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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 갈비구이] “소금·설탕만으로 연하게 양념해 고기 자체의 단맛 살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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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온라인중앙일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5-09-02 10:17 조회2,61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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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연구가 심영순 씨와 본수원갈비 민정준 대표가 양념갈비를 맛보며 유래와 맛의 비결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60년대만 해도 갈비는 인기 부위 아니었죠
박정희 대통령 먹고간 뒤 수원 갈비촌 번성
LA갈비는 LA 지역 아닌 자르는 법 가리켜


江南通新이 ‘육감(肉感)토크’를 연재합니다. 요리연구가, 셰프, 음식평론가 등 음식 전문가들이 고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최근 고기 소비량은 나날이 늘고 있습니다. 조리법이 다양해지고 먹는 부위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정육식당이 늘어나고 캠핑 문화가 자리잡으며 한국인의 ‘고기 사랑’은 당분간 계속될 것 같습니다. 씹을수록 고소한 맛, 지방과 살코기의 조화가 육식의 매력입니다. 육감토크에서는 다양한 고기 맛집을 찾아 그 유래와 맛의 비결을 알아봅니다. 첫 회는 갈비입니다.

 

갈빗대가 10cm 이상이어야 구이를 하든 찜을 하든 맛있다.

지난달 26일 오후 심영순(75) 요리연구가와 민정준(66) 본수원갈비 대표가 불판을 가운데 두고 마주앉았다. ‘치이익’ 구운 갈비 한 점을 먹은 심씨가 방긋 웃으며 “맛있네”라고 했다. “고기 맛 부드럽게 하려고 몇 십 년 고민했어요. 요즘은 조미료나 과일즙 같은 첨가물도 안 넣어요.” 민씨는 얇게 저민 마늘과 소금·설탕으로만 양념한 고기를 딱 이틀간 숙성한다고 설명했다. 심씨는 “고기가 맛있고 신선하면 진한 양념이 필요 없지. 고기 자체에서 단맛이 나니까”라고 말했다.

심씨는 갈비 중에서도 하루 재워 숙성한 양념 갈비를 최고로 꼽는다. 여러 가지 재료를 배합해 은은한 단맛이 나는 양념갈비는 다른 나라에 없는 한식 요리이기 때문이다. 민 대표는 수원에서 50년 가까이 갈비 요리를 만들어왔다. 수원은 전국 최대 규모의 우시장이 있어서 인근에 갈비촌이 형성됐고, 수원 갈비는 국내에서 갈비를 대표하는 이름이 됐다. 그가 운영하는 본갈비는 수원에 몇 남지 않은 원조 갈빗집이다. 1945년 개점했던 원조 수원 갈비집 ‘화춘옥’이 문을 닫은 후부터는 그의 가게가 수원 갈비 거리의 원조로 꼽히게 됐다.

민씨는 “처음 가게 문을 열었던 60년대만 해도 살짝 양념한 이 고기 맛을 사람들이 잘 몰랐다”고 회상했다. 심씨는 “그때는 갈비가 지금처럼 귀하지 않았고, 고급 음식이 아니었다”고 했다.
 

“수원 영화동에 서던 우시장, 기억나요?” 심씨가 물었다. “그럼요. 하루에 소가 1000마리 넘게 사고 팔리는데 그런 장관이 없었죠. 전라도·충청도 소장수들이 흥정하고, 한쪽에서는 육회에 막걸리를 먹고.” 민씨의 기억 속에도 우시장은 특별한 추억이다. “그때는 갈비를 비싼 값 주고 사는 사람이 없었지. 조리법이나 맛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서 인기 있는 부위가 아니었으니까.” 심씨는 “수원에 사냥하러 왔다 갈비 먹고 돌아간 고 박정희 대통령이 아니었으면 수원 갈비촌도 그렇게 번성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전에도 수원은 고기로 유명했던 고장이다. 조선은 18세기 후반 22대 정조에 이르러서야 도축과 육식을 법적으로 허용했는데 그 시작이 수원이었다. 화성을 짓던 인부들의 체력 보충을 위해 육식을 인정한 것이다. 당시 궁중에서는 정조의 수원 화성 행차시 아침 수라상에 갈비를 올렸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88올림픽이 끝나고 미국산 고기가 수입되면서 갈비는 대중적인 음식으로 발전했다.

