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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 유전자·체질량지수 비슷한 사람 끼리끼리 결혼하더라

한국중앙일보 기자 입력17-05-12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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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의 400명 연구진, 유럽계 부부 2만4622쌍 분석 

 
신분을 초월한 운명적 사랑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류의 오랜 낭만이었다. 동화 ‘신데렐라’부터 영화 ‘귀여운 여인’이나 ‘노팅 힐’까지, 자신과 전혀 다른 세계에 사는 누군가를 기적적으로 만나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를 사람들은 늘 동경해 왔다
 
그렇지만 실상은 조금 다르다. 지금까지 알려진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사람들은 자신과 비슷한 상대를 배우자로 선호한다. 최근엔 우리가 우리 유전자와 비슷한 유전 형질을 지닌 사람을 배우자로 선호한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평생 사랑하게 될 사람을 만나기도 전에 이미 그 사람의 정보 일부가 우리 유전자에 새겨져 있다는 것이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호주 퀸즐랜드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대 등 전 세계 400명으로 구성된 공동 연구진이 유럽계 부부 2만4622쌍을 대상으로 키, 체질량지수(BMI)의 유전자 데이터를 분석했다. 먼저 한쪽 배우자의 유전자 데이터를 측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상대 배우자의 키와 BMI를 예측한 뒤 실제 수치와 비교했다.
 
비교 결과 연구진이 유전자 데이터를 바탕으로 예측한 키는 배우자의 실제 키와 높은 상관관계를 보였다. BMI는 그보다 약한 상관관계를 보였지만 여전히 통계학적으로 유의미한 수치를 나타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우리 몸 속의 유전자를 분석하는 것만으로도 미래 배우자가 될 사람의 키와 몸무게를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다는 의미다.
 
자연에서 흔한 현상
붉은등도롱뇽, 같은 무늬끼리 짝지어
파랑지빠귀, 암컷·수컷 공격성 비슷
 
유사한 배우자 선호
교육 수준 비슷한 사람끼리 선택혼
유리한 유전 형질 물려주려는 본능
 
연구 결과에 대해 연구진은 “사람들은 자신과 비슷한 유전자를 지닌 배우자를 선택한다”며 “이는 인간들이 선택혼(assortative mating)을 한다는 유전적 증거”라고 설명했다. 이 연구는 올해 초 과학전문지 네이처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비슷한 집단끼리 짝을 짓는 선택혼은 자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다. 주어진 환경에서 생존하기 유리한 유전 형질을 갖도록 진화한 생물 종들은 해당 형질을 자손에게 유전시켜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 본능적으로 유사한 유전자를 가진 개체끼리 짝짓기를 한다. 자신의 몸과 크기가 같은 짝을 선호하는 일본두꺼비, 같은 종이어도 줄무늬가 있는 개체와 없는 개체가 끼리끼리 교미를 하는 붉은등도롱뇽 등이 그 사례다.
 
일부 종들은 외형을 넘어 성격까지도 유사한 짝을 선호한다. 미 애팔래치아산맥 인근에 서식하는 파랑지빠귀를 연구한 해리스 모건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교수는 이 새들이 번식에 성공하기 위해 자신과 공격성이 비슷한 개체를 찾아 선택혼을 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암컷과 수컷이 모두 공격성이 강할 경우 경쟁에서 승리해 좋은 둥지를 차지할 확률이 높고, 공격성이 약한 커플의 경우 먹이를 효율적으로 수집할 수 있어 번식에 유리하다는 것이다.
 
짝을 지었을 때 생존에 유리한 상대를 찾는 것은 인간도 마찬가지다. 노스캐롤라이나대 등 400명의 공동 연구진은 영국 부부 7780쌍을 대상으로 한쪽 배우자의 인지능력 등 학업성취 관련 유전자 데이터와 상대 배우자의 실제 교육 수준을 비교한 결과 뚜렷한 상관관계가 나타났다고 밝혔다. 사람들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자신과 학업 능력이 비슷한 배우자를 선택한다는 의미다.
 
현대 사회에서 학력은 소득 등 생활 수준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다. 지난해 미국에서 고졸 노동인구의 평균 주급은 692달러(78만원)로 대졸 평균(1156달러)보다 40% 낮았으며 실업률은 두 배 가까이 높았다.
 
지난해 11월 영국 이스트앵글리아대 연구진이 실시한 연구에서도 같은 결론이 나왔다. 연구진은 영국인 부부 1600명의 유전자 데이터를 바탕으로 학업성취에 영향을 주는 유전자들을 점수화한 뒤 이를 배우자의 실제 학력과 비교했다. 그 결과 연구진은 한쪽 배우자의 유전자 데이터만으로도 상대 배우자의 학력을 거의 정확하게 맞힐 수 있었다.
 
