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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 마티니, 007과 킹스맨이 사랑한 남자의 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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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redbear300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5-05-09 07:47 조회2,45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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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만의 레시피 있어야 진짜 신사

배병준 바텐더가 만든 애플 마티니, 클래식 마티니, 레몬 마티니(왼쪽부터). 진과 베르무트를 5:1로 섞은 게 정통 레시피다. 이 비율을 달리하거나 진 대신 위스키·보드카 등 다른 술을 사용하면 새로운 마티니가 탄생한다. 올리브 외에 허브·채소·과일을 넣어 독특한 마티니를 완성할 수 있다. [김경록 기자]

江南通新이 ‘이야기가 있는 음식’을 연재합니다. 영화나 소설 속에 등장해 사람들의 머릿속에 오래도록 기억되는 요리와 이 요리의 역사, 얽힌 이야기 등을 소개합니다. 이번 주는 영화 ‘킹스맨’의 마티니입니다.

‘예의 바르고 학덕이 높은 남자’. 젠틀맨의 사전적 정의입니다. 영화 ‘킹스맨’이 개봉한 후, 젠틀맨의 조건에 하나가 추가됐습니다. 신사라면 마티니를 만들 줄 알아야 한다는 거죠. 마티니는 주량 센 남자가 마셔도 혀가 얼얼해지는 드라이한 술입니다. 취향 따라 레시피를 달리 주문할 수 있어 영화 속 신사들은 저마다 다른 레시피로 명대사를 남겼습니다. 킹스맨 속 예비 첩보원, 에그시도 그중 하나죠. ‘진짜 신사’라면 알아야 하는 술, 마티니입니다.

 
동네 양아치에 불과했던 소년 에그시는 영화 후반부에 이르러 비밀 첩보조직 ‘킹스맨’의 요원이자 멋진 신사로 거듭난다. 적의 기지에 잠입해 능숙하게 마티니를 주문하는 장면은 이 영화의 클라이맥스다.

#1 영국의 국제 비밀정보기구 킹스맨을 위해 일하는 베테랑 첩보원 해리 하트(콜린 퍼스). 죽은 옛 동료의 아들이자 차기 첩보원 후보인 에그시(태론 애거튼)와 함께 자신의 방에 앉아 있다. 벽에는 그가 해결했던 사건을 다룬 신문 스크랩 액자가 빼곡히 걸려 있다. 액자를 둘러보며 에그시는 좌절한 투로 말한다.

에그시 : 전 어차피 동네 양아치예요.
해리 하트 : 젠틀맨이 되는 건 출신과 상관없어. 노력해서 배우면 되는 거지.
에그시 : 그렇지만 어떻게요?
해리 하트 : 좋아, 첫 번째 레슨. 너는 자리에 앉기 전에 앉아도 되는지 미리 물어봤어야 했다. 둘째, 마티니 만드는 법을 알아야 하지.
에그시 : (활짝 웃으며) 그거 좋네요, 해리.

#2 킹스맨 요원에 발탁되는 건 실패했지만, 에그시는 악당 발렌타인(사무엘 L. 잭슨)의 음모를 막아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그의 우주선에 잠입한다. 악당 발렌타인은 인류의 뇌파를 조종해 서로가 서로를 죽이도록 해 지구 인구를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망상에 빠져 있다. 에그시의 목표는 발렌타인이 살인 신호를 보내지 못하도록 막는 것. 수트와 안경을 착용하고 완벽한 신사로 변신한 에그시가 잠입에 무사히 성공한다.

스태프: (입구에 들어서는 에그시를 향해) 한 잔 드릴까요?
에그시: (여유로운 표정으로) 마티니. 당연히 보드카 말고 진으로. 오픈하지 않은 베르무트 병은 그냥 바라보기만 하고, 10초 정도만 저어서.


 


독한 진에 알싸한 베르무트 섞은 칵테일
드라이한 맛…수십 가지 방식으로 변주
007은 진 대신 보드카 베이스로 흔들어


영화 ‘킹스맨’에서 전설의 베테랑 첩보원인 해리 하트는 죽은 옛 동료의 아들 에그시를 찾아간다. 촌스러운 억양을 쓰고 낡은 청바지를 입은 에그시는 전반부만 해도 동네 양아치 소년이다. 영화는 에그시가 여러 난관을 극복하며 해리 하트의 도움을 받아 능력 있는 요원이 되고 신사로 성장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다.

