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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 탱글탱글 감칠맛 남원 흑돼지 … 110년 전 미국서 왔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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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온라인중앙일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5-11-02 09:39 조회2,46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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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삼겹살, 뒷다리살, 목살.


지리산 앞자락인 남원은 식품회사에서 일하던 시절 매년 여러 차례 방문했다. 아카시아꽃이나 밤꽃이 필 무렵 토종꿀 생산자를 만나러 가곤 했다. 그런 남원에 맛있는 돼지고기를 생산하는 곳이 있다. 제주도나 지례(경북 김천) 같은 한국 재래 흑돼지는 아니지만 흑돼지를 생산한다.


미국 품종, 지리산 기후에 적응
근섬유가 촘촘해 쫄깃한 식감
포도당·카르노신 많아 감칠맛
잡내 없고 비계도 부드러워


 우리가 주로 먹는 돼지는 몸이 하얀 백색돼지로, 품종은 ‘삼원교배종’이다. 요크셔·랜드레이스·두록 등 외국 도입종 각각의 특징을 살려 교배했다. 이 품종은 성장이 빠르고 고기 생산량이 많은 게 특징이다. 우리가 흔히 소주에 곁들이는 삼겹살이나 수육은 이 삼원교배종으로 생산한 돼지고기라 보면 된다. 흑돼지는 감칠맛과 쫄깃한 식감이 뛰어나지만 가격이 비싸고 성장 속도가 더디다. 그 때문에 타협안으로 흑돼지와 교배한 품종이 생산·유통된다.

 한국 소비자는 돼지고기를 먹을 때 주로 굽는다. 가정에서는 양념에 재운 불고기도 하지만 외식으로 돼지고기를 먹을 땐 구이를 선호한다. 이 때문에 돼지고기 중에서 삼겹살과 목살 부위가 빠르게 소비되고, 불판에 직접 구워 먹지 않는 부위는 적체된다. 양돈협회 등에서 등심과 뒷다리살도 맛있다는 광고까지 했지만 소비량이 늘지 않고 있다.

 남원에서 생산되는 흑돼지 버크셔K는 이런 이유로 도입됐다. 버크셔는 영국 남부 버크셔에서 발견된 종에 ‘샴’ 품종의 돼지와 중국 재래 돼지를 교배시켜 만든 품종이다. 육백이라고도 부르는데 코·다리·꼬리 부분이 흰색이라 그렇다. 몸 전체가 새카만 흑돼지와는 생김새가 다르다. 버크셔가 한국에 처음 도입된 것은 1905년이다. 본격적으로 XX포크, ○○돼지 등의 브랜드육 개발이 시작된 2000년 즈음해 여러 종돈장에 도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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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크셔는 크게 미국계와 영국계가 있다. 영국은 1875년 버크셔순종협회가 설립될 정도로 오랜 역사를 자랑하고 있다. 미국은 1823년 영국 이민자들에 의해 최초로 도입됐다. 남원 버크셔는 미국계 품종을 들여와 사육 및 육종한 것이다. 초반에는 살보다 지방이 많아 어려움을 겪었다는데, 육종에 육종을 거듭한 결과 오늘날의 버크셔가 나왔다. 한국 기후에 맞게 육종을 했기에 이름이 ‘버크셔K’가 됐다.

 처음 맛본 버크셔K는 뒷다리살이었다. 보통 돼지고기 뒷다리살은 퍽퍽하고 누린내도 있어 양념을 더해 볶아 먹거나 푹 삶아 먹는 부위다. 그런데 버크셔K를 육종한 박화춘(‘다산육종’ 대표) 박사가 소금이나 양념장 없이 그냥 구이 상태로 먹어 보라고 권했다. 퍽퍽하려니 했던 예상은 빗나갔다. 탱글탱글한 육질에다 부드럽게 녹으면서도 씹는 맛이 있는 비계의 조화가 환상적이었다. 씹으면 씹을수록 고소한 육즙이 입안 가득 고였다. 굵은 소금을 조금 곁들이니 맛이 한층 더 깊어졌다. 앞다리살·목살·삼겹살의 맛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일본에서 유명한 가고시마 흑돼지를 먹어 본 이들도 그에 견줘 손색없을 정도라 평했다.

