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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 연기와 열기에 이틀 … 질긴 고기도 부드러워질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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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온라인중앙일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5-10-07 07:39 조회1,82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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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인디언 음식에서 유래한 슬로푸드
부드러운 식감, 은은한 훈연 향이 매력
소금·후추 문지르고 구으면 풍미 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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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멀 스모크 하우스 강기영 셰프와 JTBC 비정상회담에 출연 중인 알베르토 몬디가 바비큐의 맛과 유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소금·후추·커피 가루 등을 고기에 문질러 두면 맛과 향이 좋아진다고 한다.

 


江南通新이 ‘육감(肉感)토크’를 연재합니다. 요리연구가, 셰프, 음식평론가 등 음식 전문가들이 고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최근 고기 소비량은 나날이 늘고 있습니다. 조리법이 다양해지고 먹는 부위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정육식당이 늘어나고 캠핑 문화가 자리잡으며 한국인의 ‘고기 사랑’은 당분간 계속될 것 같습니다. 씹을수록 고소한 맛, 지방과 살코기의 조화가 육식의 매력입니다. 육감토크에서는 다양한 고기 맛집을 찾아 그 유래와 맛의 비결을 알아봅니다. 세 번째는 바비큐입니다. 

    아웃도어 음식으로 여겨지던 바비큐(Barbecue)가 서울 미식가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지난 1년간 이태원·홍대에 생긴 바비큐 전문 레스토랑만 해도 여러 곳이다. 불꽃이 고기에 직접 닿아 높은 온도에서 직화로 빠른 시간 내 굽는 그릴(Grill) 요리와는 달리, 장작이 타면서 내는 열기와 피어오르는 연기에 고기가 서서히 익는다는 점이 다르다. 시간과 인내심이 필요한 ‘슬로푸드’인 셈이다.

 바비큐의 어원은 장작불을 뜻하는 스페인어 ‘바바코아’(Barbacoa)다. 16세기 스페인 책 『인디아의 역사와 자연사』에는 격자로 쌓은 나무 화덕 위에서 미국 인디언들이 고기를 굽는 행위라고 나온다. 고기에 불이 붙지 않도록 간격을 두고 구웠다는 문장을 보면 요즘 바비큐를 조리하는 방식과 거의 비슷하다. 이렇게 구우면 질긴 부위는 부드러워지고, 육질에 은은한 훈연 향이 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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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신료를 문질러 숙성한 차돌양지 바비큐


 이태원에 위치한 ‘매니멀 스모크 하우스’는 미국식 바비큐 중에서도 정통 텍사스식 스타일을 고집한다. 바비큐의 핵심인 스모커(Smoker, 드럼 형태의 바비큐 굽는 전용 기구)를 텍사스에서 직접 주문·제작해서 쓴다. 네 명의 공동 대표 중 고기 손질과 굽는 과정은 텍사스 출신 강기영 셰프가 총괄한다. 강 셰프는 “단맛 나는 소스에 소고기를 연하게 익혀 먹는 동부, 매콤한 양념을 뿌려 참나무에 굽는 중부 등 지역별로 맛이 다 다른 게 텍사스 바비큐의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24일에는 평소 바비큐·그릴 등 구운 고기 요리를 좋아하기로 소문난 방송인 알베르토 몬디가 매니멀 스모크 하우스를 찾았다. 어렸을 때부터 이탈리아 베네치아에 위치한 고향집 정원에 온 가족이 모여 바비큐를 즐겨 먹었던 추억 덕분에 지금도 그때 먹던 바비큐 맛이 종종 생각난다고 했다.

 “이탈리아에서는 바비큐 하는 날이면 최소 세 시간 전부터 남자들이 정원에 모여 장작불을 피워요.” 알베르토는 “식전주를 마시며 수다를 떠는 게 바비큐의 묘미”라며 "고기를 구울 때쯤이면 이미 모두 만취해 있다”고 말했다. 인기 부위는 갈비와 등심·안심이 T자형 뼈대에 붙어 있는 티 본 스테이크로, 불꽃이 사그라지고 장작이 숯으로 변할 때쯤 굽기 시작한다.

