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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 헤어롤 2개 단 채 출근 ‘국민 화제’된 이정미 대행

한국중앙일보 기자 입력17-03-10 0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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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오른쪽)이 10일 오전 헌법재판소로 출근하고 있다. 이 권한대행의 머리 위에 분홍색 헤어롤(원 안)이 보인다. [사진 우상조 기자]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오른쪽)이 10일 오전 헌법재판소로 출근하고 있다. 이 권한대행의 머리 위에 분홍색 헤어롤(원 안)이 보인다. [사진 우상조 기자]

10일 오전 7시50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검은색 에쿠스 한 대가 들어섰다. 차문이 열리고 카메라 플래시 세례가 이어졌다. 이정미(55)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었다.
 
그는 말없이 취재진을 향해 목례를 하곤 바삐 걸음을 옮겼다. 불과 열 발짝 남짓한 사이 사복경찰에 에워싸인 그의 모습은 취재진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얼마 뒤 ‘이 권한대행의 출근길’이란 사진 한 장이 화제에 올랐다. 분홍색 헤어롤 두 개가 뒷머리에 매달려 있는 사진이었다. 한 법조인은 “대통령 탄핵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건 선고를 앞두고 긴장한 나머지 실수한 것 같다”며 “인간적인 모습으로 국민들로부터 공감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이 권한대행은 지난 1월 31일 박한철 전 헌재소장이 퇴임한 뒤 소장 권한대행에 선출됐다. 헌정 사상 두 번째 대통령 탄핵심판이란 중차대한 상황에서 그것도 ‘8인 체제’의 비상 헌재를 이끌어왔다. 이 권한대행은 극렬한 대립이 벌어진 탄핵 찬반 여론 속에 살해 위협까지 받으면서도 흔들림 없이 심리를 진행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권한대행과 함께 근무했던 한 법관은 그를 ‘외유내강(外柔內剛)’형 인물로 평가했다. “외부로 밝히지 않을 뿐 자기 생각이 분명한 사람으로 온건하고 합리적인 사람”이라는 것이다. 지난 석 달간 대통령 탄핵 재판 과정 중에서도 그런 면모가 드러났다. 재판 과정에서 박근혜 대통령 대리인 김평우 변호사로부터 “왜 헌법재판관씩이나 하느냐”는 막말을 들었지만 법정 퇴장으로 응했다. 또 다른 법조인은 “이 권한대행이 여성이고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임명된 이용훈 전 대법원장이 임명했단 이유로 중도진보로 평가받기도 하지만 법리에 충실하고 합리성을 중시하는 전형적인 법관”이라고 평했다.
 
이 권한대행이 처음부터 법관의 길을 꿈꾼 것은 아니었다. 경남 마산여고 출신인 그는 수학선생님을 꿈꿨지만 고3 시절이던 1979년 법관으로 진로를 바꿨다. 그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집 근처에서 과격한 시위가 일어났다. 어떤 방향이 사회가 올바로 가는 길일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고려대 법학과에 진학한 이 권한대행은 84년 사법시험(제26회)에 합격했다. 그의 연수원 동기는 “말수가 적고 착실한 친구”라고 회상했다. 당시 별명은 ‘소외(訴外) 이정미’. 소외는 소송에서 소송 당사자인 원고와 피고가 아닌 제3자를 뜻하는 법률 용어다. 연수원 교수들은 늘 말없이 공부만 하는 공부벌레 이 권한대행에게 재미삼아 이런 호(號)를 붙였다.
 
법관으로서 최고 영예인 헌법재판관까지 올랐지만 여성으로서의 삶은 여느 ‘일하는 엄마’와 다를 바 없었다. 한 동료 법관은 2010년 이 권한대행이 부산고등법원 부장판사로 승진했을 때 축하전화를 걸었더니 “사표를 냈어야 했나 보다”고 말하는 것을 듣고 놀랐다고 했다.
 
이 권한대행은 당시 중학생 자녀 둘을 키우고 있었는데 한참 엄마손이 필요할 때 지방으로 내려가야 하니 판사직을 내놔야 하나라는 고민이 되더라는 것이다. 이 권한대행은 사표를 내는 대신 주말마다 비행기로 서울을 오가며 아이들을 보살폈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데 어려웠다. 늘 보따리를 들고 다녔다. 애들이 자면 일을 하고, 아니면 새벽에 일어나서 일을 했다. 잠은 짬짬이 잤다”고 말했다.
 
가수 윤종신 “헤어롤, 짠하고 뭉클”
 
헌재의 탄핵 결정 후 전여옥 전 국회의원은 블로그에 “뒷머리에 클립을 하고 출근하는 장면. 이것이 바로 일하는 여성의 진짜 모습”이라며 “이정미 권한대행에게 감사드린다”고 했다. 가수 윤종신씨는 인스타그램에 “이 모습이 얼마나 짠하고 뭉클했는지, 재판관님들 그동안 너무 고생하셨고 상식과 우리 모두를 위한 이 아름다운 실수를 잊지 못할 겁니다”라고 글을 올렸다. 이 권한대행은 오는 13일 30년간의 법관 생활을 마친다.
 
글=김현예·윤호진 기자 hykim@joongang.co.kr
사진=우상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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