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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 일 중독 한국인에겐 재미난 옷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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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중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7-11-10 14:20 조회1,40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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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지스(HAZZYS)가 지난 9월말부터 2018년 1월까지 프랑스 파리에 팝업스토어를 열고 있다. 영국 분위기를 물씬 풍기던 국내 대표 트래디셔널 캐주얼 브랜드가 왜 한국을 떠나 런던도 아닌 파리에 간 것일까. 단순한 매장을 넘어 ‘아티스트 에디션’이라는 프로젝트 이름을 내걸고 진행한 이 팝업스토어에 어떤 의미가 담겼는지, 이 프로젝트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람단 투아미(43·Ramdane Touhami)를 직접 만나 물었다. 글·사진(파리)=서정민 기자 meantree@joongang.co.kr
 

‘헤지스 아티스트 에디션’ 협업한 람단 투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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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와 뜻밖의 감동’이 디자인 철학인 아티스트 람단 투아미는 인터뷰 촬영 포즈도 스스로 코믹하게 연출했다. 위쪽 남녀 일러스트도 투아미가 직접 그렸다.

헤지스가 ‘아티스트 에디션’ 팝업스토어를 연 곳은 패션과 예술의 거리인 프랑스 파리 마레지구다. 2007년 중국을 시작으로 대만·일본 등 주로 아시아 시장으로 영역을 넓혀온 헤지스가 세계적 브랜드로 도약하기 위해 마련한 글로벌 프로젝트다. 다양한 예술 분야에서 활동하는 글로벌 아티스트들이 헤지스의 로고나 심볼 등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을 만들어내는 협업 작업으로, 그 첫 번째 아티스트가 프랑스의 유명 아트 디렉터이자 화장품 브랜드 ‘불리(BULY) 1803’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람단 투아미다.
뉴욕과 파리, 도쿄를 오가며 활동하는 그는 헤지스 이전에 토즈 그룹 등 여러 럭셔리 브랜드나 프랑스 유명 백화점과 협업해온 인물이다. 아내 빅투아드타이악과 함께 론칭한 불리 1803은 쿠튀르(고급) 뷰티 브랜드로 유명하다. 19세기 프랑스 귀족 사이에서 ‘식초 화장수’로 인기 있었던 약사 장 뱅상 불리의 신비로운 레시피를 복원해 만든 럭셔리 뷰티 제품인데, 람단 투아미는 동서양의 아름다운 상징을 넣은 패키지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다.
2018 SS 파리패션위크가 한창인 9월 29일 마레지구 팝업 스토어에서 그를 직접 만났다. 이곳은 ‘생각하는 사람’의 조각가 로댕의 아뜰리에였던 곳으로, 투아미가 운영하는 불리 1803의 숍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 이번 ‘헤지스 아티스트 에디션’의 주제는.
“헤지스는 영국 스타일을 바탕으로 한 제품이고 지금까지 매스(대중) 마케팅만 해왔다. 하지만 나는 좀 더 창조적이고 프렌치 감성을 넣은 스몰 마케팅에 도전하면 어떨까 생각했다. 시각적 이미지를 좀 더 분명하게 설명한다면 ‘파리와 런던을 오가
는 여행자’를 위한 디자인에 중점을 뒀다.”
 
- 창조적이고 구체적인 프렌치 감성이라니.
“영국 스타일의 클래식한 감성에 프렌치 느낌의 유머를 더한 것이다. 가령 남성을 위한 보스톤 백에 웬 버튼이 이렇게 많을까 싶겠지만, 이 버튼을 모두 떼서 덮개를 걷어내면 전혀 다른 가방이 된다. 가방 커버로 장난을 약간 쳐본 거다.(웃음) 럭셔리 브랜드의 가방을 사면 대부분 그 가방을 보호하기 위한 파우치를 함께 주지않나. 나는 그 커버 파우치를 좋아해서 커버 자체를 아예 가방의 일부분으로 만든 것이다. 또 조끼에 턱시도 칼라를 달아서 재킷 위에 입으면 정장 느낌을 내도록 했다. 이 조끼 하나면 캐주얼과 비즈니스 정장의 경계를 마음대로 오갈 수 있다. 그 외에도 옷 여기저기에 작은 컬러 조각과 후크 등의 디테일을 덧대서 카우보이 옷 느낌도 내봤다.”
 