“일명 ‘LA갈비’가 소개되면서 90년대 초반부터 수원에 갈빗집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났어요. 60년 처음 갈빗집을 시작했을 때와는 갈비에 대한 예우가 달라지고 갈빗집이 고급 외식 장소로 바뀌었죠.” 민씨의 말에 심씨는 “서울에 가든 형태의 고깃집이 생겨난 것도 다 그때”라고 덧붙였다. “래팡가든·초성공원·삼원가든…. 대단했지. 무슨 식당이 아니라 연회장 같았어.” 심씨의 회상이다. 81년 문을 연 삼원가든은 3300㎡(1000평) 넘는 대지에 인공 폭포와 정자를 둔 강남의 소문난 맛집이었다.

수원에서 갈빗집을 운영하던 민씨는 맛과 품질을 높이기 위해 수십 가지 고기를 맛보고 테스트했다. 한우만 냈던 날도 있고, 미국산·한우를 섞어 냈던 날도 있는데 유독 LA갈비를 내면 손님 반응이 좋았다고 한다. LA갈비는 뼈의 방향을 따라 세로로 절단하는 게 아니라 톱과 고기가 직각이 되도록 측면(Lateral)을 자른다. 측면이라는 영단어 철자 중 ‘L’과 ‘A’를 조합했다는 게 가장 널리 알려진 LA갈비의 유래다.

갈비구이는 1~13번 갈비뼈 중 6~8번에 해당하는 ‘꽃갈비’만 쓴다. 민씨는 LA갈비가 맛있는 이유는 “근육과 뼈가 함께 끊임없이 움직이는 부위라 조직이 질기지 않고 지방 함량이 높아 육즙이 풍부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1~5번은 고기가 부드러워 갈비찜용으로, 9~13번은 국·찌개용으로 쓴다. 그의 식당에서는 15년째 미국 시카고의 한 농장에서 수입하는 쇠고기만 쓴다. 그는 “생후 1년 간 방목해 스트레스 받지 않은 소가 곡물만 먹고 자라 고기 향이 진하고 식감도 쫄깃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갈비를 살 때는 뼈의 크기와 마블링, 두 가지를 다 봐야 해요. 특히 갈빗대는 크면 클수록 구이를 하든, 찜을 하든 음식이 더 맛있지요.” 민씨가 말했다. “질 좋은 고기를 구입하고, 양념하는 건 식당 일이지만 굽는 방법도 중요하잖아요. 저는 손님들이 오면 꼭 세 번만 뒤집으라고 당부합니다.” 민씨가 말하는 갈비구이의 ‘정석’은 불판에 올려 굽다가 한쪽이 구워졌다 싶으면 뒤집어 반대쪽을 익힌 후. 먹기 직전에 한 번만 더 뒤집는다. 그래야 양쪽 온도가 균일해져 어느 한쪽이 덜 씹히거나 하지 않는다. 너무 여러 번 뒤집거나 오래 구우면 맛이 없다.

심씨는 네 딸이 어렸을 적에는 온 가족이 함께 모이는 날 집에서 갈비구이를 했다. 마당이 있는 동빙고동 자택에 커다란 바비큐 그릴을 꺼내 양념한 갈비를 정성껏 구웠다. 딸들은 어머니가 요리한 갈비를 뼈에 붙은 살까지 싹싹 발라내서 맛있게 먹었다. 심씨에게 갈비란 “늘상 먹는 평범한 집 반찬이 아니라 특별한 날 먹는 잔치 음식”이다. “음식은 정성이고 그 정성이 곧 보양입니다. 고기 요리 중에 갈비는 으뜸 보양식이라 할 수 있지요.”

 

요리연구가 심영순의 양념갈비 레시피

재료(4인분) : 갈비 1.2kg, 생강즙 약간, 포도주 1큰술, 향신장(간장) 2큰술, 양념장(꿀 1작은술, 설탕·식초 1/2큰술, 들기름·참기름 1작은술)

① 고기에 생강즙과 포도주를 넣고 잡내가 없어질 때까지 재운다.
② 갈비에 양념장을 고루 붓고 최소 2~3시간, 최대 하룻밤 숙성한다.
③ 고기를 구울 때는 센 불에, 적은 양을 조금씩 구워내야 단백질이 빠져나가지 않고 맛있다.

갈비 맛있게 먹으려면

갓 담근 파김치를 곁들이면 맛있다. 간장과 고춧가루 양념으로 파뿌리를 재우고 십여 분 후 파줄기를 절여야 알맞게 숙성된다. 참기름을 넣으면 쓴맛이 나니 대신 올리브유를 넣어도 된다.


 

 

수원=이영지 기자 lee.youngji@joongang.co.kr
사진=김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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