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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문예정원] 반 팅 벌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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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 진 양 작성일17-08-28 09:41 조회7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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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 진 양 / 캐나다한국문협 회원 

 

한 주간을 바쁘게 지냈다. 

새 주일을 맞으면서 첫 날에 특별한 계획이 없는 것을 다행으로 여기고 느긋하게 아침을 맞으려고 생각 했다. 남편의 출근 준비를 돕고 있는데 카톡이 울려 하던 일을 마치고 열어보니 교회 친구로부터 지난 밤에 자기가 보낸 점심 초청 메시지를 보았는지 확인하는 내용이다. 갑작스레 생긴 일이지만 시간이 되면 몇 분과 같이 만나자는.  느긋한 아침을 맞으려던 생각을 순간적으로 접고 그렇게 하겠노라고 어디로 몇 시에 가면 되느냐고 답신을 보냈다.  친구는 바로 전화로 자기가 가는 길에 우리 동네로 들려서 데리고 간다는 것이다. 이보다 더 기분 좋은 일이 어디 있는가! 매 주일 교회에서 얼굴을 대하는 교우들이지만 주 중에 몇몇이 따로 친교 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즐거운 만남을 마치고 새파란 하늘과 맑은 공기 속에 교통이 덜 분주한, 내가 다녀보지 않던 숲이 우거진 뒷길을 따라 오면서 우리들의 축복 받은 밴쿠버의 삶에 매우 감사했다. 우리 집 동네 길에 들어서면서 친구에게 집 앞까지 갈 것 없이 큰 길로 나가기 편한 곳에서 내려 달라고 하고, 다른 때에도 잠깐 정차하고 내렸던 지점에서 하차 하고 잘 가라 손 흔들어 떠나게 했다. 그런데 갑자기 뒤에서 경찰차가 경보등을 돌리며 차를 서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잘못한 일이 없는데, 혹시 보험 기간이 지난 것을 깜빡 했나 하는 생각에 순간적으로 번호판을 보니 그것은 아니다.  그럴 리도 없다. 모퉁이를 돌아서 정차했고 경찰이 뒤따라 내려서 무슨 말을 하길래 쫓아가 웬일인가 들어보았다.  그 모퉁이에 정차금지 표지판이 있는 데에서 인도에 바짝 대지도 않고 당신을 내려줘서 당신에게 위험할 수가 있기 때문에 교통 위반이라는 것이다. 나는 사실대로 내가 내려달라고 해서 서 준 것이니까 운전자에게 잘못 없으니 한 번만 봐 달라고 사정해 보았다. 남자로 착각할 정도로 체격 좋고 멋스럽게 생긴 여자 경찰이었는데 사정이 통하질 않는다. 운전 면허증을 보자 더니 자기 차로 가지고 들어가기에 따라가서 이번엔 경고로 해달라고 애원해 봤지만 아니란다. 티켓을 떼야 한단다. 할 수 없이 친구는 벌금 고지서를 받았고, 그 벌금 부담을 내가 해야 한다니까 손을 내저으며 오히려 나의 송구해 함을 달래주며 떠나 갔다. 더 불미스러운 사고가 아닌 것을 감사하면서. 평소에 우리 동네 길은 대부분 지역 주민만 다니고 경찰은 거의 볼 수 없는 한적한 타운하우스 동네이다.

 

    한 에피소드가 떠오른다. 어느 날 일곱 명이 함께 드라이브를 다녀오던 길에 한 집사님이 경험한 이야기다. 아들이 새 차를 갖게 되어 기분 내느라고 할머니와 어머니인 본인 그리고 여동생을 태우고 드라이브를 나갔단다. 젊은 청년이 새 차를 몰고 나갔으니 제 속력을 지키기엔 기분이 너무 좋았던 것이다. 말 하나마나 하이웨이 어느 지점에서 경찰의 신호를 받아 차를 세우고 창문을 내리니 이유는 뻔한 것이고 티켓을 받게 되는 순간 갑자기 뒷 좌석의 할머니께서 큰 소리로, "반 팅, 반 팅!" 하시더란다. 모두 놀래서 무슨 말이시냐고 하니까 다섯 손가락을 보이시면서 큰 소리로 경찰에게, "피프티 퍼센또, 피프티 퍼센또!" 하셔서 모두 웃음바다가 되었단다. 50% 로 깎자는 말씀을 하신 거라고. 듣고 있던 우리 일행 모두 어찌 폭소하지 않았겠는가! 그랬더니 경찰도 알아듣고 하는 말이 오늘 자기가 좀 기분 언짢은 일이 있는데 할머니께서 많이 웃게 해주셔서 이번에는 거금의 벌금 대신에 경고장만 줄 테니 다음부터 조심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할머니께서 자신의 순발력이 효과적으로 작용한 기쁨에 저녁을 사주신다고 하셔서 기분 내고 고급 식당에 가서 비싸고 맛있는 저녁으로 그 날을 지냈다는 이야기이다. 

 

    나도 경찰에게 "반팅" "피프티 퍼센또" 를 외치고 싶은 마음이 떠오르면서 속으로 웃음을 참았다. 내 잘못이라고 정중하게 빌어서였는지 벌금을 가벼운 쪽으로 쓴다고 했다. 어쨌든 기분 좋은 날의 끝맺음이 이렇게 되어 씁쓸하긴 했지만 또 다른 체험으로 ‘매일 배운다’는 말을 실감나게 했다.  대수롭지 않은 것 같은 일에도 누가 보든지 아니든지 앞으로는 주의를 더 기울여 벌금 고지서 받는 일은 없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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