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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김언호의 세계 책방 기행] 베이징 단향공간(單向空間)…제3세대 서점, 청년들의 치열한 담론장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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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redbear300 작성일15-06-13 08:43 조회9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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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적 사고와 젊은 분위기 강조 
젊은이들이 가장 주목하는 책방 
지식 네트워크로 문화공간 만들어 
쉬즈위안 대표는 자유주의 논객 
자금 쪼들리자 벤처 투자 받기도

 

 

외진 차오양구의 중국사회과학원 옛 숙소에 단향공간이 자리잡고 있다.



“우리는 세계를 읽는다.”

베이징 시 차오양(朝陽)구, 담쟁이 덩굴로 뒤덮인 중국사회과학원의 옛 숙소에 문을 연 서점 단향공간(單向空間)이 내세우는 지향이다. 2006년 쉬즈위안(許知遠), 우샤오보(吳?波), 위웨이(于威), 장판(張帆) 등 언론?출판계에서 일하던 젊은 지식인 13명이 5만 위안씩 모아 만든 단향가(單向街)서점은 그해 ‘우수 소형서점’으로 뽑혔다. 발터 벤야민을 좋아하는 서점동인들이 벤야민의 저작 『일방통행로』(One Way Street)에서 서점이름을 따왔다.

서점에 들어서면 여느 중국서점과는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 벤야민·카뮈·츠바이크 등 세계의 문예사·사상사를 빛내는 저자들의 사진이 벽에 걸려 있다. 자유분방한 분위기의 카페와 책방이 함께 있다. 창립 10년도 안 된 단향공간은 오늘의 중국 젊은이들이 가장 주목하고 선호하는 서점이 되었다.
 

서점 현관에 붙어 있는 ‘카뮈 문학의 밤’을 알리는 포스터



당초 13명의 동인들은 책 읽는 공간, 모여서 담론하는 공간으로 서점을 열었다. 수익 같은 것은 이들의 목표가 아니었다. 서점도 비상업지역의 외진 곳인 차오양구에 있다. 창업자들의 순수함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아무 광고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매주 열리는 지적·문화적 살롱 행사는 인터넷을 통해 급속하게 알려졌다. ‘입소문 광고’였다. 네티즌의 평판으로 서점의 존재를 각인시키는 것이다. 인문적 소양이 높은 젊은 화이트칼라와 대학생들이 주 고객이다. 단향가의 독특한 인문노선이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개성을 추구하는 젊은 세대에게 먹혀든 것이다. 

주말마다 열리는 문화살롱

대학생들이 운영하는 블로그에 단향가의 살롱 뉴스가 활발하게 올랐다. 지방에서 베이징을 방문하는 젊은이들이 으레 들르는 문화공간이 되었다. 타이완과 홍콩에서도 찾아온다. 

주말마다 무료로 열리는 문화살롱에 초대되는 지식인·학자·작가·예술가들이 오늘의 중국사회가 당면한 현실을 얘기한다. ‘다원적·개방적 교류와 대화’가 단향공간이 기획하는 살롱의 목표다. 지금까지 700여 회의 살롱을 개최했고, 매회 50명에서 200명이 참가한다. 살롱의 누적 참가자가 10만 명을 넘어섰다. 베이징의 선진적인 언론인·출판인·교사·대학생들이 단향공간에 출입한다. 서점이 또 하나의 정신과 사상과 이론을 창출해내는 매체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살롱의 형식도 다채롭다. 강연회와 저자 사인회가 열린다. 시 낭독회와 음악회가 열린다. 연극이 공연되며 다큐영화가 상영된다. 좁은 공간에서 서로의 숨소리를 느끼면서 대화하고 생각을 교류한다. 초대되는 지식인, 작가, 예술가, 연구자들의 면면에서 오늘날 중국 지식사회의 인문?예술 정신을 관찰할 수 있다.

