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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 | "여자라 차별? 죽을만큼 일해서인지 그런 건 없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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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중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7-10-18 16:19 조회2,32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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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든 렘지, 피에르 가니에르, 조엘 로브숑, 알랭 뒤캉스 등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스타셰프의 공통점? 남성이다. 국내도 마찬가지다. 미쉐린(미슐랭) 가이드 서울편에서 별을 받은 레스토랑부터 TV속 스타 셰프 대부분 남성이다.
 
특히 특급호텔의 총주방장 자리는 지금까지 한번도 여자에게 허용되지 않았다. 높기만 한 이 벽을 허문 사람이 있다. 제주신화월드 F&B 총괄 디렉터 안나 김(Anna Kim·48) 셰프다. 파리 ‘라틀리에 드 조엘 로브숑’ 패스트리 수셰프, 하와이 ‘노부’ 수셰프, 웨스트할리우드 '고든 램지' 수셰프 등 미쉐린 레스토랑에서 경력을 쌓은 그는 럭셔리 크루즈 회사인 코스타 크루즈 총주방장을 거쳐 한국을 떠난지 25년 만인 2016년 여름 돌아왔다.
 
제주신화월드에 들어서는 특급호텔 메리어트(12월 개관 예정)와 서머셋의 파인다이닝부터 테마파크 분식메뉴까지 책임지고 있는 그를 9월 18일 제주에서 만났다. 
 
제주=송정 기자 song.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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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김 제주신화월드 F&B 디렉터. 조엘 로부숑과 고든 램지 등 프랑스와 미국의 주요 미쉐린 레스토랑에서 일했다. [사진 제주신화월드]

인테리어가 화려한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에서 새하얀 셰프 복장을 입고 있을 것이라고 막연히 예상했다. 헌데 제주신화월드에 도착해보니 안나 김 셰프는 먼지 가득한 공사장 한 가운데 있는 사무실에서 옷 소매를 걷어 부친 채 뛰어다니고 있었다. 신화테마파크 오픈을 2주 앞둔 터라 막바지 준비로 분주했기 때문이다. 인터뷰를 하는 2시간 동안에도 면담 요청이 줄을 이었다. 그의 결정을 기다리는 건 값비싼 파인 다이닝 코스 메뉴가 아니라 핫바와 팝콘 같은 대중적 메뉴 등이었다. 

 

여성 첫 특급호텔 총괄 셰프 안나 김
2016년 제주신화월드 푸드디렉터에
25년간 미국·유럽 유명 미쉐린 레스토랑 거쳐
"인생과 일의 균형 잡힌 삶 살고파"

 


 
질의 :파인 다이닝을 거쳐 럭셔리 크루즈호를 총괄하던 셰프가 핫바 같은 분식 메뉴를 구상하는 데 거부감은 없나
응답 :
제주신화월드에 9월말 개장한 '신화테마파크'. 안나 김 셰프는 테마파크의 핫바와 쿠키 같은 분식 메뉴도 맡았다. [사진 제주신화월드]

제주신화월드에 9월말 개장한 '신화테마파크'. 안나 김 셰프는 테마파크의 핫바와 쿠키 같은 분식 메뉴도 맡았다. [사진 제주신화월드]

