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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경제 | 비트코인 웹소설 '누가 사토시 나카모토를 죽였나' (4) 대마불사

사도시 기자 입력18-02-08 11:10 수정 18-02-09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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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의 탄생과 정체를 파헤치는 세계 최초의 소설. 최초의 암호화폐인 비트코인의 창시자로 불리는 사토시 나카모토를 둘러싼 이야기를 픽션과 실화를 바탕으로 한 창작물입니다. <편집자> 

 

근처 카페에서 약속한 시간이 조금 남았기에 추억의 산책을 즐기고 싶었다. 간만에 집에서 걸어 15분 거리에 있는 플린트 힐 초등학교를 들렸다. 내 집은 막다른 골목길에 있어서 어린 시절 뛰어 놀기 좋았다. 학교까지 정해진 시간에 어김없이 노란색 버스가 와서 우리를 데려 갔다. 세월은 흘렀고 세상은 시끄러운데 학교는 정겹게 느껴진다. 어린 시절 나를 따스하게 맞이하던 그리운 얼굴들이 한 명 한 명 생각났다. 하늘을 바라보며 그들의 이름을 불러 보았다. 들고 온 몇 가지 신문은 희대의 금융위기를 장식하는 글들이 도배를 하고 있었다. 어린 시절 절친한 친구였던 톰 맥버그를 카페에서 만났다. 그는 청바지에 줄무늬셔츠와 당시 유행하던 재킷을 입고 있었다. 앳된 얼굴 그대로였다. 

 

“오. 잘 생긴 빌, 이게 얼마만이니. 시절이 하수상해도 우리의 젊음은 여전한 거지. 월가에서 여자 꽤나 꼬셨겠는데. 하긴 네 얼굴에 네 학벌에 안 넘어 갈 여자가 많지는 않을 거야. 어디 돈 많고 명 짧은 과부는 없더냐,”

 

그는 여전히 장난기를 발동했다. 콧등에 있던 주근깨는 상당히 옅어져 있었고 금발의 곱슬머리에 왁스를 바른 모습이 무척 귀여웠다. 그리고 나에게 들으라는 듯 월가를 욕하였다. 

 

“세상이 돈 놓고 돈 먹기 하는 곳이더군, 이 와중에 차압된 집을 헐값에 사서 사람 내쫒고 집안 가구 팔아가며 집 장사하는 사람들이 많아. 나는 그 밑에서 두 달 일했는데. 인간이란 게 얼마나 악한 것들인지 알았어.”

 

그는 화가 나서 이를 갈았다. 

 

“학교 시간에 우리 배우지 않았니. 금융 산업의 가장 큰 목적은 거대자본이 필요한 산업에 투자하는 것이라고. 웬 걸 이 동네 은행들 봐. 이자와 수수료 수익에만 몰두하는 게 금융의 정체야. 나야 무식해서 잘 모른다만. 서브 프라임 모기지도 다단계 피라미드나 마찬가지 아닌가.”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알면서도 가만히 있었다.

 

“누군가 거품을 만들고 거품이 꺼질 때까지 중간에 기생하는 사기금융업자들의 배만 불리는 뭐 그런 게 금융인 것 같아. 돈을 가지고 성장의 가치를 창조하지 않으면 그것은 돈놀이에 불과한 것 아냐. 아 시X 개XX들.”

 

그는 몹시 화가 났고 나는 듣고만 있었다.

 

“나 역시 그런 놈하고 두 달 일하다가 도저히 못하겠더라고, 돈에 환장한 승양이들. 나는 뭐 배운 게 크게 없으니. 그래도 빌. 너는 나의 우상이었어. 린다가 널 얼마나 좋아했는지 알지. 아 옥턴 고등학교 다닐 때 한번 만 달라고 사정했는데. 그것이 나는 쳐다도 보지 않더만. 너만 쳐다보았지. 내가 질투의 화신이었다는 것을 이제 고백하마. 너 그 아이하고 잤지. 말해 자식아. 몇 번 했어.”