2012년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모옌(莫言)과 2006년 베니스영화제 금사자상을 수상한 영화감독 자장커(賈樟柯)가 초대되었다. 홍콩의 작가이자 방송인인 마자휘(馬家?)와 량원다오(梁文道)가 출연했다. 시인 시촨(西川)과 작가 위화(余華), 음악가이자 연기자인 톈위안(田原), 연극연출가 톈친신(田沁?), 작가 장다춘(張大春)과 장웨란(張悅然), 정치학자 장밍(張鳴)도 초대 인사였다. 일본의 원로시인으로 2013년 파주북소리에 초청되기도 한 다니가와 슌타로(谷川俊太郞), 미국 작가 빌 포터(Bill Poter), 영국 작가 윈터슨(J. Winterson)과의 대화가 진행되었다. 

창립동인들의 네트워크
 

단양공간의 대표 쉬즈위안. 10여 권의 책을 써낸 저술가이기도 하다.

이렇게 다양한 지식인·예술가·학자들을 동원해내는 기획의 힘이 놀랍다. 쉬즈위안 등 핵심멤버들의 지성과 문제의식, 그 네트워크가 서점 단향공간의 위상과 역량을 창출해내고 있다. 대표를 맡고 있는 쉬즈위안은 오늘의 중국 젊은이들에게 자유로운 정신을 심는 가장 강력한 논객이기도 하다.

1976년생으로 싼롄서점에서 펴내는 잡지 『생활』에 근무한 바 있는 쉬즈위안은 이미 10여 권을 저술했다. 지금은 전 3권의 『량치차오(梁啓超) 평전』을 집필하고 있다. 한국의 개혁가 김옥균도 논의된다고 한다. 『극권(極權)의 유혹』은 『독재의 유혹: 한 지식인의 중국 깊이 읽기』란 제목으로 한국에서 간행되었다. “중국은 지금 독재와 자본의 유혹에 빠져 있다”고 단언하는 쉬즈위안의 문제의식은 거침이 없다. 

“우리에겐 암흑을 폭로하는 기자, 정의감에 불타는 변호사, 사회적 양심을 지닌 경제인, 개혁 추진을 원하는 관리, 존경받을 만한 비정부조직이 필요하다.”

쉬즈위안은 『항쟁자』를 비롯한 자신의 책을 대륙에서 펴내지 못해 타이완이나 홍콩에서 내기도 했다. 우샤오보도 『역대경제변혁득실』과 『중국상인 2천 년』 등 주목받는 책을 펴냈다. 장판은 연기자이자 연극연출가다. 독일에 유학한 위웨이는 인터넷 신문 웨이자이트(Weizeit)의 대표다. 이들의 문제의식과 네트워크가 중국사회에 새로운 담론문화의 모델을 창출해내는 힘이다.

순수 지식인들에게 서점 경영은 녹록한 일이 아닐 것이다. 쉬즈위안은 대표를 맡고는 있지만 비즈니스맨이라고는 전혀 생각되지 않는 풍모다.
“우리는 책과 독서라는 순수한 일이 상업적인 현실과 충돌된다는 사실을 서점을 하면서 차츰 알게 되었습니다.” 

“단향가를 구원하자”는 독자들의 운동

창립자들은 매년 10여만 위안의 결손을 메꾸어야 했다. 직원들 급여조차 제대로 지불하지 못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런 고통을 누구에게 말할 수도 없었습니다. 모두가 열정으로 뭉쳤지만, 현실은 열정으로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1000명이 10만 위안을 모아 단향가를 후원하자는 독자들의 운동이 일어났다. 하루 만에 23만 위안이 모였다. 2013년 말에는 벤처캐피털 회사인 즈신자본(摯信資本)이 1000만 달러를 투자했다. 
 

서점과 카페가 함께 있어 서점의 책을 마음대로 볼 수 있게 했다.



2014년에는 서점 이름을 ‘단향가서점’에서 ‘단향공간’으로 바꾸었다. 서점 개념도 확장되었다. 문화예술 상품을 개발하고 카페 기능도 강화했다. 온라인으로 책뿐 아니라 아이디어 상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분점이 늘어나 서점이 셋이 되었다.

벤처자금이 투입되면서 핵심 창업자들은 경영에 전념하는 체제를 구축했다. 자기 일 하면서 서점을 경영해왔지만 이제 본격적으로 나서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직원도 90여 명으로 늘어났다. 단향공간은 서점을 중심으로 하는 다원적 문화상품 공간으로 확장된 것이다. 