“만약 내가 스무 살이나 서른 살이었다면 아마 하지 않았을 거다. 그 나이의 난 '요리'만 사랑했다. 하지만 지금은 요리를 대하는 '사람'을 사랑한다. 먹는 사람을 즐겁고 기쁘게 하는 요리라면 어떠한 요리라도 해야한다. 음식은 다양하다. 고난도의 기술이 필요한 요리, 쉽게 쓱쓱 만들 수 있는 요리, 시각적 아름다움이 있는 요리, 소박한 맛으로 기쁨을 주는 요리처럼 말이다. 모든 요리는 소중하다. 어제 값비싸 미쉐린 레스토랑에서 맛있게 먹었다고 오늘 먹는 저렴한 김치찌개 맛이 없는 건 아니니까. 셰프는 모든 고객에게 인상적인 요리를 해야한다.” 
질의 :어릴 적 꿈이 셰프였나.
응답 :
“전혀. 환경공학을 공부했다. 1991년 건축으로 전공을 바꿔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교 버클리(UC버클리)로 유학갔다. 넉넉한 형편이 아니라서 아르바이트를 해야 했는데 우연히 지중해음식점에서 일하게 됐다. 처음엔 돈이 목적이었는데 일하면서 천직이라고 느꼈다. 승진도 빨라 한 달 만에 매니저로 진급했다. 결국 학교를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요리에 뛰어들었다. 요리를 할수록 제대로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져 캘리포니아 컬리나리 아카데미(CCA)에 들어갔다. 까다로운 양고기 해체도 가장 빨리 마치는 등 학생 중에서 돋보였다. 선생님이 CCA와 교류협약을 맺은 세계 최고 요리학교인 르 꼬르동 블루 파리로 유학을 권했다. 그곳에서 퀴진(조리)과 패스트리(제과) 과정을 모두 수료했다.”
질의 :국내 최초의 여성 호텔 총괄셰프이자  여성 셰프 출신 임원(상무)이다. 그동안 여성이라 차별을 느낀 적은 없나.
응답 :
“다행히 없었다. 타고난 체력 덕분이다. 오히려 여성적인 덕목이 도움이 됐다. 바로 안정성이다. 남자는 어느 날 갑자기 욱하고 사고를 치기도 하지만 여성는 근무 태도가 일정하다. 요리도 섬세하다. 일하멶서 늘 부러웠던 건 성별이 아니라 시작하는 나이다. 유럽에선 10대에 이미 요리를 시작해 20대 초반에 수셰프에 오른다. 그에 비하면 나는 10년이나 늦었다. 물론 간절히 바랐던 공부인 만큼 누구보다 열심히 했다. 르 꼬르동 블루 재학 중 학교 대표로 요리 대회나 방송은 물론 프랑스 주재 한국대사관 행사 등에 참여했다. 오죽하면 별명이 국가대표였다. 덕분에 졸업과 동시에 미쉐린 레스토랑에서 스카우트 제의를 여럿 받았다. 파리 ‘라틀리에 드 조엘 로부숑’도 그중 하나였다. ”  
질의 :왜 조엘 로부숑을 택했나.  
응답 :
세계적인 스타 셰프 조엘 로부숑. 안나 김 셰프는 르 꼬르동 블루를 마친 후 파리 라틀리에 드 조엘 로부숑에서 일했다. [중앙포토]

세계적인 스타 셰프 조엘 로부숑. 안나 김 셰프는 르 꼬르동 블루를 마친 후 파리 라틀리에 드 조엘 로부숑에서 일했다. [중앙포토]

“미쉐린 레스토랑이지만 정통 프렌치가 아니라 컨템포러리(모던) 프렌치를 지향하는 곳이다. 정통보다 변화, 새로움을 추구한다. 2년 동안 패스트리 수셰프로 일하다 적극적으로 요구해서 퀴진으로 옮겼다. 정확한 계량이 필요한 패스트리 보다 개성이나 창의력을 키울 수 있는 요리가 적성에 맞았기 때문이다. 이후에 레스토랑 고를 때도 새로움을 중요하게 여겼다. '노부'에서 일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파리에서 일할 때 수셰프가 거의 일본 사람이더라. 다음은 일식을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미국으로 돌아가 '노부'를 택했다. 이곳 역시 정통 일식이 아니라 다양한 나라의 요리가 섞여 있다. 새로운 시도도 좋아한다. ”  
질의 :미쉐린 레스토랑에서 일하다 크루즈로 옮겼는데.  
응답 :
안나 김 셰프는이탈리아에 본사를 둔 코스타 크루즈의 아시아 개발 총괄 디렉터로 일했다. 사진은 잡지 싱가포르에서 발행한 '푸드앤와인' 아시아판에 난 기사. [사진 제주신화월드]

안나 김 셰프는이탈리아에 본사를 둔 코스타 크루즈의 아시아 개발 총괄 디렉터로 일했다. 사진은 잡지 싱가포르에서 발행한 '푸드앤와인' 아시아판에 난 기사. [사진 제주신화월드]

"2009년 LG주최로 태국에서 열린 세계요리대회에서 대회 심사위원을 맡았다. 이를 소개한 CNN 방송을 본 크루즈 회사에서 연락이 왔다. 아시아 시장의 가능성을 시험하기 위해 동양인이면서 다양한 나라의 요리에 익숙한 셰프를 찾고 있다면서. 
세계적인 셰프로 손꼽히는 고든 램지. 안나 김 셰프는 웨스트할리우드의 고든 램지 레스토랑에서 수셰프로 일했다. [중앙포토]

세계적인 셰프로 손꼽히는 고든 램지. 안나 김 셰프는 웨스트할리우드의 고든 램지 레스토랑에서 수셰프로 일했다. [중앙포토]

