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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 세계적 레스토랑 ‘엘불리’ 셰프 아드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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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redbear300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5-06-04 09:26 조회1,94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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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갑상어알 주먹밥, 김말이 라비올리 … 미각을 창조하다
수익의 20% 음식 개발비에 사용
식재료 분자 단위까지 쪼개 연구
25년 동안 레시피 1846개 만들어

 

2011년 7월 30일. 스페인 카탈루냐주 크레우스곶의 한 레스토랑이 문을 닫았다. 그러자 뉴욕타임스는 물론 AP·BBC 등 세계 각국의 언론이 앞다퉈 이 소식을 전했다. 레스토랑의 이름은 ‘엘불리(elBulli)’. 외딴 해변에 숨어 있는 작은 식당의 폐업 소식이 어떻게 세계적 이슈가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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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엘불리는 단순한 레스토랑이 아니다. 세계적인 권위의 ‘미슐랭 가이드’로부터 14년간 최고 등급인 별 셋을 받았다. 또 영국 잡지 ‘레스토랑’이 선정한 세계 최고의 식당에 다섯 번이나 이름을 올렸다. 매년 250만 명 넘게 엘불리에 예약을 신청한다. 그러나 엘불리는 하루 50여 명의 손님만을 받았다. 그마저도 1년 중 절반은 영업하지 않는 데다 2001년부터는 점심 장사마저 중단했다. 연간 8000명 정도만이 엘불리의 테이블에 앉는 행운을 얻었다. 정해진 메뉴가 없다. 매년 새로 개발한 메뉴를 선보인다. 작은 접시에 나오는 40여 가지의 요리는 전 세계 미식가들의 미각을 자극했다.

 엘불리의 셰프는 페란 아드리아(53)였다. ‘천재 요리사’ ‘분자요리의 창시자’ 등 수식어가 그에게 붙는다. 매년 6개월 동안 식당 문을 닫은 이유는 창조 때문이다. 아드리아는 수익의 20%를 음식 개발 비용에 썼다. 지금까지 세상에 없었던 요리를 추구한다. 연구 기간 동안 모든 식재료는 분자 단위까지 쪼개진다. 그의 손을 거친 식재료들은 질감과 맛이 재배열돼 전혀 새로운 요리로 탄생한다. 25년간 아드리아가 만든 레시피는 1846개에 달한다.

 그런 아드리아가 돌연 엘불리의 잠정 폐업을 결정했다. “엘불리의 명성이 높아지면서 식당 일이 군사작전처럼 심각해졌다. 기본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자유분방하고 낭만적인 예전의 엘불리로 돌아가고 싶었다. 낭만이 없으면 창조도 불가능하다.”(페란 아드리아)

 그를 지난 13일 일본 도쿄에서 만났다. 그는 최고급 샴페인 브랜드인 동 페리뇽(Dom Perignon)과 손잡고 일본에 ‘동 페리뇽 랩’을 세웠다. 여전히 열정과 에너지가 넘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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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조를 위한 영감을 어디서 받나.
 “특별한 데서 오는 게 아니다. 열려 있는 자세, 창조적인 자세에서 온다. 새로운 레시피를 떠올리는 방법은 많다. 아이디어들은 대개 요리 지식에서 탄생한다. 그러나 어떤 것이든 영감을 준다. 자연, 예술이나 일상적인 삶에서도 온다. 잘 관찰하면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아시아의 요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난 아시아 요리에 대한 존경심을 갖고 있다. 그리고 아시아 요리들은 내 레시피에 영향을 줬다. 아시아의 식재료들을 사용했고, 이 식재료들은 내게 영감을 줬다. 아시아 요리는 내 영혼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그 요리들은 머리나 감각이 아닌 영적으로 요리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걸 내게 일깨워줬다.”

 -한국 요리나 셰프와의 교류는 있나. 한국 음식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나.

 “대답하기 힘든 부분이다. 한국을 정말 방문하고 싶지만 아직 한 번도 가보지 못했다. 하지만 정말 한국 요리들을 좋아하고 한국 현지에서 알고 싶은 게 굉장히 많다. 꼭 가보고 싶다.”

