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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티 | 판매 직원이 6년 만에 개발팀 수장 된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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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중앙 작성일17-10-11 14:32 조회6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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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졸업 후 무엇을 해야할지 모르던 영국 청년이 있었다. 화장품에 아무런 관심도 없었지만 그저 시간 보내며 돈도 벌 요량으로 한 화장품 가게 판매직원으로 일했다.
대학에서 생명공학과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그에게 화장품은 완전히 다른 세상이었지만, 이 브랜드가 환경을 생각하는 동시에 재미와 혁신을 강조하는 게 재미있게 다가왔다.
뭔가 더 재미있게, 더 혁신적으로 할 수 없을까. 일개 판매직원이지만 이런 생각에 늘 골몰했던 그는 런던 본사의 상품 개발팀으로 옮길 기회를 놓치지 않았고, 그렇게 6년 뒤 거짓말처럼 제품 개발을 책임지는 임원이 됐다. 영국 화장품 브랜드 러쉬의 제품개발총괄(Lead Product Inventor) 대니얼 캠벨(37) 얘기다.
영국 런던에서 열린 ‘러쉬 크리에이티브 쇼케이스’ 현장에서 그를 만나 지금의 그를 만든 원동력이 무엇인지 물어봤다. 런던=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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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5일 영국 런던 ‘러쉬 크리에이티브 쇼케이스’ 현장에서 만난 대니얼 캠벨. 뒤로 보이는 구조물은 그가 최근 개발한 ‘네이키드 샤워젤’로 만든 크리스마스 트리다.

 

러쉬 크리에이티브 쇼케이스는 전세계 러쉬 직원은 물론 티켓을 사서 들어온 일반 고객들에게 크리스마스 신제품을 소개하고 브랜드 문화를 경험할 수 있도록 준비한 행사다. 2016년 9월 처음 열린 데 이어 2017년 9월 4~5일 런던브릿지 인근 ‘올드 빌링스게이트’ 건물에서 두번째로 열렸다. 26만4000㎡(약 8만 평)가 넘는 4층짜리 건물에서는 끊임 없이 새로운 비누가 만들어지고, 밴드 공연이 열리고, 동물 실험 반대나 성소수자 지지 같은 러쉬가 벌이는 캠페인과 관련한 포럼이 열렸다. 대니얼 캠벨은 행사 이틀 내내 한시도 자리를 떠나지 않고 세계 50개국에서 몰려온 사람들과 제품을 놓고 대화했다.

영국 화장품 ‘러쉬’ 제품개발총괄 대니얼 캠벨

 
질의 :화장품 회사가 크리에이티브 쇼케이스라니, 특이하다.
응답 :
궁극적으로는 직원을 위한 행사지만 고객과 미디어에게도 공개한다. 러쉬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러쉬 직원은 물론 그들의 친구나 고객에게 보여주고 싶어 만든 자리다. 제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물론이고 이 제품이 고객에게 소개되어야 하는 방식 등 러쉬가 지향하는 A부터 Z까지를 한 곳에 모았다.  
러쉬는 창의성과 혁신을 추구한다. 단순히 제품만이 아니고 러쉬와 관련있는 ‘러쉬 피플’도 그러길 바란다. 그런데 매일 똑같은 제품을 만지고 판매하다보면 창의성을 유지하기가 힘들다. 직원들에게 신제품 소개를 넘어 그들이 몸 담고 있는 브랜드에 대한 음악·영상·포럼 등으로 영감을 주고 싶었다. 신선한 핸드메이드 제품을 만드는 브랜드를 우리가 어떻게 풀어나가고 있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질의 :쇼케이스에서 선보이는 신제품이 꽤 많은데 개발에는 얼마나 걸렸나.
응답 :
총 95개다. 크리스마스 관련이 60개이고 2017년 하반기 신제품이 35개다. 쇼케이스 세 달 전부터 제품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몇 개를 만들지 목표를 정하진 않는다. 나를 포함한 7명의 팀원이 ‘이걸 만들까’ ‘저건 어떨까’라고 상의하며 만들다보니 첫 모델 15개가 만들어졌다. 거기서부터 시작해 라인을 확장했고 결과적으로 95개가 됐다. 모두 신선한 재료의 핸드메이드 제품이다.
 