 빠른 두뇌 회전과 판단력을 겸비한 남자 주인공이 멋진 액션 연기를 선보인다는 건 여느 첩보 영화와 별반 다르지 않다. 단 수트를 입은 주인공의 매력적인 모습은 이 영화의 중요한 흥행 요소다. 여기에 옥스퍼드 슈즈, 지적인 이미지를 주는 안경, 시계, 긴 우산 등 ‘영국 신사’라는 말에서 상상할 수 있는 멋진 소품들이 수시로 등장한다. 그 정점을 찍은 게 마티니다. 마티니는 진과 베르무트를 섞어 만드는 매우 드라이한 술이다. 단맛이라고는 전혀 없다. ‘남자의 술’ ‘칵테일의 제왕’이라고도 불린다.

 전반부의 에그시는 신사가 갖춰야 할 조건인 자신만의 마티니 만드는 법은 모른다. 후반부의 에그시는 완전히 다른 남자다. 그는 스태프에게 “베르무트를 섞지 말고 10초만 저으라”고 능숙하게 주문한다. 볼품없던 소년이 신사로서 행동하는 이 장면은 영화의 클라이맥스다.

 마티니를 마신 뒤 완벽한 수트를 입고 싸우는 영국 첩보원에 관객은 열광했다. 킹스맨은 610만 명 관객 수를 기록했다. 첩보 영화의 대명사인 007 시리즈도 스카이폴(2012년 개봉) 237만 명, 퀀텀 오브 솔러스(2008년 개봉) 220만 명에 그쳤다.

 

 “1920년 미국에 금주령이 내려진 후에 형편없는 밀주가 유통됐어요. 맛을 좋게 하기 위해 이런 저런 술과 리큐어, 시럽을 섞으며 칵테일이 처음 탄생했죠.” 유용석 한국위스키협회 이사의 설명이다. “맨해튼·진토닉·김렛 등 수십 가지 클래식 칵테일이 있지만 바텐더의 기본기와 실력이 가장 많이 반영되는 건 마티니예요.”

 마티니의 기원은 여러 가지다. 가장 유력한 건 1911년 미국 뉴욕 호텔 바에서 일하던 마티니라는 이름의 바텐더가 처음 만들었다는 설이다. 마티니용 베르무트를 만든 회사 ‘마티니’가 홍보 목적으로 레시피를 배포했다는 얘기도 있다.

 마티니는 진(Gin)과 베르무트(Vermouth), 두 가지 술을 배합하는 게 기본이다. 진은 옥수수나 호밀 등의 곡물을 주니퍼 열매와 함께 정제·숙성한 증류주다. 베르무트는 포도주로 만든다. 포도주에 향쑥·용담·키니네·창포뿌리 등 갖은 약초와 브랜디를 넣은 혼성주다. 진은 혀를 얼얼하게 할 정도의 드라이한 맛을 내고, 베르무트는 향긋한 풍미만 더하는 역할이다.

 클래식 마티니는 진과 베르무트를 5:1 비율로 섞는 게 정석이다. 섞을 때 흔드는(Shaking) 것을 선호하는 사람과 젓는(Stir) 것을 선호하는 사람이 있다. 흔드는 과정에서 얼음이 빨리 녹아 부드러워지는 반면, 저을 경우에는 차가워질 뿐 드라이한 맛이 그대로 살아 있다. 완성 후에는 얼음을 빼내고 올리브나 레몬 껍질로 장식해 깔대기 모양의 마티니 잔에 담아 낸다.

 마티니에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 더 플라자 호텔의 배병준 ‘더 라운지’ 바텐더는 “마티니야말로 변주가 가장 쉽고 다양한 술”이라고 정의했다. 진과 베르무트의 비율을 달리하기도 하고, 진 대신 보드카·사케 등 다른 술을 베이스로 사용할 수도 있다. 사과 시럽이나 초콜릿 시럽 등 단맛을 추가할 수도 있어서 수십 가지 조합의 마티니가 탄생한다.

