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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 ‘대통령 파면’ TV로 본 박근혜, 사저로 이동 않고 침묵

관리자 기자 입력17-03-10 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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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은 10일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 결정에 대해 아무런 입장을 내지 않았다. 청와대에서 나오지도 않았다.
 
이날 오후 청와대 관계자는 “삼성동 사저 상황 때문에 박 전 대통령이 오늘은 이동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삼성동 사저를 4년간 비워놓았기 때문에 보일러 수리 공사 등을 위해 시간이 필요하단 얘기가 나왔다. 한 참모는 “사저 수리는 금방 끝나기 때문에 하루 이틀 내로 사저에 복귀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또 이날 오후 청와대 주변이 탄핵 찬성·반대 집회에 휩싸여 극도로 혼란스러웠기 때문에 사저 이동을 늦춘 건 경호상의 고려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박 전 대통령이 최소한의 대국민 메시지조차 내지 않은 것을 두고 정치권에선 “탄핵 결정에 대해 불만을 우회적으로 표시한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한국당 조원진 면담 요청도 거절해

청와대 직원들이 10일 서울 삼성동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로 짐을 옮기고 있다. 상자에 ‘한아세안 6030 8대(A급)’ 표시가 보인다. [사진 임현동 기자]

박 전 대통령은 헌재 선고 뒤 관저에서 한광옥 비서실장 등 참모들을 만났으나 “드릴 말씀이 없다”며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에 앞서 한 실장은 수석비서관들과 회의를 열어 향후 대책과 대국민 메시지 등을 논의했지만 정작 박 전 대통령이 침묵을 지키면서 결론을 내지 못했다고 한다. 한 참모는 박 전 대통령이 메시지를 내지 않은 이유에 대해 “박 전 대통령은 정치적으로 사형선고를 받은 셈인데 사형수에게 메시지까지 재촉하는 건 너무 가혹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관저에서 헌재의 탄핵심판 선고 장면을 TV로 지켜봤다고 한다.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파면을 선언했을 때 박 전 대통령이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는 알려진 게 없다. 하지만 적어도 재판관 8명이 전원일치로 결론을 내린 대목에 대해선 박 전 대통령이 깊은 충격을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청와대 참모들과 박 전 대통령 변호인단에선 “재판관 중 일부는 분명히 기각이나 각하 의견을 낼 것”이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날 오후 1시쯤 탄핵반대 집회에 활발히 참석해 온 자유한국당 조원진 의원이 위로차 청와대를 방문했지만 박 전 대통령은 면담을 거절했다. 박 전 대통령의 심리 상태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청와대 참모진도 침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이 대행이 결정문을 읽는 과정에서 초반에 공무원 임면권 남용, 언론자유 침해 문제, 세월호 문제 등에 대해 탄핵 사유가 없다는 취지로 발언하자 한때 청와대 참모들 사이에선 기대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기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후반부에 이 대행이 단호한 어조로 ‘최순실 국정 농단’의 책임이 박 전 대통령에게 있다고 지적하면서 탄핵안을 인용하자 청와대에선 탄식이 터져나왔다. 한 관계자는 “헌재가 검찰의 공소장을 그대로 인용한 건 애초부터 미리 결론을 내려놓고 몰아가기식 정치 재판을 했다는 의미”라며 “이번 탄핵 결정은 앞으로 두고 두고 큰 후유증을 남길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9일 국회에서 탄핵안이 통과된 이후 사실상 관저에서 유폐 생활을 해 왔다. 지난 1월 1일 전격적으로 기자간담회를 열어 자신의 결백함을 주장한 것과, 1월 25일 정규재TV와 인터뷰를 한 것을 제외하면 언론 접촉도 거의 없었다. 박 전 대통령이 삼성동 사저에 복귀하더라도 대외 활동을 활발히 하긴 힘든 형편이다. 게다가 사법적 문제는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대통령직에서 물러나면서 형사상 불소추 특권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검찰이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조만간 박 전 대통령을 겨냥할 태세여서 박 전 대통령은 앞으로 법적 대응책 마련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글=김정하 기자 wormhole@joongang.co.kr
사진=임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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