질의 :핸드메이드를 고집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응답 :
브랜드가 지켜온 전통인 동시에 추구하는 최고의 가치이기 때문이다. 내가 만드는 제품을 고객이 안전하고 즐겁게 사용하면서 행복해질 수 있게 만드는 게 러쉬의 목표다. 이걸 실현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핸드메이드다. 핸드메이드를 통해 얻어지는 건 생각보다 많다. 사람에게 일자리를 더 줄 수 있고 이 과정에서 정성과 사랑이 들어간 제품을 만들 수 있다. 제품에는 유통기한과 함께 제조자 얼굴 그림을 스티커로 만들어 붙인다. 고객에겐 만드는 사람의 정성이 담겨있다는 것을 알리고 만든 이에게는 더 잘 만들어야겠다는 사명감을 심어준다. 고객과 직원 모두에게 긍정적인 효과다.
핸드메이드 입욕제의 원료인 다양한 색의 파우더들.

핸드메이드 입욕제의 원료인 다양한 색의 파우더들.

 
질의 :일개 판매 직원이 본사 제품개발팀 수장이 됐다. 이런 일이 어떻게 가능했나.
응답 :
매장 직원으로 일하다가 본사로 자리를 옮기는 건 우리에겐 너무 흔한 일이다. 러쉬가 진출해 있는 어떤 나라에서나 일어난다. 나 역시 그 중 하나일 뿐이다.(※러쉬는 무슨 일자리가 나든 가장 먼저 회사 내부에 공고를 내 직원에게 우선적으로 지원을 받는다. 내부 지원자를 먼저 검토한 후 적당한 사람이 없을 때만 외부에서 인력을 충원한다.) 러쉬에서는 매장 직원보다 더 제품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없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제품에 대한 아이디어가 가장 많다. 나 역시 제품에 관심이 많아 몇 가지 아이디어를 냈는데 그걸 본 브랜드 창립자들의 결정으로 개발팀으로 자리를 옮길 수 있었다.
 
질의 :6년만에 개발 총책임자가 됐다. 비결이 뭔가.
응답 :
난 정식으로 공부한 전문적인 화장품 과학자는 아니다. 하지만 상상력과 열정은 있었다. 그것만 믿고 제품 개발자 자리를 주는 회사는 아마 이곳밖에는 없을 거다. 믿기 어렵겠지만 정말로 그게 나를 여기까지 오게 한 원동력이었다. 다른 회사는 학위 같은 스펙이나 자격증을 요구하는데 러쉬는 기발한 상상력만 봤다. 알아봐주니 당연히 열심히 일하게 되고 좋은 결과물도 나왔다.
행사장에서 신제품을 설명하고 있는 대니얼 캠벨.

행사장에서 신제품을 설명하고 있는 대니얼 캠벨.

 
질의 :러쉬가 만든 제품 개발의 원칙이 있나.
응답 :
물론. 아주 철저한 기준이 있다. 핸드메이드로 만들면서 환경을 생각해야할 것, 그리고 반드시 혁신적일 것. 어떤 제품이든지 세 가지를 만족시켜야만 한다.
 

질의 :쉽지 않은 기준인데 실제 개발은 어떻게 하나.
응답 :
보통 5명의 공동 창립자가 컨셉트를 제시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예컨대 잭 콘스탄틴(공동 창립자 중 한 명)이 2017년 크리스마스 컨셉트를 '네이키드 크리스마스'로 정하면 개발팀 전체가 관련 아이디어를 짜내기시작한다. 개발팀 7명이 각자 어떻게 공장에서 제조할 것인지, 어떤 디자인이 좋을지, 어떤 이름을 붙일지, 캠페인적으로 어떻게 풀어나갈 수 있는지, 시장에서 어떻게 판매하면 효율적일지를 고민해 끊임 없이 회의한다. 이런 협업 과정은 최초 아이디어에서부터 제품 샘플이 나오기까지 몇 개월 동안 반복된다
 
질의 :개발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다.
응답 :
제품에 따라 정말 다르다. 짧으면 단 며칠에서 몇 개월, 최대 몇 년이 걸리기도 한다. 가장 오래 걸린 것은 2013년 처음 나온 셀프 프리저빙(화학 보존제 없이 화장품을 만드는 방법) 제품 개발이었다. 1995년 러쉬가 처음 창립했을 때부터 시작한 일이니 20년 가까이 걸린 셈이다. 반면 이번 시즌 신상품 ‘네이키드 에센셜 오일’은 하루 반나절밖에 결리지 않았다. 내가 직접 베이스를 만들고 향을 입힌 후 창립자 중 한 명에게 보여주니 그가 ‘좋다’고 승인했고, 바로 틀을 준비해서 완성했다. 물론 이걸 수 십 개의 다른 버전으로 만드는 데는 몇 개월이 걸렸다.
 
