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 출산 후 모델 컴백 거의 없어 … 내가 개척해야지 생각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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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중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7-10-09 13:41 조회1,922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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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된 모델테이너 원조 장윤주
올해 20년차 … 딸 얻고 앨범도 내
예능프로 출연 좌충우돌 육아 공개
17세 데뷔, 25세에 “난 늙은이” 여겨
후배들은 당차게 훨훨 날았으면
- 질의 :출산 뒤 첫 방송으로 왜 리얼리티 예능을 택했나.
- 응답 :“아이를 낳고 서너 달부터 출연 제안은 많았다. 그런데 일회성으로 나가면 할 이야기가 뻔했다. 출산 뒤 어떻게 살을 뺐나, 혹은 엄마 키만큼 아이가 큰가(4.3㎏였다)라는 얘기가 나올 터였다. 몸으로 대중과 소통하는 모델에게 그걸 기대하는 게 무리는 아니지만 다른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나는 내 이야기를 어떻게든 계속 풀어내야 하는 복잡한 인간이다. 라디오 DJ를 4년이나 한 것도, 벌써 세 장이나 앨범을 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야기를 풀 만한 프로를 골랐다.”
- 질의 :어떤 이야기인가.
- 응답 :“현직 모델로서 엄마가 된 뒤 어떻게 일을 이어가야 하는지 전례가 없어 우왕좌왕했다. 엄마 모델이 있긴 해도 모델을 하다 출산하고 다시 돌아오는 경우는 별로 없었으니까. 표본을 만들고, 또 개척해야 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었다. 어차피 이전과 다른 나라면 그중에서도 가장 최상의 모습일 수 있는 게 뭘지 고민했다. 솔직히 엄마가 됐다는 게, 아니 엄마로 보여지는 게 두려웠다. 하지만 가장 자연스러운 모습이니까 괜찮지 않겠냐고 스스로 타일렀다. 대중이 공감할 수 있는 현실적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싶었다.”
- 질의 :내면을 중시하는 사람인데 정작 겉모습이 중요한 모델이 됐다.
- 응답 :“모델 데뷔는 17세이지만 준비는 훨씬 전부터 했다. 중학교 1학교 때 수학 선생님이 내 다리를 보고 모델 해도 되겠다고 했는데, 그 말이 오래 가슴에 남았다. 그런데 막상 모델학원에 가 보니 키(1m71㎝)가 크지 않아 데뷔가 쉽지 않았다. 워킹연습하면서 2년 반이나 보냈다. 그 당시만 해도 늘씬하고 길쭉한 모델을 원하던 때여서 오디션만 가면 떨어졌다. ‘아동복 쇼에 왔느냐’는 이야기를 들었다. 안 되겠다, 관두려고 하는데 엄마가 키 때문이라면 더 노력해 보자면서 수영을 권했다. 사실 운동을 한 뒤에도 키는 크지 않았는데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왠지 자신감이 붙었다. 키가 작아도 멋있을 수 있고, 돋보일 수 있다고 생각됐다.”
- 질의 :실제 상황도 달라졌나.
- 응답 :“그때 이후 신기하게 오디션에 몇 번 붙었다. 그러다 1997년 진태옥 디자이너의 서울 컬렉션으로 데뷔하며 신데렐라가 됐다. 당시 내 캣워크 번호가 29번이었다. 한마디로 수많은 모델 중에 그저 하나란 뜻이다. 그런데 진 선생님이 모델들을 쭉 보다가 나를 가리켰다. ‘저 꼬마 애 눈빛이 너무 좋아서 오프닝을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 질의 :결국 모델도 몸보다 내공인가.
- 응답 :“그 시간이 절대 쓸데없었던 게 아니었다. 당시에 패션잡지란 잡지는 다 보면서 디자이너나 의상 공부를 해둔 것이 데뷔 이후 큰 도움이 됐다. 사람들은 모델을 일차원적인 비주얼로 보지만 롱런하려면 멘털을 지키고 있는 게 훨씬 중요하다. 지금도 후배들 중에 스케줄이 없을 때 마냥 늘어지는 애들이 있는데 참 답답하다. 운동도 더 해야 하고 의상·음악 공부를 그럴 때 해야 하지 않나. 이건 일을 바라보는 태도의 문제다.”
- 질의 :올해가 데뷔 20주년이다. 그동안 가장 아쉬운 점을 꼽자면.
- 응답 :“지난해 임신하고 시간이 많아지다 보니 삶을 되돌아봤다. 그러다 보니 왜 나는 20대 초·중반에 그렇게 두려움이 많았을까 싶더라. 후배 정호연·최소라·신현지 등이 지금 해외에서 날아다니는 걸 보면 더 그렇다. 그들이 가끔 연락 와서 너무 힘들다고 할 때마다 마음껏 즐기라고, 괜찮다고 말해준다. 물론 나도 어릴 때 해외에 나가긴 했는데(2000년 한국인 최초로 파리 프레타포르테의 비비언 웨스트우드쇼에 출연) 그땐 더 많은 걸 할 수 있다는 생각을 못했다. 스물다섯에 ‘나는 늙은이’라고 여겼다. 이제야 내 20대를 돌아보면서 그 나이가 얼마나 좋은 나인데, 뭐든 가능한 나인데 현실만 따졌을까 싶다.”
- 질의 :데뷔 20주년 기념 프로젝트는 없나.
- 응답 :“5년 전부터 아이디어는 많았는데 아이가 생기면서 자연스럽게 무산됐다. 배우 윤여정 선생님도 데뷔 50주년에 영화 한 편 내놓은 거밖에 없는데 내가 뭐라고 대단하게 하나 싶더라. 생명이 태어났고, 앨범이 나온 걸로 소소하게 지나가도 아쉬울 게 없을 것 같다. 올해 시작해 서서히 보여주면 된다는 마음이다. 다만 20년 동안 꾸준히 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는 게 뿌듯하다. 모델이 할 수 있는 시각적 작업 이상으로 내면의 갈등과 싸웠고, 이런 이야기들을 나만의 방식으로 풀어냈다. 후배들이 이걸 보면서 이 언니도 나와 다르지 않구나, 위안을 삼았으면 싶다.”
이도은 기자 dangdol@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출산 후 모델 컴백 거의 없어 … 내가 개척해야지 생각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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