 

나는 린다와의 일을 들추고 싶지는 않다. 그 부분은 무시하고 그냥 가벼운 웃음으로 그에게 응수해주었다.

 

“린다가 릭과 결혼한 것은 알지.”

 

“그래. 몰랐는데.”

 

“나도 첨에는 의아했어. 소문에 둘이 좋아보이지는 않는 것 같더라. 너는 모르는 척 해. 린다가 많이 불행하다는 이야기도 있어.”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소문의 진위를 알 수 없기에 그냥 넘겼다. 그리고 금융이야기를 계속했다. 

 

“누군가를 속이는 게 금융의 본성인 것은 아니야. 누군가의 손해를 동반해 자신의 이익을 도모하는 게 금융인 것도 아니고. 그렇게 금융이 실물경제의 성장을 이끈다면 그건 가짜야.”

 

톰은 동의하지 않는 듯했다. 톰의 이야기를 들으며 가장 악질적인 금융 노름을 했다는 생각에 마음이 다시 어두워졌다. 월가가 사익을 추구하는 것을 두고 누군가 이런 말을 했다.

 

“엔지니어는 사업가로서 다리를 만들고 은행은 부자가 될 꿈만 쫒는다. 은행은 엔지니어가 벌어들이는 이익의 두 배 이상 수익을 챙겨간다. 다리는 실체가 있는데 그런 꿈을 실현하는 것은 날강도 행위나 다름없다.” 

 

미국의 은행 보험 증권 회사는 돈 되는 것이면 무엇이든 했다. 나는 불편한 내색을 감추며 톰의 근황에 대해 이것저것을 물어 보았다.

 

“이미 결혼했어. 두 아이의 아빠야. 이번에 헐값에 집을 하나 챙겼지. 빚을 갚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야. 주택시장이 언제 회복될지 모르겠네. 다만 그 곳이 메트로가 들어선다는 소문이 있어. 장기투자를 할 거야. 이 몸뚱이에 딸린 애들을 생각하며 열심히 살고 있어.”

 

톰은 내가 직장을 그만둔 것을 모르는지 월가에 대한 저주를 계속 퍼부었다. 

 

“이제 많은 사람들은 월가의 농간에 당하지 말자고 다짐하고 있어. 권력도 믿지 않아. 다 쓰레기 집단이야. 그동안 권력자들은 사익을 모아 ‘법’이라는 껍데기를 입고 ‘정책’이라는 모양으로 우리 앞에 선심을 쓴 거야. 그들은 서민을 위한다는 목적으로 집을 사게 부추겼지. 대형 금융회사들과 유착되어 버린 결과를 보며 뭐라 지껄일지 모르겠어.” 

 

금융위기 발생으로 세계 각국 증시가 요동치고 세계 경제가 극심한 혼란을 겪고 있다. 미국 정부가 결국 파산위기에 몰린 세계 최대 보험사 AIG를 구제하는 길을 선택했다고 신문에는 대서특필했다. 내가 들고 있던 신문을 보며 톰은 말을 이어갔다. 

 

“아니 이 새끼들. 정부에 있는 놈들, 도대체 믿을 수가 있어야지. 가난한 서민은 집을 잃었는데 젠장 돈 잘 벌고 뒤로 돈 빼돌린 놈들에게 구제금융을 퍼 붓고 있잖아.”

 

미국 정부는 월가 5대 투자은행인 베어스턴스에 대한 지원과 양대 국책 모기지 업체인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에 대한 지원을 했다. 이후에는 더 이상 구제금융은 없다고 한 방침을 수정했다. 종전만 해도 골드만삭스 출신의 미 재무장관 행크 폴슨은 리만 브라더스를 회생시켜주지 않을 것이라고 기자들 앞에서 비장하게 말했다. 