그러나 연구자들은 이 같은 선택혼 성향이 심각한 부작용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경고한다. 학력과 소득이 비슷한 사람끼리 결혼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유전 형질은 물론 소득 수준까지 대물림되는 현상이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스트앵글리아대의 데이비드 휴존스 교수는 “생물학적 불평등이 사회적 불평등을 가속화하고 있다”며 “선택혼의 결과가 갈수록 축적됨에 따라 사회 불평등을 자력으로 극복하기가 힘들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사회적 불평등 초래
고소득·고학력 ‘파워 커플’ 늘어나
부유층 남성 만나는 ‘신데렐라’ 옛말
 
자녀 세대로 대물림
돈·재능 고소득 맞벌이 부부에 집중
부유층·빈곤층 격차 갈수록 벌어져
 
20세기 이전까지만 해도 선택혼으로 인한 소득 불평등은 큰 문제가 아니었다. 당시엔 대학을 나오거나 소득이 높은 여성이 남성에 비해 훨씬 적었던 탓에 고소득·고학력 남녀가 서로 결혼하는 일은 드물었다. 기업 임원들이 비서와 결혼하거나 고졸 이하 학력의 남성이 대졸 여성과 결혼하는 등 소득·학력 격차에 관계 없이 결혼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여성인권이 신장되고 여성의 경제력이 상승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부유층 남성들은 부유층 여성과의 결혼을 원하며, 여성도 자신과 동등한 수준의 배우자가 아니면 결혼을 기피한다. 이에 따라 임원끼리, 의사끼리, 변호사끼리 결혼하는 고소득·고학력의 ‘파워 커플’이 갈수록 늘고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에 따르면 1960년 미국에서 대졸 남성 가운데 대졸 여성과 결혼한 인구는 25%에 불과했다. 이 수치는 2005년 48%로 증가했다. 또 60년엔 고졸 이하 남성과 대졸 여성 부부의 소득이 미국 전체 소득의 40% 이상을 차지했지만 2005년에 이 수치는 8% 미만으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소득 불균형을 나타내는 지표인 지니 계수도 0.34에서 0.43으로 늘었다. 지니 계수가 클수록 소득 분배가 불평등하다는 의미다.
 
고소득·고학력 부부는 한쪽만 소득이 높은 부부나 둘 다 저소득층인 부부에 비해 훨씬 많은 돈을 번다. 문제는 이 소득 수준이 자녀 세대로까지 이어진다는 것이다. 고소득 부부 밑에서 자란 아이는 그렇지 못한 아이보다 훨씬 풍요롭고 안정적인 환경에서 교육받기 때문이다.
 
타일러 코웬 조지메이슨대 교수는 뉴욕타임스에 “오늘날 돈과 재능은 고소득 맞벌이 부부에 집중돼 있고, 이런 부부들은 자녀들의 이익을 최대화하기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부유층의 선택혼이 늘어날수록 자녀 세대의 불평등은 더욱 심화되는 이유다. 미국 퓨리서치센터의 2015년 조사에 따르면 부유층 자녀와 빈곤층 자녀의 성취 격차는 25년 전보다 40% 가까이 커졌다.
 

 
[S BOX] 유전자가 다른 커플이 낳은 아이, 면역력 더 강해

 
자신과 같은 유전자를 가진 상대와 짝을 지으려는 선택혼은 대부분의 생물 종에서 보편적으로 발견되는 현상이지만 예외도 있다. 인간은 일부 유전자에 대해선 자신과 다른 유전자에 끌리기도 한다.
 
1995년 스위스의 생물학자 클라우스 베데킨트는 남자 대학생들이 이틀 동안 씻지 않고 입었던 티셔츠를 여자 대학생들에게 주고 냄새를 맡게 한 뒤 호감이 가는 티셔츠를 고르도록 했다. 그러자 대다수 여성 참가자들은 자신과 다른 항원복합체(MHC) 유전자를 가진 남학생의 티셔츠에서 나는 냄새에 호감을 느꼈다. 생물학계에서 ‘땀에 젖은 티셔츠 실험’으로 잘 알려진 연구다.
 
우리 몸의 면역 체계를 담당하는 MHC 유전자는 그 종류가 다양할수록 보다 많은 질병에 면역을 갖는다. 서로 다른 MHC 유전자를 가진 두 사람이 결혼해 아이를 낳으면 그 아이는 부모의 MHC 유전자를 모두 물려받아 면역이 더 강해진다. 우리가 자신과 다른 MHC 유전자에 본능적으로 끌리는 이유다.
 
2006년엔 이 유전자가 실제 결혼 생활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됐다. 미국 인디애나주립대, 포트루이스대가 공동으로 실시한 이 연구 결과에 따르면 서로 다른 MHC 유전자를 가진 커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만족스러운 연애를 할 가능성이 크다.

 
 
이기준 기자 forideali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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