 강 셰프가 나고 자란 텍사스에서 바비큐는 축제의 음식이다. 미식축구로 유명한 텍사스에서는 축구 경기 전날 가족이나 친구들이 한 사람의 집에 모여 경기 시작 전까지 고기를 굽고 차가운 맥주를 마신다. 같은 동네 사람이라도 바비큐 소스 비율이나 굽는 시간, 선호하는 부위가 달라 매번 돌아가며 각자의 바비큐를 맛보고 품평한다.

 인기 있는 메뉴는 브리스켓(Brisket, 차돌양지)과 풀드포크(Pulled Pork, 목전지살)다. 현재 매니멀 스모크 하우스에도 같은 부위를 판다. 여러 나라 고기를 테스트 한 뒤 육질 내 지방이 고루 분포되고 품질이 일정한 미국산 고기를 쓴다. 강 셰프는 “곡물을 먹고 자란 미국산 쇠고기는 마블링이 열에 녹아내렸을 때 풍미가 고소하고 기름져 바비큐 하기에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집에 야외 공간이 없어 한국에서는 한 번도 바비큐를 해본 적이 없다는 알베르토는 강 셰프에게 홈메이드 바비큐를 맛있게 즐기는 법에 대해 물었다. 강 셰프의 대답은 “제대로 된 도구를 갖추는 게 가장 중요하다”였다. 열기와 연기로 고기를 익힐 수 있는 오프셋(Offset) 스모커를 써야 제대로 된 맛이 나지만, 만약 시중에 판매하는 돔 형태의 웨버 그릴(Weber Grill)을 쓴다면 고기가 불꽃에 닿지 않도록 위치를 조정해야 한다. 고기에 맛과 향이 배도록 미리 소금·후추를 문질러두는 것도 좋다. 매니멀 스모크 하우스에서는 커피콩을 갈아서 함께 문질러 향을 낸다.

 알베르토가 이탈리아 사람들은 바비큐에 구운 채소나 옥수수 가루를 구워 만든 빵인 ‘폴렌타’를 곁들여 먹는다며, 텍사스에서는 바비큐를 어떻게 먹는지 물었다. 강 셰프는 “빵이나 콩 요리, 양배추 절임 같은 소박한 음식을 곁들여 먹어야 바비큐 본연의 맛을 즐길 수 있다”고 답했다. “원래 바비큐는 인기가 없고 버려진 부위를 맛있게 조리해서 먹던 서민들의 음식으로 반찬이 너무 화려하면 고기 맛이 가려진다”는 것이다.
 

강기영 셰프의 바비큐 집에서 맛있게 먹는 법
 

① 원하는 부위의 고기를 준비한다. 한 가지 고기만 조리하는 것보다 쇠고기·돼지고기·소시지 같은 여러 부위를 고루 구우면 다양한 식감을 즐길 수 있다. 
② 고기 표면에 으깬 커피 가루와 소금·후추를 오래 문지른다. 육질에 칼집을 넣으면 풍미가 더 진하게 밴다. 
③ 웨버 그릴을 107~121도로 예열하고 고기를 훈연한다. 
④ 바비큐 레스토랑에서는 최소 하루, 길게는 이틀까지도 굽지만 집에서 구울 때는 온도만 높이되 심부 온도는 95도를 유지하도록 3~4시간 굽는다. 
⑤ 다 구운 고기는 최소 2시간 상온에 두고 그대로 두면(Resting) 육즙이 골고루 배 더 맛있다. 
⑥ 고기가 너무 뜨겁지 않고 심부 온도가 약 60도로 따뜻할 때 먹는다.

 

 
글=이영지 기자 lee.youngji@joongang.co.kr
사진= 장진영 기자 artj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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