 아드리아의 창조작업은 현재진행형이다. 그는 2013년 2월 ‘지식을 먹고 창의성을 먹인다’는 기치를 내걸고 ‘엘불리 재단(elBullifoundation)’을 발족했다. 또 스페인 정부와 함께 알리시아 연구소(요리과학연구소)를 설립했다.

 -알리시아 연구소에서 한국의 장(醬)을 연구한다. 한국 장의 잠재력은 어떤가.

 “한국의 장은 확실히 많은 가능성을 지닌 훌륭한 재료다. 특히 한국의 ‘양념’을 좋아한다. 그래서 한국 음식을 연구하고 있다. 한국의 요리법이 나에게 선사하는 그 맛을 기억하고 있다.”

 -셰프의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행복을 꼽았다. 지금 행복한가.

 “물론. 엘불리 레스토랑에서 요리했던 것처럼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어 난 행복하다. 지금은 비록 부엌에서 요리를 하지는 않지만 지식을 요리하고 있다. 우리는 혁신과 창의성에 대해 연구한다. 이 일은 매혹적인 일이고 열정은 행복의 원동력이 된다.”

 엘불리 재단과 동 페리뇽의 동 페리뇽 랩은 ‘지식의 창조·공유·전파’라는 목표를 설정했다. 첫 사업으로 앞으로 3년간 ‘동 페리뇽 디코딩’을 연구한다. 동 페리뇽의 DNA를 탐구해 이를 바탕으로 전혀 새로운 미각을 창조하는 게 목표란다. 동 페리뇽의 수석 와인 메이커인 리샤 지오프로이는 “지속적으로 위험을 감수하고 한계를 뛰어넘는 것에 대한 자유, 그것이 우리의 철학”이라고 설명했다.

 백 마디 설명보다 한 번의 시식이 더 많은 걸 설명한다. 아드리아가 동 페리뇽과의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낳은 메뉴를 맛봤다. 이 자리엔 한국을 비롯해 일본과 중국·홍콩 등 아시아 언론인과 동 페리뇽 관계자 등 40명이 초대됐다.

 그의 식탁은 텅 비었다. 그릇은 물론 스푼도, 포크도, 흔한 물컵 하나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이날 행사의 주제는 ‘이것은 저녁식사가 아니다(This is not a dinner)’라는 설명이 따랐다. 파이프를 그려놓고 ‘이건 파이프가 아니다[Ceci n’est pas une pipe(This is not a pipe)]’란 글씨를 적어놓은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을 패러디한 것일까. 단순한 저녁식사가 아니라 ‘아드리아표 창조의 경험장’이라는 주장을 담은 듯했다.

 참석자들이 자리를 채우자 빈 테이블 위로 조명이 쏟아졌다. 테이블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왔다. 적막함을 깨는 중저음의 클래식 음악이 흐르며 닫혀 있던 오감을 깨웠다. 각자의 자리에 샴페인 잔과 손바닥만 한 냅킨이 놓이더니 샴페인 잔엔 동 페리뇽이 올해 첫선을 보이는 ‘동 페리뇽 2005 빈티지’가 채워졌다. 샴페인을 맛본 참가자들의 감탄사가 터져나왔다. 동 페리뇽을 생산하는 모에 헤네시 일본지사의 제임스 페이튼 대표이사는 “동 페리뇽 2005 빈티지는 날씨 때문에 생산량은 적지만 이례적인 퀄리티를 자랑한다”며 “첫맛은 강렬하고 끝 맛은 흥미롭다. 전혀 만날 수 없었던 로맨틱하고 숙성된 맛”이라고 평가했다.

 곧이어 아드리아의 요리가 하나둘씩 테이블을 채워 나갔다. 요리는 단순해 보였다. 서빙된 접시 위 작은 스푼 위엔 올리브가 한 알 놓여 있다. 단순해 보이는 올리브를 입에 넣고 씹자 입안에서 액체가 분출한다. 맛을 본 사람들의 입꼬리는 동시에 올라간다. 탄성도 터진다. 새로운 접시가 도착할 때마다 사람들은 점점 강도 높은 경험을 맛본다. 음악의 크레센도(Crescendo·점점 강하게)라고나 할까. 철갑상어 알로 만든 주먹밥 ‘캐비아 니기리’는 하얀 눈 위에 철갑상어 알이 올려져 있는 형상이다. 바삭바삭한 김으로 싸여 있는 ‘노리 라비올리’를 씹자 안에 감춰진 레몬즙이 터지면서 입안에 새콤달콤한 향이 퍼진다.

