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을 압박하겠다는 미국의 계획이 가시화되고 있다.
 
17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북한은 매우 나쁜 행동을 하고 있다. 미국을 수년간 갖고 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은 거의 도움이 안 된다”고 했다. ‘갖고 놀고 있다(playing)’는 말은 따옴표를 사용해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의 방한과 방중에 맞춰 이 같은 글을 올린 것은 다분히 의도적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중국이 대북제재에 소극적이란 점까지 직접 거론해 틸러슨 장관 방문을 하루 앞둔 중국에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방한한 틸러슨 장관도 중국이 원하는 북한과의 대화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는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의 공동기자회견에서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고 대량살상무기를 포기해야 우리는 북한과 대화를 할 것”이라며 “북한과 다시 대화하려면 조건이 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핵 동결을 지금 이야기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전략적 인내 정책은 이제 끝났다”고 선언했다.
 
틸러슨 장관은 북핵 위협에 대해선 보다 강경한 메시지를 보냈다. “군사적 갈등까지 가는 것을 원치 않지만 만약 북한이 한국과 미군을 위협한다면 그에 걸맞은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선제타격론’도 카드로 제시했다. 윤 장관도 “외교적 압박수단이 하나의 큰 줄기라면 군사적 억지 방안도 커다란 기둥이 될 것”이라고 호응했다.
 
틸러슨 장관은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문제로 중국을 압박했다. 그는 중국이 한국에 ‘경제적 보복(economic retaliation)’을 하고 있다고 규정했다. 그런 뒤 “우리는 중국이 이런 행동을 자제할 것을 요구한다. 굉장히 부적절하고 유감스럽다(inappropriate and troubling)”고 말했다. 중국의 보복조치에 대해 미 고위 당국자가 공식적으로 비판 입장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기자회견 직후 약 한 시간 동안 진행된 한·미 외교장관회담에선 중국의 롯데 규제, 한국 관광 금지 등에 대한 정보 공유가 이뤄졌다. 특히 한·미 합작으로 중국에 진출한 기업도 피해를 보고 있다는 점이 강조됐다고 한다. 윤 장관은 “이 문제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는 “한국과 일본에서 틸러슨 이 내놓은 메시지를 보면 궁극적인 청자(聽者)는 중국으로 보인다”며 “북핵과 사드 문제를 묶어 중국에 밀리지 않으려는, 동아시아 질서의 이니셔티브를 쥐려는 듯한 의도가 엿보인다”고 분석했다. 정부 당국자도 “틸러슨 이 한·일을 중국 방문 전 찾은 것은 북핵, 사드 문제로 중국을 만나 압박하기 전에 동맹국에서 실탄을 채우고 가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틸러슨 장관은 대북제재의 구멍으로 중국을 지목하는 발언도 했다. 그는 회견에서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에 의해 취할 수 있는 최고 수준 의 조치들이 완전히 취해졌다고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여전히 특정 제재의 바깥에서 수입을 얻고 있다. 중국은 스스로 찬성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를 완전히 이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회담에선 유엔 안보리 산하 제재위원회의 전문가 패널 보고서가 지적한 북한의 제재 회피 및 중국의 묵인을 막기 위한 요소(본지 3월 17일자 1면, 3면 보도)도 논의됐다고 배석자가 전했다. 틸러슨 장관은 18일 중국을 찾아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을 만나고 왕이(王毅) 외교부장과 회담한다. 
 
유지혜·홍주희 기자 wisepe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