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클릭] 일본 거리엔 테슬라 택시…그 뒤에는 3만4000개 충전소

posted Apr 20,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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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도쿄 아오야마에 위치한 아시아 1호 테슬라 매장. 김민관 기자


직접 가본 일본 테슬라 매장

유지 비용 없어 택시회사 자발적 선택
충전도 편리, 모델S 1시간 충전 400㎞
한국은 정식 수입 안 돼 보조금 불투명


‘아이폰 쇼크’. 휴대전화의 패러다임 자체를 바꿔버린 아이폰의 등장을 사람들은 이렇게 불렀다. 이제 사람들은 ‘테슬라 쇼크’를 이야기하고 있다. 테슬라가 그려낼 새로운 미래를 예측해보기 위해 도쿄로 향했다. 아오야마(靑山) 테슬라 매장에는 사람들이 북적였고 도쿄 거리에는 ‘테슬라 택시’가 운행 중이었다. 

지난 8일 오후 도쿄 아오야마(靑山)에 위치한 테슬라 쇼룸. 이곳은 2010년 문을 연 테슬라의 아시아 1호 매장이다.

 1층 쇼윈도에는 매끈하고 미래적인 디자인의 테슬라 ‘모델S’가 행인들의 발걸음을 붙잡는다. 유리문을 열고 2층 응접실로 올라가면 차체 틀을 걷어낸 모델S의 내부 구조를 살펴볼 수 있다. 어딘가 허전해 보일 정도로 단순한 구조다. 네 개의 바퀴, 그리고 차체 바닥에 납작하게 깔린 회색 배터리가 전부다. 전기로 움직이는 덕에 휘발유·경유 차량 같은 커다란 엔진과 연료통은 필요가 없다. 기존 차량 대비 핵심 부품 부피를 40% 수준으로 줄일 수 있는 이유다. 매장 직원은 “‘이런 상태의 정말 차가 움직일까’ 의심하는 고객들이 많다”며 “하지만 여기에 차체 틀과 핸들만 얹으면 언제든지 출발할 수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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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쇼룸 2층에 전시된 ‘모델 S’의 차체 내부. 커다란 엔진과 연료통 대신 납작한 회색 배터리가 보인다. 차량은 이 배터리에서 공급하는 전기로 움직인다. 김민관 기자


  퇴근 후 매장을 방문했다는 나카무라 고타로(41·의사)는 “지난해 테슬라 시승을 처음 해봤는데 무척 놀라운 경험이었다”며 “조용하고 쾌적한 승차감에 우선 놀랐고 운전을 할수록 환경을 보호한다는 생각에 뿌듯함도 느껴졌다. 가격이 조금 부담되긴 하지만 진지하게 구매를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테슬라 모델S를 구입했다는 사키 후쿠모토(31·엔지니어)씨는 ‘가족이나 친지들이 테슬라를 구매한다면 추천하겠느냐’는 질문에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당연하다’고 답했다. “도요타 코로나를 탈 때 연비가 좋은 차임에도 도쿄의 기름값이 워낙 비싸 부담이 많이 됐다”며 “테슬라는 기름값이 전혀 들지 않기 때문에 비싼 차량 가격을 고려하더라도 장기적으로 보면 오히려 경제적으로 이득”이라고 말했다. 또한 “도쿄 안에 3곳의 슈퍼차지(전기차 초고속 충전기)가 설치돼 있는데 이곳에서 1시간만 충전해도 400㎞ 넘게 주행할 수 있다”며 “오후 2~3시에 가면 기다리는 사람도 없어 충전으로 불편함을 느낀 적은 없다”고 말했다.