질의 :아이디어 회의는 어떤 방식으로 하나.
응답 :
제품이 나오기 전까지 끊임없이 멈추지 않고 시시때때로 한다. 정기적으로 모이거나 회의시간을 정하지 않는다. 티타임을 하면서도 누군가가 ‘내가 여기까지 발전시켜봤는데 뭔가 더 혁신적인 게 나올 수 있을까’라고 운을 뗀다. 그러면 각자 자기가 생각했던 메모나 사진을 보여주면서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예를 들어 이번 시즌 신제품 ‘버블스피너(돌아가는 입욕제)’를 개발할 때는 입욕제 개발자가 거품을 풍성하게 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고 그 자리에 있던 다른 개발자가 ‘물 속에서 입욕제가 스피너처럼 회전하면 더 많은 거품이 일어나지 않을까’라는 아이디어를 내면서 만들어졌다. 곧바로 여러 가지 버전을 만들었고 개발자와 창립자들이 모여 그중에서 고객이 가장 좋아하면서도 가장 새로운 형태의 제품을 골라 제품화했다.  
러쉬 버블 스피너.

러쉬 버블 스피너.

 

질의 :러쉬 제품은 색과 향이 짙은 것으로 유명하다. 이렇게 만드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
응답 :
포장과 관련이 있다. 대다수 화장품 회사들의 포장이 과하다고 생각한다. 포장재는 결국 쓰레기가 되서 환경을 해친다. 다른 회사가 포장에 사용하는 비용의 5%정도만 사용하고도 우리 제품을 매력적으로 보이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 포장 대신 내용물 자체에 색과 향을 입히게 됐다. 화려한 포장 없이도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말이다.
 
질의 :이번 행사에서 제공하는 모든 음식이 비건 푸드(채식)더라. 제품도 당연히 동물 실험을 하지 않는다. 동물 실험 없이 어떻게 인체에 안전한 제품을 만들 수 있나.
응답 :
인체 피부세포를 배양해 동물 실험을 대체하고 있다. 그보다 먼저 개발자들이 제품을 가장 먼저 테스트한다. 내가 사용하는 것인데 안전하지 않게 만들 수 있겠나. 제품에 사용하는 색소는 식재료에서 추출하는 것이나 먹을 수 있는 식용 색소를 사용한다. 모두 100% 물에 녹아 없어진다. 입욕제나 샤워젤 등에 사용하는 반짝이 역시 광물 성분이 아니라 한천에서 추출한 성분으로 만들어 물에 전부 녹아 사라진다.  
행사 참가자들이 직접 비누를 만들어 보고 있다.

행사 참가자들이 직접 비누를 만들어 보고 있다.

 
질의 :러쉬는 제품을 너무 쉽게 만든다고 내려다보는 사람도 있는데.
응답 :
만드는 방법이 간단한 건 맞다. 하지만 그렇다고 창의적이지 않거나 혁신적이지 않은 건 아니다. 네이키드 샤워젤만 해도 그저 병 모양의 고체 비누일뿐이 아니냐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그 근간에는 액체 샤워젤이 사용하는 용기, 보존제를 사용하지 않을 방법을 고민한 결과 아예 고체로 만들어버리자는 혁신적인 생각이 녹아있다.
 
질의 :혁신적인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특별히 하는 노력은.
응답 :
한 가지를 딱 꼬집어 말하기는 힘들다. 음악을 듣고 사람들과 모여 떠들고 웃고 햇빛을 받으며 산책하고 매일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하는 시간이 모두 좋은 아이디어를 내는 데 도움을 준다. 그러다가 머리가 너무 복잡해지면 벽을 보고 아무 말 없이 몇 시간 동안 가만히 앉아 있으면서 생각을 정리하기도 한다.
 
질의 :창의력을 어떻게 키울지 조언을 해달라.
응답 :
모든 것을 생각하는 동시에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래야 창의적이 될 수 있다. 파도가 밀려 들어왔다 나갔다 하는 것처럼 아이디어는 가득 찼다가 쑥 빠져버리기를 반복한다. 한 가지 더 덧붙이자면 호기심과 상상력을 잃지 않으려 의식적으로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려면 늘 무언가에 관심을 기울이는 열정은 필수다. 

[출처: 중앙일보] [江南人流] 판매 직원이 6년 만에 개발팀 수장 된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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