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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빙 | 사랑의 달, 11월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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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은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7-11-24 11:54 조회28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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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의 달, 11월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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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야! 눈을 뜨거라. 네 날이 밝았다.

어머니 널 안으시고, 아버지 널 어르시니 세상에 부러운 것 없단다.

 

너는 어느 날 문득 꿈을 꾸다 날아 온, 지구 저 편의 어린 천사

꾸벅꾸벅 졸다가 살짝 뜬 네 세상은, 온통 사랑과 애정으로 가득하단다.

 

너를 안은 순간, 환희의 눈물로 범벅이 된 네 아버지와 어머니

너는 지구상의 가장 아름다운 별에서, 향기로운 꽃으로 왔단다.

 

눈부신 햇살 맑은 웃음으로, 우리 너를 감싸리니

아이야! 온 누리의 빛이 되거라 사랑이 되거라.

 

  해오름 가족과 함께한 시간이 벌써 10년이 흘렀다. 어느 해 겨울 'Big Family Day' 잔치가 있던 날이 기억난다. 한국 입양인을 개개인으로 만나 한글 지도를 해온 일은 있으나 그룹으로 만나기는 처음이다. 처음이지만 낯설지 않았던 아가들의 맑은 웃음과 부모님들의 모습에서 무한한 사랑을 느꼈다. 우리의 아이들이 낯선 서양 부모님과 함께 극장 로비에 마련된 한국 문화 체험에 나서는 모습, 얼굴에 태극기 페인팅을 하고 준비된 한국 음식인 김밥, 김치, 잡채, 불고기 등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고 울컥하기도 했다. 사람의 DNA는 2대를 기억한다고 한다. 어머니의 어머니가 뿌리 내림한 그 음식 맛의 깊이가 아이들로부터 배어 나오는 순간을 나는 여전히 잊지 못한다.

 

  그 날 이후 한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가족들을 하나, 둘 모아 개별 방문지도에서 시작하여 오늘의 시간에 이르렀다. 입양인 월례 모임에서 현재 김현주 교감 선생님을 만나고 아들인 현수가 합류되고 6. 25 참전유공자회에서 사무실을 제공하면서 올챙이가 뒷다리를 내밀듯 작은 둥지를 틀었다. 한글 교육만을 위한 교육보다 아이들의 연령과 성격, 건강, 그리고 재능을 파악하여 그림에 재능이 있는 아이는 그림그리기를 통해 한글과 접목하였고, 음악을 좋아하는 아이는 노래로, 리듬으로, 때로는 전통 악기를 통해 뿌리 글자를 가르쳤다. 한국 음식 만들기를 통해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었고 그 때 나눈 정감은 동·서양의 문화를 하나로 꽃피우는 아름다운 소통의 계기가 되기도 했다. 한글 수업을 하는데 음식을 만들고 그림을 그리고 노래를 하고 한국 전래 놀이를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비효율적이라 생각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한글 교육보다 심리적 불안감을 이겨낼 수 있도록 정서적 안정과 사랑을 주는 것이라 여겼다.

 

  한국에서 온 자녀가 한국어를 배운다는 부모님의 기대와 관심이 다소 부담스러워 힘겨울 때도, 영어 능력이 부족해 부모님들의 속내를 다 알아 차리지 못해 미안하고 답답한 적도 많았다. 하지만 이중 언어에 능통하고 아이들에게 애정과 관심을 가진 아들과 아들이 소속한 천둥 멤버들이 합류하고 한인회와 노인회의 협조로 한인회관으로 자리를 옮기게 되었다. 좀 더 넓은 장소에서 아이들은 마음껏 뛰어 놀고 주방이 갖춰 있어서 부모들과 함께 한국 음식 문화를 가르치고 한솥밥을 먹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또한 한인회관은 아이들이 자라서 해오름을 떠났다가 돌아 올 연어의 고향이었다. 해오름의 가족들에게 아가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가지고 건강하고 아름답게 성장해 나가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한국에 대한 이해가 절실히 필요했다. 그래서 재외동포재단에 입양인만을 위한 특수목적으로 해오름한국문화학교로 등록하였다. 해오름한국문화학교 등록증이 나오던 날, 기쁜 나머지 제일 먼저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자기야!! 나 해오름한국문화학교 교장 됐어!! “

 “그 동안 수고 많았는데, 잘 됐네!! 울 마누라 파이팅!!”

 “에이 돈 못 버는 교장 샘이야!”

 “그건 내가 잘해, 당신은 그 일만 잘해요.”

  가슴 뭉클한 순간이었다. 해오름은 나름 우리 가족의 사랑 공동체가 되었다. 또한 한국의 보건복지부에서 해외입양인을 위한 사후 관리 지정 사업 단체로 4년 동안 선정되어 좀 더 적극적인 활동으로 지역 사회에 천천히 뿌리내려가게 되었다. 그 동안 해오름의 마중물이 되어 준 자원봉사자 선생님들과 10년을 함께 해온 해오름 가족과의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치고 지나간다. 한국어 말하기 대회에 나가 응급차에 실려 가면서까지 한국인의 끈기와 의지를 보여줬던 어린 데이빗의 모습은 가장 아름다운 해오름의 얼굴이었다.

