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침줄 빼곡한 조서 … ‘7시간 검토’ 검찰도 예상 못했다 > 밴쿠버 중앙일보 뉴스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밴쿠버 중앙일보 뉴스

한국 | 고침줄 빼곡한 조서 … ‘7시간 검토’ 검찰도 예상 못했다

한국중앙일보 기자 입력17-03-22 02:33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본문

박근혜 전 대통령이 22일 오전 검찰 조사를 받고 귀가하면서 삼성동 자택 앞에 마중 나온 자유한국당 서청원 의원의 부인인 이선화씨, 최경환·윤상현 의원(오른쪽부터)과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 전민규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이 22일 오전 검찰 조사를 받고 귀가하면서 삼성동 자택 앞에 마중 나온 자유한국당 서청원 의원의 부인인 이선화씨, 최경환·윤상현 의원(오른쪽부터)과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 전민규 기자]

22일 오전 6시55분에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청사를 나선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에 앞서 약 7시간20분 동안 피의자 신문조서를 읽고 수정을 요구했다. 약 14시간 동안 진행된 검사의 신문 뒤에 벌어진 상황이었다. 통상 피의자와 변호인의 조서 검토는 길어야 3시간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9년 대검 중앙수사부의 소환조사를 받았을 때도 검토 시간은 그 정도였다. 박 전 대통령이 뇌물수수 등 13개에 이르는 혐의 때문에 200개가 넘는 질문을 받았다 해도 이례적인 일이다.
 
검찰 측도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노승권 서울중앙지검 1차장 검사는 22일 “(박 전 대통령이) 성격이 아주 신중하고 꼼꼼한 분인 것 같다. 조서에 문답이 있으니 하나하나 꼼꼼하고 세밀하게 본 것 같다”고 말했다. ‘꼼꼼’이라는 단어를 두 차례 언급했다.
 
박 전 대통령의 혐의 13개는 대부분 ‘공모’와 관련돼 있다. 최순실씨,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 등은 “박 전 대통령의 지시였다”고 일관되게 진술 중이다. 안 전 수석의 수첩 56권, 정 전 비서관의 휴대전화 녹음파일 등 구체적인 물적 증거도 확보돼 있다.
 
박 전 대통령에게는 21일 검찰에서 한 진술이 향후 법정에서 이에 대응하는 무기가 될 수도 있고, 덫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단어나 문구의 어감도 중요하다.
 
박 전 대통령은 직접 ‘현미경 조서 검토’를 했다. 검찰의 질문에 대한 자신의 답변이 어떻게 적혔는지를 세밀하게 따졌다. 법리적인 부분에서는 조사 때 입회한 유영하·정장현 두 변호사와 수시로 상의했다.
 
박 전 대통령의 수정 요구는 조서 전반에 걸쳐 광범위하게 이뤄졌다. 검찰에 따르면 “이건 이렇게 말한 게 아니었는데 내용이 잘못 받아들여진 것 같다” “이 표현은 이런 의도가 아니었고…” 등의 말로 재작성을 요청했다. 처음에 작성된 신문조서 중 일부는 폐기됐다. 문장이나 단락 전체를 들어내야 했기 때문이다. 단어나 표현을 바꾸는 단순 수정의 경우에는 그 위에 줄을 긋고 박 전 대통령의 도장을 찍은 뒤 고침 표시를 해놓았다. 검찰 관계자는 “조서의 총 분량이 수백 쪽으로 많은 탓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수정 사항이 너무 많아 개수로 표현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형사소송법상 조서는 피의자가 이의를 제기하거나 의견을 진술할 경우 이를 추가로 기재해야 한다. 박 전 대통령 측이 조사에 대비해 치밀하게 준비를 하고 온 것으로 짐작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영상녹화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진술조서에 본인과 변호인이 서명하고 나면 그 자체로서 법정에서 증거가 된다. 재판에 가서 진술을 번복해도 재판부가 원래의 진술에 무게를 둘 수 있다”고 말했다.
  
검찰과 특검팀의 소환에 불응했던 박 전 대통령은 21일 오전 9시25분부터 22일 오전까지 21시간30분을 검찰 청사에 머물렀다. 검찰 조사를 받은 역대 대통령 중 최장시간이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16시간20분, 노무현 전 대통령은 13시간 동안 조사(조서 검토 시간 포함)를 받았다.
 