 

“리만브라더스를 회생 시켜주지 않아도 시장의 혼란이 적을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앞으로 다른 투자은행에도 정부의 지원금을 쏟아 붓지 않을 것입니다.”

 

그의 시장에 대한 강력한 메시지는 휴지 조각이 되었다. 나는 톰에게 시장 상황을 좀 쉽게 설명했다. 

 

“경영에 실패한 민간 기업에 구제하지 않는 게 맞긴 해. 부실 금융회사들이 문제가 발생하면 스스로 해결하도록 해야 하지. 그런데 이번 사안은 다를 수 있어. AIG가 워낙 크잖아. 도와주지 않으면 시장이 불안해 질 거야.”

 

신문 사설에는 말 바꾼 재무장관이란 칼럼이 나와 있었다. 재무장관은 이제 오히려 투자은행들이 서로를 도와줘야 한다고 했다. 투자은행의 CEO들을 죄다 모아놓고 협박을 한다고 신문은 재무장관을 비난했다. 대마불사(Too big to fail)라는 헤드라인이 눈에 띄었다. 큰 말은 죽지 않는다.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AIG가 몰락하면 증권사나 투자은행 몰락과 달리 엄청난 파장을 가져올 수밖에 없어. 보험사 특성상 보험 가입자인 소비자의 재산이 걸려 있잖아. 관련 채권을 보유한 금융회사도 워낙 많고. 금융시장은 물론 경제 전반이 감당하기 어려운 파장이 몰아닥칠 수 있어. 그래서 불가피 한 거야.”

 

AIG 직원은 11만 6000여 명으로 리먼 브라더스(2만6000여 명)보다 4배 이상 많았다. 2007년 매출은 1100억달러로 리먼 브라더스(600억달러)의 2배에 육박했다. 총자산 규모는 1조 달러를 웃돌고 총부채는 9717억 달러에 달해 리먼 브라더스보다 훨씬 컸다, 그런 회사가 몰고 올 충격을 정부는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톰은 조롱하듯 말했다.

 

“없는 사람은 내 쫒으면서 나 원. 그 구제금융 하는 돈들은 다 어디서 나오는 거야. 국민 세금이잖아. 한편에서는 리만 브라더스가 불쌍하게 느껴지기도 해. 미국 내 수많은 투자은행들이 멍청하게 경영을 했는데 이미 죽었으니. 무슨 이유라도 있니.”

 

리먼 브라더스는 158년 역사를 자랑하고, 1994년 상장(上場) 이후 2008년 1분기까지 단 한 번도 손실을 낸 적이 없었다. 리먼은 2006년부터 공격적인 성장 전략을 채택한다. 리처드 풀드 회장, 조 그레고리 사장 등 최고경영층은 상업용 부동산을 사들였다. 고위험-고수익의 투기등급 채권 매입을 늘렸다. 다른 투자은행도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대동소이한 행태였다. 톰에게 내가 알고 있는 월가의 풍문을 그냥 이야기 해주었다. 

 

“리먼 브라더스가 다른 은행들과 결정적으로 달랐던 점이 있었지. 남들이 발을 뺄 때 오히려 더 발을 깊숙이 담갔다는 점이야. 시장이 나빠져 경쟁업체 수가 줄게 되면 리먼 브라더스에 확실한 기회가 올 것이라고 믿은 거지. 피가 낭자할 때 투자하라는 역발상투자 전략을 고수 했어,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은 9·11 직후 주가가 급락했을 때 똑같은 전략으로 사상 최고 수익을 올린 달콤한 추억을 잊지 못했어. 그게 패착이었어.” 