“우리는 오프라인 서점에서 온?오프 라인이 결합된 문화공간을 만들려고 합니다. 오프라인에서는 살롱 활동을 펼치고 온라인에서는 우수한 문화플랫폼을 만들려고 합니다.”

서점은 이미 100만 명 이상의 팬을 확보하고 있고, 이를 바탕으로 여러 출판사와 협력하고 있다. 쉬즈위안은 ‘단독’(單讀)이라는 팟캐스트를 운영하는데, 20여 분 방송에 십만 명이 접속한다.

“서점이 기왕에 해 왔던 기능을 온라인으로 확장합니다. 지난 몇 년 동안 민영 오프라인 서점은 몰락기에 접어들었습니다. 살아남은 서점은 변신을 시도했습니다. 예컨대 카페와 문화상품으로 영역을 넓히는 것입니다.”

창립자들은 당초 파리의 명물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와 샌프란시스코의 랜드마크 서점 ‘시티 라이트’ 같은 걸 생각했다. 베이징에도 시대정신이 살아 있는 책방을 만들어보자는 것이었다. 

12시간 쉬지 않고 책 읽는 행사도 진행한다. 저녁 8시에 모여 다음 날 아침 8시까지 같이 책을 읽는다. 200여 명씩 참여한다.
“저자?작가들도 참여합니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행사를 알립니다. 우리는 공동체성 같은 걸 의도합니다.” 

“좌절하면서 역사는 다시 일어선다”

한국을 두 차례 방문한 적이 있는 쉬즈위안은 두 달에 한 번씩 펴내는 잡지 『단독』(單讀)의 주편을 맡고 있다. 광시사범대학출판사와 단향공간이 공동으로 펴내는 이 잡지는 문학?예술?사회비평을 다룬다. 2014년 7월에 펴낸 『단독』 제6호의 주제는 ‘떠남과 돌아옴’이다.

“역사의 기조는 좌절이다. 좌절은 상상을 자극한다.”

쉬즈위안은 광시사범대학이 펴내는 『동방역사평론』의 주편도 맡고 있다. 2개월에 한 권씩 펴내고 싶지만 5개월에 한 권씩 펴내게 되는 『동방역사평론』은 매호 특집으로 꾸며진다. 2013년 5월에 펴낸 제1호는 '공화제는 왜 실패했는가: 1913년으로 돌아가서'를 다뤘다. 1913년 신해혁명에 대한 반성적 고찰이다. 제3호 특집은 '역사의 새로운 목소리: 중국의 걸출한 청년 역사학자들'이었고, 제5호 특집은 '미얀마'였는데 정부에서 허가하지 않아 펴내지 못했다.

“1980년대의 한국을 특집으로 꾸며보고 싶습니다. 1980년대 한국의 민주화운동과 그 성과를 우리는 높게 평가합니다.”

단향공간은 중국 서점정신사에서 제3세대라고 할 수 있다. 전통적이고 정통적인 싼롄서점이 제1세대라면 류수리 등이 운영하는 민간서점 만성서원(萬聖書園)이 제2세대다. 쉬즈위안은 대학 시절에 만성서원을 열심히 들락거렸다. 만성서원의 창립자 류수리(劉蘇利)와는 15년 차이다.

2004년 싼롄서점의 사장 겸 총편집장 왕지셴(汪季賢)이 퇴진하면서 서점을 맡아 싼롄의 새로운 시대를 연 둥슈위(董秀玉)는 쉬즈위안에겐 ‘큰누님’(Big Sister)이다. 베이징대학 선배이기도 한 류수리는 쉬즈위안에게 ‘독서란 무엇인가’를 가르쳐주었다. 둥슈위는 ‘출판이란 무엇인가’를 가르쳐주었다.

“우리는 둥슈위의 문도(文徒)입니다.”

2005년부터 나는 둥슈위 선생 등과 함께 동아시아출판인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중국?일본?타이완?홍콩?한국의 인문학 출판인들이 책으로 소통하는 동아시아, 책으로 동아시아를 함께 탐구하는 프로그램이다. 둥슈위 선생은 동아시아 출판인들이 함께 운영하는 파주북어워드(Paju Book Award)의 대표위원으로도 참여하고 있다.

김언호 한길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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