 
영화 ‘007 어나더데이’(2002년)에서 제임스 본드(피어스 브로스넌)가 마시는 마티니
극도로 드라이한 맛을 즐긴다는 유용석 대표는 런던의 ‘듀크 바’에서 파는 마티니를 좋아한다. 듀크 바는 007 시리즈 원작자 이언 플레밍이 다니던 단골 바로 유명하다. 베르무트로 잔을 헹군 뒤 진을 넣은 마티니를 낸다. 베르무트의 향이 희미하게 느껴지는 정도라 진의 드라이한 맛이 강조된다. 1940년부터 세 번에 걸쳐 영국 총리를 역임한 윈스턴 처칠은 베르무트를 아예 넣지 않은 마티니를 좋아했다고 한다. 영화 속 에그시의 마티니와 비슷한 레시피다.

 
‘007 카지노 로얄’(2006년) 제임스 본드(다니엘 크레이그)가 마시는 마티니
국내 바텐더에게도 자신만의 레시피가 있다. 청담동 ‘르챔버’에서 일하는 박성민 바텐더는 진과 베르무트 외에 직접 만든 홈메이드 오렌지 에센스를 섞는다. 향이 좀 더 화려하고 맛도 섬세하다. 홍대 칵테일 바 ‘더 팩토리’의 박시영 오너 바텐더는 스코틀랜드 아일라의 싱글 몰트위스키로 잔을 헹군다. 아일라 지역 특유의 톡 쏘는 알코올 풍미를 입히기 위해서다. 진과 베르무트를 섞은 뒤 잔을 헹군 위스키와 같은 종류의 위스키를 술 위에 스프레이로 분사하면 첫 모금부터 마지막 모금까지 강렬한 향의 여운을 느낄 수 있다.

 역삼동 ‘커피바케이’의 손석호 바텐더는 “보드카 마티니를 주문하는 고객 중에는 007 시리즈를 좋아하는 팬이 많다”고 설명했다. 보드카 마티니는 진 대신 보드카를 베르무트와 섞어서 만드는 마티니다. 보드카 마티니는 007 시리즈에 매번 등장하며 제임스 본드가 사랑하는 술로 나온다. 보드카 마티니가 가장 인상적으로 등장하는 영화는 ‘007 카지노 로얄’(2006년)이다. 영화에서 포커 게임을 마친 제임스 본드는 첫사랑 베스퍼 린드와 앉은 테이블에서 술을 주문한다. “바텐더, 보드카에 릴레(베르무트 대용)를 섞은 마티니 한 잔. 젓지 말고 흔들어서. 얇게 저민 레몬 껍질을 올려주시오.” 지금은 보드카 마티니라는 이름보다 ‘베스퍼 마티니’로 더 많이 불린다.

 


▶[독자의 이야기]
럼주에 콜라 넣으면 쿠바 리브레! 쉽죠

결혼 후 아내와 함께할 수 있는 취미를 찾다가 캠핑을 시작했어요. 올해로 벌써 8년차입니다. 그새 딸도 둘 얻었죠. 이제는 주말마다 지인과 팀을 구성해 함께 캠핑을 떠납니다. 처음에는 소주·맥주·와인을 마셨는데 모두 함께 마실 수 있는 술은 없을까 고민하다가, 칵테일을 만들어보기로 했습니다. 인터넷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배웠는데 그렇게 어렵지 않았죠. 재료도 매번 새로 구입할 필요가 없어 경제적이었고요. 지금은 브랜드별 진·보드카·럼 등 베이스가 되는 술 종류만 10가지가 넘습니다. 그때그때 진저에일, 토닉워터, 허브, 얼음만 추가로 구입합니다. 캠핑장에서 저녁 식사 후 가장 인기 있는 술은 ‘진토닉’입니다. 진에 토닉워터, 레몬 슬라이스만 넣으면 완성이지요. 속이 더부룩할 때 한잔 마시면 소화에도 효과가 있습니다. 날이 더워지기 시작해 이번 주에는 ‘쿠바 리브레’를 만들 예정입니다. 럼주에 콜라를 섞고 라임 한 조각을 넣으면 됩니다. 달고 시원해 휴양지에 온 것 같은 기분을 낼 때 그만이지요. 김준구(38·중계동)


▶[서울에서 마티니로 유명한 바]

서울에서 마티니로 유명한 바 3곳을 소개합니다. 유용석 한국위스키협회 이사, 성중용 월드클래스 아카데미원장, 배병준 더 플라자 ‘더 라운지’ 바텐더의 추천을 받아 중복되는 3곳을 추렸습니다.