웨스트할리우드의 고든 램지 레스토랑에서 일하고 있을 때였는데 3주간의 크루즈 승선에 3000만원이 넘는 액수를 제시했다. 휴가를 내고 참여했다. 다행히 평가가 긍정적이어서 함께 일하자는 제안을 받고 아예 크루즈로 옮겼다. 크루즈는 육지 식당과 전혀 다르다. 하루에 많게는 6만인 분의 식사를 준비해야 한다. 주방 길이만 180m다. 기상 상황은 물론 승객의 종교나 직업에 따라 메뉴도 다르게 짠다. 4년 동안 190번의 크루징을 하면서 36개국 요리를 해야해서 많이 배울 수 있었다. "
 
질의 :25년 만에 한국에 돌아왔다. 서울이 아닌 제주도를 택한 이유가 있나.
응답 :
“사실 25년 동안 외국에서 지내며 한국이나 한국 음식이 그리웠던 적이 없다. 늘 새로운 것을 배우고 익히느라 바빴다. 그런데 4년 동안 크루즈에서 일하며 많이 지쳤다. 1년에 200일을 배 위에 있었다. 내가 탄 크루즈를 포함해 4개의 크루즈를 총괄하느라 하루 24시간 긴장상태였다. 기상 상황이나 엔진 등의 문제로 기항지가 바뀌거나 하면 메뉴 변경은 물론 여러 상황을 세심하게 챙겨야 한다. 쉴새 없이 메일과 전화가 온다. 전화기를 얼굴 위에 올려놓고 자야할 정도였다. 워낙 체력이 좋은 편이지만 이대로 가다가는 죽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지쳐있을 때 제주신화월드의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다. 크루즈를 타면서 제주도에 50번도 넘게 왔다. 배 문이 열리면 중국 사람들이 먼저 나가려고 입구가 인산인해였다. 어떤 매력이 있길래 그런지 궁금했다. 게다가 제주도는 지금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지 않나. ” 
질의 :제주도에서 1년을 어떻게 보냈나.
응답 :
안나 김 셰프는 서머셋 '더클럽하우스'에서 제주 식재료를 이용한 갈라디너를 선보였다. [사진 제주신화월드]

안나 김 셰프는 서머셋 '더클럽하우스'에서 제주 식재료를 이용한 갈라디너를 선보였다. [사진 제주신화월드]

“2017년 4월 제주신화월드 시설 중 서머셋이 먼저 오픈했다. 이곳 레스토랑과 제주신화월드의 전반적인 식음업장 컨셉트를 구상했다. 테마파크와 메리어트호텔이 잇따라 문을 여는데 모든 메뉴부터 인력 구성까지 내 몫이다. 눈코뜰새 없이 빠쁘게 지냈다. 주말엔 제주도 농장을 다니며 식재료를 익혔다. 크루즈에서 일하며 아시아와 유럽 36개국 요리를 했기 때문에 식재료는 누구보다 많이 안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산에서 나는 나물을 전혀 몰랐더라. 요즘 가장 재미있는 게 산나물이다. ” 
질의 :앞으로 목표는.
응답 :
파인 다이닝의 코스 요리는 사람에 따라 구성을 달리한다. 와인 갈라디너를 준비중인 안나 김 셰프. [사진 제주신화월드]

파인 다이닝의 코스 요리는 사람에 따라 구성을 달리한다. 와인 갈라디너를 준비중인 안나 김 셰프. [사진 제주신화월드]

 

 

“제주신화월드 하면 떠오로는 인상적인 메뉴를 만들고 싶다. 시장에서 먹었던 찰옥수수의 쫀득한 식감과 구수한 맛이 생각나 다시 그 시장을 찾아가듯 어떤 요리가 떠올라 사람들이 이곳을 다시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굳이 값비싼 요리일 필요는 없다. 내 인생의 균형을 맞춰나가는 것도 중요한 목표다. 예전에 스승으로 모셨던 한 프랑스 셰프가 '셰프일은 육체적으로 힘들고 시간을 많이 뺏기는데 성공한 셰프는 인생의 행복을 놓치지 않으면서 일과의 균형을 잘 잡은 사람이라는 걸 잊지 말라'고 했다. 나이가 들수록 그 말의 의미를 알 것 같다. 내가 제주도에 온 것도 같은 이유다. ”   



[출처: 중앙일보] "여자라 차별? 죽을만큼 일해서인지 그런 건 없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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