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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문예정원] 시어머님의 유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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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진양 작성일17-04-07 13:36 조회29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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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 진 양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봄이 되면 집안 구석구석을 정리정돈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이는 모든 여인네들이 느끼는 일 일 것이다. 긴 겨울 동안 바깥 활동이 줄고 평소보다 조금씩 게으름을 피워도 괜찮은 계절이라 여겨져서 일이고 물건이고 슬쩍 미루어 놓기 쉽다. 기온은 아직 차가워도 봄 햇살이 따듯이 비추는 날에는 한꺼번에 하고 싶은 일들이 머리 속에서 다툼질을 한다.
 
작년 이맘때 옷장 안 선반을 정리하다가 오랫동안 간직했던 조그만 상자가 손에 잡혔다. 열어보니 시 모님께서 애용하셨던 세이꼬 손목시계가 들어 있었다. 하늘나라 가신지 20년이 넘었는데. 이 시계는 시계상을 하시던 시 외숙께서 선물로 드린 것이다. 시계 나이가 반세기가 넘은 것 같다. 항상 정리정돈을 잘 하셔서 필요 없는 물건을 잘 처리하시는 성격이신데 이 시계가 유품으로 남아있었다. 지금도 시간을 맞춰 가려나 해서 시계의 내용을 잘 아시는 분에게 의뢰하여 배터리를 바꿔보았다.  20년 넘도록 잠자고 있던 시계가 정확한 시간을 알리며 간다. 
 
나에겐 48년 전에 병원에서 일 할 때에, 남편이 좋은 시계를 선물로 사 준 것이 있다. 간호사에게 필요한 초침이 있고, 방수(防水)도 되는 것으로 움직여주기만 하면 쉬지 않고 간다. 지금도 흔들어주기만 하면 잘 간다. 마치 우리 몸의 각 부분이 움직여줘야만 모든 세포들이 알아서 숨 쉬고 활동하는 것처럼…… 그런데 지금은 내 시계 대신 어머님의 시계를 잘 사용하고 있다. 정확하고 빈틈 없으신 어머님의 성품이 마치 이 시계 같았다고 생각하면서. 요즈음엔 많은 사람들이 휴대전화기로 시간을 본다. 그래도 나는 습관적으로 손목시계를 드려다 보는 것이 아직은 편하다.
 
시모님께서 남기신 것 중에 특히 나에게 큰 의미가 있는 귀중한 것들이 또 있다. 사진틀 속에 잘 넣어 둔 어머님께서 받으신 상장들이다. 이승만 대통령, 박정희 대통령, 서울 시장, 그 외에 다른 기관에서 받으신 공로상 및 표창장들이다. 어머님은 젊은 나이에 평양에서 남한에 있는 친척을 찾아서 홀로 월남 하신 분이다. 전북에 있는 전주 기전 여고를 졸업하신 후에 성경학교를 거쳐 세브란스 병원 간호원 양성소를 졸업하시고 간호원 자격을 얻으셨다. 그때부터 간호 계를 위해 일하시면서 우리나라 간호역사와 발전에 많은 공을 세우셨다. 처음 그 분을 뵌 것은 내가 대학생 때 정동 교회에서 가끔 뵈었고 또 졸업 후 대학 동창회 있을 때 대 선배님으로 뵙기도 했었다. 그 당시에 전북 개정 간호학교 교장 선생님으로 후진 양성에 전념하실 때였기 때문이다. 그 때는 내가 그 분의 며느리가 될 줄은 전혀 생각지 못했다. 상장과 더불어 받으신 나이팅게일의 등불이 새겨진 금 배지들도 내게 귀중한 유품으로 남아 있다. 이들을 보면서 항상 기도하시며 한동안 가족을 떠나서까지 사회생활을 하시느라 애쓰신 보람을 생각하며 나는 무엇을 자손들에게 남겨줄 수 있을까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봄이 다시 찾아오고 있으니 아래층 선반들 위에 쌓아 둔 것들을 먼저 정리해야겠다. 무슨 다른 보물이 감추어져 있을지도 모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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