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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문예정원] 싱글라이프 사십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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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정재욱 작성일17-09-11 08:59 조회5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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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욱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당신에게 사십 일간의 자유로운 싱글 라이프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무엇을 하고 싶은가요?"

위와 같은 질문을 받는다면 사람들이 어떤 대답들을 할까 궁금하다. 여름방학동 안 아내와 아이들이 한국에 사십일 동안 가 있는 바람에 실제로 나의 싱글 라이프가 시작되었다. 어느 TV 프로그램에선 아내가 일상을 벗어나 독립된 생활을 해 보는 것과는 반대로 남편의 싱글라이프가 된 셈이었다. 

 

처음 며칠은 너무나 자유로운 시간이었다. 귀찮고 하기 싫은 일들은 일단 뒷전으로 미뤄두고 나만의 나만에 의한 나만을 위한 계획들을 세웠다. 아내와 아이들이 없는 허전함을 달래기 위해 일부러 일정을 빽빽하게 잡았다. 뱃살을 빼기 위해 피트니스 센터에 퍼스널 트레이닝을 등록하고, 트레일 달리기 클럽에도 가입했다. 주말엔 영어 라이팅 과정을 수강하고, 얼떨결에 들어가게 된 합창단에서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평소엔 엄두도 못 내었던 음악회 공연을 보러 가고, 아이맥스 관에서 영화관람도 했다. 어항에 물을 갈아주고 새로운 물고기를 넣고, 화단에는 꽃과 허브를 새로이 심었다. 피트니스 운동을 하고 나선 몸무게도 많이 줄어들고 근력도 제법 늘어난 느낌이었다. 매주 다른 트레일 코스를 땀이 흠뻑 젖을 정도로 달리고 시원하게 샤워를 하고 나면 몸이 가뿐해 짐을 느꼈다. 영어도 아직 가야 할 길이 멀긴 하지만 조금씩 자신감이 붙었다. 합창으로 노래를 하는 시간이 내겐 새로운 생활의 활력소가 되었다. 근데 내가 신경을 쓰고 열심히 물을 주고 정성들인 꽃들이 말라져 갔는데 햇빛이 너무 강해서 그런 줄 알고 그늘로 옮겨 두었다. 평소보다 더 바쁜 일상 이었던 하루하루가 파노라마처럼 숨가쁘게 지나가고 드디어 아내와 아이들이 돌아왔다.

 

화단에 물을 주던 옆집 아저씨와 아줌마가 돌아온 아내에게 그 동안 내가 열심히 화단을 가꾸고, 호숫가에서 트레일을 달리던 내 모습을 보고 놀랐다고 얘기했다.  아내가 돌아와서 화분에 물을 준 다음 날부터 신기하게도 꽃봉오리가 올라오고 이파리 에도 생기가 돌았다. 아내의 말로는 화초들이 뿌리 깊이 물을 빨아들일 수 있도록 물을 줄 때 장시간 흠뻑 주어야 한다고 했다. 내가 보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했던 양보다도 훨씬 더 많이 주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아내의 말대로 물이 흥건히 넘칠 정도로 물을 다시 주면서 불현듯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화초 들도 이렇게 물을 아낌없이 먹고서야 마르지 않고 자라기 시작하는데. 내가 이제껏 가족들에게 베푸는 사랑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내가 지금 넘칠 정도로 준 물 만큼 꽃들도 활짝 피어나듯이 사랑도 넘치도록 아낌없이 베풀 때 열매를 맺을 수 있는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동안 나 혼자서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도 나 만의 생각이고, 여전히 빈 자리가 남아 있다는 것도.

 

한 달 조금 넘는 나의 싱글 라이프 이었지만 내겐 많은 생각과 경험을 해 준 귀중한 시간 이었던 것 같다. 남들이 보기엔 그냥 혼자 자유로운 시간을 만끽 했을 거라 부러워할 수도 있지만 내겐 쉼과 여유, 그리고 삶의 의미를 알게 해 준 시간이었다. 내게 완전히 집중할 수 있는 시간, 누구에게도 간섭 받지 않고 오직 내 의지 대로만 할 수 있었던 시간, 사십일 간의 또 하나의 추억으로 남겨진 시간 이었다. 내가 싱글 라이프 에서 느낀 게 있다면 혼자서 누리는 자유로운 시간이기도 했지만, 가족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소중하고 내게 힘이 될 수 있다는 걸 깨닫게 해 주었다. 또한, 혼자만의 시간과 더불어 아낌없는 사랑도 필요하다는 걸 되새겨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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