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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문예정원] 봄에 만나는 민들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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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권은경 작성일17-04-10 14:30 조회45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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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 만나는 민들레
 
캐나다의 겨울은 한국보다 한 달 먼저 찾아와 4월 중순까지 길게 이어진다. 바람도 세게 불고, 눈도 많이 와서인지 겨울을 떠올리는 사람들은 어두운 긴 터널을 지나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고마운 것은 자연의 질서와 섭리 앞에 그 혹독한 겨울도 작별을 고하고, 다가올 시대에 자신의 자리를 양보한다는 사실이다.

따뜻한 햇볕이 내리쬐는 찬란한 봄날, 노오란 개나리에 모도록 모도록 피어나는 연분홍 진달래꽃은 우리의 마음속에 봄을 알리는 한 장의 사진으로 찍혀져 있다.

한국에서 봄을 기다리는 사람이라면 노란 꽃잎을 펼치며 수줍게 고개를 든 개나리의 출현을 외면할 리 없다. 누구든 반가운 마음을 담아 찡긋 눈인사를 나누거나, 한 발 가까이 다가가 다정한 인사말을 건넬 것이다.
“나리 나리 개나리, 반가운 봄 아가씨, 다시 만나 기뻐요.”
그러나 캐나다에서는 봄을 떠올리면 개나리보다 앞서 민들레가 떠오른다. 봄의 전령으로 노란색 꽃망울을 터뜨리며 찾아오는 민들레! 길가나 돌 틈 사이에서 애처롭게 피어나는 우리나라 민들레와는 사뭇 느낌이 다르다. 위풍당당한 기세로 자신의 존재를 세상에 알리며 봄이 왔다고 큰 소리로 외치는듯하다.

간혹 넓은 잔디밭에 무더기로 핀 캐나다의 민들레는 멀리서 보면 유채꽃밭을 연상케 할 만큼 그 위엄이 대단하다. 하지만 어떤 이들은 민들레를 잡초라며 귀찮게 여긴다.

공들여 가꾼 정원에 불법으로 날아들어 뿌리를 내리는 민들레가 환영 받지 못하는 이유다. 그러나 나는 노란 민들레와 마주하는 봄날이 마냥 설레기만 하다.

환한 얼굴을 들어 겨우내 꽁꽁 얼어붙었던 마음을 녹여주고, 추운 겨울도 잘 견뎌냈다며 토닥토닥 위로해 주는 것만 같다.

민들레는 그렇게 4월이 되면 겨울이 유난히 추운 광활한 캐나다 땅에도 따뜻한 봄 향기를 가득 담고 찾아온다. 
민들레의 꽃말은 “감사하는 마음”이라고 한다. 전해지는 민들레의 얽힌 이야기를 들어 보면 그 꽃말이 쉽게 이해된다. 옛날 비가 몹시 많이 내리던 날, 온 세상이 물에 잠기고 민들레도 영락없이 물에 빠져 죽게 되었다고 한다. 머리가 하얗게 세어질 만큼 무서웠던 민들레는 마지막으로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를 올린다.
‘하나님, 무서워요. 제발 살려주세요.’
그때 어디선가 불어온 바람은 민들레 씨앗을 싣고 양지바른 언덕에 사뿐히 내려놓는다. 그리고 그 이듬해에 씨가 떨어진 자리에서 싹이 나고 그 싹이 자라서 예쁜 민들레 꽃을 피웠다는 이야기이다. 그래서 민들레는 봄이 오면 해님만큼 환한 얼굴로 하늘을 올려다보며 다시 얻은 생명에 대해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한다. 
정말 그럴듯한 이야기이다. 민들레의 꽃말을 알지 못했을 때도 봄에 만나는 민들레는 늘 감사의 마음을 수반했다. 추운 겨울을 무사히 나고, 봄을 맞이하는 감격과 기쁨 때문일 것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와 환하게 웃어주는 민들레! 그 민들레가 전해주는 감사의 마음으로 돌아온 봄을 만끽하고 싶다.

 

권은경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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