- 기존 헤지스보다 확실히 컬러가 밝고 화려해졌다.
“내가 원래 다양한 컬러를 즐긴다. 오늘 내 의상도 그렇지 않나. 한국 패션 시장은 컬러가 좀 많이 부족하다. 솔직히 놀라울 정도로 모노톤 일색이다. 5년 전부터 한국을 방문했는데 차들도 다 흰색·검정·회색, 거리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옷 색깔도 90%가 흰색·네이비·검정·회색이다. 심하게 말하면 한국은 색깔이 없는 나라처럼 느껴졌다. 일하고 일하고 또 일하고. 쉬지 않고 일에만 몰두하는 사람들의 옷차림 같다. 거기다 요즘은 북한의 핵 위협까지 더해져서 사람들이 행복하지 않다고 느껴졌다. 그래서 나는 컬러를 강하게 써서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즐기길 원했다.”
 
똑딱이 단추를 모두 열어 남색 커버를 벗겨내면 전혀 다른 흰색 가방을 연출할 수 있다.(사진 위) 람단 투아미와 헤지스가 협업한 ‘아티스트 에디션’ 남녀 의상들.

똑딱이 단추를 모두 열어 남색 커버를 벗겨내면 전혀 다른 흰색 가방을 연출할 수 있다.(사진 위) 람단 투아미와 헤지스가 협업한 ‘아티스트 에디션’ 남녀 의상들.

- 한국 브랜드가 유럽에 진출할 때 우선 필요한 것도 풍성한 컬러일까.
“솔직히 아직은 한국 문화를 다 이해했다고는 말할 수 없다. 다만 프랑스에 진출한 유명 디자이너 옷을 봐도 그 옷을 입은 사람의 웃는 얼굴이 떠오르지 않는다. 영화도 항상 어둡다. 미국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나라지만 그렇다고 미국적인 분위기는 아니다. 어쩌면 수많은 프랑스 사람들이 나 같이 느끼지 않을까. 꼭 컬러만이 아니라 한국은 외국에 진출할 때 좀 더 명확한 정체성이 필요하다. 한국 패션은 현재 글로벌 진출을 목적으로 너무 여러 나라에서 영감을 얻느라 자신의 정체성을 잃어버린 게 아닌가 싶다. 일본도 세계 여러 나라의 문화를카피하지만 누구도 쉽게 카피한 줄 모를 만큼 자기네 것으로 만들어버린다. 일본 고유의 DNA를 어디엔가 꼭 숨겨놓기 때문이다.”
 
- 컬러를 즐기는 일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습관이 돼야 한다. 물론 나처럼 타고 난 사람도 있지만.(웃음) 오늘 아침 옷장에서 옷을 고르고 조합하는 데 3초밖에 안 걸렸다. 파리와 도쿄, 모로코에 있는 우리 집은 실내가 컬러풀하다. 방마다 컬러로 꽉 차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는 컬러를 정말 사랑한다. 나에게 컬러는 새로운 것(디자인·서비스 등등)을 창조할 때 정말 중요한 요소다.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블랙 앤 화이트가 세상에서 제일 재미없는 조합이다. 한 마디로 꽝이다.”(웃음)
 
- 본인이 디자인한 옷만 입는다던데.
“거의 그렇다. 오늘은 예외적으로 친구가 만든 옷을 입었지만 보통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내가 직접 디자인해서 재단사에게 만들어달라고 부탁한 걸 입는다.”
 