 

  그간 한국의 전통 문화 공연과 한국의 국경일, 기념일 및 명절 행사에 참여하며 한인 커뮤니티와도 좋은 관계를 가져왔다. 함 들어가는 날, 전통혼례 및 폐백을 재현하면서 지역 어르신께 절을 올리고, 한복을 입고 추석 차례 상을 준비하여 차례를 지내고 커다란 양푼에 해보다, 달보다 더 크고 아름다운 비빔밥을 만들기도 했다. 봄맞이 가족 소풍 및 민속놀이, 바자회 마당은 얼마나 값진 경험이고 추억이었는지. 도자기의 날 방문한 김정홍 도예가 부부에게서 따뜻한 외할아버지, 외할머니와 같은 사랑을 흠뻑 받았다. 도자기를 만들고 마당 한 켠에서 먹은 체리향 입힌 삼겹살 맛을 어찌 잊겠는가! 가족의 의미를 되살려 한국의 여류작가들이 해오름 장학금기금마련 초대전도 가졌다. 작품 이외에도 손수 그림을 그리거나 수를 놓아 만든 작은 소품 등을 통해 한국 어머니의 가슴 뭉클한 사랑을 오인 오색의 오월, 다름과 같음을 통해 소통과 공감, 따스함을 함께 나눴다. 전시 마지막 날, 작가와 함께 한국 부채에 그림을 그리고, 감사한 마음을 한껏 날아오를 것 같은 춤으로 화답한 해오름 아이들의 맑은 웃음과 양부모님의 사랑으로 해오름은 한 번 더 호두알처럼 단단해졌다. 진주를 품은 아이들의 마음을 화폭에 담고 싶다는 작가의 말이 떠오르는 순간이다.

 

  매주 한국 음식 만들기 및 식사 체험을 통해 보여 준 자원봉사 선생님들의 사랑을 해오름 가족들은 기억한다. 대학생 자원봉사자 선생님들이 만들어 준 한국식 타코는 아가들부터 어른까지 손이 부끄러울 만큼 맛이 있었다. 새우, 상추, 양파, 파인애플, 토마토, 치즈, 닭고기, 돼지고기 김치볶음 등을 넣어서 싸먹은 타코는 해오름의 얼굴을 닮았다. 한솥밥을 먹고 서로를 배워가는 동안 우리는 닮아갔다. 말없는 공감과 평온, 그리고 더 이상 나눌 수 없을 만큼 함께한 사랑을 통해 세상이 얼마나 너르고 아름다운지. 서로가 서로에게 줄수록, 받을수록 기쁨과 사랑이 넘실되는 것을 느꼈다. 살아가는 일, 소통과 공감이었다.

 

  작년 해오름 가족대잔치에서는 성인이 된 입양인과 양부모와 함께 양육 자녀의 성장기에 겪는 어려움과 정체성 등을 함께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시간을 통해 성인이 된 입양인이 자랄 때 받았던 상처를 이제야 아가들의 양부모님과 털어 놓고 함께 위로하며, 양부모님 역시 아이들이 자라면서 느꼈을 어려움에 대해 서로 이해하게 된 소중한 시간이었다. 처음 낯선 공백을 양부모님들은 아이들과 해오름 프로그램에 참석해서 느꼈던 소감으로 자연스레 말문을 열었다. 한국어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한 해오름문화학교에서 한국의 생활문화, 언어문화, 정신문화를 배우고 익히는 동안 다른 입양 가족들과의 연결고리를 갖게 되었고, 부모님 역시 함께 참여하는 프로그램이라 가족으로서의 깊은 유대감 형성 및 자녀들의 정체성 함양과 더불어 모국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갖게 되었음을 토로했다. 특히 한국의 전통 사물놀이 시간을 통해 아이들에게 모국의 심장소리를 들려준 값진 선물이었다고 말하는 동안 참석한 우리 모두의 눈시울은 뜨거워졌다. 행사장에 마련된 해오름의 발자취를 담은 사진전과 아이들의 정성껏 만든 도자기전, 일 년 동안 익혀 온 웃다리풍물을 선보이고 한국 음식으로 차려진 점심을 먹는 동안 낯설움은 어느덧 익숙한 편안함으로 다가왔다.

 

“우리가 자라면서 이런 모임을 통해 한국에 대해 좀 더 알고 유대감을 갖게 되었다면 정말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합니다. 모두 입양이라는 같은 공감대를 가지고 있고, 지금 같은 이런 대화를 할 기회도 없었고. 정말 너무 좋고 감동스러워요..” 라던 성인 입양인의 말이 떠오른다. 