 그는 창조가일 뿐만 아니라 전략가다. 이날 행사를 위해 스페인에서 식기뿐 아니라 10명의 요리사, 서버까지 데려왔다. 엘불리 출신 서버들은 음식의 설명은 물론 먹는 방법까지 세심하게 안내했다. 일본 요리팀까지 합류해 25명의 셰프가 40명의 음식을 일주일 동안 준비했다.

 그는 또 음식과 음료의 조화에 충실했다. 이날 서브된 24가지의 럭셔리 스낵은 동 페리뇽 2005 빈티지와 환상적인 궁합을 자랑했다. 페란 아드리아의 귀환이다.

 아드리아의 창조물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온다. 이날 선보인 메뉴 중 6개는 다음달부터 순차적으로 전 세계 레스토랑의 테이블에 오를 예정이다.

 프랑스의 철학자 장 폴 주아리는 『엘불리의 철학자』에서 이렇게 썼다.

 “페란 아드리아의 작품을 접한 사람들은 그의 요리에서 모든 종류의 해체, 비물질화, 전이, 일탈, 놀라움, 환상, 충격, 웃음, 어긋남 등을 경험한다. 이러한 경험은 요리를 공유하는 사람들로 하여금 끊임없이 질문하게 하고 성찰하게 하며 그로 인해 다시 자신으로 회귀하게 한다.”

 나도 아드리아로 인해 내 자신으로 회귀할 수 있을까. 


[S BOX] 미슐랭 스타 식당 없는 한국 

미슐랭 가이드는 여행지를 평가하는 ‘그린’과 식당을 평가하는 ‘레드’로 나뉜다. 한국에서 미슐랭 스타를 받은 식당은 아직 없다. 그래서 미슐랭 가이드 한국판은 그린 가이드로만 발행된다.

 국내엔 없는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은 일본엔 넘쳐난다. 2015년 미슐랭 가이드 도쿄에 따르면 별 세 개를 획득한 식당이 12곳이다. 전체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은 226곳이나 된다. 숫자로만 보면 도쿄가 뉴욕보다 더 많다. 특히 프랑스 요리가 아닌 일본 정통 요리로 미슐랭 스타 등급을 받은 식당이 많다는 게 특징이다.

 익명을 원한 맛 컨설턴트는 이렇게 설명한다.

 “일본은 미식 수준이 높고 식당 숫자가 많다. 경제가 발전하면서 스스로를 유럽의 일부라고 생각하며 미식을 통해 문화적인 성취를 이뤘다. 일식은 서구에서도 아시아 대표 음식으로 꼽힌다. 이는 해외로 진출한 일본인 셰프가 많기 때문이다. 일본인 셰프는 어렸을 때부터 생선을 만져 칼을 잘 다룬다. 자연히 유럽 식당은 일본인 셰프를 선호하게 됐고 그들의 음식이나 생활방식, 문화에 저절로 관심을 갖게 되면서 일식의 세계화가 이뤄졌다. 여기에 일식 특유의 정갈함과 다른 나라 음식과의 조화도 강점으로 꼽힌다.”

 반면에 한식 세계화는 역사가 짧다. 또 국내에 식당은 많지만 서구인의 기준에 맞는 위생이나 서비스를 갖춘 식당 숫자는 부족한 실정이다. 맛 칼럼니스트인 박찬일 셰프는 “미슐랭 스타는 레스토랑이 아닌 셰프가 받는 별”이라며 “한식 셰프 숫자가 아직 적다. 세계화 이전에 한식이 국내에서 먼저 대접받는 구조가 돼야 자연스러운 한식 저변 확대를 이룰 수 있다”고 조언했다.

도쿄=곽재민 기자 jmkw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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