-당신이 추구하는 주요한 요소는 뭔가.
“펀 앤 펀(fun and fun)! 인생은 순간이다. 사람들이 색깔과 재밌는 요소를 보고 즐기기 바란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말은 ‘와우(wow)!’다. 디자이너가 사람들에게 제공해야 하는 것은 ‘와우!’라는 말이 저절로 나올 수 있는 감동 아닐까. 숍의 문을 열고 들어왔을 때 손님들이 ‘와우’를 연발하면서 계속 기대감을 갖게 하는 곳이 진짜 재밌고 활기차고 에너지가 넘치는 매장이라고 생각한다. 솔직히 지금 디올이나 에르메스 매장에 가면 고객들이 몇 번이나 ‘와우’ 소리를 낼까. 시대와 장르를 막론하고 독창적인 전시물이 있는 박물관이나 전시회에 갔을 때 느낄 법한 감동을 내가 만든 숍과 제품에서 사람들이 느끼기를 바란다.”
 
-‘불리 1803’의 전 직원이 캘리그라피 서비스를 하는 것, 이런 걸 말하는가.
“맞다. ‘고객 감동’은 꼭 디자인뿐 아니라 서비스에도 해당되는 말이다. 불리에선 숍에 들어서면 캘리그라피를 하는 직원과 만나게 된다. 와우! 이런 곳에서 캘리그라피 아트를 보다니 와우! 불리에선 일단 들어서면 적어도 5번은 와우를 연발하게 된다. 자신할 수 있다. 지금 세대는 키보드만 사용하는 세대라 직접 펜을 들고 글씨를 쓰려고 하지 않는다. 이런 때일수록 손 글씨를 고수해야 한다는 생각에 시작한 서비스다. 우리 다음 세대는 정말 손 글씨를 아예 못 쓸지도 모른다. 상상이 안 가겠지만 안 하면 잊혀지기 마련이다.”
투아미는 아내와 함께 만든 뷰티 브랜드 ‘불리 1803’ 제품 패키징을 디자인한다. ‘19세기 판타지’가 컨셉트로, 그는 ’볼수록 행복해지는 그림“이라고 설명했다.

투아미는 아내와 함께 만든 뷰티 브랜드 ‘불리 1803’ 제품 패키징을 디자인한다. ‘19세기 판타지’가 컨셉트로, 그는 ’볼수록 행복해지는 그림“이라고 설명했다.

    
- 직접 패션 브랜드를 만들지 않는 이유는.
“흥미가 없다. 패션은 비슷비슷한 브랜드가 너무 많다. 그 시간에 불리에 집중하는 게 훨씬 재밌다. 아무도 따라하지 않으니까.”
 
- 독창적이라고 인정하는 브랜드가 있나.
“없다. 매 시즌마다 여기서 하나, 저기서 하나 좋은 거지. 90년대 패션에는 쿨과 펀이 존재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냥 세일즈만 존재할 뿐이다. 베트멍도 완전 지루하다. 마틴 마르지엘라의 분위기를 카피하고, 중국인을 위한 전략만 세우는 것 같아서. 독창적이라기보다 오히려 너무 지성적으로 느껴진다. 구찌도 오래된 벽지 입기를 반복하고 있다. 한 시즌 정도면 충분했는데, 이젠 좀 지루하다.”
 
- 그렇다면 당신이 직접 하는 불리의 패키징 디자인 컨셉트는 뭔가.
“컨셉트는 따로 없다. 내가 좋아하는 19세기의 판타지를 그릴 뿐이다. 보고 행복해지면 그걸로 만족이다. 화장실에 불리 제품을 놓아서 그 공간이 예뻐 보인다면 그것으로 행복하지 않은가. 나는 파리지앵이니까, 그게 파리 스타일이다.”

[출처: 중앙일보] [江南人流]일 중독 한국인에겐 재미난 옷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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