①미스터 사이몬
“문배술·이강주 등을 이용한 전통주 칵테일이 있다
나무로 만든 바, 벨벳 암체어 등 편안한 인테리어다”

 
○ 특징: 2001년 문을 연 뒤 안성진 오너 바텐더가 14년째 운영한다. 지난해 신천에서 신사동으로 이전했다. 나무로 만든 바, 클래식한 벨벳 암체어가 있는 편안한 분위기다. 기본 레시피에 충실한 클래식 칵테일 외에 안동소주·문배술 등 전통주 칵테일도 다양하다. 문배술로 만든 ‘그린 문’, 솔송주를 섞은 ‘힐링 브리즈’ 등이 인기다. 4~10월에는 직접 재배한 신선한 민트 잎을 활용한 칵테일도 판다. 판매하는 칵테일은 약 100여 종이다.
○ 가격: 1만5000원~3만원대, 애플 마티니 1만5000원
○ 영업 시간: 오후 7시~오전 3시, 일요일 휴무
○ 전화번호: 02-3445-6108
○ 주소: 강남구 선릉로155길 13-1(신사동 655-7) 1층
○ 주차: 발레주차


②커피바케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창작 칵테일을 판다
2층이라 답답하지 않고 탁 트인 분위기다”

 
○ 특징: 일본과 싱가포르에 있는 ‘커피바케이’의 한국 라이선스 매장. 지난 4월 청담 매장이 역삼동으로 이전했다. 지하에 위치한 여느 바와 달리 2층에 위치해 밤의 도심을 감상하기 좋은 경치가 매력적이다. 2013 페르노리카 바텐더 챔피언십과 2015 월드 칵테일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손석호 바텐더를 포함해 대회 수상자를 여럿 배출했다. 채소류인 시소, 금빛 파우더 등 독특한 식재료를 활용한 창작 칵테일이 있다. 칵테일은 약 200여 종. 인기 칵테일은 ‘시소 마티니’ ‘터치 미’ ‘김렛’ 등이 있다.
○ 가격: 1만9000원~3만원대, 시소 마티니 2만2000원
○ 영업 시간: 오후 7시~오전 3시, 일요일 휴무
○ 전화번호: 02-516-1970
○ 주소: 강남구 언주로 517(역삼동 675-3) 강남스퀘어빌딩 2층
○ 주차:신라스테이 호텔 주차장 이용, 4시간 무료


③더 팩토리
“칵테일 애호가들의 ‘성지’로 불린다
말걸어 주는 바텐더가 있어 혼자 가도 어색하지 않다” 

 
○ 특징: 2009년 박시영 오너 바텐더가 문을 연 바. 170가지 넘는 칵테일이 있다. 바텐더가 말을 걸어주는 분위기라 혼자 가도 어색하지 않다. 긴조 나마조조 사케로 만든 칵테일 리스트가 독특하다. 사케와 열대 과일로 맛을 낸 ‘롯폰기힐즈’, 사케를 넣은 ‘상그리아’가 인기. 파인애플 세이지, 레몬 버베나 등 허브를 활용한 칵테일도 많다. 향을 낼 때는 바텐더가 직접 만든 생강 시럽, 술로 만든 향신 에센스 등을 쓴다. 가장 많이 찾는 칵테일은 보드카를 넣은 ‘모스크 뮬’과 위스키로 만든 ‘스코티시 쿨러’다.
○ 가격: 1만5000원~3만원대, 스모키 마티니 1만8000원
○ 영업 시간: 오후 7시~오전 3시(평일)·4시(토), 일요일 휴무
○ 전화번호: 02-337-3133
○ 주소: 마포구 어울마당로 5길 7(서교동 402-13) 한스빌딩 지하 1층
○ 주차: 홍대공영주차장 이용

이영지 기자 lee.youngj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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