 

리먼 브라더스의 일부 경영진은 2007년부터 자산을 보수적으로 운용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리스크 관리책임자도 같은 우려를 풀드 회장에 전달했다. 하지만 풀드 회장은 리스크 관리 책임자를 해고했다. 투자 포트폴리오에 대해 매달 스트레스 테스트(자산 건전성 테스트)를 하고 이사회와 감독기관인 증권거래위원회에 보고했다. 부동산 투자 같은 중점적으로 키웠던 사업은 여기에 포함하지 않았다. 리먼 브라더스 경영진에는 월가에서 가장 영리한 금융 브레인들이 많았다. 그런데도 회장은 그들 말을 듣지 않고 31층 회장실에서 고속 성장만 꿈꿨다. 톰은 앞으로 세상이 어떻게 될지 내게 조언을 구했다. 그 이면에는 돈을 벌려는 욕구도 강해 보였다. 

 

“지금 상황이 급박한 것 같아. 미국 내 투자자들뿐만 아니라 외국의 중앙은행과 민간금융기관들이 숨 가쁘게 움직이고 있어. 그들은 모두 파산위험이 높은 금융기관에 차입금 상환과 환매를 요구할 수 있어. 그래서 정부가 대마불사로 급선회한 것으로 보여. 소방관으로서 시장불안이란 불을 끌 수밖에 없잖아. 일단 금융기관들을 살리고 봐야지.”

 

톰은 흥분했다. 

 

“많은 사람들이 집을 잃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는 누구편이야. 세상은 불공평해.”

 

그는 야유를 계속 퍼부어 되었다. 

 

“월가의 모든 금융회사들이 본분을 망각하고 주택시장의 거품을 만들고 세계를 대상으로 사기를 쳤어. 정부 역시 한통속이었어. 지금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으로 돈을 대준다고. 어림 반 푼어치도 없는 소리. 돈은 어디서 나오는 거야. 그 돈, 우리 같은 서민에게 좀 주라고 해.”

 

그 동안 달러라는 기축동화를 믿고 미국 정부도 미국인들도 흥청망청 지출을 했다. 과연 달러는 유지될 수 있는 통화일까? 그 천문학적인 돈을 어떻게 조달할 수 있다는 말인가? 금융회사들이 다시 회생하려면 주택가격이 제대로 회복되어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아 보인다. 나는 화제를 돌리려고 무척 애를 썼다. 

 

“너 릭 봤어. 릭네 살던 집이 차압되었다고 하더라.”

 

“응. 내가 너와 릭과의 만남을 주선해 줄게.”

 

“고맙다.”

 

“나 두 아이 아빠야. 가장으로서 무게를 느껴. 투자에 대한 조언을 앞으로 많이 듣고 싶어.”

 

그는 두 명의 아이를 이야기를 하며 호들갑을 떨었다. 천상 아이 아빠의 모습이었다. 가정의 가장으로서 무게감이 느껴졌다. 나도 아니타와 좋은 가정을 꾸려 아이도 낳고 그러고 싶다는 생각을 하였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많은 추억을 떠 올리게 하였다. 곳곳에 ‘For Sale’이라는 표지만 제외하면 말이다. 집은 언제나 안락한 휴식처라 생각하니 집 잃은 사람들의 고통이 느껴진다. 저녁 무렵이 되어 어머니와 아버지께 말했다. 

 

“저. 아니타와 헤어졌어요. 한 달 정도 휴식을 취한 후 세계 일주를 하고 싶어요.”

 

사실 나는 세계 일주를 할 생각이 없었다. 물론 뒷날에 할 생각은 있었다. 그냥 그렇게 말하면서 상황을 모면하고 싶었다. 

 

“어머니, 아버지. 아니타가 연락을 취할 경우 나와 연락이 안 된다고 말해 주세요. 이유는 나중에 말씀드릴게요.”

 

나는 두 분께 그렇게 당부를 하였다. 밤이 왔다. 그녀의 눈, 코, 입술, 턱 선을 생각하며 사랑의 아픔을 되새기며 침대에 누웠다. 그녀와의 뜨거웠던 밤을 생각하면서도 내 머릿속에 무언가의 아이디어가 꿈틀거리고 있음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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