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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한나의 우아한 비행] 별자리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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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나 김 작성일17-09-11 08:56 조회3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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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 여름 처음 온 캐나다 동쪽 도시가 마음에 들었다. 캐나다 안에 프랑스 문화와 불어를 오롯이 느낄 수 있다는 게 특별했다. 곧 돌아오리라 아쉬운 마음으로 떠났는데 한참이 걸렸다. 이번 여름 어디서 점이 되어 선을 잇고 별자리 지도를 그릴까 하다 캐나다를 생각했다. 집에 좀 오라는 밴쿠버 계신 부모님 얼굴도 뵙고, 작년 독일 여행의 추억도 달래 줄 캐나다 동부로의 여행.  밴쿠버에서 출발해 오타와, 몬트리올, 퀘백으로 이어지는 이 여행은 이제 것 홀로하는 여행중 가장 긴 여행이 될 것이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내가 여행하는 이유는 여행하는 나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떠나기 몇달 전부터 여행 계획을 세우고, 낯선 곳에 도착해 아득한 여행자가 되는 내가 멋지다고 생각한다.  낯선 도시의 냄새에 설레는 내가 좋다. 홀로 떠난 이번 여행은 캐리어를 끄는 여행이 아니라 처음으로 손이 자유로운 배낭을 선택했다. 질질 끌려 다니는 여행이 아닌 짊어진 여행, 삶에 있어 씩씩하고 능동적이길 바라는 내 모습이다. 마음껏 길을 잃고 마음껏 헤맬 준비가 되었다. “나는 길 탐식가다! 세상의 모든 길을 맛보리라.” 요절한 영화배우 리버 피닉스의 말처럼 내딛는 길마다 맛을 보겠다는 야심찬 마음이었다.  

 

새벽을 가르며 밴쿠버에서 날아갔더니 오타와에서 아침을 맞았다. 세월을 세어보니 십 수년이나 흘렀는데, 긴 시간 연이 끊어지지 않은 지인이 마중을 나왔다. 세월만큼 늙어간 그의 겉모습이 잠깐 낯설었지만, 세월의 가르침이 준 깊어진 대화로 시간을 넘어섰다. 떠나온 길에 대한 두려움, 다시 돌아가야 하냐는 고민은 올해가 시작되고 멈추지 않았다. “불렀던 노래를 다시 부를 수 있지, 같은 마음이 아니라면.” 그의 지혜에서 결국 본질은 길을 돌아서고 계속 나아가냐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찾았다. 몽실몽실 떠 있는 오타와 하늘아래를 걸으며 내 마음을 좀더 들여다 보았다. 도시에서 마음을 따라 걷다 보면 그길을 떠날 쯤엔 보물 하나씩을 움켜쥔다. 

 

오타와에서 기차를 타고 두시간쯤 흘러 몬트리올에 닿았다. 깊은 역사와 푸른 젊음이 함께하는 이 도시에 여름밤이 내리고 광장 한쪽에 음악이 퍼진다. 우뚝 선 노틀담 성당은 파란빛을 뿜어 내고 있었다. 밤바람이 뺨에 닿고, 지금 이 순간 자유로움을 온전히 느꼈다. 이 여행을 누리기 위해 치러야 했던 촘촘한 날들을 보상받는 느낌이었다. 떠나길 잘했다.  일상에서 일만 킬로미터 이상 떨어진 곳에서만 얻을 수 있는 해방과 여유는 달콤했다. 골목 구석구석을 살펴 보다 눈에 띄는 동네 서점에 들어가 깊숙이 머물다 다시 길로 나서곤 했다. 나를 위해 페르시아 시인 루미 시집과 친구를 위해 조지오웰의 책을 집어 들었다. 

 

여행은 낯선 길 위에서 외부 풍경을 흡수하는 행위이지만 결국 내면을 돌아보고 나를 발견하는 과정이다. 홀로 여행은 나를 관찰하기 쉬운데, 나는 종종 조급해 하고 발걸음이 빨라지는 나를 타일러야 했다. 처음 가는 길이니 헤매도 괜찮아, 스쳐 지나가는 것들을 오래 바라보라고 의식적으로 걸음을 늦추었다. 나는 미리 계획을 세우면서도 헐렁함을 갈망하고, 효율적인 방법을 선호하면서도 예상치 못한 풍경에 가장 환호한다. ‘당신이 할 일은 사랑을 찾아다니는 것이 아니라, 당신 내면에서 사랑이 자라지 못하게 막는 모든 장애물을 찾아내는 것’이라는 루미의 단서를 쥐고 도시를 걸었다. 내 안에 사랑이 자라지 못하게 막는 어떤 장애물을 찾은 것 같은 마음마저 들었다. 

 

몬트리올에서는 버스를 타고 퀘백으로 들어섰다. 성곽을 다시 만나고 싶었다. 영국군은 1775년 미국의 침입을 막아낸 후 성벽을 쌓았다. 퀘백은 북미 대륙에서 유일하게 성으로 둘러싸인 도시이다. 아브라함 평원을 걷다 요새를 만나고 도성이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있는 이 도시와 사귀었다. 성벽과 마을이 하나로 이룬 선이 아름다웠다. 이 도시를 둘러싼 역사 안으로 햇빛을 쪼이며 성곽길을 걸었다. 페어몬트 호텔이 보이는 언덕에서는 오래도록 앉아 내 젊음을 온전히 낭비하고 싶었다. 어차피 영원히 소유하지 못할 젊음을 낭비하는 것은 죄가 아니라 했다. 이 하루로 내 젊음은 낡았지만 늙은 마음은 아니었고 느리게 걸었지만 모자람은 없었다. 

 

밴쿠버에서도 삼천키로가 훌쩍 넘는 캐나다 동부 도시들을 거닐며 점을 이어 별지도를 그리는 일은 축복이었다. 십 사 년 전보다 많이 보였고 온전히 즐겼다. 아마도 인생의 쌉사름함을 맛보아 달콤함이 더달게 느껴졌을 것이다.  서울은 창문을 열면 가을이 불쑥 서있다. 이번 가을은 삶에 새로운 공기가 느껴진다. 다시 촘촘한 일상이지만 다음 여행까지 ‘사람들 사이에 별’을 연결하는 별자리 지도를 그리며 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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