 뜨뜻한 국물에 담가 먹는 기본 우동이다. 화려한 고명이 없어도 풍족했다. 

낚시 바늘에 걸린 물고기같이 면이 펄떡였다. 국물이 튈까 조심스레 먹고 있는데 현지 사람들은 요란하게 후루룩거렸다. 가와씨가 “일본에서는 우동을 먹을 때 소리를 내는 게 예의”라고 귀띔했다.

1 손으로 면을 뽑아내는 수타 우동 가게. 2 우동 국물이 담겨있는 병. 3 우동 택시.


먹는 방식도 달랐다. 현지인은 면을 두세 번만 씹고 삼켰다. 한국인은 우동의 ‘씹는 맛’에 매력을 느끼지만 일본인은 우동면의 부드러운 ‘목 넘김’을 좋아한단다. 같은 음식에서 한국과 일본이 서로 다른 맛을 감지하는 셈이다. 또 다른 맛집 오가타야는 냉수로 헹군 면에 간장을 뿌려 먹는 쇼유우동이 유명한 가게다. 손님들은 하나같이 팔뚝만한 무를 강판에 북북 갈고 있었다. 고명으로 올릴 무를 직접 갈아야 해서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이 집 우동을 먹고 “무릎을 탁 칠만큼 그럴듯한 맛”이라고 표현했다.

사누키 우동은 쇼유우동처럼 직접 양념을 조절해 먹는 메뉴가 발달했다. 자작하게 국물을 끼얹어 먹는 붓가케우동, 삶은 우동을 건져 국물에 찍어 먹는 가미아게우동, 날 달걀과 간장을 넣고 비벼먹는 가마다마우동이 대표적이다. 처음부터 형식이 정해졌던 것은 아니다. 끝없는 탐구가 결실을 맺은 것뿐이다. 소고기 고명을 올리거나 면을 1m 가까이 길게 뽑거나 멸치만으로 육수를 내면서 더 맛있는 우동을 찾기 위한 실험은 오늘도 진행 중이다. 사누키 우동에는 누군가의 ‘땀 맛’이 깊게 배어있다. 그 노력에 감사하면서 후루룩, 더 힘차게 면발을 빨아들였다.

●여행정보=아시아나항공(flyasiana.com)이 인천~다카마쓰 노선을 주 3회 운항하고 있다. 가가와현으로 가는 유일한 직항편이다. 화·일요일은 오후 3시 5분 출발해 오후 4시 40분 도착하고, 목요일은 오후 5시 40분 출발해 오후 7시 15분 도착한다. 돌아오는 비행기는 다카마쓰를 화·일요일 오후 5시 40분 출발해 인천에 오후 7시 20분에 내리고, 금요일에는 오전 9시 30분 출발해 오전 11시 10분 도착한다. 10월 26일부터는 바뀌는 스케줄을 참고해야 한다. 여행사 여행박사(tourbaksa.com)를 통하면 다카마쓰 우동 여행 상품을 이용할 수 있다. 25만9000원부터. 공항~도심 왕복리무진 버스 티켓(약 1만5000원)을 무료로 준다. 070-7017-2222.


글·사진=양보라 기자 bo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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