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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문예정원] 행간 (行間)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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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종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8-02-19 09:44 조회5,43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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灘川 이종학/ 캐나다 한국문협 고문 

 

행간(行間)의 사전적 의미는 글의 줄(행)과 줄(행) 사이를 말한다. 인쇄물에서 조판된 문장들의 행과 행 사이의 공백 부분이다. 책을 출판하려면 기본적으로 조판체제(組版體制)를 따라야 한다. 책의 크기(版型), 페이지 수에 따라서 글꼴, 장평, 글자 크기, 문장 한 행의 글자 수, 줄 간격(행간)의 정도, 한 페이지에 몇 행을 조판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일이다. 그 밖에도 어간(語間, 띄어쓰기), 자간의 너비 또한 결정한다. 여기에서 행간은 특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책의 형태와 글자의 크기에 따라 조절하고 책의 내용과 독자 편의 등도 크게 작용함은 물론이다. 아동도서나 노인도서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행간을 읽으라는 말은 글에 직접 드러난 내용이 아니라 글속에 숨겨진 속뜻을 읽으라는 주문이다. 그래서 신문이나 책을 읽을 때 그 숨겨진 뜻을 찾으라면서 행간을 읽으라고 권고한다. 일본 속담도 쓰여 있지 않은 의미를 쓰여 있는 글자로부터 이해하거나 연상하는 독서 능력을 예로 들었다. 행간은 비었지만, 작가가 그 행간에 무엇을 의도하고 있는지 정확하게 읽어 내는가에 따라 독서 능력을 평가한다. 나열된 단어로만 편집된 한 권의 책에 빠지는 독서삼매경에 만족할 게 아니라 숨겨진 행간의 깊은 의미를 찾아내어 되짚어보면서 읽는 독서 방법을 선호한다. 사람을 멈추게 해서 주의를 기울이게 하는 강한 충격을 갖는 문학의 경우 특히 그렇다고 한다. 특히 시에서는 시행(詩行) 못지 않게 행간을 중요시한다. 한편 독자는 ‘사이’를 읽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대신 이 작품이 보여 주는 구조로써 작품이 지닌 형식과 내용의 상관성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이다. 무언 수행 같은 기호(記號)가 ‘사이’의 본성이라고 지적한다. 

공산품은 규정대로 제작해야 하지만, 글은 그렇지가 않다. 글의 주제나 내용은 정해졌어도 그에 이르는 과정은 쓰는 이에 따라 다르다. 그래서 글의 행간에 어딘지 지나칠 수 없는 냄새가 나기 마련이다. 문장의 진의를 보충하려는 냄새 같기도 하고 또 다른 정서표현의 냄새일 수도 있다. 이런 행간의 냄새를 찾아 읽는다. 쓴 사람의 의도에 따라 정확하게 읽어야 한다. 오독(誤讀)하는 일은 절대 금한다. 지나치게 선입견적이거나 자기중심적으로 읽었을 때 오는 반대급부는 큰 파장이 된다. 행간을 읽는 자유는 독자에게 주어진다. 그래서 행간은 독자만이 읽을 수 있다. 행간을 읽는다는 것은 그림 찾기나 보물 찾기와 는 다르다. 문장에서 강조한 내용이나 독자의 이해를 도우려는 의도 그 이상을 행간에서 구하려는 독서는 무리수이다. 

독자는 작가의 의도를 오독할 권리가 있다고 한다. 이 말은 책을 읽고 자신의 의도대로 해석하고 이해하라는 게 아니라 필자의 작의(作意)를 행이든 행간이든 바로 읽고 이해하고 나서 자신만의 고유한 사유와 유추의 본령인 평론적인 독후감은 당연히 독자의 몫이라는 주장이다. 바로 독서의 바른 자세이다. 평면적이고 입체적인 다양한 독서를 권장하는 의도이기도 하다. 우리는 성경의 경우를 다시 주목해 보자. 인류의 영원한 베스트셀러인 성경은 행간 곳곳에 내재한 천고 불멸의 진리를 파악하지 못하면 제대로 신앙고백을 할 수 없다. 성경 행간에 적어도 만 권 이상의 책이 집약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창조적 시각으로 성경의 행간을 읽으라고 지적한다. 이렇듯 위대한 성경의 행간을 만일 인간이 의도적으로 오독했을 때 오는 재앙은 상상을 초월한다. 이단적의 행태가 인류를 허무는 예를 우리는 너무나 자주 보고 있다. 

말에도 행간이 있다. 이 행간은 말과 말 사이가 아니라 말 속에 들어가 있다. ‘언외(言外)의 말‘에서’말‘이 바로 행간이다. 전하고자 하는 말의 뜻을 의도적으로 강요하거나 에둘러 말하는 것이 아니라 강조하는 오묘한 화법이다. 잔소리 같은 부언(附言)이 없어도 그 이상의 메시지를 촌절살인(寸鐵殺人)하듯 전달하는 힘을 가진다. 바로 행간의 위력이다. 이와 비슷하다고 여기기 쉬운 말에 언중유골, 계란유골, 담언미중과 같은 고사성어가 있다. 이 말들은 행간인 듯싶지만 사실은 말 속의 말이다. 언외의 말과는 달리 직설적 표현이 아니라 우회적이며 완곡한 말로 상대의 급소를 찌르는 말들이다. 우리 속담에도 취중에 진담이니, 농담 속에 진담이니 하는 비유적이거나 함축적인 꼼수를 꾀한다. 그래서 이들 고사성어나 속담의 대부분은 부정적이다. 상대의 입장을 고려하는 척하면서 오히려 미혹과 불안을 부추기는 대화법이다. 솔직하게 털어놓고 서로의 의중을 공개함으로써 의혹과 오해를 해명할 기회가 생기고 그래서 이해와 소통을 이루는 계기가 되는 길을 막고 만다. 

공자는 언불진의(言不眞意)라고 했다. 말로는 뜻을 다 전달할 수 없다는 교훈이다. 언어는 의미를 전달하는 수단일 뿐 목적이 아니라는 동양적 사고를 우리는 아직도 중요시하는 편이다. 말하기보다 듣기를 중히 여기라고 배웠다. 말하기 중심교육을 강조하는 서양과 다른 점이다. 그래서 언중유골 같은 말들이 혼란을 부채질한다. 우리는 “누가 그러는데......했다더라.” “누군지 잘 모르지만 잘못한 짓이다.”라는 식으로 연막을 피우며 애매모호한 말이 활짝 열린 세상에서 왜 필요한가? 더구나 내심 바로 너라고, 짐작하는 사람 앞에서 천연덕스럽게 딴청을 부린다. 사실규명에 나설 경우 재빨리 발을 뺄 심산이라면 아예 입을 다물어야 옳다. 유언비어와 모함이 난무하는 소위이다. 글도 말도 그 행간을 읽어야 하되 정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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