 버크셔K가 다른 돼지고기와 맛이 다른 이유가 있다. 먼저 씹는 맛이 일품이다. 백색돼지와 달리 근섬유의 단면적이 작으면서(약 14%) 수가 많기 때문이다(약 22%). 근육 내 수분이 응축됨이 좋고, 작은 섬유질이 많기 때문에 촉촉하면서도 탄성 있는 식감을 줄 수 있다. 고기가 너무 익거나 식으면 질겨지게 마련이다. 그러나 버크셔K는 작은 단면적의 근섬유 다발이 수분과 탄성을 유지하게 돕는다. 둘째는 감칠맛이다. 육류의 근육 내 세포에는 일정 부분 포도당이 있다. 세포의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인데, 버크셔K의 포도당은 일반 돼지보다 약 9% 많다. 거기에 감칠맛을 주는 카르노신(아미노산의 일종)이 많아 풍부한 감칠맛이 난다.

 여기에 빼놓을 수 없는 게 비계 맛이다. 돼지고기에는 비계를 포함한 지방이 맛에 영향을 많이 미친다. 버크셔의 비계는 다른 돼지에 비해 수분이 20% 정도 적다. 게다가 불포화지방산이 많은 편이라 다른 육종에 비해 녹는 온도가 낮다(약 22~25도). 그러니 입안의 체온으로도 비계 기름이 녹는다. 이 두 가지 특징으로 인해 비계 식감이 탄력이 있으면서도 부드럽다. 또 다른 장점은 잡내가 없다는 것이다.

 버크셔K는 아직 시중에서 구하기 어렵다. 몇 년 전 백화점에 입점했지만 다소 높은 가격 때문에 소비자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현재 오프라인 매장은 남원에만 있고, 인터넷 구매가 가능하다. 집에서 돼지고기를 즐길 때는 항상 버크셔K를 쓴다. 수육을 할 때는 앞다리살을 쓴다. 삼겹 부위나 목살도 좋지만 앞다리살이 저렴한 데다 맛이 결코 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마늘 두 쪽에 소금 간만 해서 삶는다. 조금 욕심을 내면 우엉을 넣는다. 우엉을 넣으면 고기의 맛이 더 깔끔해진다. 남은 육수는 냉동 보관했다가 찌개 육수로 사용한다. 가끔은 뒷다리살로 육포도 만든다. 소금 간(후추를 더하기도 한다)을 하고 12시간 정도 가정용 건조기에 넣고 말린다. 시원한 맥주와 육포에 붙어 있는 비계가 부드럽게 녹는 맛이 잘 어울린다.

 3년 전만 하더라도 버크셔K로 요리하는 식당이 드물었다. 샤브샤브로 내는 곳, 족발을 서양식으로 내는 정도였다. 현재는 일본식·한식·서양식 각각의 해석 방식으로 요리하는 식당이 생겼다. 서울 서교동의 한 이탈리아식 주점은 버크셔K 안심을 수비드(밀폐된 비닐봉지에 담긴 음식물을 미지근한 물속에서 오래도록 데움) 방식으로 조리한 스테이크를 낸다. 포크로 잘릴 만큼 육질이 부드러우면서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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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영
‘여행자의 식탁’대표, 식재료 연구가

 음식은 상호 교류를 통해 발전한다. 조리법이나 재료 교류를 통해 더 풍성한 요리가 만들어진다. 버크셔K는 애초에 미국에서 도입된 품종을 수년간 국내 연구자가 한국화해 냈다. 좋은 재료는 요리사가 먼저 알아본다. 3년 전보다 많은 요리사가 버크셔K로 조리한다. 맛있는 재료가 요리의 시작이다. 한식의 세계화 또한 맛있는 우리의 식재료를 찾는 것이 먼저다.

김진영(‘여행자의 식탁’대표, 식재료 연구가)



음식상식-계란 구매 후 냉장 보관만이 능사는 아니다


계란은 냉장고에 보관한다고 상온보다 더 신선하게 보관되진 않는다. 냉장·상온 관계없이 대부분 계란은 유통기한이 한 달로 표시된다. 생식품은 온도 변화가 잦을수록 선도가 떨어진다. 따라서 구매할 때 상온 상태로 있던 계란은 집에서도 상온에, 냉장 상태였으면 집에서도 냉장 보관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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