박 전 대통령의 귀갓길은 테헤란로가 아닌 올림픽대로였다. 삼성동 자택까지 도착하는 데 11분이 걸렸다. 박 전 대통령은 검찰청 앞 취재진, 자택 앞 지지자들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글=윤호진·송승환 기자 yoongoon@joongang.co.kr
사진=전민규 기자

관련 뉴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밴쿠버 중앙일보 뉴스 목록

게시물 검색
Total 458건 19 페이지
밴쿠버 중앙일보 뉴스 목록
   뉴스 제목
한국 심상정 "절대 양보 없다…이번에는 완주"
[사진 JTBC '썰전' 방송 캡처]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19대 대선 완주 의지를 밝혔다. 9일 방송된 JTBC '썰전'에 출연한 심 대표는 '지금까지 양보한 적이 많지 않았냐'는 질문에 "어떤 경우에도 사퇴하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nbs
03-09
한국 이천시, 환경개선부담금 9억원 부과
이천시가 올해 1기분 환경개선부담금 2만 4천여 건에 대해 약 8억 9천만원을 부과하고 고지서를 발송했다.환경개선부담금은 오염 원인자 부담원칙에 따라 환경오염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는 경유차 소유자에게 오염물질 처리비용을 부담토록 하는 것이다. 이를
03-09
한국 [하남시장 보궐선거] 자유한국당 후보로 윤재군 확정
4·12 하남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는 자유한국당 후보로 윤재군 하남시의회 의장이 확정됐다. 자유한국당 경기도당 공천관리위원회가 지난 7~8일 일반 70%와 당원 30%를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합산점수는 윤재군 37.5%, 유병훈 33.9%, 유성근 28.6%를
03-09
한국 [포천시장 보궐선거] 자유한국당 후보로 김종천 확정
오는 4월 12일 치러지는 포천시장 재보궐선거 자유한국당 후보로 김종천 전 포천시의장이 확정됐다. 자유한국당 경기도당 공천관리위원회가 지난 7~ 8일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김종천 전 포천시의회의장이 36.8%를 얻었다. 김 전 의장은 34.6%를 얻은 박창수 포
03-09
한국 시흥시의회 김영철 시의장, 불신임안 가결
▲ 시흥시의회 김영철 시의장이 자신의 불신임안 상정에 대한 신상발언을 요구하고 있지만 받아드려지지 않았다. 김형수기자시흥시의회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 소속의원들이 김영철(민주당) 시의장의 불신임안을 가결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하지만 김 의장은 ‘지방자치법
03-09
한국 "대부도 갯벌 4.53㎢ 이달 중 '습지보호지역' 지정"
안산 대부도 갯벌이 조만간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된다. 대부도 갯벌이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되면 시흥갯벌(0.7㎢·2012년)에 이어 경기도에서는 두 번째 습지보호지역으로 관리된다. 안산시는 상동연안 1.2㎢와 고갯부리연안 3.33㎢ 등 대부도 갯벌 4.53㎢를 습지보
03-09
한국 안양 덕현 재개발지구, 주민 1인시위 의식불명
안양 덕현재개발지구의 한 주민이 9일 오전 1인 시위를 하기 위해 청사를 방문하던 중 뇌출혈로 쓰러진 뒤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다. 재개발 구역인 동안구 호계동 소재 4층 상가건물 소유주 S(51)씨는 이날 오전 8시 11분께 1인 시위를 하기 위해 시청을 방문했다
03-09
한국 EBS 대학입시설명회, 내달 8일 인천대서 개최
자유한국당 민경욱(연수을) 의원이 인천지역 학부모와 수험생들에게 양질의 대입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EBS대학입시설명회를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유치했다. 민의원은 9일 “다음달 8일 인천대학교 대강당에서 EBS대학입시설명회를 열 예정이다”며 “이번 설명회로 인천지역 학
03-09
회사소개 신문광고 & 온라인 광고: 604.544.5155 미디어킷 안내 개인정보처리방침 서비스이용약관 상단으로
주소 (Address) #338-4501 North Rd.Burnaby B.C V3N 4R7
Tel: 604 544 5155, E-mail: info@joongang.ca
Copyright © 밴쿠버 중앙일보 All rights reserved.
Developed by Vanple Netwroks Inc.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