  현재 일본에서 판매 중인 테슬라 차량은 ‘모델S’ 한 종류다. 700만엔(약 7400만원)이라는 다소 비싼 가격 탓에 소형 전기차인 닛산 ‘리프’만큼 대중적인 인기를 끌고 있지는 않지만 고소득 전문직이나 사업가들에게는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 도쿄에는 ‘테슬라 택시’까지 등장해 화제가 됐다. ‘회사 홍보용 택시가 아니냐’는 질문에 테슬라 관계자는 “경제성을 고려한 택시 회사들의 자발적 선택”이라며 “기름값이 전혀 들지 않고 엔진오일이나 냉각수 교체 등 유지 보수 비용이 없다는 게 가장 큰 강점”이라고 말했다. 현재 도쿄에서는 3개의 택시 회사가 테슬라 모델S를 택시로 이용하고 있으며 북쪽 지역인 이케부쿠로(池袋)를 중심으로 점차 그 수를 늘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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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선 지난해 2만5000여 대의 전기차가 판매됐다. 김민관 기자


 테슬라가 아시아 1호 매장으로 도쿄를 선택한 건 시장의 수요뿐 아니라 정부의 지원과 탄탄한 전기차 인프라가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현재 일본 전역에는 3만4000여 개의 전기차 충전소가 설치돼 운영 중이다. 전기차 이용자들은 고속도로 이용 시 통행료가 2000엔 이상이면 50% 할인을, 2000엔 미만이면 전액을 면제받는다. 또한 전기차 구매 시 최고 85만엔(약 900만원)의 정부 보조금도 지원받는다. 일본에선 2014년 한 해에만 3만764대의 전기차가 판매됐으며, 지난해에는 2만5152대가 팔렸다.
 
 서울에서도 테슬라 쇼룸을 볼 수 있는 날이 올까. 지난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는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4000만원대의 보급형 전기차인 모델3를 한국에서도 주문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발표 직후 이찬진 전 드림위즈 대표 등 몇몇 유명인이 SNS에 “테슬라 구매 예약”을 인증하고, ‘전기차 보조금 1200만원을 받으면 2000만원대에 테슬라를 살 수 있다’는 소문까지 퍼지면서 테슬라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한국의 열악한 전기차 인프라와 정부의 미미한 지원을 고려할 때 테슬라에 대한 관심이 구매로까지 연결되기에는 어려운 점이 많다”고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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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경부는 지난 2월 “2020년까지 현재 5700여 대 가량 보급된 전기차를 20만 대까지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현재 한국의 전기차 충전소는 일본의 100분의 1 수준인 337개에 불과하다. 전기차를 구매하더라도 충전할 장소가 마땅치 않아 운행에 불편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한 최대 400만원의 세금감면, 서울시 공영주차장 이용 시 주차료 반값 할인 등의 혜택이 있지만 구매 욕구를 불러올 만큼 매력적인 인센티브는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대림대 자동차학과 김필수 교수는 “정부가 7년 전부터 전기차를 활성화하겠다고 했지만 각종 인프라나 지원 제도 등을 살펴보면 일본이나 중국보다 무척 뒤떨어져 있다”며 “전기차 충전소를 대폭 확대하고 일본처럼 통행료 면제 제도를 도입하거나 고속도로 버스전용차로 이용 등의 적극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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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울러 정부는 올 한 해 전기차 보조금 지급 등을 위해 1485억원의 예산을 책정했지만 테슬라 ‘모델3’는 구매하더라도 보조금을 한 푼도 지급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환경부 교통환경과 관계자는 “테슬라 구매는 정식 판매처를 통한 구매가 아닌 개별적 구매 행위이며 테슬라가 한국법인을 설립하기는 했지만 정부에 정식 등록절차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보조금을 지원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테슬라가 당장이라도 제대로 된 법인을 만들고 한국의 수입절차를 지킨다면 보조금 지급을 검토해 보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 교수는 “전기차를 시민들이 어떻게 구입했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보다 많은 시민들이 전기차를 이용하게 만들지 고민해야 한다”며 “전 세계적인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는 테슬라 전기차를 불필요한 규제와 규정 때문에 제약한다는 건 시대에 뒤떨어지는 일”이라고 말했다.

도쿄=김민관 기자 kim.mink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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