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정원] 神의 이름, 히말라야 > LIFE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Vancouver
Temp Max: 13°C
Temp Min: 13°C


LIFE

문학 | [문예정원] 神의 이름, 히말라야

페이지 정보

작성자 박성희 작성일17-04-07 13:43 조회444회 댓글0건

본문

에베레스트, K2, 캉첸중가, 로체, 마칼루, 초오유, 다올라기리, 안나푸르나... .

눈의 나라 히말라야는 신의 존재다. 감히 범접하기 힘든 산의 모습이 신의 자세다. 산맥이 얼마나 길고 높은지 지상을 가르고 하늘을 찌른다. 오직 신만이 살 수 있는 영역, 전설처럼 아득하기만 했던 히말라야가 내 눈앞에 펼쳐진다.

하늘을 통째로 삼키려는 거대한 용의 몸부림, 하늘에서 뚝 떨어진 별천지, 신령들이 모여 사는 신천지인가. 나는 히말라야의 포로가 된다. 그 신비롭고 경이로운 모습은 온 몸을 숨죽이게 하고 머리를 조아리게 한다. 가도 가도 끝없이 이어지는 하얀 히말라야. 하늘에서 본 히말라야는 장엄한 눈의 왕국이다.

2,400km의 히말라야는 파키스탄, 인도, 중국, 부탄, 네팔에 걸쳐 뻗어있다. 네팔 북부에는 850km의 히말라야가 있다. ‘하늘의 이마, 우주의 어머니’라 불리는 에베레스트, ‘풍요의 여신’ 안나푸르나, 힌두교에서 신성시하여 입산을 허락하지 않는 마차푸차레가 보인다. 저 너머 티베트 쪽 카일라사에서는 파괴의 신 시바가 수행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름 모를 수많은 고봉들.

네팔 카투만두, 포카라 공항에는 히말라야를 보려고 세계 각국에서 온 여행자, 등반객으로 가득했다. 모두들 세상에서 제일 큰 설산을 만날 생각에 흥분된 얼굴이었다. 죽기 전에 꼭 가보고 싶은 산이라고 말하는 노인들의 눈빛이 반짝였다.

나는 네팔에서 총 5번 히말라야를 봤다. 델리에서 카트만두로 가는 비행기에서는 구름 속에 살며시 드러난 히말라야를 봤고, 다음은 카투만두에서 포카라를 가는 비행기에서다. 이때도 구름 때문에 선명히 보이지 않았지만 어렴풋한 신의 모습 같은 히말라야를 봤다. 그리고 다음날 새벽 깜깜한 산속을 한참 걸어 올라가 히말라야를 가깝게 볼 수 있다는 사랑코트 전망대에서다. 이날도 구름에 잔뜩 가려 히말라야의 실루엣만 보고 왔다. 그렇게 히말라야는 쉽게 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구름에 가린 흐린 날이 많아 운이 좋아야만 선명한 히말라야를 볼 수 있다.

포카라를 떠나려고 호텔에서 나오는데 앞산에 무언가 커다란 정체불명의 형체가 시야를 막았다. 아, 그것은 하늘에서 내려온 신의 모습, 땅에서 솟아난 신의 모습. 나는 그 신을 맞으러 호텔 옥상으로 달려갔다. 와, 환호 소리가 절로 나왔다. 구름 한 점 없는 파란하늘에 하얀 히말라야가 우뚝 우뚝, 얼마나 눈부시던지. 공항으로 가는 길에도, 공항에서도 히말라야는 신의 자세로 서 있었다.

“히말라야를 볼 수 있는 자리로 주세요.”

히말라야를 더 보고 싶어서 일찍 공항에 도착해 카트만두까지 30분 이상 히말라야를 감상할 수 있는 비행기표를 부탁했다. 비행기가 히말라야와 같은 높이로 떴다. 겹겹인 주변 산하에는 안개가 휩싸였다. 그 맨 끝에 히말라야가 드리워졌다. 8천 미터가 넘는 고봉이 14좌, 7천 2백 미터 이상의 고봉은 50좌 이상 된다. 매서운 바람, 빈번한 눈사태로 살 수 있는 동식물은 아무것도 없다. 거기서 만들어진 빙하는 인더스 강, 갠지스 강, 브라마푸트라 강으로 협곡을 이루어 산맥을 가로질러 흐른다.

파란 하늘아래 설산 히말라야가 파노라마처럼 끝없이 이어졌다. 히말라야를 보니 히말라야에 오르고 싶다. 수많은 산악인들이 히말라야에 홀려 히말라야를 등반하다 다치거나 죽었다. 지금도 절벽에는 로프에 매달려 있거나 떨어져 실종 된 사람들이 많다.

히말라야에 매료돼 포카라에 있는 산악박물관에 갔었다. 그곳에서 산에 관한 영상과 사진 기록을 보며 세계의 명산을 구경하는데 중앙에 히말라야를 정복한 한국 등반대장들에 관한 자료가 쭉 전시돼 있다. 끈 하나를 의지해 최고봉을 오르겠다는 목숨 건 도전정신에 가슴이 뭉클했다.

네팔에서는 어디서나 쉽게 히말라야를 그린 그림을 살 수 있다. 관광지든 호텔이든 동네 상점에서도 히말라야 그림을 판다. 어디서든 히말라야 히말라야다. 나도 히말라야가 자꾸 눈에 밟혀 그림 하나를 샀다. 이른 새벽 야크들이 산악인들의 짊을 잔뜩 싣고 에베레스트를 향해 가는 그림.

이제 카투만두에서 델리, 델리에서 첸나이로 떠날 시간. 시내를 휘돌며 공항으로 가는 길에 사람들과 얼굴을 마주치니 생글거린다. 가난하지만 행복지수가 높은 네팔 사람들. 걱정 없는 얼굴, 문제없다는 삶, 작은 것에 만족할 줄 알며 잘 웃는 그들에게 믿는 구석은 뭘까. 아마도 ‘우리에겐 우리를 지켜주는 神, 히말라야가 있어요.’ 라고 말하는 것 같다.

델리로 가는 비행기 좌석은 나에게 또다시 히말라야를 바라보게 한다. 날씨가 얼마나 쾌청한지 히말라야가 더 가깝게 느껴져 고봉에서 부는 차가운 바람, 눈사태, 빙하가 흐르는 소리까지 들리는 듯하다. 햇빛을 받아 더욱 눈부신 히말라야가 아름답게 다가온다. 히말라야는 대 산맥이기보다 묵묵히 인간세상을 바라다보는 실재의 神이다.

 

박 성 희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회사소개 신문광고: 604.544.5155 온라인 광고: 604.347.7730 미디어킷 안내 개인정보처리방침 서비스이용약관 상단으로
주소 (Address) #C 927 Brunette Ave, Coquitlam, BC V3K 1C8
Tel: 604 544 5155, Fax: 778 397 8288, E-mail: info@joongang.ca
Copyright © 밴쿠버 중앙일보 All rights reserved.
Developed by Vanple Netwroks Inc.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