  “지금 부모님들이 아이들과 해오름에 함께 참여하는 것을 계속 해주는 게 가장 좋은 것 같아요. 그 이상 더 바랄나위 없이.. 천천히 생활처럼 한국 문화를 접하게 해 주는 것.. 아시안으로 백인 가정에서 겪는 문화적 충격으로, 자라면서 느낄 수 있는 눈초리를 혼동 없이 두 문화를 함께 이해하고 공유하며 한 가족으로 살아간다면 그 얼마나 아름답겠냐고..”

  성인이 된 입양인과 양부모님이 함께 나눈 자리, 어렵지만 풀어내지 못 하면 생애 마지막까지 내려놓지 못할 퍼즐 조각을 조심스레 꿰어 맞춘 시간이 눈부셨다. 땀땀이 조각보에 수놓인 형형색색 그 조화로움이 아픔다움의 시간을 뒤로 하고 문을 나설 때, 그 문은 이제까지 열지 못했던 생애의 첫 관문이자 열어야 할 마지막 관문이 되었으리라. 

 

  올해도 매년 참석하시는 특별 초대 손님이 오셨다. 팔순이 넘은 6 25 유공자회 어르신들께서 아가들의 잔치를 빛내고자 참석하셔서 천 불이 넘는 후원금을 정성을 모아 건네주셨다. 이우석 회장님은 축사를 통해 입양인으로 Billy Kim 목사님과  Pall Shin 미국 워싱턴 주 상원의원의 이야기를 통해 꿈을 키우라는 가슴 뭉클한 메시지를 전했다. 또한 입양의 어려움을 딛고 45세, 두 딸의 아버지가 된 메케이 킴은 가족 모두와 함께 참석하여 입양인에게 힘과 위로의 메시지를 나눴다. 킴은 메시지를 통해 자신이 어릴 때 이런 학교를 알았더라면 지금 네 삶이 많을 달랐을거라 토로하며 이렇게 많은, 나와 닮은 한국 친구를 사귀기는 처럼이라 설레임을 감추지 못했다. 두 딸에게 상처로 남을까 염려되어 마음에 담은 이야기를 다 할 수 없었지만, 아이들에게 애정과 관심을 갖고 함께 하고 싶은 바램을 전했다. 참여에 대한 감사의 메일을 받고 박은숙 교장선생님이 엄마였으면 좋겠다는 답장을 받고 나도 울음 섞인 웃음을 터트렸다. 메케이 킴을 통해 우리는 또 얼마나 커다란 울림으로, 사랑의 공동체로 남을까. 그 뿐인가! 연아마틴 상원의원으로부터 축하 메시지와, 총영사관 대표로 오신 김성구 경찰영사님의 투박한 영어가 달콤해지는 순간을 맛보았다. 학창시절 사물놀이를 한 적이 있다고 말해 따스한 공감을 불러 일으켰고, 식사 시간 내내 해오름 가족의 손이 되어 물병을 나르며 아버지와 같은 잔잔한 정을 쏟았다. 

 

  2017 한해 해오름 가족을 향한 사랑과 정성이 담긴 음식을 마련해 주신 이옥순 할머니, 행사 전 날 초대 손님의 선물로 만든 약식은 여느 행사에서 보지 못했던 따스함과 정성이 돋보였다. 수업 전 화장실 청소부터 잘고 궂은일을 마다 않고 항상 그 자리에 어울리는, 보이지 않는 자리매김으로  더욱 빛나는 김현주 교감선생님의 역할은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을게다. 어린 아가부터 부모님에 이르기까지 웃다리풍물 지도와 부모님 한글 지도 및 아이들에게 형과 같이 다정다감한 임현수, 특히 이번 해오름 잔치를 위해 해오름의 10년 시간을 잔잔한 영상으로 아름답게 추억하게 해 보는 이의 마음을 뜨겁게 달궜다, 소고춤, 아가들 한글 수업, 행사 준비 및 번역에 음악까지 담당하느라 애쓴 권미예, 김다형 선생님의 수고에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행사 전날 10명이 넘는 천둥 자원봉사자들과  교사진이 협력하여 회관의 화장실부터 강당의 먼지를 걷어내느랴 흘린 땀의 활약이 젊은 한인의 아름다운 선례로 오래도록 기억될 것 같다. 이번 해오름 잔치는 교사간의 맡은 바 역할에 최선을 다해 협력과 단결된 아름다움이 돋보이는 멋진 행사였다. 자원봉사자들의 수고와 열정에 감사하고 또 감사하고 싶은 날, 울컥한 심정은 무엇일까. 올해 참 아름다운 시간이었는데, 여러 가족이 사정으로 인해 많이 참석하지 못해서 아쉬움이 남았다. 함께 하지 못한 아쉬움과 미안함을 다음 주에 있을 한글학교 발표회를 통해 유감없이 쏟아 붓겠다고 하니 그 날을 기대하며 10년의 시간에 또 태엽을 감는다. 

 

2017 11 21 해오름한마음대잔치를 마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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